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간단한 테스트를 해볼까요? 7개의 질문 중 가장 나와 가까운 답을 하나 선택해 주세요. 

답하면서 눈치 채셨죠? 왼쪽이 더 많다면 그릿(Grit)형이고, 오른쪽이 더 많다면 퀴팅(Quitting)형입니다.

“그릿을 미덕으로 여기는 것은 종교개혁의 유산입니다.

아메리칸드림의 일부이기도 하고요.”

─ 애덤 그랜트, <기브 앤 테이크>의 저자

그릿, 즉 끈기는 성공의 미덕입니다. 반대로 퀴팅, 그만두기는 텔레비전을 켜놓고 허벅지에 과자 부스러기를 잔뜩 흘린 채 소파에서 졸고 있는 게으른 실패자의 모습을 연상시키죠. 그릿을 성공과, 퀴팅을 실패와 연결시킨 것은 최근에 이르러서입니다. 19세기에 시작된 시장경제에서는 개인의 노동력이 곧 돈이었고,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도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이후 자기계발 산업에서 그릿은 현대인의 미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그릿만이 성공의 잣대로 삼을 때는 문제가 있습니다. 빈부격차는 전적으로 가난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여겨지고, 실패한 사람은 게으른 사람, 인내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니까요. 이때부터 퀴팅은 죄책감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퀴팅’은 오랜 세월 생태계에서 생존 전략 중 하나였습니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갈라파고스제도에는 핀치새가 살고 있는데요. 핀치새는 단단한 껍질 안의 씨앗을 주로 먹습니다. 핀치새의 생존 전략은 최소한의 에너지를 써서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는 것입니다. 너무 딱딱한 껍질의 씨앗은 빨리 포기하고 다른 씨앗으로 넘어가는 게 최선의 선택인 것이죠. 하지만 하나의 씨앗에 몇 분이 넘는 시간을 쓰면 어떻게 될까요? 다른 씨앗을 깔 에너지마저도 고갈되어 버리고 맙니다. 『퀴팅』의 저자, 줄리아 켈러는 이렇게 말하죠.

“동물은 어떤 일이 효과가 없으면 그 일을 하지 않고 멈춘다. 이때 요란하게 소란을 떨거나 핑계를 대지 않는다. 인간은 그만두고 나서 괜히 마음 졸이며 고민하는 유일한 생명체다.”

우리도 ‘퀴팅’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퀴팅’은 사실 뇌에도 좋은 생각 운동이라고 합니다. 계속할지, 그만둘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얻으려면 뇌의 여러 영역이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데요. 이때 ‘인지적 유연성’이라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직 과학자들에게도 ‘인지적 유연성’의 범위와 복잡함은 풀어야 할 숙제라고 합니다. 루틴하고 관성적인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뇌는 유연해지는 것이지요. 퀴팅에 대한 거부감과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것, 뇌를 위해서도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가 방향을 바꿀 때는 속력을 늦추거나 때로는 멈춰 서야 합니다. 내 인생에 새로운 것을 채워 넣기 위해서는 지금 나의 시간을 빼앗는 일들을 비워내야 합니다. 두 손 가득 들고 있는 것을 내려놔야 더 크고 멋진 것을 내 손에 쥘 수 있는 것처럼요. 이 책에서는 무조건 지금 하는 일들을 때려치우라고 종용하지 않습니다. 우선 계속 가야 할지 그만두어야 할지, 방향을 바꾸어야 할지 기존 방향을 고수해야 할지 고민되는 순간이 찾아왔을 때 ‘지금 하는 일이 내게 도움이 되는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인가?’를 물어보라고 합니다.

아니면요? 새롭게 찾아야죠. 그만두고 나서 내 인생을 채우고 싶은 것을 찾아보세요. 리스타팅 리스트를 만들고 나면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왜 그만둬야 하는지가 더욱 명확해질 거예요. 물론 꼭 다음의 행선지를 찾지 못하더라도 그만둬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만두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새로운 문을 여는 행위이니까요. 이 글을 읽은 독자분들에게 앞으로 퀴팅이 씁쓸한 죄책감이 아닌 시원한 청량감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