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에서 나눈 지난 이야기 
📄 2020.08.05 │ 팬데믹 이후 ‘세계인의 밥상’🍚 [E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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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2 │ 오늘의 날씨, 눈앞의 위기[Ep.14]

언택트란 컨택트(contact)에 반대를 뜻하는 언(un)을 붙인 신조어로 코로나19 이전에는 마케팅 분야에서 주로 사용한 용어입니다. 팬데믹 이후에는 수많은 단어가 언택트(un-tact)’와 결합하면서(사회·경제·소비·문화·기술 등) 비대면 접촉이 늘어난 상황을 포괄적으로 의미하게 됐습니다. 특히 배달·배송을 기반으로 한 언택트 소비가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언택트가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는 사이, 감염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장 필수 인력들의 업무강도는 높아졌습니다오늘 SDF 열다섯 번째 다이어리에서는 언택트 시대, 우리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 절반의 컨택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택배 없는 날, 처음이 아니었다고
202079일 
2019715
지난 814일은 택배 없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택배 없는 날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사실, 혹시 알고 계셨나요? 2019715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및 전국택배노동조합관계자들이 택배 노동자들의 휴식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816일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쉴 권리를 요구한 것입니다. 그리고 휴가를 희망하는 1천여 명의 조합원이 휴가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협의 없는 강행이라는 사측의 반대와 대체 인력 확보 등의 문제로 현장이 혼란에 빠지면서 지난해는 일부 노조원만 참여한 반쪽짜리 택배 없는 날로 끝이 났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며 올해는 주요 택배사들이 동참하는 등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대부분의 택배 노동자들이 쉴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814()국내 택배 서비스가 도입된 1992년 이후, 택배업 종사자들에게 처음 주어진 공식 휴가였습니다
안 시켜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시켜본 사람은 없다?
국민 1인당 택배 이용 횟수 연 53.8

◼︎ 경제활동인구 : 만 15세 이상의 인구 중, 취업자와 실업자를 포함하여 노동능력과 노동의사를 가지고 있는 모든 인구
택배 산업계는 스마트폰의 보편화, 전자상거래 분야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며 저변을 넓혀왔습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택배 이용 횟수는 20002.4회에서 지난해 53.8회로 2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경제활동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1인당 연평균 택배 이용횟수는 99.3에 달합니다. 평균 일주일에 2번씩은 택배를 이용한 셈입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미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던 언택트 소비가 코로나19 이후 중장년층을 아우르는 유통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택배 업계가 코로나19 특수로 호황을 맞았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습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택배사들의 매출은 껑충 뛰었습니다. 국내 택배 업계 점유율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의 1분기 택배사업부문의 매출은 72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5% 급증했습니다. 지난 87일 발표된 2분기 택배부문매출액은 7789억원. 전년 대비 28.1%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102.6% 증가한 476억원을 달성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는 평가에 업계도 할 말은 있다는 입장입니다. 코로나19로 물량이 대폭 증가한 것은 맞지만 그 배경엔 시대 변화와 흐름에 맞춰 지속적으로 기술과 시설에 투자하고 인프라를 구축해온 노력도 있었다는 겁니다. 코로나 특수라고만 규정하는 부분에 살짝 서운한 분위기도 느껴집니다. 실제로 공급망에 대한 높은 신뢰가 우리나라의 사재기 현상을 막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업계가 웃을 수 없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택배 종사자들의 쉴 권리와 처우개선에 관한 문제 때문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코로나19 이후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가 잇달아 발생한 것입니다. 이 오래된 화두를 어디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업계와 사회의 고민이 커지는 가운데 최초의 택배 없는 날이 지정된 것입니다

영화사 진진 미안해요, 리키(Sorry We missed You)예고편
<미안해요, 리키. 2019 / 감독 켄 로치>
코로나 이전부터 택배 노동자들의 권리 보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택배현장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종철 작가의 만화 까대기가 지난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한국만화가협회가 선정한 2019 오늘의 우리만화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까대기는 택배 상하차를 의미하는 말로, 물건을 트럭에 가득 채우거나 반대로 수화물을 땅으로 이동하는 행위 또는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부르는 표현입니다. 6년 동안 실제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한 작가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택배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칸 영화제에서 두 번이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2006 ・ , 다니엘 블레이크. 2016) 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미안해요 리키. 2019>의 주인공 리키의 직업도 택배 기사입니다. 영국에서는 ‘Sorry We Missed You’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작품인데요. ‘Sorry We Missed You’는 택배 기사가 수신자가 부재중일 때 남기는 메시지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리키는 다시 안정적인 생활을 기대하며 택배 일을 시작하지만 과도한 노동시간과 불안정한 고용형태는 좀처럼 삶의 균형을 잡을 수 없게 만듭니다. 누군가에겐 당연한 휴식권이 누군가에겐 계약 해지의 위험이었고, 그것은 가장 큰 불안이었습니다. 영화는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받지 못하는 일의 구조가 어떻게 삶에 영향을 미치고 가족과 인간관계를 흔들어 놓는지 보여줍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맞이한 팬데믹 상황에서 한 가지 문제가 더해집니다. 사회적 생존 위험에 물리적인 생존의 위협까지 더해진 것이죠. 이 일은 업계만의 일은 아닙니다. 미국의 전 노동부 장관이자 캘리포니아 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수인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는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에 쓴 칼럼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층이 더 세분화되면서 4개의 새로운 계층이 생기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첫 번째 계층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노트북 등으로 원격 근무가 가능한 사람들(The Remotes)불안을 느끼지만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위기를 건널 수 있는 이들이라고 설명합니다. 두 번째 계층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필수업무 종사자들(The Essentials)입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더 존재가 부각된 간호사, 보건소 직원, 수송인력, 택배 종사자 등 일자리를 잃지는 않았지만 바이러스 감염 위험에 대한 부담이 커진 그룹입니다. 그는 수많은 필수업무 종사자들의 위험수당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세 번째 계층은 물리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일자리를 잃게 된 식당 직원 등 수입원을 잃게 된 실업자들(The Unpaid), 마지막은 잊혀진 사람들(The Forgotten) 입니다. 잊혀진 사람들 그룹은 사실상 물리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사람들로 교도소 수감자들, 쉼터의 노숙자들, 수용소에 사는 불법 이민자들 등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 위기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얻지 못하는 세 그룹(필수업무 근로자, 수입원을 잃은 노동자, 잊혀진 사람들)에 속해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불평등 완화에 나설 것을 주문하면서 첫 번째 그룹(The Remotes) , 나머지 세 그룹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기사원문보기

타인의 안전은 새로운 생존의 조건 
SDF 열다섯 번째 다이어리에서는 컨택트 노동에 주목하면서 타인의 안전한 노동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누군가의 컨택트로 만들어지고 있는 언택트 시대, 그들이 있어 많은 이들의 안전이 보호받고 있다면 그들의 안전한 노동 환경을 위해 우리는 지금 어떤 논의를 시작해야 할까요? SDF는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기다리고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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