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덕션>(감독 홍상수)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62 〈인트로덕션〉
6월 9일 오늘의 큐 💡
Q. 한글을 고집했던 그가? 👋 

홍상수 감독의 스물 다섯번째 작품 개봉을 앞두고, 전세계 영화계가 웅성웅성 들썩였다죠💬 앞선 스물 네 편과는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인데요. 전작들을 한번 생각해볼까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 <도망친 여자> 등등.... 어때요, 님? 눈치 채셨나요? 앞선 작품들의 제목은 모두 한글이었다는 것!😮 해외 제목 또한 원제를 그 나라의 언어로 번역하곤 했는데요. <인트로덕션>은 홍상수 영화 중 유일하게 영어제목을 가진 작품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 영화는 요렇게 소개했어요. 

"프랑스 배급사에서 '인트로덕션' 프랑스 제목 짓는 일로 문의가 왔습니다. 영화의 감독은 다음 같이 답변했습니다. 불어처럼 한국말도 영어의 인트로덕션에 하나의 단어로 대응하는 말이 없습니다. 인트로덕션의 소개, 입문, 서문, (새것의)도입 등의 뜻을 다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한국제목도 영어를 그대로 썼습니다." 

제목만큼이나 구성원도 내용도 한결 새로워진 홍상수 감독의 신작, <인트로덕션>을 소개해드립니다. 더불어 <인트로덕션>의 주인공, 신석호 배우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볼 수 있는 <강변호텔> 인디토크 현장도 함께 봐요 🏨
홍상수 영화의 미학, 철학... 그런 것 상관 없이 어쩐지 마음에 들어와버린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 있나요? '포스트 홍상수'라는 말 또한 많고 많지만, 그런 것 다 차치하고서라도 나도 모르는 새 마음을 찌르는 영화들이 있잖아요. 그런 영화! 이강현 감독의 <얼굴들>을 함께 소개해드립니다👦👩👴 그리고 지난 작품 <도망친 여자>의 개봉을 앞두고 인디즈가 홍상수 영화 속 여성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고백했어요. 그의 작품 속 눈에 밟히는 여성캐릭터가 있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젠 새로운 계절이 자신을 '인트로덕션-소개, 입문, 서문, (새것의)도입 등' 하고 있는 것 같네요☀️ 피서엔 영화가 최고잖아요? 올 여름에도 인디즈 큐와 함께 해요!😘

즉흥적인 포옹으로 변주된 기다림
〈인트로덕션

기다림사람 간의 여백그 사이에서도 우린 움직인다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건 멈춰있다는 것이 아니다기다림과 떠나감은 긴 스펙트럼으로 존재하며 그 안에서 우린무수한 마주침을 경험한다영화 인트로덕션은 서로가서로를 기다리며 마주쳤던 시간들을 담아낸다눈과 몸, 그리고 서로를 바라던 시간이 마주친다순간순간을 고대한 만남이 아니라도 좋다또 어떤 마주침은 서로에 의해 유보된다그래도 우리의 어떤 시간들은 타인과 포개진다.

영화는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첫 번째 장은 영호가 오랜만에 만나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이야기다. 1장엔 여러 기다림이 등장한다시작부터 애인 주원은 아버지를 만나러 간 영호를 기다린다. 영호는 아버지와의 어색한 만남을 준비한다한의원을 찾은 배우는 침을 놓고 사무실로 올라간 아버지를 기다린다또 매일을 손꼽아 기다렸던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생각 조차 하지 않았지만 그리운, 간호사와의 만남도 등장한다. 주원을 기다리게 하고, 아버지를 기다리는 시간 안에는 수많은 서사가 존재한다. 예상한 만남도, 혈연의 가까움도 기다림의 깊이를 정하진 못한다. 오히려 기다림은 즉흥적인 것이고, 즉흥적인 만남에서 흘러온 시간이 보인다. 간호사와의 포옹이 이를 보여준다. 어제도 오늘도 사랑한 것은 아니고 성애적 사랑도 아니지만, 이들 사이에 사랑은 실재한다.

2장은 1장에서 영호를 기다렸던주원이 유학을 가게 되는 이야기다. 주과 영호 사이엔 또 새로운 기다림이 생겼고, 영호는 그리운 마음에 주원을 보러 독일까지 가게 된다엄마, 그리고 화가인 엄마의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 속 주원은 어딘가 위축돼 보인다. (...)

영호는 바닷가로 간다. 주원과의 시간을 환상으로 불러내며 주원과 대화한다. 아프다는 주원에게 확신에 찬 안도를 건넨 영호는 어쩐지 바다로 들어간다. 주원과의 대화 속 ‘바다’는 죽음의 공간이었다. 그 안을 걸어 들어간 영호는 맨 몸으로 파도를 견뎌낸다. 그러다 웃는 얼굴로 걸어 나와 춥다고 말한다. 영호의 친구는 그런 영호를 포옹으로 받아준다.

3개의 장은 여백을 남기지만 계속해서 나아간다. 포옹 장면을 남기면서영화 인트로덕션은 꾸준한계획된 기다림을 즉흥적인 포옹으로 변주하며 관객에게 안정감을 준다우린 지난한 걸음과 복잡한 만남 속에 어떻게 안정을 얻어가고 있는가혈연도 계획된 관계도 완벽한 답을 내놓진 못한다.

인디즈 16기 염정인
일상적인, 그러나 영화적인

우린 이렇게 살아가고 있어
〈인트로덕션〉과 〈얼굴들〉
  
나에겐 영화에 대한 한 가지 믿음이 있다.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영화가 될 수 있다.특별한 인물에게 어떠한 사건이 일어나서 영화가 아니라 그냥 각자가 살아온 모든 얼굴들이 영화가 된다고, 그렇게 믿는다.

〈인트로덕션〉 속 얼굴들은 홍상수의 세계에서 꽤나 익숙한 인물들이다. 여러 전작이 연상되고 또 연결되는 그런 지점들 중에서도 유독 사람냄새 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홍상수의 세계들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설명하고 표현해야 할 지는 여러 영화를 거듭하면서도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괜찮은 영화들이 있다.

〈얼굴들〉을 처음 봤을 때의 감상은 그냥 너무 좋았다였다. 뭐라고 설명할 수도 어떤 영화라고 정의 내릴 수도 없지만 마냥 행복한 감상이었다. 네 명의 얼굴들의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다. 그저 내 옆의 어딘가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일상을 늘어놓는다. 그럼에도 싱겁지 않고 달고 짜고 매우면서 시큼하다. 그건 우리의 삶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스크린으로 바라보는 그 얼굴들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그렇게 삶은 영화가 되고, 영화는 삶이 된다.

무언가 말하지 않아도, 조용히 흘러가는 일상도, 그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얼굴들은 모두 아름다운 영화다. 이해하지 않아도, 의미를 파악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렇게 또 저렇게 살아가고 있는 그 얼굴들이 나는 너무 반갑다
  
인디즈 16기 이호진
<얼굴들> 감독 이강현
고등학교 행정실 직원 기선(박종환)은 어느 날 문득 축구부 학생 진수(윤종석)의 존재가 궁금해진다. 기선의 옛 애인 혜진(김새벽)은 회사를 그만두고 어머니의 작은 식당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유일하게 자유로운 택배기사 현수(백수장)는 이들 사이를 스친다.
각자의 세계 안에서만 살고 있을 것 같은 인물들은 희미하게 겹친다.
늘 변화무쌍하면서도, 또 굳게 제 모습 지키며
렛 미 인트로듀스 마 셀프! 🎤
<인트로덕션>을 보고 홍상수 영화의 '뉴페이스' 신석호 배우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풀잎들>부터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신석호 배우. 2015년부터 홍상수 감독 영화에 스태프로 참여해왔어요. 매우 소규모로 촬영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선 배우와 스태프의 경계가 흐려지기도 하는데요. (마치 <인트로덕션>의 스태프 크레딧에 김민희 배우가 올라가있는 것처럼요!) 배우 신석호의 시작을 직접 들어보실래요? 남다은 평론가와 기주봉 배우, 신석호 배우가 함께한 <강변호텔> 인디토크 현장을 소개해드립니다. 

남다은 평론가: 신석호 배우님은 홍상수 감독님과의 작업을 연출부로 시작하셨잖아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부터라고 들었는데어떻게 같이 작업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연출부로 들어가서 연기까지 직접 경험하는 것이 신기하고 색다르셨을 것 같은데 첫 기억이 궁금합니다.
 
신석호 배우: 홍상수 감독님하고는 교수님과 학생이라는 인연을 통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제가 감독님 수업에서 반장을 맡고 있었는데 작업을 한번 같이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셔서 좋은 기회이기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첫 현장을 나가기 전 들은 바로는 시나리오가 당일 나오고 스태프 규모가 작다고 했는데정말로 학생 영화보다 스케일이 작았고 그날그날 나오는 대본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 홍상수 감독님이 기회가 되면 출연을 해보자는 말씀을 해주셨는데항상 불발이 되니까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었어요그런데 <풀잎들>에서 진짜 대본을 받게 되었고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부담을 가지고 하다 보니까 되더라고요(웃음).
대단한 여자들 🙋
 -홍상수 영화 속 여성캐릭터
<인트로덕션>에서 신석호 만큼이나 궁금한 얼굴, 바로 주원 역의 박미소 배우죠! 이 두 사람의 얼굴이 유난히 인상적인 이유는 우리가 으레 '홍상수 영화'라고 하면 기대하는 배우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김민희, 서영화, 예지원, 기주봉.... 수많은 배우들이 '홍상수 유니버스'에 존재하고 있는데요.👫
그 중 주목할 만한 변화랄까요. 자신의 말을 시작한 홍상수 영화 속 여성캐릭터들을 모아봤습니다. 인디즈 이보라 기자가 <도망친 여자> 개봉을 앞두고 써내려간 기획기사를 확인해보세요. 민정, 만희, 클레어, 아름, 상희 그리고 연주. 익숙한 만큼 잊지 못할 얼굴들입니다. 
(...) 이곳의 여성들은 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채로 존재하며, 절대적이거나 단일한 언어로 절대 짓누를 수 없는 진정한 영화적 인물들이다. 가장 최근의 예시들은 그 심증을 더더욱 확증하게 만든다.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에서 스스로를 부정함으로써 도플갱어로, 또는 쌍둥이로 치열하게 존재하는 민정(이유영), 〈클레어의 카메라〉에서 언어의 장벽 안에서도 낙담한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소통하는 만희(김민희)와 클레어(이자벨 위페르), 말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봉완(권해효)이 겪는 망각의 서슬에서 총총히 벗어나는 아름(김민희), 망실과 죽음을 긍휼하며 위무하는 자들의 위치에 서는 〈강변호텔〉 속 상희(김민희)와 연주(송선미)까지.
이들은 유유하게 거리를 활보하면서도 시공을 뚫으며 존재한다. 천연하게 제 자리를 지키면서도 존재성을 무한정 확장해버리는 그들이야말로 진정 히어로를 보는 쾌감을 준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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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즈들이 마음 속에 소중히 품어둔 독립영화 여성캐릭터를 소개해드립니다 💌
여기, 물보라를 일으켜 🐬
여성영화를 말하다

여성영화를 '우리'의 시선으로 다시 보기! 우리의 연대와 사랑 속에서 퐁퐁 솟아날 새로운 기포들이 궁금한데요. 인디스페이스, 프로젝트38과 함께 서핑하실래요? 🏄‍♀️
6월 19일 오후 2시, 두 번째 시간에는 <야구소녀> 상영 후 '스포츠 영화와 여성/적 액션'이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눕니다.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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