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걷는 사람, 하정우>, <김이나의 작사법> 등 베스트셀러를 만든 편집자이자 <에세이 만드는 법>의 저자인 이연실 편집자가 새롭게 시작한 '이야기장수'의 첫 책이기도 한 <전쟁일기>는 번역본이 아닌 한국에서 첫 출간하는 책이라고 해요. 전쟁 난민이 된 저자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막막함 속에서도 계속 기록했고, 번역가는 한국의 편집자와 저자 사이를 밤낮 없이 이어주는 통로가 되었으며, 출판사는 작가가 보낸 사진에서 하나하나 연필선을 따고 명암을 실제와 최대한 근접하게 맞추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죠. 이토록 긴밀하고 긴박한 협업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책이라는 점에서도, 한국에서 약 7,500km 떨어진 곳에서의 전쟁이 왜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라는 점에서도 소장 가치가 충분할 것 같아요.

이 책은 '왜 어떤 기억은 뇌에 저장되고 어떤 기억은 잊혀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신경과학의 연구와 사례, 그리고 설득력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풀어갑니다. 일상적인 건망증과 알츠하이머병의 징후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망각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더 나은 기억 생활을 하려면 어떤 팁이 유용한지 설명하는 한편, 기억이란 언제나 놀라움과 불완전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음을 상기시키기도 해요. 10여 년간 알츠하이머병과 기억에 관해 대중강연을 해온 경험을 살려 기억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조언과 위로도 담겨 있어요.

[영화] <스틸 앨리스>(2014)
언어학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세 아이의 엄마로 행복한 삶을 살던 '앨리스'가 희귀성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고 그 이후 어떻게 삶이 이어지는지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입니다. (실제 모델인 리사 제노바의 할머니는 하버드대학에서 인지심리학을 가르쳤다고 하네요.) 루게릭병을 앓던 영화 감독 리처드 글랫저가 이 소설을 읽은 후 워시 웨스트모어랜드와 함께 남은 힘을 다해 소설을 각색한 뒤 영화로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죠. 

책에는 사뮈엘 베케트, 살만 루슈디, 조르주 페렉, 너새니얼 호손 등 폴 오스터에게 영향을 준 작가와 작품도 여럿 등장합니다. 책을 읽는 독자는 폴 오스터의 안내를 받으며 새로운 작품과 작가의 세계로 건너갈 수 있는 거죠. 글(소설)쓰기를 '낯선 사람에게 말 거는' 행위로 받아들인 폴 오스터의 책을 읽는 동안 우리도 '낯선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는' 마음이었으면 합니다. 혹시 모르잖아요. 어디서도 할 수 없는 대화가 탄생할지도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된 인기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폴 오스터의 소설 <달의 궁전>을 다룬 에피소드입니다. (20분부터 시작) 씨네21의 이다혜 기자와 이동진 평론가의 조합은 오랜만에 다시 들어도 편안하고 귀에 쏙쏙 들어오네요. 이 팟캐스트로 폴 오스터의 세계에 입문해봐도 좋겠습니다.

세세한 웹툰 창작 과정을 보여주기보단 101가지 노하우를 직관적인 일러스트와 핵심을 짚은 글 세트로 구성해 가볍게 넘길 수 있으면서도 집중도를 높이는 구성을 택하고 있는데요. '기획', '연출', '자기관리'라는 큰 틀에서 봤을 때 웹툰 작가는 아니더라도, 통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창작자라면 공감하고 적용할 만한 이야기가 많아 보여요.

[책] 트레이시 애링턴, 매튜 프레더릭 지음, <광고학교에서 배운 101가지>(동녘)
'101가지 시리즈'는 지금까지 10권의 책이 나와 있는데요, 비교적 최근(2021년 10월 이후)에 표지 디자인을 새롭게 입고 출간된 세 권의 번역서 중 '기획'과 '마케팅'의 핵심을 간결하게 짚으면서도 관점의 전환을 도와주는 책입니다. 번역서와 국내 저자를 오가는 101가지 시리즈의 다음은 무엇일지 기대되네요.

이처럼 너무 다른 성격의 🐶와 🐦가 만나 알콩달콩(어느 날은 살벌...!) 펼쳐가는 이야기를 그림과 손글씨로 풀어낸 책이 <오늘의 개, 새>입니다. 독특하고 실험적인 동화를 선보여온 송미경 작가는 어느 날 손에 쥔 만년필과 마커로 🐶와 🐦를 그렸어요. 그리곤 말풍선에 하고 싶었던 말을 쏙쏙 담아내기 시작했죠. 그렇게 심심한 대화 한 토막, 번거로운 관심과 편견, 무심함과 과도한 호의 등을 주제로 한 잡담 50편이 완성됐어요.

서로 찰떡같이 잘 맞다가도 사소한 말 한마디에 어기적거리고야 마는 이들의 잡담은 우리의 이야기와 많이 닮았습니다. '나와는 너무 다른 존재가 나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이 이토록 사소하고 귀여운 잡담으로 이루어져 있다니!' 생각하며 한 장씩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심란함 따윈 온데간데없어져요. "평범하지 않은 🐶와 🐦의 평범하고 유쾌한 연애 이야기" 속에서 나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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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도 남겨주셨어요.

💌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이젠 사회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곤 해요. 이대론 안 되겠다는. <이기적 이유의 공존 플랜>은 그래서 읽어 보고 싶네요."

💌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요. 서간문 형식의 책을 정말 좋아하기도 하고, 같은 과를 나오고 같은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편지라는 점이 흥미를 끌었어요."

💌 "에그브렉이 소개해준 것처럼 책으로 (공간) 도슨트를 듣는다는 컨셉이 흥미로워서 <스페이스 도슨트>를 읽어볼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