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일 고독단 북레터는 연휴를 맞아 쉬어 갑니다. 고독단원 여러분, 즐거운 설 명절 보내세요!)

님, 안녕하세요! 2022년 1월의 마지막 레터를 보내 드립니다. 매월 마지막 주의 고독단 북레터는 책과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달의 별색 인터뷰’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2022년의 첫 번째 별색 인터뷰 주인공은 다정한 시인이자 섬세한 에세이스트 김현입니다👏

주중에는 집과 회사를 오가고요, 주말에는 주로 집과 동네 카페를 오가며 글을 씁니다. 최근에 자주 드나드는 카페는 ‘포스트 빈’ ‘오캄’ ‘밑줄’이고요. 지난주엔 ‘밑줄’에서 초고 두편을 고쳐 썼습니다.

늘 이렇게 성과가(?) 좋은 건 아니고요. 몇개월 전부터는 심야 라디오 방송에 고정 출연해 청취자들에게 ‘시처방’을 해주며, ‘문학계의 오은영’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웃음).

원고를 쓰거나 묶으면서 책의 제목으로 삼을 만한 걸 메모장에 적어두곤 해요. 이번에도 그러했는데, 책에 담긴 정서를 단번에 전달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붙잡았어요. 몇년 사이 여러권의 산문집을 냈는데 산문이라는 동일한 형식 안에 때마다 조금씩은 다른 걸 담으려고 애쓴 것 같아요.

이번 산문집은 ‘다정이 지겨운 양’ 하며 쓴 글들과 그렇지 않은 글들이 함께 널뛰기하는 책이고요. 그 널뜀의 상태가 반영된 제목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내치면서도 필요로 하고 필요로 하면서도 내치게 되는.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데요, 시는 드립커피 같고, (생활)에세이는 믹스커피 같다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시는 추출의 과정을 궁리하게 하는 매력이 있고 에세이는 추출의 결과에 집중하게 하는 매력이 있는 거 같아요. 바로바로 음미하면서.

‘근미래’라고 하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먼 미래에 나는,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가 아니라 내일, 한달 뒤, 1년 뒤, 가까운 미래에 나는,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데에 부쩍 관심이 생겼다고 할까요. 멀리 봐야, 멀리 내다봄으로써 얻게 되는 것(이 있다는 말)을 부러 의심하고 있습니다. 나무를 보지 않고 숲을 볼 때 우리는 어떤 희·비극에 처하는 것일까요.

보통 음악을 듣고 책을 읽습니다. 종종 시를 쓸 때도 있고, 얼마 전엔 소설의 첫머리를 적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출퇴근하며 피오나 스태퍼드의 『길고 긴 나무의 삶』을 읽고 있고요, 그날 기분에 따라 플레이리스트가 조금씩 바뀌는데, 요즘 꼭 넣어두는 노래는 서울 시스터즈의 「첫차」와 김연자의 「십분 내로」입니다. 출근하기 싫은 마음을 견디기 해주는 노래들이기도 하고요. 가끔 출근하며 온라인 푸드 마켓에서 장을 보는데 그게 출근하기 싫은 마음을 다르게 바꾸어 놓기도 하더라고요.

이제 조금은 익숙해져서 혼자 나들이를 다녀오기도 하고요, 휴가를 내서 짧은 ‘마감 여행’ 같은 걸 한 번씩 다녀오기도 하면서 숨을 돌립니다. 가까이에서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과 나름의 방식으로 계속 연결되어 있고자 노력하기도 하는 것 같고요. 작년에는 가끔이지만 비대면으로 독자들을 만나는 것으로 큰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ENFJ라서?(웃음) 비결이랄 건 없고요, 열심히 무언가를 하면 열심히 하지 않는 무언가가 꼭 있게 마련인데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놓아야 할 때 잘 놓아버리는 것 같고. “정말 먼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버려야 한다”라는 문장을 글에 쓴 적이 있는데, 모든 걸 움켜쥐고 있지 않으려고 하는 편인 거 같아요. 놓았다가 다시 잡으면 되니까.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읽는 편인 거 같고요. 최근엔 쩡찌 작가의 『땅콩일기』라고 하는 그림에세이를 인상적으로 읽었어요. 뭐랄까, 제가 부러 들여다보지 않았던 내면, 조금 더 어루만져주었어야 할 어떤 감정, 마음 같은 걸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지막엔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특별한 습관 같은 건 없고요, 의자에 앉아서 읽기보단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자주 읽는 거 같고요. 때때로 그날의 복장에 맞춰서 ‘오늘의 책’을 고를 때도 있습니다. 표지의 색상과 디자인을 고려해서. 약간 기분을 좀 내고 싶을 때.(웃음)

책에서 배웠다기보다는, 책을 통해서 만나게 된 사람이 ‘최근에도’ 있었음을 기쁘게 여기고 있답니다.

읽지 않되 읽게끔 하는 것들을 찾아서 보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텍스트가 전혀 없는 그림책, 사진집이나 미술 서적 같은 것들을 본다거나 원작이 있는 영화를 찾아서 보기도 하고요. 또 평소 책을 읽는 시간이나 장소를 좀 바꾸어 보는 것도 방법 같아요. 혼자 책 한권 들고 근교로 나들이 다녀온 적이 있는데 여러모로 좋더라고요.

올해는 소설 (고쳐)쓰기에 조금 더 매진하고 싶습니다. 짧은 소설도 여러편 써야할 것 같고요, 단편 작업도 시간을 잘 쪼개서 해보려고요.

황인찬 시인과 함께 ‘북북서로’라고 하는 북 팟캐스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창비에서 주관하고 있는데, 새해 새롭게 하는 일이니 즐겁게 하고 싶고요. 고정 청취자들이 많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고정 청취자들 닉네임을 뭐라 할지 벌써부터 두근두근.(웃음)

👉추운 겨울에 딱 맞는 책 선정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