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은 봄이니까요

당신에게 보내는 반짝거리는 문장들

들어가면서
비가 오는 날이지만 꽃이 펴 있으니 마음이 설렙니다. 전 이런 계절에는 어떻게든 일부러 걷습니다. 어떻게하면 더 걸을지 궁리하는 요즘, 산책을 다룬 문장을 가져왔습니다.
첫 번째 문장
빈틈을 주기 위해서
산책의 쓸모를 생각하고 걷는 사람을 '산책자' 라고 부르는 건 내키지 않는다. 산책의 결과로써 쓸모가 발생 하는 게 사실이라도 말이다. (...) 산책 혹은 소요의 가치는 쓸모를 기대하지 않아서 귀해지는 쪽이다.

산책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일상사 가운데 어떤 빈틈을, 나로선 도저히 이름 붙일 수 없는 우리의 순수한 사랑 같은 것에 도 달할 수 있게 해줄 그 빈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 을 말한다. 결국 산책이란 우리가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우리로 하여금 발견하게 해주는 수단이 아닐까?
산책하는 걸 좋아해서, 산책에 관한 문장을 봤다 하면 적어두곤 합니다. 사실을 실토하자면, 책을 보진 않았지만 다른 분들이 소개해준 구절이 좋아서 적어두었던 문구입니다. 문장을 읽었을때 산책은 비우기 위해서인가, 라고 깨달아 더 설렜나 봅니다.
제가  버스에서 내려 곧바로 출근하지 않고 부러 건물 한 바퀴를 돌거나, 가만히 집으로 가는 대신 딴길로 새는 이유는 제 일상에서 빈틈을 만들고 싶어서인가봐요.  시간이 된다면 짧은 산책 말고 한정원 저자가 말한 "소요"를 해봐야겠어요. 그러다보면 내가 몰랐던 것도 발견할 수 있을까요.
두 번째 문장
같이 걷고 싶어서
산책이라는 것은 생활의 짬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인이나 연인과 하는 산책은, 장소를 정하고 약속을 하고 만나서 나서는 것이기에, 데이트나 여행은 되지만 산책은 되지 않습니다. 거기엔 생활이 없으니까요. (...) 빈사상태의 연로한 작가가 어디 한 군데 아픈 곳이 없고, 둘이 동네를 걸을 수만 있다면, 그것 말고 더 바랄 것이 없다'라고 한 것은, 모든 것을 다 털어낸 최후의 산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두 사람 모두 여러 이유로 지금처럼 걷지 못하는 날이 오겠죠?
그 날까지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어디든 좀 더 많이 걸어 다니고 싶습니다.
노부부가 손을 꼭 잡고 산책하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합니다. 위의 문장에서 나오는 상황은 결혼에 대한 이점을 다루고 있지만, 일부러 그 문장은 들어냈습니다. 함께 산책하는 삶은 꼭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할까 싶었거든요. 
벚꽃이 피는 계절에 생각나는 페이지가 있습니다. 좋아서 하는 결혼식인데요, 우연히 발견한 뒤 포스팅을 기다렸고, 업로드가 끝난 뒤에도 봄이 올때마다 생각나서 들어가는 페이지입니다.
2014년 봄,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기보단 자신들이 좋아했던 도시였던 교토에 가서 한 달간 살기로 결심합니다. 벚꽃이 피는 계절, 그들은 이 계절을 아주 많이 산책을 합니다. 그리고 페이지에 자신들의 생활을 포스팅해주셨죠. 다행히 아직 페이지를 유지해주고 계셔서 가끔 포스팅을 읽어보곤 합니다. 두 분은 어디선가 함께 산책하면서 벚꽃을 바라보고 계실까요? 잘 지내고 계실지, 안부가 궁금해집니다.
세 번째 문장
슬프고 힘들때 머리를 비우고 싶어서
힘들 때 산책하는 일은 나의 오랜 습관이다. 걸으면 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보면 잘 잊어버리곤 했다. 늘 그래왔듯 슬픔을 붙들고 걷다가 '그래, 어른이 슬프게 걸을 때도 있는 거지' 하는 목소리를 듣고  뒤로는 전보다   잊  있게 되었다.
제목에 꽂혀 읽었고, 이전 호에도 소개했던 책입니다. 아마도 책 초입에 나왔던 구절로 기억해요. 왜 "슬프게 걸을때도 있는 거지"가 제목인지를 설명해주는 부분이 인상깊었거든요.
사실 부정적인 감정은 쉽게 떨쳐지지 않는데 이를 "슬픔을 붙들고 걷는다"라고 표현해준 저자의 표현에 반했습니다. 이 외에도 이전 호에 소개한 모과 이야기도, 할머니와의 산책을 그리는 순간도, 강아지와 발걸음을 맞추는 순간 등 산책에 대한 다양한 일화가 나와있으니, 한 번 읽어보길 (두번째로) 추천드립니다.
네 번째 문장
제철 산책이 가져다주는 재미
 벚꽃이 제철일 산책을, 테라스가 제철일 낮맥을 
마지막으로 편지에 종종 소개한 김신지 작가님의 구절 또한 살포시 영업해봅니다. 딱 이번주를 위한 문장 같아요. 작가님 인스타에 들어가면 동네 꽃사진을 자주 올려주시는데, 이번주 주말버전은 올려주셨을까 기대됩니다. 작가님이 기록해주시는 사계절 사진은 정말 좋은데, 봄 사진이 정말 설레거든요.
문장술사
3월 모의고사를 끝낸 독자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기숙사 생활 중인 고3(...)입니다. 오늘(3월 25일) 3월 모의고사를 봤는데요, 완전 망했어요ㅠㅠ 수능 점수는 3월 모의고사 점수보다 더 떨어진다고 하는데, 3월 모의고사부터 망했으니 좌절감만 한가득이에요...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겠죠? 공부하다가 힘들 때마다, 문제가 잘 안 풀려서 현타가 올 때마다 읽으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문장을 추천해주세요!!!
하지만 점차적으로 작은 변화를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올리면 인생의 저울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각각의 성공은 저울의 긍정적인 접시에 모래알 하나 더하는 것과 같지만, 서서히 우리에게 좋은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결국은 각자의 인생의 모습이 있는 것이고 누가 먼저 가느냐, 빨리 가느냐에 몰두하기보다는 자신의 길을 차분히 꾸준히 가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문득 10년도 더 전에 고3 모의고사 결과에 충격받았던 때가 생각나네요. 아직도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때 불안이 사무쳤는지 아직도 시험보는 꿈을 가끔 꿉니다. 고3 나이보다 두배는 더 산 제 배우자도 며칠전에 비슷한 꿈을 꾸었다네요. 그러고보면 시험 스트레스는 평생 가나봅니다.
우선 수능 성적표를 받을 때까지 정말 끝난게 아니잖아요. 사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지면 좋겠다, 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 번째 문장은 습관에 관한 이야기고, 두 번째 문장은 다른 시험(5급공무원 시험)이에요. 상황이 좀 다르죠. 그렇지만 독자님에게 좋은 일을 조금씩 하다보면 어제보다 더 성장한다고, 그러니 차분하게 꾸준히 가길 바란다는 말을 들려주고 싶었어요.
설령 중간에 걸어가는 순간이 있더라도 이 마라톤을 완주하실 수 있길 바랍니다. 응원곡으로 SES의 달리기(고3때 자주 들었답니다)도 전해드려요.
독자 후기
이전호 피드백 중 게재를 허락해주신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후기를 남기고 싶으면 피드백에 남겨주세요.
이번호 피드백이 많아서, 기쁜 마음으로 소개합니다.
이번 #53 레터가 제 첫 편지네요. 사실 문장줍기에 대해서 잘 모르고 아무 목적 없이 핸드폰만 들락날락 하는 제 삶을 변화시키고자 구독하게 된 뉴스레터예요.(오늘의 문장술사 사연과 같아서 놀랐어요!)
제 첫 감상은 정말로... '최고'입니다! 오늘 레터는 한 문장 한 문장 전부 마음에 와닿는 것 투성이에요. 저도 무언가를 좋아하는 즐거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고, 누군가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말할 때 피어오르는 에너지를 정말로 사랑합니다! ㅎㅎ
정말로 신통방통한 레터인 것 같아요 ㅎㅎ 오늘 마침 사적인 서점에 다녀와 첫 번째 문장이 담긴 '좋아하는 마음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라는 책을 눈으로 쑥 훑어보고 왔거든요! 물론 저는 다른 책을 구매했지만요...ㅎㅎ 잠깐 훑어보고 왔을 땐 방탄소년단을 좋아하지 않는 제가 읽기엔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내려놓았었는데 저자가 좋아했던 모든 것에 대한 고백편지로도 읽혀진다니 흥미가 생기네요. 담에 한 번 더 다녀와야겠어요. 들려주시는 문장이 담긴 책이나 이야기를 하이퍼링크로 달아주시는 거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좋은 문장을 본 후 바로 책 정보를 확인해보고 싶을 때가 대다수인데 링크로 달아주셔서 따로 검색하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오늘 레터는 한 문장 한 문장 전부 마음에 와닿는 것 투성이에요. 저도 무언가를 좋아하는 즐거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고, 누군가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말할 때 피어오르는 에너지를 정말로 사랑합니다 ㅎㅎ 지친 하루의 끝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저는 소심한 관심종자라 좋은 피드백을 보면 마음속에 품고 다닌답니다. 53호의 첫 번째 피드백이라 마음이 더 즐거웠어요. 첫 편지로 인해 “하루의 끝이 행복해졌다”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첫 편지가 이리 좋았다고 하시니 살짝 부담되지만.. 좋았던 감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문장 골라봐야겠어요.
좋아하는게 많으신 분이라니 어떤 것을 좋아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시간이 되실때 자랑해주세요. :) 저도 독자님의 반짝이는 에너지를 보면 행복해질 것 같아요. 원래 사람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가까워지잖아요.
사적인 서점 다녀오셨군요! 저도 다녀오고 싶었는데, 저의 동선과 겹치지 않아 아직 못 가보았습니다. 방탄 이야기뿐 아니라 책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덕질을 해본 사람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책이라 살포시 추천드립니다. 전작이었던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도 즐겁게 읽었는데 그 느낌이 서점에 어떻게 구현되어있을지 궁금합니다.
출처를 소중히 여기는게 문장줍기의 전통인데요, 앞으로 성공해서(?) 문장줍기때문에 책이 역주행하는.. 그런 야심을 가져봅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들 덕후들은 대상이 달라도 느끼는 감정이 비슷한가봐요ㅎㅎ
맞아요, 설령 대상이 달라 공감할 수 없더라도 무언가를 "좋아하는"마음만은 비슷한 에너지를 갖나봐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얀님 힘든 월요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지쳤는데 뉴스레터를 보고 좋아하는 마음들이 담긴 따뜻한 문장들을 읽으며 마음이 몽글몽글해졌어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제대로 못 봤는데 오늘 햇빛도 따스하고 하늘도 푸르른 날이네요!!! 문장줍기 뉴스레터로 보이지 않았던 부분이 이렇게 보일 때 기분이 참 좋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저는 크리스마스를 정말 정말 정말 좋아해요. "얼만큼 좋아해?" 라고 물으면 "내 생일보다 백 배 더 !" 라고 말합니다. 생일은 나 혼자만의 기쁜 날이지만 크리스마스는 전 세계 모두가 다!!!! 똑같이 행복한 날이거든요. 누구나 그냥 그 날이어서 행복해지고, 웃음이 지어지고, 마음에 순수함이 가득 차지는 날이 크리스마스말고 또 없는 것 같아요. 특히 찬 바람이 살랑 살랑 불기 시작하면 듣는 캐롤이 정말 좋아요!!! 10월 코트를 꺼낼 즈음에 듣는 캐롤은 서서히 추워지는 계절을 낭만적으로 만들어준답니다 크리스마스 때 듣는 캐롤보다 더 좋은 가을에 듣는 캐롤로 다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맞이하면 좋겠어요.
독자님, 이 피드백 읽으면서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10월즈음부터 캐롤을 듣는게 독자님의 의식이군요. 혹시 어떤 캐롤 좋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작년에 캐롤 메들리 악보 영상을 발견해서, 혼자 리코더로 불었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면 친구에게 사진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친구가 몇 년째 트리 사진을 모아 포스팅하는게 취미거든요. 구경하다보니 덩달아 특이한 트리를 경쟁적으로 제보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캐롤도 트리도 그닥 눈에 띄지 않아 아쉽네요.
안녕하세요. 이번호 문장술사 사연자입니다. 제 사연에 대한 답변이 이메일로 온다고 생각하니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메일을 열었어요. 너무 기분 좋은거 있죠!? 정말 너무 큰 위로가 되었어요. 특히, 외로워서인가, 불안해서인가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해보는 조언이 정말 좋았습니다. 생각해보니 불안과 외로움이 복합되어있는 경우도 꽤 많은 것 같아서 일단 인지하는 것부터 찬찬히 해보려고 합니다. 그나저나 스크린타임이 16시간이나 찍히셨다니!! 사실 소얀님은 글을 엄청 많이 읽으셔서 그런 고민이 없으실 것 같았는데, 역시나 현대인의 고민은 다 비슷한가봐요. 소얀님 감사해요.
저번 문장술사에 대한 피드백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번주도 스크린타임이 더더 늘었어요. 생활에 변화가 생겼는데, 그때문에 집에 돌아오면 체력이 방전되서 더 그런가봐요. 저는 에너지가 없고 심심하면 보통 더 핸드폰을 더 많이 보거든요. 그 중 에너지가 정말 바닥이면 생전 안 보던 특이한 영상만 골라보거든요 조금 힘이 나면 이런저런 글들을 읽기 시작하고요. 제가 주워온 문장들은 인터넷에서 처음 발견할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책에 쭉 몰입하는 느낌이 그립습니다. 오늘은 꼭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펼칠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감 후기
  • 지난주에는 미세먼지가 심했지만 꽃이 예뻐서 사진을 참 많이 찍었습니다. 벚꽃이 팝콘같아서 참 예뻤습니다. 사실 주말엔 거의 집에만 있느라 꽃을 못 봤는데, 집앞에 활짝 피었더라구요. 내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벚꽃 사진 찍고 가야겠습니다.
  • 이전에 제 뉴스레터를 거래처 분에게 추천받았다는(!) 말을 들었을때 놀란 적이 있었는데, 지난주 사내에 어떤 분이 제 뉴스레터를 추천해주신 걸 보고 신이 났습니다. 어떻게 알게 되셨건, 새로오신 분들도, 오래 머물러주시는 분들께도 이 편지를 읽는 순간이 의미있길 바랍니다.
이번 문장줍기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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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TENCE PIC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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