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보이 슬립스> (감독 앤소니 심)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59 〈라이스보이 슬립스〉
5월 24일 오늘의 큐 💡   
Q. 밥보다 잠? 잠보다 밥? 🍚😴
우리는 자라며 한 번쯤은 이런 얘길 듣곤 하죠. "아무리 졸려도 밥은 먹고 자라!"👵 하지만 저절로 감기는 눈과 풀리는 두 다리 앞에서 꼬르륵거리는 배는 늘 뒤편으로 밀려나기 마련입니다. 푹 자고 일어나 먹던 밥이 얼마나 달고 맛있던지, 일요일의 첫 식사로 느지막이 일어나 먹는 집밥의 맛은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던 맛이었죠! 인디즈 큐 구독자 여러분께도 그때의 집밥은 그리운 무언가로 많이들 남아있을 텐데요. 🍚🍲

하지만 〈라이스보이 슬립스〉의 주인공 '동현'에게 쌀이 가득 담긴 점심 도시락은 오히려 고역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와 함께 떠난 캐나다에서 새로 시작하는 삶은 이름부터 친구, 학교까지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선 것들 뿐이었지요. '동현'은 점심 도시락으로 그 맛있는 김밥, 불고기, 오므라이스까지 다 마다하는데요,🍽️🍗🍳 그 도시락에 한국에 대한 엄마의 그리움이 몽땅 담긴 것은 조금도 모른 채 낯선 곳에서의 적응을 이어갑니다. 

함께 같은 을 먹고, 같은 을 자고,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꿈을 꾸는 동안에는 낯선 곳에서 적응하고 있더라도 서로 기대며 '잘 먹고, 잘 잘 수'있을 것 같아요. 마치 큰일을 겪었어도 쉽게 울지 않고 어렵게 참지 않으며 할 말하고 굳세게 걸어왔던 엄마 '소영'과 아들 '동현'처럼 말이죠.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영화의 매력, 오늘은 〈라이스보이 슬립스〉에 대해 인디즈가 남긴 글을 읽고 님도 님만의 오롯한 삶의 방식과 그 삶을 함께 기대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 

따스한 집의 기억을 향해, 출처를 찾아 떠나는 이들

〈라이스보이 슬립스〉

 

기댈 곳 하나 없는 고아는 호적에 올릴 수 없는 아들을 안고 머나먼 타국으로 떠난다. 영화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기구해 보이는 소영의 인생사를 내레이션으로 읊으며 시작한다. 광활한 대지와 산 사이로 보이는 그의 몸집은 너무나도 작아 보인다. 앞으로 소영이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예견하는 것처럼.

 

캐나다계 한국인인 앤소니 심 감독의 자전적 얘기를 담았다고 알려진 이 영화는 소영과 동현 모자의 캐나다 이민기를 그려낸다. 이민자와 입양아가 겪는 디아스포라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것은 그보다 보편적인 감정이다. 사회의 주류가 될 수 없는 사람들이 겪는 안정과 편안함에 대한 그리움을 찬찬히 되짚어 나가고 있다.


(중략)


이상한 것으로 생각되도록 사회에서 학습한 자신의 이름, 음식, 언어 그리고 문화의 출처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동현에게 한국은 낯설기만 하다. 캐나다인도 한국인도 될 수 없는 문화적, 인종적 이질감을 품은 라이스보이. 그 어느 곳도 집이라 느끼지 못한다지만 내가 속할 곳이 있다는 믿음과 함께 얼마나 많은 이민자들은 마음속에 라이스 보이를 품어왔을까. ‘집’을 향한 여정은 그렇게 계속된다.


인디즈 이수영

〈라이스보이 슬립스〉

감독 앤소니 심|117|극영화|15세관람가


“집에 가자” 

1990년 모든 게 낯선 캐나다에서 서로가 유일한 가족이었던 엄마 '소영'과 아들 '동현'의 잊지 못할 시간을 담은, 문득 집이 그리워질 따스한 이야기

빙글하던 입술 핑글대던 눈빛*

앤소니 심의 〈라이스보이 슬립스〉와 이현경의 〈사라〉

  

이름에는 유독 살가운 부여를 하게 된다. 나의 경우 동명의 인물이 반갑고, ‘ㅐ’임을 새로 숙지시켜야 하는 곳은 피로하다. ‘ㅖ’로 기입한 실수가 미웠으며, ‘해’의 본뜻에 놀림과 유추를 들으며 컸다. 단번에 받아 쓰이지 못했기에, 완벽히 외울 시기만 기다렸다. 짝꿍이 뜸도 없이 속기할 타이밍을. 그래서 내게 바른 호명은 당류와 다름없다. 〈라이스보이 슬립스〉와 〈사라〉는 작명의 여러 수행을 기민히 알고, 말하고 있다. 그게 얼마나 큰 괴력인지 말이다.

 

캐나다로 이주한 소영은, 학교에서 동현의 이름을 교체시키란 권고를 듣는다. 이곳의 규격에 다 맞춰야 적응이 완수될 거라는 부당한 가정이다. 대표 예시였던 데이비드로 결정된다. 구획이 늘어도 학교는 인종 차별을 염려하지 않는다. 동현의 당위는 번번이 거절당한다. 동현의 자체가 기피될수록, 정면에서 오는 이름은 커다란 일을 발휘한다. 상대가 내는 둘 혹은 넷의 음절만으로 사랑과 그름을 판별할 수 있다. 소영의 동료끼리 모여 동현과 같은 이유로, 아이의 새 작명을 궁리하는 씬이 있다. 리처드, 데이비드, 케빈. 동료의 직계가 지닌 앞의 두 개는 탈락한다. 결국 케빈으로 합심하였고, 그들은 환히 잔을 든다. 호칭을 고유하게 두는 마음이 참 좋았다. 이윽고 동현은 소영과 한국에 오게 된다. 지연된 과제였던 가계도는 차차 동석으로 인해 설계된다. 부친이 태어났을 마을에서 개구리의 점프를 보고, 수확한 것을 아작 깨물고, 세신을 한다. 같이 앉아서. 소영은 사랑을 지탱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한 인물이다. 그래서 본인의 끝을 가늠하게 되자, 동현에게 복귀를 가르치기 위해 원점에 왔다. 여기에서 복귀는 곧 맞대어 부르는 일. 산에 올라서 악을 쓰는 일에서 소영 역시 결합한다. 손과 손이, 기세와 기세가. 둘 혹은 그 이상으로.

 

“영웅아, 내 이름엔 ‘ㅇ’이 없어서 사랑이 없나 봐. 네 이름엔 ‘ㅇ’이 네 개나 있으니까 나 하나만 주면 안 될까. 영우야?”

 

〈사라〉엔 ‘ㅇ’의 받침이 없어 완결되지 못했다고 믿는 사라가 있다. 사라에겐 작명론이 이치이며, 이름의 후보를 가득 적었지만 마땅치 않아 한다. 영웅은 상호를 결정할 거니까 어서 고르라고 한다. 이 영화에는 유독 원이 많다. “만물”이 쓰인 임시 간판의 모양, 시시로 나오는 해의 일부, 떼어져 있던 실종 전단의 ‘ㅇ’까지. 사라는 받침이 없어 “가망”도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라는 완결로 분류하기 위한 집념이 큰 인물이다. 당연히 가망이 방대하다. 부친의 시체 포기 서류를 쓸 때도, 한자가 “없는 게 아니라 몰라요”로 정정한다. 부친의 행실을 듣고 집으로 다시 가서 목례를 한다. 무리한 용서를 하지도 않는다. 간판이 더는 낙하하지 못하도록 새 전선을 끼운다. 그러니까 사라는 이미 균형을 잘 알고 있다.

 

새로 제작한 “사라 만물”에서 원래 있던 “만물”만 아래로 하강한다. 그러자 두 간판이 맞대며 명확한 “사랑”이 완성된다. 소개한 두 편은 모두 본래로서 동석하는 마음에 대해 말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모를 여러 모음과 받침도 응원하면서.


* 9와 숫자들, ‘빙글’의 가사에서 발췌.


인디즈 김해수

〈사라〉 

감독 이현경|29분|극영화|12세관람가


사라는 이름에 ㅇ이 없어서 사랑이 없다고 믿는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경찰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온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세상에 맞서 '같이' 싸우자고🥊
님은 윤재호 감독의 영화들을 좋아하시나요? 단편 〈히치하이커〉, 〈찌개〉, 장편 〈마담B〉, 〈뷰티풀 데이즈〉 등 윤재호 감독은 평소 디아스포라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며 작품들을 선보인 적이 있지요. 〈라이스보이 슬립스〉가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면, 임성미 배우 주연의 〈파이터〉는 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한 여성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의 지독한 '싸움'을 멈추지 않고 이어가는 탈북민 '진아'의 모습에도 윤재호 감독만의 소중하고 따뜻한 시선은 오롯하게 남아있는데요. 아직 임성미 배우의 눈부신 연기를 보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에 아래에서 만나보세요!
〈파이터〉
감독 윤재호│104분│극영화│2020

낯선 곳에서 새 출발하게 된 진아는 우연히 복싱에 매료되고, 어쩌다 복서가 된다.
두 탕 알바에 고된 몸으로 오른 링 위에서 그녀가 마주한 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던 자기 자신이었다.
삶의 발버둥이 아닌 스텝을 가르쳐준 복싱. 진아는 살아가기 위한 진짜 파이팅을 준비하는데…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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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우리'가 극장에서 다시 모여🏢 
우리 곁의 독립영화를🎬
울고 웃고 화내고, 다양한 표정으로😥😆🤔
함께 관람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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