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계절의 담소

적당히 무르익은 안부

연말이 다가오면, 문득 ‘잘 지내고 있나?’ 안부를 묻고픈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곤 합니다. 서로 만나지 못하는 동안, 거리의 낙엽처럼 쌓여갔을 이야기들을 세어 볼 때면 시간이 흐르는 게 야속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러다가도 계절을 건너오며 적당히 무르익은 안부들을 발견하고선 마음이 가장자리부터 환해지는 것을 눈치 채곤 해요. 소중한 인연이 무사히 미래로 이어져 있길 바라며, 우리가 다시 만나 나누게 될 이야기들을 상상해봅니다.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AROUND》와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온 김승일 시인과 모빌스그룹의 이야기를 소개해 보려고 해요. 몇 계절 전 나눴던 대화들을 차근히 넘겨보며, 11월 1일 발행될 86호에선 '영상으로 전하는 사람들(Video Storyteller)'이란 주제와 함께 어떤 안부를 주고받았을지 그려보아요.

10.27. A Piece Of AROUND그때, 우리 주변 이야기

지난 계절의 담소

Ver.1 AROUND Vol.66 영화 Cine

(2019, July Issue)

〈잘 들고 있어요 김승일―시인 · 이랑―영화감독&뮤지션


Ver.2 AROUND Vol.78 소비하는 삶 Money And Pocket

(2021, July Issue)
〈정답 없는 모험가들 모빌스그룹


11.10. Another Story Here책 너머 이야기

책에 실리지 못한, 숨겨진 어라운드만의 이야기를 전해요.


11.24. What We Like취향을 나누는 마음

어라운드 사람들의 취향을 소개해요.

Ver.1

〈잘 들고 있어요〉

김승일―시인 · 이랑―영화감독&뮤지션

친한 친구 김승일과 이랑이 만나 시나리오를 쓰면 엉뚱한데 귀엽고, 웃긴데 계속 보고 싶은 게 나오지 않을까? 처음 생각은 그랬다. 마감 일에 딱 맞춰 도착한 시나리오를 읽고 나는 단 한마디로 감상을 정리 했다. “아, 재밌다….” 이건 영화든 동화든 하여튼 만들어져야 한다.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김연경

*기사에 언급된 시나리오 〈잘 들고 있어요〉는 하단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 〈잘 들고 있어요〉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갑작스레 요청한 작업이라 어려운 점이 많았죠? 

이랑(이하 ‘이랑’): 20일은 불가능한 기간이었어요. 

김승일(이하 ‘승일’): 기간이 짧았어요. 랑이가 많이 바빠요. 저는 안 바쁘지만.

 

제목은 어떻게 지었어요? 

승일: 이랑 노래 중에 ‘잘 듣고 있어요’라는 명곡이 있는데 제 가 다 쓰고 나서 ‘잘 들고 있어요~’ 하고 노랠 부르다가 그렇게 됐어요. 이랑 앨범에 수록된 건 아니고 3집에 수록될 노래예요.

 

작업 과정이 궁금해요. 시나리오는 음악이나 문학과는 달리 장소, 대사, 인물 등 구체적인 설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승일: 만나서 회의부터 했어요. 공책을 펼치고 이랑이 ‘뭘 할 까’라고 썼죠.

(공책을 가지고 오는 이랑)

이랑: 무슨 얘길 할까 하다가 완전히 처음부터 구상하기엔 시간이 촉박해서 전에 승일이랑 했던 이야기에서 출발하기로 했어요. 예전에 승일이가 동화로 만들고 싶다고 한 시가 있거든요. 

승일: 제 첫 시집 《에듀케이션》에 〈두꺼운 그림〉이라는 시가 수록돼 있는데요. 점점 더 두꺼워지는 그림과 이젤에서 그 그림이 고꾸라지는 내용이 나와요. 아주 옛날에 그 시를 두고 동화로 만들면 좋겠다고 둘이 얘기한 적이 있어요. 거기에 소말리아에 관한 사적인 비화를 덧붙인 거죠.

 

비화도 공개할 수 있나요? 

승일:  랑이 말버릇 중에, 누가 힘들다고 하면 “야! 소말리아 애들이 더 힘들어!”라고 하는 게 있거든요. 언젠가 제가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서 친구한테 뒷담화를 했는데, 이랑이 최근에 그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랑: 내가 어깨도 주물러주고 얼마나 잘해줬는데, 뒷담화를 해? 

승일: 그건 그거고, 소말리아 애들 얘길 한 건 또 그거지(웃음). 소말리아가 우리 세대에겐 되게 중요한 얘기였거든요. 우리 어릴 땐 학교에서 소말리아 기아에 관련된 영상을 자주 보여 줬어요. 

시나리오를 다 읽고 슬픈 기분이 들었어요. 승일은 이랑을 소말리아에 보내고 싶지 않아서 그림을 그린 건데 결국 그림 때문에 만나지 못하게 되잖아요. 이거, 새드엔딩인가요? 

이랑: 새드와 해피가 다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네 인생인 거죠. 랑이는 가고 싶던 소말리아에 갔으니 행복할 테고, 할아버지도 하고 싶은 그림을 그렸으니 행복했을 거예요. 

승일: 전 이 결말을 보고 배우 김혜자를 생각했어요. 그분이 어느 인터뷰에서 ‘저도 나이가 들어서 이제 곧 죽는단 걸 아니까, 행복해요.’라고 한 걸 봤는데 할아버지는 그 마음을 알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할아버지도 이제 나이가 들었으니 너무 욕심내면 안 된단 걸 안 거죠. 이랑이랑 헤어질 때 가 된 거잖아요. 떠나보낼 땐 떠나보낼 줄 알아야 해요. 

이랑: 떠나보내기 싫다고 하면서도 결국은 떠나보낸 거죠.

승일: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영화 〈러브레터〉(1995) 생각도 났어요. ‘잘 들고 있어요’가 ‘오겡끼데스까’인 거죠(웃음).

 

새드엔딩 어떻게 생각해요? 

승일: 나이 들수록 사람들이 새드앤딩을 못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가벼운 것만 찾게 되고. 

이랑: 저는 요즘 집에 가면 넷플릭스를 보는데,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가 않아서 마블 시리즈만 봐요. 

승일: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땐 슬픈 걸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랑: 특히 예술영화요. 넷플릭스 추천 영화로 〈아들의 방〉(2001)이 종종 뜨는데 저는 못 보겠더라고요. 

승일: 약간 슬퍼도 동물이 나오면 좀 괜찮거든요. 그래서 이 시나리오에도 동물을 넣은 거예요. 

이랑: 그래도 동물이 나오는 영화는 찍으면 안 돼. 

승일: 그러니까 이건 인형으로 해야지. 

이랑: 애니메이션으로 해야 해. 

승일: 오, 애니메이션이 좋은 것 같아. 미야자키 하야오가 나오잖아, 디즈니도. 

이랑: 맞아 맞아(웃음).

모빌스그룹과 대화를 나누고 집에 가는 길엔 노동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나는 일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일과 내 인생은 얼마나 가까운지. 재미있고 유쾌하게 일하는 문화를 만드는 모빌스그룹은 주체적으로 일하기 위해 노동에 끝없는 실험을 한다. “스몰 워크, 빅 머니!”를 외치면서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주체적으로 일하기 위해 내 안의 재미와 능력을 샅샅 찾아내는 사람들. 문득 세상에 없는 지도를 들고 나아가는 이들의 여정에 사뿐 뒤따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나도 내 일을 사랑한다고, 내 일과 인생도 나란하다고 외쳐보면서.


에디터 이주연 포토그래퍼 Hae Ran

모티비에서 모춘 님이 “이름보다도 어떤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어요. 아무리 어려운 이름이어도 일을 잘하면 사람들이 불러 준다는 게 요지였는데요. 모빌스그룹이란 이름으로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알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 일만큼은 자신 있다 싶던 게 뭐예요?

소호: 회사에 소속돼 있을 때도 칭찬을 많이 듣는 편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정리였거든요. 그때만 해도 제가 정리를 잘한다는 게 그렇게까지 와닿지는 않았어요. 근데 모티비로 영상 편집을 시작하면서 정리 기술이 편집에 도움이 많이 된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제가 정리를 잘한다는 것도 깨닫게 됐죠. 정리 잘하는 걸 알고 편집을 시작한 게 아니라 편집을 하면서 정리를 잘한단 걸 알게 됐어요. 

모춘: 저는 디자인이나 그림을 오랜 시간 해왔기 때문에 잘한다고 하긴 좀 그렇고… 제 진짜 재능은 협업에 있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말하는 협업은 기업과 기업 간의 일일 수도 있고, 사용자와 생산자의 일일 수도 있고, 동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일 수도 있어요. 제가 잘하는 협업은 상대방의 멱살을 잡고 ‘야, 저쪽으로 가.’ 하고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여기 빵꾸가 났는데 어떡해?’ 하면서 제가 못하는 부분을 협업으로 메울 수 있도록 서로의 장점을 찾아가는 거예요. 저는 이런 시너지가 사용자와 생산자 사이에서도 가능할 거라 생각했어요. (중략)


서로의 장점이 단점을 보완해 주고 있네요. 세 분이 모여 진짜 잘할 수 있겠다 싶던 건 뭐였어요?

소호: 누브랜딩 시리즈로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대오가 들어오고 함께 꾸린 첫 프로젝트가 누브랜딩이거든요. 누브랜딩은 우리가 일하는 법의 정수를 담은 브랜딩 방식이에요. 대오는 모빌스그룹을 브랜딩해서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정의하고, 우리의 개성과 성격을 보여줘야 한다고 이야기했어요. 저희는 외주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데요. 누브랜딩을 하기 전까지의 외주 작업은 우리 장점을 살리기보다는 사실 생계를 해결하는 수단에 가까웠어요. 그런데 대오가 합류하면서부터 외주 작업에도 우리의 장점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파트너 워크의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는 움직임이 시작됐죠.

모춘: 대오가 모빌스그룹에 합류하고 유튜브에 소개 영상을 올렸는데, 그 영상에서 대오를 ‘망상가’라고 표현해요. 망상가적 기질은 우리 멤버들이 전부 가지고 있는 부분이에요. 호기심이 많고, 사람과 일을 좋아하는 기질이죠. 그래서 우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늘 궁금해해요. 경험의 폭을 넓히고 싶어서 돈이 많은 기업이나 일을 진짜 잘하는 브랜드랑 도 협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근데 그 당시 우린 지금보다 훨씬 더 무명이라 그럴 수가 없었어요. 설득이 잘 안된 거죠. 그래서 우리가 진짜 잘하는 걸 보여줘야겠다 싶어서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우리의 플로우를 누브랜딩으로 보여주게 된 거죠. 오뚜기와 롯데월드라는 큰 브랜드와의 협업은 누브랜딩으로부터 시작된 일이에요.

대오: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게 되면 그 일은 결과적으로 회사가 가져가게 돼요. 우리는 그런 당연한 틀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일하고 싶었어요. 저희는 그걸 ‘실험’이라고 표현하는데요. 그 이면엔 그런 게 있어요. 기존의 틀에 대한 반박? 틀을 벗어나 우리만의 방식으로 뭔가 해보고 싶었던 거죠. 모춘은 쭉 끌고 나갈 힘이 있고, 소호는 힘있게 뻗치는 맥락을 잘 잡고, 저는 뒤에서 밀어주는 체력이 있기 때문에 시너지가 났어요. 주류에서 벗어나 움직인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아요. 생각만 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거든요. 꿰뚫어 보고 밀고 나가는 힘이 반드시 필요한데, 우린 그 밸런스가 좋았어요.

계속해서 일을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좋아하는 걸 직업 삼아 일이 좋아지는 경우랑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일 자체를 좋아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소호: 일이 싫다는 것도 결국엔 좋아하는 범주 안에 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싫은 점이 분명히 있잖아요. 근데 그걸 다 아울러서 좋아한다고 하는 거니까요. 마찬가지로 일도 좋은 면만 있을 수는 없다고 봐요. 하기 싫은 점까지도 더불어 좋아하는 거, 그런 개념으로 일을 좋아하고 있는 거예요.

모춘: 일을 좋아한다는 마음은 마약이에요. 나를 갉아먹는 것 같아요. 내 건강을 포기하면서까지 달성하고 싶어질 땐 좀 아찔하기도 해요.

대오: 일과 물아일체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 같아요. 너무 좋아서 집중할 수밖에 없는 거죠. 살면서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하겠지만, 물아일체만큼 좋은 경험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 중 하나가 일이고, 그걸로 돈을 벌면 더욱더 좋은 거죠.


어떻게 보면 모빌스그룹이 말하는 일은 대중이 생각하는 노동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스스로 비주류에 속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했고요. 모빌스그룹이 말하는 주류와 비주류엔 어떤 기준을 두고 있어요?

소호: 으레 생각하는 거, 사회 통념에 반하는 게 비주류라고 봐요. ‘대기업은 당연히 안정적이다.’라고 생각하는 그런 거요. 처음 모베러웍스라는 브랜드를 만들 때도 그럴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에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왜 브랜드는 한결같이 멋있어야 하는 걸까요? 브랜드는 그 이면의 거친 과정을 보여주면 안 되는 건가, 싶더라고요. 이렇게 청개구리처럼 질문하는 게 비주류 관점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우리여서 모빌스그룹을 비주류라고 정의한 거고요. 그런데도 우리가 주류로 가고 싶다고 하는 건, 사회적인 지표랑 관련이 되는 것 같아요.

모춘: 이것도 이중적인 모습이고요.

소호: 맞아요. 우리는 사회적 통념을 거스르고 싶어 하면서도 베스트셀러에는 욕심을 내잖아요. 비주류의 방식으로 결국엔 주류 시장에 서고 싶은 거죠. 사실 처음에 《프리워커스》 표지에 저희 마스코트 ‘모조Mojo’를 쓰는 걸 출판사에서 반대했어요. 사람들은 이 새가 뭔지 모른다는 거죠. 근데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노동자의 상징은 모조가 아니면 안 되었어요. 비주류의 방식을 고집해서 주류 시장에서 먹혔다는 거, 그게 저희에겐 가능성을 본 일례였어요.

곧 발행될 86호에서는 모빌스그룹이 꿈꾸고 있는 ‘극장 프로젝트’의 밑그림을 슬쩍 들여다보았습니다. 어느날, 별안간 ‘극장주가 되고 싶다!’며 깜짝 선언을 한 모빌스그룹. 그들이 툭 던진 말 한마디에 파문이 일듯 또 다른 아이디어들이 생겨나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구옥 하나가 무너졌다 새로운 공간이 되고 맙니다. “모베러웍스의 다음 시즌이야!” 묘한 기대와 설렘이 묻어있는 모춘의 말을 들으며, 그들이 영화 신에 불러일으킬 새로운 물결이 궁금해지고야 말았습니다. 뭐가 되었든지 간에 이제껏 본 적 없던, 발칙하고도 신선한 극장이 탄생할 테죠. 그들의 상상은 늘 근사한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으니까요. “무사히 오픈하면 꼭 초대할게요. 같이 영화 봐요!” 인터뷰 말미에 그들이 전한 말처럼 가까운 미래에 꼭 다시 만나 인사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그들이 선사하는 경험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고, 엔딩 크레디트 이후 ‘영화 잘 봤다!’며 담소를 나눌 수 있기를요.

우리의 가을을 만드는 취향들

지난 뉴스레터에서는 어라운드 사람들의 가을 취향 이야기를 전했어요. 짙은 낙엽 향이 배어있던 독자분들의 답장을 읽으며 문득 깨달았어요. 누군가의 계절은 그 사람이 입고, 먹고, 듣는 것을 따라 점점 깊어져 간단 사실을요. 짧은 한 시절 동안 독자분들은 무엇을 보고, 들으며 계절의 풍경을 기록해두었을까요?

춤추는 바람
안너 빌스마 [Vivaldi : Sonatas for Violoncello]

의료 분야 번역일을 하며, SNS에 글을 쓰는 춤추는 바람입니다. 제가 일 년 중 가장 좋아하는 달은 11월이에요. 그래서인지, 10월은 제게 11월을 잘 보내기 위한 전야제처럼 여겨져요. 하루가 다르게 계절이 깊어져 가는 것을 온전히 감각하고 싶어, 이 시기에만 반복하는 일들이 생겼어요. 색이 고운 니트와 가디건을 챙기고, 침실의 이불 커버를 바꾸고 거실 바닥엔 러그를 깔아두죠. 직업 상 책상에 앉아 문서 작업을 해야 하므로 노랫말이 있는 음악보단 클래식 음악을 배경음으로 틀어두는데요. 요즘 유독 자주 찾게 되는 음반이 있어요. 안너 빌스마의 [Vivaldi : Sonatas for Violoncello]. 묵직한 첼로의 울림은 가을과 무척이나 잘 어울려요. 무겁게 흐르는 선율이 찬 공기를 어루만질 때, 온기를 느끼곤 해요. 수없이 반복해 듣다 보면, 겨울이 찾아오겠죠?

Jee
모리 준이치 〈리틀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2014)

안녕하세요. 8월부터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고 풍요로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는 Jee라고 합니다. 예로부터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가을을 떠올리면 이 시기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자연스레 연상되곤 해요. 〈리틀 포레스트 : 여름과 가을〉 편에는 먹음직스러운 가을 요리들이 등장하는데요. 특히나 '밤 조림'이 제일 인상적이에요. 극 중 배경인 작은 시골 마을 코모리의 인기 메뉴이기도 한 밤 조림은 가을의 색을 담고 있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어요. 근데, 그거 아세요? 사실 밤 조림은 2-3개월 정도 숙성해두었다 먹어야 더욱 맛있다고 해요. 가을 보단 겨울 간식에 가까운 것 같지만, 어쩐지 제겐 가을의 한 장면을 음식으로 만들어 간직해 둔 것 같았달까요. 자연에서 얻은 식재료로 요리하고 잘 차려 먹는 것을 보며, 그 또한 가을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란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11월 첫날 발행될 《AROUND》 86호의 주제는 '영상으로 전하는 사람들(Video Storyteller)'입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연필을 쥐고 백지 앞에 앉을 때, 또 다른 이는 캠코더와 카메라를 들고선 타인의 앞에 서서 녹화 버튼을 누릅니다. 정다운, 손수현, 몬구X유승연, 이연. 영상이란 언어를 통해 세상에 이야기를 건네는 이들의 시선을 담아보았어요. 그들은 프레임 너머에서 무엇을 발견했을까요? 

가을이 점점 기울어 가고 있어요. 지난 계절 동안, 어라운드는 다가올 추운 날들을 버티게 만들어 줄 든든하고 따스한 이야기들을 다람쥐가 도토리 모으듯 수집했어요. 어라운드 다음 뉴스레터는 ‘Another Story Here’ 콘텐츠와 함께 책에 실리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고 돌아올게요. 이번 뉴스레터를 읽은 뒤, 다음 호에 실린 이야기들이 궁금해졌다면 11월 첫날 발행될 《AROUND》 86호를 확인해 주세요. 우리가 발견한 이야기들이 매서운 계절을 지나며 야금야금 꺼내 볼만한 다정한 안부가 되었으면 해요. 그럼, 다다음 주 목요일 아침 8시에 만나요!

'영상으로 전하는 사람들(Video Storyteller)’를 주제로 한 《AROUND》 86호가 궁금한가요? 책 뒤에 숨겨진 콘텐츠가 궁금하다면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세요. 이미 지난 뉴스레터 내용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실 수 있답니다. 어라운드 뉴스레터는 격주로 목요일 오전 8시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출근길, 평범한 아침 시간을 어라운드가 건네는 시선으로 채워 주세요.

어라운드의 시선이 담긴 콘텐츠를 손안에 놓고 살펴보면 어떨까요?
온라인 이용권을 구독하여 ‘AROUND Club’ 회원이 되어주세요.
• 어라운드가 건네는 인사이트 간편 기록
• 오래 기억하고 싶은 기사 스크랩
• 지면에 실리지 않은 비하인드 컷 감상
• 지난 뉴스레터 콘텐츠 모아보기
• 커피 한 잔 가격으로 모든 콘텐츠 감상

어라운드 뉴스레터는 책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나누어 당신의 일상이 풍요로워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어지는 독자와의 대화를 기대하며 답장을 기다립니다.

당신의 주변 이야기는 어떤 모습인가요?


©2022 AROUND magazine. All rights reserved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