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연말 정산을 시작했습니다. 돈이 아니라 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쩌다 벌써 2020년 연말이 되어버렸지?' 놀랐다가, 2020년이 코로나19와 함께 허망하게 지나가 버렸다는 생각을 조금 덜 하기 위해서 올해 제가 겪은 사건 중 인상적이었던 열 가지를 골라 '2020년 정산'이라는 제목을 달고 시리즈 글로 써보기로 했습니다. 공개된 공간에 글을 쓸 테지만 이 글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누가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글일지는 모르겠습니다. 오로지 저 자신을 위해서 쓰기로 한 거니까요.

그동안 나를 위한 글을 써야겠다고 본격적으로 다짐해본 적은 없습니다. 늘 목적이 있는 글을 써왔고, 더구나 고료가 돌아오지 않는 글이라면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시간과 에너지를 굳이 들여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의심해왔거든요. 왜 다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걸까? 글 쓰는 일에 대체 어떤 힘이 있는 걸까? 글 쓰는 일로 경력을 시작한 저에게는 오히려 답을 잘 내릴 수 없는 질문들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자꾸만 뭐라도 쓰고 싶습니다. 회사에서 써야 하는 글, 어딘가에 기고하는 글 말고, 타깃 독자도 고료도 없는 글을요. 보거나 읽은 것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한 것에 대해, 기쁘거나 슬펐던 것에 대해, 그러니까 저의 머리와 마음을 어떤 방식으로든 건드린 것들에 관해 쓰고 싶습니다. 이게 잘 쓴 글처럼 보이는지 아닌지도 좀 덜 고민하면서요. 마침 얼마 전 만난 지인도 저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신은 원래 글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글을 쓰지 않았더니 삶이 지루해진 것 같다고, 그래서 앞으로는 글을 부지런히 쓰고 싶다고 말입니다.

최근 제가 가장 감탄하며 읽은 김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는 이러한 문장들로 시작합니다. "원래는 내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 사소하고 싱거운 이야기라도 좋으니 내 생활의 내용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중략) 무엇이 되었든 나 자신을 위한 글을 쓰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세계를 정비하려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글을 쓰다 보니 자꾸 어린이 이야기가 나왔다고, 어린이 가까이서 일하고 지내는 자신의 생활과 어린이를 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말이 뒤에 이어집니다.

예측할 수 없는 매일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우리 각자는 내년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코로나19의 기세는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을까요? 이런 상황일수록 흐름을 읽고 일을 포함한 생활 전반을 계획하는 일은 분명 중요하겠지만, 일단 저는 그 일에서 약간 비켜 서 있으려고요. 지금으로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시간을 들여서 내 생활의 이야기를 글로 꾸준히 쓰는 것, 고료도 타깃 독자도 없는 글에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일입니다. 계획도 예측도 쉽게 할 수 없는 시대에, 이것이 제가 세운 유일한 계획이에요. 

김소영 작가의 말처럼 내년에는 저 역시 "나의 세계를 정비"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지금은 모르는 뭔가를 보거나 알게 되기도 할 테니까요.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하고 나면, 자체적으로 정해둔 마감도 아마 잘 지킬 수 있겠죠? 



내년에는 일주일에 한 편씩 꼭 어떤 글이든 쓰겠다고 다짐하며,
황효진 드림
글 쓰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책들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과 <세상은 왜 날씬한 여자를 원하는가>, <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를 쓴 에세이스트 캐롤라인 냅이 쓰고 <비커밍>,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면역에 관하여> 등의 번역가로 알려진 (그리고 40분 일하고 20분 쉬는 일명 'KMN 법'으로도 유명한) 김명남 님이 번역한 책입니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관계, 일 인분의 삶, 한때 중독됐던 것에 관해 말하는 냅의 글을 읽고 나면 우리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어 볼 준비가 될 거예요.

어린이 독서 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책 <어린이책 읽는 법>을 펴냈던 김소영 작가의 에세이집입니다. 말 그대로 울고 웃으며 읽은 후에는 나의 어린이 시절에 관해, 어린이라는 세계를 대하는 어른으로서의 나에 관해 무엇이라도 쓰고 싶어집니다. 

이슬아 작가가 글쓰기 교사로 일하며 가르치고 배운 것들에 관해 쓴 책입니다. 매일 써나가는 꾸준함이야말로 막강한 힘이 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빌라선샤인의 추천

트렌드 잘 아는 사람들은 어떻게 일할까? (11/28)
스피커: 김신지 대학내일 콘텐츠팀 팀장

기획의 말
메일함에 보지 않는 뉴스레터가 자꾸 늘어나는 중에도 계속 열어보게 되는 뉴스레터가 있어요. 바로 대학내일의 트렌드 당일배송 미디어 '캐릿'이 그것입니다. 처음엔 제가 모르는 90년대 생들의 언어나 관심사를 파악하기 위해서 열심히 읽었어요. 트렌드를 잘 파악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요. 그런데 자꾸 보다보니 '캐릿'이 다루는 이야기들은 MZ세대가 어떻게 소통하고, 일하고, 자기 영역을 만들어나가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요즘 애들은 이렇대'라고 가볍게 지나갈 수도 있는 일들을 의미화하고, 기록하고, 또 플랫폼을 통해서 유통하는 일을 '캐릿'이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해졌어요. 이런 일을 하는 '캐릿'은 어떻게 일할까? 어떤 관점으로 트렌드를 읽고, 어떤 과정으로 아이템을 선정하고, 그것을 구독자들에게 전달할까? 더 나아가서는 이들이 팀으로 어떻게 일하는지도 알고 싶었습니다. 조직이 굴러가는 모양은 다 비슷하지만, 그래도 비슷한 가운데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면서 해내는 '캐릿'만의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고요. 완성형은 아니더라도 '캐릿'이 하는 노력이 다른 조직문화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트렌드를 읽는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캐릿'의 김신지 팀장님과 함께 이야기 나눠봐요. (홍진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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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팀선샤인 인터뷰에서, 일주일을 꽉 채워 일하면 변수가 생겼을 때 일정을 조정하기 어려워 진다는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어요. 생각해보니 이런 변수에 좋아하는 것들과 이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원하는 만큼 슬퍼하고 아플 시간을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프지 않을 수 없는데도요.

겨울이 시작되고 있어요. 저의 일주일을 다시 계획하는 날엔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시간 분배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아끼는 것들에게 달려갈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을 짜야겠다 다짐했습니다. 각각의 헤어짐을 한 시기로 묶어 생각하지 않고 그때그때 헤어지는 대상과의 기억을 치열하게 복기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신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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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디어뉴먼을 만든 사람

메인 원고. 황효진
기획&책임 편집. 황효진
헤더 디자인. 신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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