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주] 따끈따끈한 새 책 배달왔어요!

Egg Break 44호

2021년 2분기가 시작된 4월의 첫 번째 금요일입니다. 지난주에는 1주년 기념 레터를 보내면서 담벼락을 열어봤는데요. 에그브레이커들이 남겨주신 귀엽고 애정 어린 코멘트들 덕분에 행복한 한 주를 보냈답니다. 담벼락에 코멘트 남겨주신 분들, 들러서 구경하고 가신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오늘은 에그브렉이 소개하는 신간과 2주에 한 번 돌아오는 행신소, 그리고 오랜만에 등장한 우리가 발견한책까지, 여러 코너를 모았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4월 1주, 이 책 어때?

📚 딜쿠샤, 경성 살던 서양인의 옛집

📚 나의 아들은 페미니스트로 자랄 것이다

📚 제로 웨이스트 키친

행신소

📚 어쩌면 스무 번

우리가 발견한 책

📚 사이보그가 되다

* 책 정보를 더 알고 싶은 분들은 표지 사진을 눌러주세요. 네이버책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4월 1주, 이 책 어때?

📚 딜쿠샤, 경성 살던 서양인의 옛집(최지혜 지음, 혜화1117)

🧲 #근대주택 #건축사 #실내건축 #일제시대

몇 년 전, 런던 여행에서 제프리 뮤지엄이라는 곳에 간 적이 있어요. 17세기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영국 중산층이 살았던 주택의 실내디자인을 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요. 당시 사람들이 살았던 집 내부를 실제 방처럼 꾸며둔 것을 보고 상당히 흥미로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 한국에서도 한 근대건물이 복원을 마치고 전시관으로 공개되었는데요. 그 이름은 '딜쿠샤'입니다.

딜쿠샤는 일제강점기 경성에 살았던 서양인 부부가 짓고 살아온 집으로, 집주인인 앨버트 테일러는 삼일운동과 제암리 학살 사건 등을 해외에 알린 광산 사업가이자 AP통신원이었습니다. (후에 그는 일본에 의해 추방되어 미국으로 돌아가지만, 그의 뜻에 따라 화장된 유골은 양화진 선교사 무덤에 묻히죠)

오랫동안 폐가처럼 방치되어 있던 딜쿠샤의 복원 작업에 참여한 저자는 지금 구할 수 있는 물건으로 당시의 모습을 나타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외형이 비슷한 물건을 가져다 놓는 것을 넘어 "맥락을 제대로 알고 그에 맞는 걸 찾아야만" 진짜 시대성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는데요. 약 2년 동안 딜쿠샤가 있던 과거와 현재를 오간 그의 손길에서 다시 피어난 딜쿠샤의 모습과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 "집은 개인의 취향을 드러내는 동시에 시대와 문화를 반영한다. 하나의 물건이 우리 눈앞에 오기까지 저마다 보이지 않는 내력이 있게 마련이다. 집에 관한 책이지만 이 집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집 그 자체와 집을 채우는 물건들의 내력에 관해 힘 닿는 대로 서술한 건 이 집에 깃든 보이지 않는 모든 시간을 향한 경외감 때문이었다." (책을 펴내며)

👓 같이 보면 좋은 콘텐츠

[영상] MBC, <3·1운동 알린 벽안의 한국인…'딜쿠샤'와 돌아오다>(2021.03)

올해 3월 1일, 딜쿠샤가 복원을 마친 모습으로 공개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딜쿠샤의 역사를 정리한 뉴스입니다. 복원된 딜쿠샤를 방문하려면 서울시 공공예약서비스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 하는데, 4월은 이미 꽉 차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네요. (현장 접수도 일부 가능) 딜쿠샤가 현재 모습으로 복원되기 전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KBS <다큐공감>(2013))도 있으니 방문 전에 봐도 좋을 것 같아요.

📚 나의 아들은 페미니스트로 자랄 것이다(오렐리아 블랑 지음, 브레드)

🧲 #페미니즘 #소년 #차별 #평등

제목과 표지에 호기심이 생겨 이 책을 들춰보다가 가장 먼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프랑스도 우리랑 크게 다르지 않구나'.

이 책의 저자는 86년생 프랑스인 엄마, 그러니까 부모가 된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여전히 일상 곳곳에 팽배한 성차별과 폭력의 현장 속에서 그는 아들을 어떻게 양육하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딸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에 비하면 정보도 논의도 별로 없는 데다, 아들이 성차별을 인식할 줄 알고 여성을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원하는 마음 때문이었죠.

저자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부터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해요. 남성다움을 강조하는 문화야말로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과 잠재력을 억압하고 고정관념을 만들어낸다고 본 것인데요. 그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자라는 남성 역시 '성차별로 인한 피해자'라고 말합니다. 아들을 페미니스트로 키우겠다는 다짐 안에는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는 것이죠. 책에는 수년간 모은 자료들과 수많은 인터뷰에서 건져올린 생활 밀착형 이야기들이 5개 챕터에 걸쳐 이어집니다.

🔎 "남성 지배가 남자들에게 몇 가지 사회적인 특권을 주었다 하더라도, 여기에는 사실 남자아이들을 노리는 함정 또한 존재한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남자아이들은 '제발, 남자답게' 행동하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을까. 강력한 금기에 갇혀버린 우리 소년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게 제약받고, '여성스럽다'고 비난받을까 걱정되어 많은 영역의 활동을 포기하기도 한다." (16쪽)

👓 같이 보면 좋은 콘텐츠

[책] 최승범 지음,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생각의힘, 2018)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남성과 어떻게 만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이 책도 좋은 가이드가 될 것 같아요. 교사인 저자의 주장 역시 <나의 아들은 페미니스트로 자랄 것이다>가 건네는 메시지와 다르지 않습니다. "페미니즘이 남성의 삶과도 맞닿아 있으며, 여성만큼 남성을 자유롭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책의 저자를 2017년에 경향신문에서 인터뷰한 기사도 함께 공유합니다.

📚 제로 웨이스트 키친(류지현 지음, 테이스트북스)

🧲 #냉장고 #부엌 #환경 #생명

작년 한 해 동안 제로 웨이스트를 둘러싼 관심이나 열기가 높아졌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어요. 각자의 방식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움직임이 저와 제 주변에서도 꽤 생겼거든요. 여러 유형의 제로 웨이스트 중에서도 '식재료와 식생활'에 초점을 맞춘 책이 <제로 웨이스트 키친>입니다. 버리지 않는 즐거움을 부엌에서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알려주는 책이죠.

저자는 냉장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식생활을 돌이켜보고 그 대안을 제안해보자는 의미에서 'Save Food from the Fridge(냉장고로부터 음식을 구하자)'라는 프로젝트를 수년째 이어오고 있는데요. 이 책에서 "우리 몸으로 들어올 생명들에게 더 관심을 갖고 어떻게 다루는지 배우다 보면 몸과 지구 모두에게 건강한 부엌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 것도 그 연장선에 있어요. 책은 냉장고를 최소화하는 법부터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제대로 보관하는 법, 식재료 부산물로 만드는 요리 등 실제로 시도해볼 수 있는 내용들이 알차게 담겨 있습니다.

🔎 "각각의 식재료에 맞는 환경이 다른 것처럼 각각의 가정에 맞는 식재료 관리 방식이 필요합니다. 제일 먼저 장을 얼마나 자주 보는지 확인합니다. 1~2달 동안 장 본 품목과 날짜를 기록하면 식재료를 소비하는 패턴이 보입니다. 장을 보러 갈 때는 지난번에 산 식재료 중 남아 있는 것을 기록합니다. (...) 이런 식으로 식재료 소비 패턴을 파악하면 냉장 보관과 상온 보관을 할 식재료가 얼마나 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단지 기록만으로도 불필요한 식재료를 사거나 버리는 일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할 수 있어요."

👓 같이 보면 좋은 콘텐츠

[책] 류지현 지음, <사람의 부엌>(낮은산, 2017)
<제로 웨이스트 키친>이 일상에서 냉장고 의존성을 줄이고 친환경 식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들을 알려준다면, 저자의 전작인 이 책은 냉장고가 아닌 자연의 힘으로 음식을 저장하는 문화를 간직한 공동체들을 찾아다닌 기록입니다. "냉장고 문이 열리는 순간 우리의 앎은 닫힌다"는 프롤로그 제목이 인상적이에요.

행신소

#행신소(행복한 순간들의 신간소설을 소개합니다)는 격주로 돌아오는 신간소설 큐레이션 코너입니다. 출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간소설을 에그브렉의 소설 큐레이터가 직접 골라 읽은 뒤 솔직한 리뷰를 건넵니다.

📍 CURATOR: HAPPY MOMENTS(행복한 순간들)

개발자이지만 코딩보다 독서를 더 좋아하는 책 읽는 프로그래머입니다. 소설을 좋아하고 책 관련 팟캐스트를 잔뜩 듣습니다 :D

📚 어쩌면 스무 번(편혜영 지음, 문학동네학동네)

🧲 #한국소설 #소설집 #가족 #관계스무 번(편혜영 지음, 문학동네학동네)

🧲 #한국소설 #소설집 #가족 #관계

창밖 풍경은 따스한 볕이 비추고 벚꽃이 만개했지만, 막 이 책을 덮은 제게는 스산한 공기가 온몸을 덮치는 것 같았어요. 공포 소설도, 스릴러 소설도 아닌데 대상 없는 무서움으로 어느새 등줄기가 싸늘해졌죠.

잠깐, 이 소설에 벌써 겁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쩌면 스무 번>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8편의 가족 이야기가 담겨있을 뿐이니까요. 치매가 있는 장인을 둔 사위, 실직한 딸의 가정에 잠시 살게 된 어머니, 투자에 실패해 빈털터리가 된 엄마를 둔 아들, 맞벌이 부모를 둔 외로운 소녀 등 어찌 보면 그저 평범한 가족 이야기에요.

하지만 편혜영 작가의 소설이 특별한 건 가족에 존재하는 아주 작은 균열을 발견하고, 그 틈을 파고들어 음습함과 어두움, 슬픔과 우울함 등 깊숙한 곳에 있는 부분을 들춰내기 때문 아닐까 싶어요. 이번 소설집을 통해 작가는 '기억 저편에 숨겨두었던 가족의 모습'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이상한' 가족을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묵묵히, 어디에나 있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줄 뿐입니다.

긍정왕인 저는 편혜영 작가가 우리를, 특히 가족을 더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들을 썼다고 생각했어요. 세상에 똑같은 가족은 없기에 우리는 다른 가족을, 궁극적으로는 서로를 더 이해해야 한다고 말이에요. 개인적으로는 <홀> 이후 오랜만에 읽는 편혜영 작가의 소설인 만큼 그 특유의 색이 더 강하게 느껴진 소설이었습니다.

📝 한줄평

'화목한 가정' 뒤에 숨겨진 가족 이야기

🔎 "치매가 남편에게 길을 잃게 만든 것처럼. 계속 그렇게 웃자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슬픔이 옅어졌다." (139쪽) / "어머니 삶에 어떤 틈이 생겼는지 곧 알게 되리라는 두려움에 빠졌다. 겁이 났다. 이제부터 내가 알아가야 하는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어머니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191쪽)

👓 같이 보면 좋은 콘텐츠

[팟캐스트] <책읽아웃, 오은의 옹기종기> 소설가 편혜영, 실종자 이야기가 왜 많을까요?

편혜영 작가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가장 따끈따끈 팟캐스트에요. <어쩌다 스무 번>에 나오는 작품들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 작품 속 인물과 숨은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어 즐겁게 들었습니다. 소설을 읽은 후에 듣는 것을 추천해요.

우리가 발견한 책(Feat. 신간이 아니어도 괜찮아)

📚 사이보그가 되다(김원영, 김초엽 지음, 사계절)

🔎 기술은 해방일까, 혹은 억압일까. 사이보그는 현실일까, 아니면 비유일까. 장애인을 위한 '따뜻한 기술'은 정말로 장애인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까. 기술의 발전 속에서 장애는 언젠가 사라지고 말 제거의 대상일까. 최후의 미래에도 여전히 누군가는 장애인으로 살아갈까. 장애인 사이보그의 삶은 현재에 관한 이야기이자 미래에 관한 이야기이다. (39쪽)

'미어캣'님의 발견의 기록

지난 2월, 트위터에서 4호선에서의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로 한바탕 떠들썩했던 적이 있었어요. 이 일과 관련해 다양한 말이 오갔고, 그 속에는 악의적인 혐오와 무의식적인 혐오가 난무했는데요. 그 모습을 보니 장애인의 고충과 차별을 이야기하며 사회와 환경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이야기한 <사이보그가 되다>가 생각났어요. 우리 역시 은연중에 장애인 차별과 편견 그리고 혐오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재고해보는 데 도움을 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 Egg Break's comment

꽤 오랜만에 돌아온 코너 '우리가 발견한 책'입니다. 오늘 소개한 책은 이전에도 발견의 기록을 나눠주신 적이 있는 찐에그브레이커, '미어캣' 님이 추천한 <사이보그가 되다>예요. 저는 작년에 우연히 이 책을 작업한 이진 편집자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요, "다음에도 함께 작업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과 "유연함과 책임감 사이에서 일하기"에 대한 이야기가 강렬하게 남았던 기억이 나요. 이 글은 그가 SNS에 올린 <사이보그가 되다>의 편집후기로,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협업과 성장의 순간을 좀 더 생생하게 포착할 수 있답니다.

[우리가 발견한 책]은 오픈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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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전공이 사회학인데, 최근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을 혼자서만 생각하고 의견을 나눌 곳이 없어 아쉬웠던 찰나에 <과잉존재> 소개를 보고 사회학도로서 이러한 사회현상을 깊이 파고드는 책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네요!"

💌 "이 시국에 걸맞은 여행 에세이네요. 여행이 그리운 지금의 마음을 잘 표현한 제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같이 볼 콘텐츠로 꼽아주신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도 정말 적절한 픽이네요."

💌 "평소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입니다. 그래서 퇴근하고 집에 가서도 사소한 일로 부모님과 충돌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항상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를 마음속으로 새기고 있지만 실천이 어려웠는데, 이제는 '멈춤-호흡-생각-선택'을 떠올리고 화를 내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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