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kay to Bleed 특별호
  • 우리가 Okay to bleed를 외치는 이유 | 테츠오
  • 멋진 욕심쟁이들의 사이드 프로젝트 | 스텔라
  • 생리 해도 괜찮다고 함께 외쳐주세요 | 짠망
  • Okay to "Start" | 혜경
• 100호 기념 이벤트 “대답은 공사모가 할게, 질문은 누가 할래?” ✨질문과 답변 공개✨
• 국제개발협력 ON-AIR 

사적인살롱을 통해 다큐멘터리 <피리어드: 더 패드 프로젝트>에 나오는 월경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가지거나 월경을 터부시하는 사람들을 보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순간적으로 분개했어요. 하지만 위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정작 십수 년 전의 저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그저 우리는 월경에 대해서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던 것일 뿐이었어요. 다큐 속 인물들이 그러한 편견이 만연한 환경에서도 여성들이 마주하는 불편함을 없애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무언가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저는 월경 인식개선 프로젝트를 만들기로 다짐했어요.

👉🏼 테츠오에게 실천할 용기를 실어준 사적인살롱 보러 가기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적은 월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었어요. 수많은 소녀와 여성들이 월경이 불경하다는 주변의 잘못된 상식으로 자기혐오에 빠지기도 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월경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월경을 한다는 것은 우리가 건강하다는 하나의 증거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베트남 시골 마을에서 월경을 갓 시작한 여자아이부터 아침마다 불광천을 산책하는 중년의 아저씨까지 모든 사람이 보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죠.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웹사이트의 형태가 인풋 대비 효율이 높다고 판단했어요.

커리어리에 게시한 프로젝트 멤버 모집 공고문

우당탕탕 월경 프로젝트

저는 첫 커리어를 국제개발협력 업계에서 시작한 만큼, 국제개발협력의 관점을 가지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한 사람인데요. 월경 프로젝트는 그 첫 번째 시도랍니다. 그 말인즉슨 저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PM으로서 총괄한 경험은 처음이라는 것인데요...! 변명이긴 하지만, 처음 하는 역할이라서 프로젝트를 하는 기간 동안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어요. 이런 실수들을 통해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굵직하게 느꼈던 두 가지를 여러분께 공유하고자 해요.

1) 우리는 월경을 모른다

여러분은 월경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계신가요? 사실 매달 꼬박꼬박 월경을 하는 당사자임에도, 정작 어린아이에게 월경이 무엇인지 설명한다고 생각하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결국,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월경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세세하게 공부해야 했어요. 그런데 웬걸, 월경이 얼마나 복잡하던지요! 나름 월경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했던 저도 잘못 알고 있던 상식들이 꽤 많았어요. 이를테면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는 위치 같은 것들 말이죠. 저희 프로젝트는 정보가 이미지를 중점으로 표현되기에 일러스트의 기반이 되는 스크립트를 최대한 자세하고 정확하게 작성해야 했어요. 정자가 나팔관까지 이동하는 여정과 자궁의 중간까지 이동하는 여정은 정자 입장에서 억울할 만큼 큰 차이거든요.

2) 추상적인 좋은 의도는 결국 좋지 못하다.

처음 현장에 나갔을 때, 당시 상사였던 PM님께서 해주신 말이 있어요. “뭐든지 다 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은 결국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요. 아마 이 말은 듣기에만 좋고 구체적이지 않은 말은 사실 별의미 없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일 것 같아요.

처음 제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가졌던 “쉽고 재밌게 설명하겠다”는 저의 의도는 실제 프로젝트를 만들기에는 너무나도 나이브하고 추상적인 목표였어요. 팀원들이 모이고 나서 어떤 컨셉으로 어떤 내용과 이미지를 담을지 논의하면서 결국 이 말이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 들통 나버렸죠. 인식개선과 같은 듣기 좋기만 한 추상적인 목표보다는 사용자가 우리의 웹사이트를 보고 나서 어떤 것을 배우고, 얻어갈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했어요. 예를 들어, 어느 나라의 어느 문화권에 사는 몇 세의, 성별은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제가 원했던 “쉽고 재밌음”은 너무 달랐죠. 따라서 일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메인 타겟층과 목표를 구체적이고 현실성 있게 정해야 했어요. 이 과정에서 젠더, 교육 섹터 등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성실히 커리어를 쌓아오신 팀원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결국 그 누구에게도 유익하지 않은 프로젝트가 되었을 것 같아요.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시작하기까지 상당한 결심을 필요로 해요. 저의 경우 이번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시작을 하기까지 거의 4개월이 걸렸는데요. 혼자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생각을 했다면 절대 시작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일단 물어나 보자는 마음에 올렸던 글로 인해 아홉 분의 능력자들이 모였고, 그분들의 열정 덕에 한마음 한뜻으로 짧지 않은 시간동안 함께 일할 수 있었어요.

이 자리를 빌려 저의 취지에 공감하여 열정적으로 참여해주신 Okay to Bleed의 모든 팀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알고보면 더 재밌는

Okay to bleed 관전 포인트

안녕하세요! 김치앤칩스의 뉴스클리퍼 스텔라입니다🙂 전 세계의 여아들이 자유롭게 월경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한 저희의 소중한 프로젝트 <Okay to Bleed> 소개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게 되어 뿌듯합니다! 저는 이집트에서 여성 할례(FGM)와 여성 청소년의 권리 신장을 위해 일했던 경험이 있어 젠더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소미님이 프로젝트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 세계 여성의 ‘월경할 권리’를 보장하는 데 힘을 보태고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프로젝트 멤버로서 콘텐츠와 번역 작업에 참여했는데요! 프로젝트 초기에는 콘텐츠 제작만 지원했으나, 제가 꾸린 내용을 사이트 이용자들이 가장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번역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여겨져 번역까지 함께 하게 되었어요😊

먼저,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가장 크게 신경 썼던 부분은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월경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내용을 구상하는 것이었어요. 이 점을 반영하기 위해, 월경은 거의 모든 여성이 일정 연령이 되면 경험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으며 월경을 하면서 도움이 필요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말해도 된다’는 뉘앙스의 말을 여러번 콘텐츠에 담았어요. 

사이트에 게재될 내용을 다듬으면서 주의했던 또 다른 부분은 ‘보편성(universality)’이었는데요. 이용자들이 서로 다른 연령, 성별, 문화, 종교,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음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모두가 공감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 과정에서 월경에 관해 국내 및 해외 정보를 광범위하게 취합하고 선별했는데요. 국가나 문화권마다 같은 정보에 대해서도 전달하는 방식이나 표현이 다르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콘텐츠 팀으로서 글자와 함께 보일 이미지나 일러스트를 구상하는 작업도 참여했었는데요. 이미지나 애니메이션이 특정 문화나 인종을 반영하거나 ‘여성성’과 관련된 특정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지 더욱 꼼꼼히 검토했던 기억이 나요! 

이후 콘텐츠 팀에서 작업한 내용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에도 함께 참여했어요. 이 과정에서 전달하는 정보의 ‘내용’과 ‘방식’을 조화시키기 위해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쳤는데요. 예를 들어, 월경이 일어나는 과정은 반드시 전달해야 하는 필수 정보지만 그 내용 자체가 어렵고 난소, 질 등의 의학적 용어도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게 풀어쓰는 데 많은 공을 들였어요. 이 밖에도, 필요한 정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전달되도록 여러 번의 과정을 거치는 과정 속에서 인식개선 캠페인 활동가들이 가지는 고민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됐어요👍  

저에게 Okay to Bleed 프로젝트는 참 고마운 기회입니다! 공동의 뜻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힘을 목도하면서, ‘아, 내가 이 맛에 개발협력하지!’ 다시 한번 느꼈기 때문이에요. 특히,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개발협력 분야에서 직접적으로 일하지 않는 팀원들도 함께해 주셨는데요. 그래서인지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 수 있고, 함께 할 때 그 힘은 강해진다는 경험이 소중했어요. 

Okay to Bleed 팀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멋진 욕심쟁이들의 모임’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이트를 개발하면서 팀원 모두 욕심이 생겨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 인식 개선 이상의 효과를 내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서도 열띤 토론이 있었는데요. 아직 첫 단계라는 점을 고려해 프로젝트의 목적을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지만, 이제 첫 발을 내딛는 Okay to Bleed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여성과 여아에게 자유롭게 피 흘릴 권리를 안겨줄지, 저는 또 그 과정에서 얼마나 성장할지 정말 기대됩니다! 

당시 저는 파키스탄에서 파견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속성으로 라마단과 이드절을 보내면서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문화를 마주하게 되었어요. 라마단 기간에 집중그룹토의(Focus Group Discussion, FGD)도 실시해보고, 도시 외곽 마을에서 직장 동료 가족들과 Eid Holiday(이슬람 명절)를 보내면서 여성 인권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는 사건들이 있었거든요. <피리어드: 더 패드 프로젝트>가 인도 시골마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파키스탄에서 생활하고 있던 저에게는 정말 제 이웃에게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는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피리어드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답니다.

저는 번역팀의 일원으로 활동했는데요. 번역이 전체 과정(콘텐츠-번역-개발, 디자인은 병행)에서 중간단계에 있다 보니 프로젝트의 톤을 유지하기 위해 앞뒤 과정에서 서로 작업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과정이 꽤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작업 과정간의 유기성이 매우 중요했던 것 같아요. 저도 콘텐츠를 구성하는데 기여하고 싶어서 콘텐츠 팀 회의나 작업에 기웃거리며 의견을 나누기도 했는데, 그래서 번역 작업을 할 때 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반면에 디자인과 개발은 아무것도 모르지만 아무것도 몰라서 비교적 쉽고 단순하게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죠. 물론 그게 디자인팀과 개발팀에게 어떤 일을 추가하는 건지 몰랐지만요 😊

번역팀에서는 저를 포함해 번역 담당 2명과 함께 스텔라님이 콘텐츠 팀과 번역팀의 연결성을 위해서 총 3분이 함께 해주셨어요. 번역 과정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바로 번역팀은 단순히 국문을 영문으로 바꾸는 작업만을 하진 않았다는 것이에요. 콘텐츠 팀에서 탄생한 국문 콘텐츠를 콘텐츠 팀이 의도한 표현, 용어, 어투 등에 담긴 배려를 이해하는 한편, 또 다른 시각에서 검토하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번역팀이 작업 과정에서 콘텐츠 팀의 작업결과물을 건드리게 되어서 콘텐츠팀과 번역팀 간에 의견 교환이 왔다 갔다 한 적도 몇 번 있었죠. 

특히 번역팀에는 개발협력 분야 종사자가 두분이나 계셨는데, 문화적 감수성이 조금 더 예민하게 작동하지 않았나 싶어요. 저희는 이 과정을 나름 ‘개발협력 렌즈로 바라보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 나름대로 파키스탄 파견생활을 통해 무슬림 문화권의 시각을 새롭게 얻게 된 만큼 어떤 정보는 좀 더 조심히 전달해야겠구나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스텔라님도 동 문화권에서 파견 생활을 했었기도 하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Okay to Bleed 프로젝트를 통해서 기존의 공사모를 통한 개발협력 인연뿐만 아니라, 디자인, 개발, 교육, 미디어 분야 등 다양한 다른 분야의 종사자분들을 만나고 함께 작업할 수 있었다는게 좋았어요. 타 분야 종사자분들과 만나면 개발협력도 새로운 시각이 되더라고요. 어느 순간, 개발협력 분야에 관심있는 분들과 마주하는 일이 일상이 되다 보니 제 자신이 동료들과 상호이해하고 있는 하나의 틀 속에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런 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좀 더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 여성의 월경을 담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통해 Okay to Bleed 웹사이트를 접하게 되실 독자분들께 제작자의 한명으로서 가이드를 드리고 싶습니다. 멀리 퍼뜨려주세요. 한국의 동료, 해외의 동료, 성별과 국적 관계 없이 누구에게든 이 웹사이트를 통해 월경을 ‘당연한 것’, 말 그대로 “생리 해도 괜찮아!(Okay to bleed!)”라는 저희의 메세지가 닿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