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콘텐츠로그 ㅎㅇ님)
찬비  "너무 날씨 좋은 요즘! 그치만 내일 투표도 잊지 마세요 🌸"

안녕하세요. 에디터 찬비입니다.


최근에 팟캐스트에 초대받아 다녀왔어요! 도서 팟캐스트 '두둠칫 스테이션'에서 호스트인 ㅎㅇ님과 함께  ⟪지금도 책에서만 읽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마침 이 책의 작가는 뉴스레터 '인스피아'의 발행인이기도 한데요, 뉴스레터 '콘텐츠로그'의 발행인인 ㅎㅇ님과 저와 이 책이 만난 건 어쩌면 운명 같았다고 할까요? 🤗 평소 관심이 많았던 문해력과 책과 읽고 쓰는 것에 대해 신나게 수다를 떨었습니다.


아무래도 ‘뉴스레터'라는 미디엄은 텍스트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구독자 분들도 텍스트와 책 관련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는 걸 느껴요. 책을 추천에 대한 레터는 항상 반응이 좋았고, 이전에 발행했던 문해력 관련 레터들(레터1, 레터2)에도 의견을 담은 따뜻한 피드백을 많이 받았었거든요. 그런 점에서 팟캐스트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여러분과도 나누고 싶어졌어요. 


오늘은 우리가 지금 굳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 책, 사실 쓰는 사람이 문제다?
2. 책 = 굳이 = 서문 = 알고리즘의 대항
3. 독자로서 책을 ‘잘’ 읽는 법
📝 책, 사실 쓰는 사람이 문제다?  

오늘날 “나는 읽는 게 정말 즐거워”라고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대체로 두 가지 부류라고 생각한다. 첫째는 진심으로 글 읽기를 즐거워하는 극소수의 ‘독서 은하계’ 거주민, 둘째는 읽기는 좋다라는 생각에 빠져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채 일단 의무감으로 읽으면서도 겉으로는 아닌 척하는 사람. 물론 둘 모두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 훨씬 많고, 그러니까 ‘문해력’이라는 단어가 이슈가 되고 있다.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9쪽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요? ‘독서 은하계’ 거주민인가요, 의무감으로 읽으시는 부류인가요, 아니면 읽는 게 정말 즐겁진 않으신가요?


'사람들은 왜 책을 안 읽을까'라는 질문은 이제 식상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하는 ‘독서실태조사’에서 1년간 1권도 읽지 않는 성인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2021년 기준 연간 종합 독서율 47.5%)는 이야기도 꽤 자주 듣는 것 같고요. 그런데 요즘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문해력이 문제라고 이야기합니다. 요-즘 애들은 그런 단어들을 잘 모른다고요.


김지원 작가는 책과 문해력에 대한 이 담론의 방향이 잘못 되었다고 이야기해요. 책에서는 요즘 문해력에 대한 담론이 책의 독자를 탓하는 시선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사람들이 텍스트를 잘 찾지 않는 이유가 사실 읽고 싶은 양질의 글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는 이야길 합니다.

© 유유  

"잘 읽히려면 글 맛도 있어야 한다"


찬비: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문해력에 대한 이야기에요. 이 책에서는 문해력이라고 하면서 너무 독자만 꾸짖는 게 아니냐, 사실상 쓰는 사람들도 충분히 가독성 있게 재미있게 못 써서 독자를 못 찾고 있는 걸 수도 있다. 이 얘기를 되게 강조를 해요. 


ㅎㅇ: ‘글 잘 써라’는 거죠.


찬비: 네, 사실 사람들이 재미가 없어서 안 읽는 것이라는 것인데, 새로운 시선이었어요.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게 끝이 아니고, 글맛도 있어서 재미있게 읽혀야 된다는 거예요. 이 지점에서 저는 반성을 많이 했어요. 내 글이 정말 재미있나? 내용은 재미있게 담고 있지만, 글맛이 있다고 할 수 있나? 싶어서요.


책에서 “골계가 없다” 이런 얘기를 하는데, 여기서 골계는 웃기면서도 교훈을 주는 말을 의미해요. 내가 어떤 포인트에서 설득을 하고 마음을 돌릴 수 있으려면 사람들이 한번쯤은 웃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요즘 시사를 다루거나 논쟁적인 글에서는 그렇게 웃기는 방식으로는 글이 잘 써지지 않는 것 같다고 (책에서는) 짚고 있어요. 생각해보니 저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웃게 만들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글을 써본 적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ㅎㅇ님은 글을 쓰실 때 ㅎㅇ님만의 유머 포인트들이 있으시잖아요. 평소에 어떤 걸 고려하며 쓰시는지 궁금해요.


ㅎㅇ: 저는 글맛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 것 같아요. 읽는 사람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주고 싶다는 저도 목표하는 바이긴 한데 항상 성공하느냐는 절대로 알 수 없어요. 저는 맞는 말과 옳은 말을 하다가 '근데 이게 쉽지 않다고 생각하지? 나도 알아'라는 지점이 내 안에 있을 때 그걸 좀 편하게 풀어서 쓰는 방식으로 많이 써요.


무엇보다다 가르치려고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레터를 쓰는 것은 당연히 제가 선택한 거고, 참고 자료도 많이 보고 여러 가지로 스터디를 한다고 해도, 그걸 너무 드러내는 순간 가르치는 것 같더라고요. 대중은 (내가 아는 무언가를) 모르는 것, 구조나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함과 아쉬움만 보이면 그게 재미없는 글로 가는 지름길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많이 준비를 했더라도 이걸 읽는 분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포인트를 한두 가지 정도로 정리하고 글을 쓰는 편이에요. 항상 뉴스레터를 보내고 나서 아쉬움이 남긴 해요. 더 깊게 들어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좀 더 다각적으로 다룰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뭐 이 정도면 됐다’ 라고 해요.


정리하자면, 웃기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걸 전략적으로 하지는 않고, 읽는 사람의 심정에서 뭐가 이 사람이 답답하고 아쉬울지를 생각해보려고 한다는 거죠.

⚔️ 책 = 굳이 = 서문 = 알고리즘의 대항

'사람들이 책을 왜 읽지 않을까?'라는 질문 전에는 '사람들이 왜 책을 읽어야 할까?'가 있어야 하고, 그에 앞서 '책은 뭐가 특별할까?'라는 생각이 있어야겠죠.


여러분이 생각하시기에 책은 어떤 점이 특별한가요?


책의 1부에서는 “문제는 문해력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2부에서는 책은 [   ]다 라는 문장을 통해 책이 특별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요. 이중 저와 ㅎㅇ님이 공감한 내용을 이야기해봤어요.

"책은 서문이 붙어 있고, 결론은 없어도 된다"

 

ㅎㅇ: ‘책은 [   ]다’로 저자가 나름대로 정의를 해둔 책의 특징들이 있어요. 그중에서 제일 와닿았던 건 두 가지 정도였습니다.


첫 번째는 ‘책은 서문이 있다’, 그리고 ‘어떤 책은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라는 건데요. 여기서 책이 아닌 수많은 글들과의 차이점을 짚고 있다고 봐요. 이를테면 ”모든 책은 서문이 있는 만큼, 제각기 ‘각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기사, 블로그, 유튜브 등을 보지만 이런 글에는 서문이 없다. 그런만큼 나름의 ‘각오'를 지니고 쓰인 응축된 텍스트를 만나기는 어렵다.”(119쪽) 라면서 책만이 가지고 있는 그 프롤로그의 특징을 짚고. “결론 없이 사려 깊게 쓰인 책과 글은 양극화의 시대에 설득의 가능성, 설득의 지대를 만든다.”(141쪽)라고 하죠.

 

논픽션을 예로 들면, 현상 분석과 사례 조사를 엄청 하고 참고 자료도 많이 인용하고선 결론 부분이 ‘그래서 공동체가 합의의 선을 이뤄야 된다’ 이러면 사람들이 그 책을 박하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내가 궁금한 건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인데, 이게 이 책에 없다면 사람들이 실망을 하는 거죠.


그런데 '그래도 된다, 책이 항상 어떤 사안에 대한 결론을 제안해줘야 되는 건 아니다'고 말하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요즘 상위 포스팅 블로그나 유튜브는 항상 결론을 제안을 해주잖아요. 심지어 두괄식으로요. 그런 것들이 많은 조회수를 얻고, 누군가 이렇게 하라고 하면 그걸 믿고 따라가는 흐름이 엄청 지배적이고요. 그런데 오히려 결론을 주지 않아도 된다라는 게 되게 신선한 관점으로 다가왔어요.

 

찬비: 사실 작가가 결론을 내려주면 내가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지잖아요. 해찰하고 고민해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결론이 안 나도 괜찮다고 하는 것으로 이해했어요. 요즘에 우리는 (저를 포함해서) 결론까지 났을 때 명쾌한 느낌으로 고민을 넘길 수 있잖아요. 그래서 결론이 있는 걸 훨씬 선호하지 않나 싶어요.

 

"책을 정의하는 본질적인 단어는 ‘굳이'다"

 

ㅎㅇ: 제가 또 되게 재미있게 본 두 번째 특징은 책은 ‘굳이’ 생기는 매체라는 거에요. 참고 문헌을 인용할 때 그게 적절하게 인용이 됐는지 저자랑 편집자가 다 일일이 확인을 번거롭게 한 후에 책으로 엮는다는 건데, 이건 진짜 책의 특징이 맞는 것 같아요. 이 책도 적지 않은 내용이 인용이 되어 있는데요. 인용하려면 진짜 하나하나 다 꼼꼼하게 대조해야 하잖아요. 이 책이 얘기하는 건 그렇게까지 검증하는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책이라는 꼴이 나온 것이다 라는 부분이었어요.

 

찬비: 저도 이 ‘굳이’라는 키워드가 되게 공감이 많이 됐어요.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도 기자님의 질문을 한 권의 책 분량으로 써낸 거잖아요. 하나의 질문을 집필 기간 내내 붙들고 있어야 하니까, 그렇게 골똘히 고민하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내용에서 차별성이 생긴다는 생각이 들어서, 책이라는 게 고농도의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들었어요.

 

ㅎㅇ: 그래서 책만큼 대단한 가성비를 지닌 매체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라는 말이 하는데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 누군가가 보이지 않는 수고를 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떠먹는 게 가장 쉬운 매체가 유튜브가 아니라 책이라고 주장하는 거죠. 

"책은 알고리즘의 대항이다"


ㅎㅇ: 이건 또 다른 이야기겠지만 종이책을 읽어야 하는 주된 이유로 하이퍼링크가 없어서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동의합니다. 아무래도 왔다 갔다 안 해도 되니까요. 전자책 단말기 같은 경우도 다른 웹 페이지로 갈 수 없게 되어 있으니까 좀 더 집중이 잘 되는 것 같기도 한데, 찬비님은 요즘 집중력 어떠세요?


찬비: 제가 최근에 좀 오래된 걸 구하게 되어서 다시금 이북 리더기에 빠져들었는데요. 아무래도 가볍고 간편하다보니 확실히 책을 더 많이 읽고 있는 것 같거든요. 책에서도 그런 내용이 있어요.


이를테면 새벽에 조용한 방에 앉아 단테의 ⟪신곡⟫을 찬찬히 베껴 가며 읽는데 갑자기 그 위로 노골적인 성인 만화 그림이 떠오른다든지, 노을 지는 고즈넉한 해변에 앉아 좋아하는 시집을 읽는데 ‘로또 20억 충격'같은 단어가 시야에 끼어드는 것을 상상해보라. (...) 맥락이 없는 불쾌한 정보를 일상적으로 불쑥불쑥 봐야 하는 상황은 아마도 유사 이래 처음이 아닐까.”(66쪽)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은 곧 알고리즘에 대항하는 것이다. 내가 플랫폼에 좌지우지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얘기를 하는 부분이 또 공감이 됐어요.


ㅎㅇ: 플랫폼의 정책 변화나 노출 방식에 따라 우리의 읽기 경험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이건 진짜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했어요. 책에서 예시로 들었던 게 네이버 메인이었는데요, 네이버 메인에 뉴스가 있을 땐 하나씩 다 클릭해보고 실시간 검색어도 보고 그랬잖아요. 우리가 그걸 각 잡고 읽는 게 아니더라도 어쨌든 텍스트를 계속 봤던 거죠.


그러다가 네이버 메인이 개편되어 첫 화면에서 뉴스가 사라지게 되니까, 저부터도 뉴스를 거의 안 보게 되더라고요. 뉴스를 검색해서 보는 일은 또 잘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뉴스레터도 알고리즘에 대항하는 매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책과 비슷하게 뉴스레터도 그런 위치를 가지고 있지 않나. 그래서 계속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찬비: 맞아요. 뉴스레터는 구독하는 액션과 받는 레터를 열어본다는 액션으로 간단하게 이루어져 있어서 지금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의 변화에서 자유롭죠. 알고리즘에 따라 노출 순서가 변하지도 않고요. 그런 면에선 책과 비슷하네요.


저는 지금의 이런 알고리즘이나 플랫폼 구조가 내가 굳이 ‘디깅’을 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것들을 계속해서 서빙을 해주는 구조기 때문에 디깅을 안 하게 만든다는 느낌이 들어요. 독자들이 어떤 질문에 집중하고 있으려면 다른 방해물이 적어야 하는데, 계속 서빙되는 것 때문에 이것도 재밌어 보이는데 하고 한눈에 팔게 되는 거죠.

위에서 이야기한 것에 첨언하자면 저는 구글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 점점 더 검색하는 게 어려워지고 있는 느낌이에요. '검색하지 말고 추천하는 것만 받아!' 하는 느낌이랄까요. 그렇기 때문에 알고리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면 저는 의식적으로 그 선택지를 고르려고 해요. 외부의 영향은 내가 원할 때 선택적으로만 받고, 그 외에는 온전히 내 생각을 키워나갈 수 있는 온실이었으면 좋겠다 싶어서요.


그런 점에서 확실히 뉴스레터와 책은 플랫폼이나 알고리즘 추천의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있다고 생각해요. 추천을 받더라도 바로 클릭해서 보기 시작할 수 있는 영상보다는 끝까지 읽기까지의 노력이 더 많이 들기도 하고, '구독'을 하고 그 콘텐츠를 계속 본다는 관점에서도 추천보단 나의 선택에 조금 더 가까운 느낌이에요. 작가가 ‘굳이' 책이라는 매체를 선택해 이야기하기로 결정한 것을 온전하게 받아보는 경험은 그런 점에서 더 귀중할 것 같고요.

🤓 독자로서 책을 ‘잘' 읽는 법

3부에서는 ‘도구로서의 책 읽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잘 읽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요. 책의 초반에는 글 쓰는 사람이 독자를 끝까지 붙들어두겠다는 절박함 없이 글을 쓴다고 꼬집지만, 읽는 사람 역시 무언가 목적을 얻기 위해 달려가는 것보다는 ‘해찰'이라는 키워드처럼 책 안에서 충분히 헤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 싶었어요.

"해찰하는 책 읽기"


찬비: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제서야 생각하게 됐는데, 뉴스레터 인스피아에서는 ‘해찰’을 메인 키워드로 가져가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전까지 사전으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못하고, 해찰이 ‘산책한다’ 같은 느낌인가? 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ㅎㅇ: 해찰은 산책이다?


찬비: 책에서도 실제로 이렇게 나와요.


내가 “해찰하는 책 읽기를 합시다”라고 하면 반응이 보통 둘로 나뉜다. 해찰이 무언가 훌륭한 의미를 가진 단어인가 보다 하고 뜻은 잘 모르지만 대충 수긍하는 쪽과 해찰이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니 별로 좋지 않은 뜻이더라, 다른 단어를 선정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제안하는 쪽이다.”(124쪽)


사전을 찾아봤더니 “일에는 마음을 두지 아니하고 쓸데없이 다른 짓을 함” 이더라고요. 이 단어를 레터의 메인 키워드로 가져와서 쓰신 게 저는 너무 의외였어요.


ㅎㅇ: ‘해찰하는 책 읽기를 합시다’ 라는 말을 만약에 내 친구가 나한테 한다고 하면 진짜 나는 어떻게 반응할까? 투자 대비 딱 결과가 나오는 일이 아니라는 의미잖아요. 근데 그걸 그걸 알고도 하기가 너무 힘든 것 같은.


찬비: 맞아요. 내가 무언가를 얻기 위해 이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여기에서 충분히 다른 생각도 하고 고민도 하고 해야 되는 여유가 있어야 된다는 거죠. 요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걸 어느 정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도 좀 들긴 했어요.


ㅎㅇ: 저도 해찰을 다룬 10장을 읽으면서, 찬비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내면에 충돌이 있는 사람들이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재미있게 읽은 책 중에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라고 일본의 칼럼리스트가 쓴 책이 있어요. 요즘 세대가 이렇게 콘텐츠를 감상한다 소비한다라는 것에 대한 분석인데, 내가 들인 시간은 반드시 나에게 뭘 돌려줘야 된다라는 거예요. 인간관계 뿐 아니라 내가 드라마 한 편을 보든 유튜브를 보든 반드시요.


예를 들면, 그게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거리를 나에게 남겨야 한다. 그렇지 않은 시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서 빨리 감기를 하는 거다라는 요지의 책이었는데요. 이게 김지원 기자님이 말하는 해찰의 가치와는 거의 정반대라고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책을 펼칠 땐 사실 우리가 책에서 바라는 것들이 있을 것이고, 그게 없으면 쉽게 실망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평소에 해둔 생각들이 있으면 책에서 의외의 만남을 하게 되고, 예상과 다르더라도 거기에도 그만큼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와닿더라고요. 그렇다면 기자님은 어떻게 책을 읽으실까 궁금했는데, 책 후반부에 기자님의 메모법도 함께 소개되어 열심히 메모했어요.

"읽는 사람으로서의 성실함"


ㅎㅇ: 이 책은 '읽기'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쓰기'와의 관계성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어요. 나는 계속 읽는 사람이다. 고로 계속 쓰는 사람이다, 이 내용이 많이 공감됐어요. 기계적인 ‘독후감과 감상문을 써야 된다’ 이런 게 아니라 많이 읽으면 많이 쓸 수밖에 없다라는 되게 단순한 진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찬비: 저도 인풋이 많아지면 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는 느낌이에요. 책에서 메모 이야기를 하면서 책 읽기 전에 썼던 메모랑 책 읽은 후에 썼던 메모의 촘촘함이 다르다고 하잖아요. 또 책 내용 중에 기억나는 게 책을 읽지 않으면 내 주변 사람들이랑만 대화하고 여기서 벗어날 수 없는데 책을 읽으면 엄청 뛰어난 이야기이랑도 계속 뭔가 대화를 나누면서 내 세계를 넓혀갈 수 있다, 고 하는 부분에 공감을 많이 했어요.


ㅎㅇ: 저도 거기서 이분 정말 애서가라고 생각했어요. 뛰어난 이야기꾼을 만나고 싶다라는 거잖아요. (웃음) 책 후반에 나오는 메모법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어떤 책을 읽기 전에 내가 기대하는 것과 지금 가지고 있는 질문들을 적고, 읽고 나서 메모를 적어서 그 두 개를 비교를 하는거에요. 시간이 얼마나 들겠어요? 이렇게 하면.


찬비: 한 권 읽을 때 이런 걸 하려면 정말 읽는 자로서도 굉장히 성실해야겠어요. 그리고 또 이 책에서는 내가 궁금한 것을 미리 고민해서 질문을 잘 벼려놓으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답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하잖아요. 책 사이를 걸어다니면서 도깨비씨앗이 붙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해요. 그러니 답을 찾으려면 내 질문을 미리 잘 벼려놓는 게 너무 중요한 거죠.


그런데 전 그게 잘 안 되는 거에요. 질문에 따라서 책에서 주는 참고 문헌 따라 읽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고요. 질문을 생각하고, 책 읽고 메모하면서 내 방식대로 소화하고, 그 뒤에 어떤 책 읽을지 선택하는 것까지 모든 단계가 중요한건데 아, 어렵다, 싶더라고요.


ㅎㅇ: 삶을 좀 성의 있게 살으라는 메시지로도 느껴졌어요. 하지만 이 책이 그런 태도를 강요하는게 아니라, 나는 그런 사람인데 너도 해보면 좋을걸? 정도라서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만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아요. 찬비님에게 공감이 많이 되지만요.

김지원 기자님의 책 메모법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인상 깊었던 부분을 가감없이 구체적으로 언어화하라'는 것이었어요.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을 내밀한 메모니까 그만큼 구체적으로 써두면 나중에 책뿐 아니라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요. 모든 책을 다 할 순 없겠지만, 나에게 중요한 책들은 꼭 메모를 해둬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어요.


여러분은 책을 어떻게 읽고 계신가요? 기자님의 생각에 조금이라도 설득이 되셨을까요? ‘책’에 대한 기자님의 철학이 꽉꽉 담겨있는 이 책을 읽고 든 생각들을 ㅎㅇ님과 함께 나눌 수 있어 좋았어요. 레터를 읽고 궁금하셨다면 두둠칫 스테이션에서 전체 내용을 들어보셔도 좋아요. 공감되는 내용, 혹은 이해가 되지 않은 내용이 있다면 피드백으로 공유해주세요. 🌸

햄튜브 | 당신을 채소의 매력에 빠져들게 할 요리! 대파수프와 느타리버섯 유린기🧅
에디터 <찬비>의 코멘트

주말에 진짜 맛있는 데에 다녀왔는데요, 바로 연남동의 제리코와인바입니다! 🤗 N년 전, 제리코바앤키친이라는 이름으로 연남동에 있을 때 갔다가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다시 오픈했다는 이야길 듣고 예약해 다녀왔어요. 바에서 요리하시는 걸 보면서 음식에 대한 설명도 듣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신선한 채소를 다양하게 먹을 수 있도록 구성해주신 게 좋더라고요. 요리책도 여러 권 내셨는데, 그중 ⟪채소 마스터 클래스⟫ 레시피를 볼 수 있는 영상이 있어 가져와봤어요. 이제 봄이니까 제철 채소로 맛있는 음식 해먹어도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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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후니 • 찬비 •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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