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얼굴 앞에서〉(감독 홍상수)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83 〈당신얼굴 앞에서〉
11월 17일 오늘의 큐 💡
Q.  시한부, 클리셰라구? 🤷‍♀️

왜 너는 나를 만나서~🎶 미우나 고우나 한 번 빠지면 멈출 수 없다는 그것. 바로바로 K-신파 막장드라마인데요. "말도 안 돼! 이제 안 본다😤" 하다가도 다음 주 같은 시간에 다시 TV를 트는 모습, 한국인이라면 익숙하죠?  
이런 신파 서사에 치트키가 몇 개 있잖아요. 기억 상실, 출생의 비밀, 그리고 또 하나, 시한부입니다. 살아갈 날이 정해진 인물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절절하게 만드는 만능 아이템처럼 사용되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홍상수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시한부 이야기도 그럴까요?

<당신얼굴 앞에서>의 주인공, 상옥(이혜영)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중년 여성입니다. 당연히 그 이후 상옥의 삶은 달라질 수밖엔 없었는데요. 그러나 <당신얼굴 앞에서>는 상옥이 시한부 선고를 받고, 슬퍼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닌 그 이후 삶의 자세를 성찰하는 상옥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죽음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의식하게 된 뒤 오늘과 내일, 나의 앞에 놓인 얼굴을 깊이 바라보고 고찰하는 철학적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홍상수 감독의 세계도, 시한부라는 소재도 조금은 더 넓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그리고 홍상수 감독 작품세계에 죽음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가져와 화제가 되었던 또 하나의 작품이 있죠. 바로 <강변호텔>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당신얼굴 앞에서>와는 떼어놓을 수 없는 작품이에요. <강변호텔>의 단평까지 꼼꼼히 읽어보면 더욱 재밌을 거예요!

역시 독립영화는 소재만으로 영화를 구별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봐야만 알 수 있는 그 매력!👀 코로나로 영화와 강제로 멀어져야했던 인디씨커들을 위해 지금 영화관들은 6,000원씩 관람료 할인이 적용되고 있어요. 님,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누리면서 가까운 극장 가서 독립영화 한 편 볼까요?🍂

얼굴 앞이라는 공간감과 지금이라는 복잡한 시간성
〈당신얼굴 앞에서〉

여전히 지질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술과 담배로 꾸며진 식탁엔 남자 감독 ‘재원’과 여자 배우 '상옥'이 앉아 있다. 한바탕의 대화 뒤엔 “나랑 자고 싶죠?”라는 상옥의 물음이 등장한다. 하지만 일련의 이미지들은 다음날 상옥의 웃음으로 무색해진다. 오히려 영화의 무게는 상옥이 정옥과 나눴던 커피와 빵, 옷에 묻은 떡볶이 국물, 몇 번의 기도와 정옥에게 꿈을 묻는 마음에 있다.
(...)
상옥의 여정에 따라 극이 진행되고 만남과 만남의 공백에서 상옥은 기도를 한다신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특별한 방향감이 없는 감사함이다속삭이는 기도는 현재가 중요하다고 반복해 언급했던 상옥의 당연한 습관이다시한부 상옥이 현재를 위해 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상옥은 과거를 단절시키는 인물은 아니다본격적으로 과거를 회상하진 않지만 지금 시간까지 쌓인 모든 흔적을 무시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얼굴을 받아들이는 일은 지금 이 시간에 집중하는 일이자 얼굴에 쌓인 지난 시간을 인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얼굴은 표정을 드러내는 매개이자, 오랜 세월이 축적된 하나의 공간이 된다.

자신의 철학을 말하고 이해받던 새벽의 시간은 하나의 음성메시지로 끝이 난다. 이어지는 상옥의 웃음은 감독 재원이 보였던 모든 반응을 무색하게 만든다. 또 그 웃음에 묘한 씁쓸함과 통쾌함이 묻어난다. 시한부 인생인 상옥을 위해 당일치기로 단편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재원의 제안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었다”라는 말로 리얼리티를 얻는다. “나랑 자고 싶죠?”라는 상옥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던 재원의 뻔한 처사다. 그렇게 한밤중의 시간은 오히려 아침의 시간을 조명한다. 또 하나의 과거를 만들고 기어코 다음 날을 맞게 되는 그 최초의 시간. 현재를 살고 어제와 미래에 초연하자고 다짐하지만 그건 내일과 어제를 등지는 것이 아니다. 또 한 번의 꿈에서 깼음을 자각하고, 마음을 다했던 현재가 어제가 되는 반복을 마주하는 일이다.

영화의 처음과 끝에서 상옥은 정옥의 꿈을 묻는다. 좋은 꿈이라고 답했던 처음과 달리 극의 끝머리에서 상옥은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정옥을 살핀다. 어떤 꿈을 꾸었냐는 물음을 ‘당신얼굴 앞에서’ 던짐으로써 극은 마무리된다. 얼굴 앞이 주는 묘한 공간성은 꿈을 궁금하게 하고 어제와 오늘의 경계를 질문하게 한다. 그리고 그 행위들은 당장의 모든 최선이 허무하게 돌아가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자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일이다.

 
인디즈 염정인
새로운 직시, 새로운 국면
<강변호텔>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이례적으로 죽음을 직시해서 회자되었던 작품이기도 한데요. <당신얼굴 앞에서>를 본 지금, 자연스럽게 이 작품을 연결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반영하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인 만큼, 이렇게 이어지는 흐름을 눈여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인디즈 임나은 님의 이야기로 한 번 만나볼까요?

결코 멀지 않은 죽음의 얼굴 앞에서
〈당신얼굴 앞에서〉와 〈강변호텔
 
'상옥의 모습에서 <강변호텔>영환을 떠올렸던 건 어쩌면 필연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상옥은 처음 보는 영화감독에게 예정된 죽음에 대해 툭 뱉는다. 영환은 죽기 하루 전 일면식도 없는 두 여성에게 시를 읊어 주며 술잔을 들이킨다. 그 안에서 무엇이 곪아 가고 있을지는 몰라도 어쨌든 죽음 앞에선 초연한 이들의 태도는 서로의 얼굴이 두 영화에서 동시에 스치게 만든다.

<강변호텔>은 시인 영환이 머무는 호텔로 두 아들을 부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동시에 한 남성에게 배신을 당한 상희를 위로하기 위해 같은 호텔로 연주가 찾아온다. 다섯 인물에게 정확히 어떤 사연이 가려져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당신 얼굴 앞에서>의 상옥에게도 무슨 지병이 있는지 자세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불친절함은 관객이 캐릭터에게 깊게 개입하는 것을 막고 그저 어떤 형태로든 죽음을 앞둔 한 사람을 관조하도록 만든다. 나아가 관객은 자기 자신을 영환과 상옥에 투영해 미래 한 편에 놓인 생사(生死)를 조금이나마 느껴본다.

얼굴 앞에 있는 것만 제대로 본다면 두려울 것이 없어요.” 영환이 이미 내디뎠고 상옥 얼굴 바로 앞에 놓인 어떤 마지막에 대해 우리는 알 턱이 없다. 그저 삶과 죽음이 주는 초연함과 두려움의 경계에 대해 가늠해 볼 뿐이다. 정말 두렵지 않을까? 과연 마주한 미래를 초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영화는 끝나지 않고 고스란히 나에게 되돌아와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얼굴 앞에 놓인 것을 제대로 보고 있는가?’

인디즈 임나은
<강변호텔> (감독 홍상수)
강변의 호텔에 공짜로 묵고 있는 시인이 오랫동안 안 본 두 아들을 부른다. 아무 이유없이 죽을 거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 부른 거다. 한 젊은 여자가 같이 살던 남자에게 배신을 당한 후 강변의 호텔에 방을 잡았다. 위로를 받으려 선배 언니를 부른다. 다들 사는 게 힘들다. 그 강변의 호텔에서 하루는 하루가 다인 양 하루 안에서 계속 시작하고 있고,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만 보고 있다.
반 년만에 왔다네, 다작왕 홍상수 
한국의 대표적인 다작왕, 홍상수 감독! 소처럼 일한다🐮...기 보다는 작품과 삶이 아주 가까워서 언제나 영화작업을 하는 것이 당연해 보여요! 덕분에 인디즈는 바쁘다 바빠💦
불과 반년 전인 5월에도 이미 인디즈 큐를 찾아왔었죠. 홍상수 감독의 전작 <인트로덕션>도 만나보세요! 
반응 폭발! 얼른 보러가라구 💣 
보러가기 어렵다면? 배달하겠어...👊 
독립영화가 잊혀지면 안된다는 일념 하나로 인디즈 큐는 매월 단편영화 배달중! 지난 주 금요일, 11월의 작품으로 송예찬 감독의 <마리아와 비욘세> 여러분의 메일함으로 도착했어요💌
보고난 인디씨커들 사이에서 반응 폭발!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 찜해놨다는 이 작품, 내일 정오까지만 볼 수 있답니다. 님, 혹시 관람을 미뤄두셨다면 얼른 지난 메일로 달려가세요🏃💨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위드코로나 시기에도 지켜야 할 방역수칙들! 보다 안전한 영화관람을 위해 안내된 지침을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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