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투 서울> (감독 데이비 추)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60 〈리턴 투 서울〉
5월 31일 오늘의 큐 💡   
Q. 어디로 가지? 🌍
🏫새 학년 새 학기의 첫날, 떨리던 마음으로 자기소개하던 순간을 님은 기억하시나요? 처음 만나는 친구들 앞에서 나를 소개할 땐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나는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겠죠. 😆'나는 서울에서 왔고, 독립영화를 좋아해..!' 하지만 내 말을 듣고 난 이름 모를 친구가 이렇게 대답하면 어떨까요? 🤔'넌 딱 봐도 상업영화 재질인데..'

〈리턴 투 서울〉의 '프레디'는 어린 시절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을 가게 됩니다.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 그곳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히, 프레디는 프랑스인으로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지요. 하지만 우연히 들른 서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에게 🤔'넌 딱 봐도 한국인인데..'라는 말을 듣고야 맙니다. 자라며 궁금해 온 생부의 모습을 마주한 앞에서도 프레디는 생부의 가족들에게 🤔'그래도 한국 남자랑 결혼은 해서 살아야지..'라는 최!악!의 이야기도 듣게 되죠.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K-유교의 기운.)

'나'라는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가는 것에는 수많은 요소들이 있겠지만, 그중 제일 중요한 건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싶어요. 마치 프레디의 곁에 있던 솔직한 친구들과 연인들처럼 말이죠. 🙋💓 나의 생김새를 인정하고, 나의 언어로 대화하고,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을 같이 찾아주는 사람들이 함께라면 파리/서울 어디든 행복을 찾아낼 수 있겠지요.

오늘은 프레디의 두려운 마음을 미리 엿본 인디즈가 프레디의 길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쓴 글을 소개합니다. 떠나는 마음을 잡고서 볼 때 좋은 영화, 〈국경의 왕〉 소식도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

공허의 공간으로

〈리턴 투 서울〉


처음 본 악보를 바로 연주하는 일은 다소 무계획적일테고, 악보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도 악보에 기반한 우연의 연속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눈 앞에 닥치는 음표를 넘어 달리기 위해 간신히 무마하는 임기응변의 타래들로 이어진 음악은 작곡가의 의도보다 순간의 우연과 연주자의 손이 가닿는 운명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영화의 초반 ‘시주(視奏)’에 대해 설명하는 프레디는 앞으로 〈리턴 투 서울〉이 어느 곳으로 향할 것인지를 설정한다. 악보에 무작정 달려든 연주자처럼, 상황의 높낮이를 가늠하지 않고 단박에 타고 넘는 프레디는 종종 깨지고 떨어지기도 하며, 유연하게 흐르기도 한다.


영화는 어릴 적 프랑스로 입양을 간, 한국계 프랑스인 프레디를 조명한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나이에 한국을 떠난 프레디가 다시 돌아온 것은 의도한 여행이라기보다는 우연의 산물로, 일본을 가려다 기상 악화로 인해 한국으로 발걸음을 돌린 탓이다. 별 생각 없는 관광객처럼 보였던 프레디는 친부모를 찾을 생각이냐는 질문에 의아해 하고 당혹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프레디의 양부모와의 통화에서 그의 한국행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가 결정한 한국행은 마치 ‘시주’처럼, 두려움의 징후를 파악하고 곧장 달려든 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후략)


인디즈 임다연

〈리턴 투 서울〉

감독 데이비 추|119|극영화|15세관람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요 당장! 

우연히 자신이 태어난 서울로 리턴한 25세 프레디, 어쩌다 한국 부모를 찾으면서 시작된 어쩌면 운명적인 여정

낯선 방향에서 중심 잡기

〈리턴 투 서울〉과 〈국경의 왕〉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모호한 질문을 두고 명료한 대답을 내리지 않는 두 영화가 있다. 여기서 누군가는 정착하지 못한 채 떠돈다. 이상한 일이다. 국경이라는 보이지 않는 선이 분명하게 세계를 구분 짓지만, 누군가는 그 불분명한 경계 아래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턴 투 서울〉에는 그 어딘가에 서 있는 프레디가 있다. 그는 자신의 국적이 대한민국이 아니라 프랑스임을 명확하게 말하는 사람이지만, 영화는 그와 타자 사이의 거리를 좀처럼 좁히지 않고, 국경은 그 거리를 가로막고 있다. 열려있지만, 분명 닫힌 것이다. 그의 정체성은 구분 지을 수 없고, 규정될 수 없는 채로 서울에 발을 딛고 서 있다.

 

반면,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에 오가며 영화를 찍으려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영화가 있다. 여기에서 어떤 시퀀스는 영화 속의 영화이고, 누군가의 상상이고, 꿈이고, 현실이다. 〈국경의 왕〉은 시작부터 유진이 공항 문 너머의 화면 앞을 걸어 나온다. 그가 공항에서 나와 맞닥뜨리는 것은 말을 걸어오는 한국인과 대화를 피하고자 일본인 행세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연속적으로 벌어지면서, 머나먼 땅을 밟은 채로 마음과 말이 뜻대로 전달되지 않는 일이 반복된다. 이는 이상하게도, 영화의 후반부에 들어서 앞선 이야기들이 허구였음을 일러준다. 앞서 말을 걸어오며 귀찮게 하던 낯선 이는 나중에 하룻밤 사이 맺어진 단짝 친구가 되며, 유령처럼 거리를 배회하던 이는 정말 유령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린다.

 

〈리턴 투 서울〉과 〈국경의 왕〉에는 그들이 잠깐씩 머무르게 된 도시의 풍경이 있다. 그 속에 인물들의 정체성과 인과관계가 시시각각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렇기에 무척이나 낯선 감각으로 다가온다. 그러므로 영화는 불분명한 정체성과 그 경계를 줄곧 불안한 시선으로 담는다. 여행의 설렘이란 애초부터 온데간데없고, 아예 속하지 않은 것도 아니면서 속해있는 것도 아닌 이방인으로의 낯설고도 긴 여정이다. 그러나 이는 그 자체로 또 다른 설렘의 시작이다. 그들은 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이토록 비선형적인 꿈처럼 반복되는 내러티브 안에서 어떤 것을 주체적으로 보아야 할까. 어찌 됐든 우연을 동력으로 출발한 두 영화는 낯선 풍경을 익숙한 것으로 바꾸려 하지 않는다. 혼란스럽지만 여전히 그 풍경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체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분명한 점은 인물들에게 중요한 것이 구별이 아니라 변화라는 점이다.

 

〈리턴 투 서울〉에서 일본으로 향하려다 우연히 서울에 도착한 프레디가 내내 느껴온 이질감은 군산과 전주라는 낯선 도시로 계속 이어진다. 눈앞에서 알 수 없는 말들이 오가는 사이, 그의 마음은 이리저리 혼란스럽다. 그런 〈리턴 투 서울〉에서 보아야 하는 것은 프레디가 이리저리 떠돌던 또는 흩어져있던 마음의 변화다. 그는 서울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프랑스로 돌아가야 할까 싶지만, 그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게 영화는 그의 여정을 끝내지 않은 채 마무리한다. 우리가 마지막에 마주하는 것은 카메라가 줄곧 얼굴 가까이서 비추던 프레디의 뒷모습이다. 영화는 내내 끼어들 틈이 없던 그의 자리를 그제야 남긴다. 그는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삶은 이제 또 다른 시작과도 같다.

 

인간의 삶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인간은 수백 번을 마음먹지만, 세계는 관성을 거스른다. 그렇게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모여 삶을 형성한다. 〈국경의 왕〉에서 인물들이 하고자 하는 영화가 그렇다. 그들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말뿐, 실제로 영화를 만들기 위한 일을 벌인다거나, 그 과정이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경의 왕〉은 내러티브 자체가 영화를 만드는 이야기와 연결된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낯선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은 일상에서 정제되지 않은 상상을 마구 펼치는 일과 유사하다. 영화는 한 가지를 이행하기 위해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뒤따르는 작업이다. 하나로 완벽한 이야기가 아니라 필요에 의해 컷과 컷을 붙이고, 잘라내는 일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한 사람의 삶을 그 자체로 담아낼 수 있다. 이는 영화에 수식처럼 따라붙는 상투적인 메시지가 아니다. 인물은 피아노를 치는 연주자의 마음처럼,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의 마음처럼 시행착오가 뒤따름에도 삶을 이어 나간다. 그러므로 각자 자기만의 방식대로 살아내려는 것은 그 자체로 영화가 된다. 우리는 〈리턴 투 서울〉과 〈국경의 왕〉 속 인물들의 변화하는 정체성이나 인과관계를 보면서, 얽히고설킨 모든 것들을 그 자체로 재구성하여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여전히 어디로 가야 하는 가에 관한 답은 알 수 없지만, 이제는 그 답을 찾으려는 행위가 무의미하다. 낯선 행선지에서도 시시각각 변화하며 발맞추는 것. 어쩌면 그것이 방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인디즈 조영은

〈국경의 왕〉 

감독 임정환|출연 김새벽, 조현철, 정혁기

117분|극영화|15세관람가


영화를 공부했던 유진은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폴란드에 왔다.
영화를 공부했던 동철도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우크라이나에 왔다.
그들은 홀로 유럽을 여행하다가 각자의 도시에 머무르게 되었고, 며칠 뒤 그곳에 오기로 했다는 각자의 대상을 기다린다. 기다림의 며칠간, 유진과 동철은 도시를 여행하며 낯선 거리와 뜻 밖의 사람, 맛있는 술, 피어나는 꽃, 오래된 예술품들 그리고 낯선 유령들과 만난다.


야근? (절레절레)😞 바다? (끄덕끄덕)😆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솔직하게 말하면 사실 사춘기를 다 지난 우리도 종종 하는 질문 아닌가요? 😏 그런 건 이제 상관없다고 말하지만, 실은 알다가도 모르겠고 종잡을 수 없는 게 바로 '나'라는 사람이죠. 오늘은 〈리턴 투 서울〉의 프레디에 이어, 이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한국에 온 사람과 한국을 떠나려는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작년 개봉한 화제작 〈경아의 딸〉을 연출한 김정은 감독의 2017년 단편 〈야간근무〉는 함께 공장에서 일을 하는 두 친구의 갈림길을 담고 있습니다. 수많은 독립영화에 출연한 김예은 배우 주연의 작품이기도 한데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것을 만나기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려는 두 여성의 이야기가 데칼코마니처럼 합쳐지는 이야기입니다. 과연 '린'과 '연희'는 공장장의 압박을 거절하고 함께 바다를 보러 갈 수 있을까요? 아래에서 〈야간근무〉를 만나보세요. 🌊  
〈야간근무〉 감독 김정은│27분│극영화│2017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 여성 노동자 린과 한국인 연희는 공장에서 함께 야간근무를 다니는 친구사이다. 어느 날 두 사람은 주말을 맞이하여 함께 바다에 가기로 한다. 하지만 공장장은 린에게만 주말 특근을 강요하고 그러던 중 린은 연희가 곧 한국을 떠나 호주에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울독립영화제)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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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우리'가 극장에서 다시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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