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린 비>(감독 송현주)
스트리밍의 홍수 속에 극장과 독립영화는 점점 어려운 존재가 되어갑니다. 그래도 우리는 독립영화를 포기할 수가 없어서! 인디즈 큐가 메일함으로 단편영화를 배달해드립니다. 이름하여 인디즈 큐!레이션💌  아래의 관람 버튼을 통해 영화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단, 6월 9일 목요일 정오(오후 12시)까지만 관람이 가능합니다!

오늘의 인디즈 큐!레이션, 송현주 감독의 <어제 내린 비>입니다. 요즘처럼 비가 올랑말랑 오지 않고, 날은 점점 더워지는 여름의 초입에 정말 딱 맞는 영화예요🍉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하던가요. '민조'(윤혜리)의 일상은 하루 아침에 멀리서 봐도 비극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결혼을 앞둔 애인 '영훈'(서벽준)이 사고를 쳐서 인터넷 핫스타가 되어버렸거든요😱 내리는 비 만큼이나 어쩔 수 없는 인생사지만, 우리에겐 그래도 우산이 있잖아요. 오히려 가까이서 보면 생각보다 비극이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여름날 비를 맞이하는 보다 좋은 방법을 유쾌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산뜻한 마음으로 즐겨주세요🌂
1️⃣ 영화 본편을 먼저 보고 나면 여러가지 생각이 몰려올 거예요.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보고, 그 뒤 인디즈의 리뷰를 읽으면서 나의 리뷰도 완성해볼까요?
2️⃣ 리뷰에는 줄거리가 간략하게 들어가 있어 이해를 돕고 풍부한 시선을 제공합니다. 보다 풍부한 시선으로 영화를 보고 싶다면 리뷰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 것도 추천!
인디즈 큐!레이션 08.
여름날 주먹에 힘 대신 수박을
〈어제 내린 비

감독 송현주
출연 윤혜리, 서벽준 
시놉시스 민조와 결혼을 앞둔 영환이 술에 취해 지하철에서 오줌을 싸는 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다.
연출의도 날씨도 인간사도 예측 불가다. 내 노력과는 무관하게 닥쳐오는 재난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아래의 영상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창작물로, 무단 유포 및 불법 게재할 경우 손해배상청구를 비롯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됩니다.
❕ 비밀번호 0518 입력 후 관람 가능합니다.
❕ 영화 본편까지 인디즈 큐!레이션 컨텐츠입니다. 함께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이번 레터의 주소를 공유해주세요 :D 
여름날 주먹에 힘 대신 수박을
:〈어제 내린 비〉을 보내며

인디즈 17기 이현지
"중요한 건 '어제' 내렸던 비다.
아파트 복도에 즐비하던 우산은 비가 그친 다음 날 모두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남편이 죽었어요. 이제 환불해주실 건가요?”

518. 별 표시된 캘린더. 연이은 휴가 일정과 함께 적힌 단어, 결혼식. ‘민조’(윤혜리)는 미간을 찌푸리다 518일을 포스트잇으로 가린다. 회사 동료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은 대기업 직장인 남자친구가 뉴스에 나오기 전까지는 모든 게 평화로웠다. 모자이크 처리가 된 채 지하철에서 걸그룹 노래를 흥얼거리며 바지 지퍼를 내리는 만취한 남성이 인터넷에서도 화제다. 민조의 결혼은 시작도 전에 끝이 났다.

어쩐지 전날 비가 왔고, 어쩐지 아침에 프라이팬 위로 곤계란이 쏟아지더니. 더운 날 냉면을 먹으러 온 가게에서 흘러나온 뉴스로 남자친구의 추태를 보게 된 민조는 결혼식을 없던 일로 만들기 위해 애쓰기 시작한다. 우선 남자친구 영환’(서벽준)에게 이별 통보를 하고, 예식장부터 신혼여행 티켓과 패키지를 모두 취소하고, 캐리어도 환불해야 한다. 규정상 환불이 어렵다는 상담 직원의 목소리에 민조가 들이민 건 소비자보호법이 적힌 노트다. 법 조항을 읊던 민조는 결국 초강수를 둔다. 남편이 죽었어요. 이제 환불해주실 건가요? 라고. 민조의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신념이었다.

<어제 내린 비>의 제목이 무색할 만큼 영화는 내내 화창하다. 회사 점심시간 야외 쉼터에서 상담 직원들과 환불 논쟁을 펼치는 민조의 얼굴이 늘 찌푸리고 있을 정도다. 정정하자면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그 얼굴에선 힘이 풀린 적이 없다. 어쩌면 민조는 어쩔 수 없는 일인 걸 알면서도 홀로 싸움을 이어나간 걸지도 모른다. 주먹엔 늘 힘이, 목소리엔 예민함이. 무더운 여름 날 부채 대신 민조가 잡고 있는 것들이었다.

막을 수 없었던 예비 신랑의 만취, 막을 수 없었던 어제의 비. 중요한 건 '어제' 내렸던 비다. 아파트 복도에 즐비하던 우산은 비가 그친 다음 날 모두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결국 민조의 집에는 젖은 우산 대신 영환이 들어온다. 둘은 선풍기를 쐬고 수박을 쥔 채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제서야 민조의 보조개가 보이고, 영환은 웃는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주먹에서 힘을 푸는 대신 함께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먹는 수박이 아닐까. 내 의지와 상관없이 휘몰아치는 일상에 힘이 들어갈 땐 어제 내렸던 비를 생각한다.


인디즈 17기 이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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