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구독자' 님을 위한 다섯 번째 편지 💌
내가 살아갈 시대는 선택할 수 없다 해도,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현재 일어나는 사건에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참여할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 세상을 선택한다는 것은 역사와 시간 속에서 이 세상의 과업과 소명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제니 오델 지음, 김하현 옮김, 필로우 펴냄




'심미'라는 단어의 한자는 어떻게 쓸까요? 저는 단박에 마음 심(心) 아름다울 미(美)를 떠올렸습니다. 마인드풀가드너스에서 일하는 김현아 정원활동가도 그렇게 생각하며 사전을 찾아보다가 살필 심()이라는 단어 앞에서 작게 탄식했다고 해요. '아름다움을 살펴 찾는다'는 뜻이야말로 농업과 구분되는 정원 활동의 핵심입니다. 

정원이라고 하면 깎아놓은 듯 반듯하고 곧은 나무와 꽃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정원 조경도 나름의 유행이 있어서, 최근에는 정형식 정원(원, 타원, 직사각형 따위 도형을 따라서 나무나 화단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는 인공 정원)이 아닌 보다 자연을 닮은 모양으로 가꾸는 정원이 인기라고 해요. 이는 단순히 자연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식물의 생장 원리와 땅을 살펴 심는 '정원 서식처'라는 개념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주의(생태주의) 정원이라는 대안으로까지 나아갑니다. 자연에 있는 것처럼이 아닌 자연처럼 정원을 가꾸는 거죠. 

정원 가꾸기는 취미처럼 보이지만 사회를 변화시키는 활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누구나 '자기만의 땅'을 갖고 있는 건 아니죠. 그래서 공동의 공간을 가꾸는 게릴라 가드닝(또는 커뮤니티 가드닝)은 물리적 조건을 극복하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곤합니다. 5월의 행동도구로 보내드린 씨앗폭탄 안에는 야생화 씨앗 26종이 꼭꼭 숨어있는데요, 야생화는 나무만큼이나 탄소 저감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땅과 흙이 매우 제한적인 도시에서는 더욱요. 

대부분의 야생화는 우리가 흔히 '잡초'라고 부르는 이름없는 풀들의 무리이기도 합니다. 잡초는 개발(공사) 중인 땅,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땅 등 척박한 지역에 가장 먼저 나타나곤 하죠. 그들이 뿌리내린 땅은 이내 부드러워지고 더 많은 미생물이 살 수 있는 흙으로 변합니다. 잡초가 다른 식물들도 다시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죠. 김현아 정원활동가는 "지구의 피부를 치유하기 위해 가장 먼저 들어오는 개척종이 바로 잡초"라고 말합니다.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두 번째 소셜트립
'리와일드볼 워크숍' (w. 김현아) ⓒ장일호
5월27일 열린 두 번째 소셜트립 '오늘은 야생화를 심는 활동'은 행동구독자와 함께 리와일드볼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으로 마무리 됐습니다. 리와일드볼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씨앗과 물을 넣어 반죽한 흙을 동그란 모양으로 빚어 말리면 끝! 리와일드볼이나 씨앗폭탄은 흙을 파서 씨앗을 심는 기존 방식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게릴라 가드너들의 편리한 '무기'입니다. 

6월10일과 17일에는 오늘의행동 생활학자들이 씨앗폭탄 키트를 들고 학교로 찾아갔습니다. 행동구독자 중 사전신청을 받아 선정된 경기 평택 죽백초등학교 '그림책 읽는 친구들'과 서울 목운중학교 '기후위기대응 독서반' 친구들과 만났습니다. 학생들이 애써 빚어 곱게 말린 씨앗폭탄이 어디에서 어떤 꽃을 피울지 궁금합니다.
서울 목운중 '기후위기 대응 독서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한 씨앗폭탄 워크숍 ⓒ선재
저 역시 비 예보를 요즘처럼 목 빠지게 기다렸던 때가 또 있나 싶습니다. 일기예보에 우산 모양이 뜨면 주머니에 리와일드볼 2~3개를 챙겨 나와 방치된 나대지나 교차로 등 자투리 공간에 슬쩍 놓아두곤 했습니다. 아껴뒀던 씨앗폭탄도 지난 밤 아파트 화단에 던져두었습니다. 비를 맞으면 자연스럽게 흙이 부서지면서 씨앗이 발아한다니, 이제부터는 기다림의 시간입니다. 평소 무심코 지나던 길이 덕분에 한층 즐거워졌습니다. 

행동구독자 님도 받아보신 씨앗폭탄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면 '집에서 씨앗폭탄 만들기'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그리고 시사IN이나 오늘행동에 할 말이 생긴다면 무엇이든 알려주세요. 확인하는대로 피드백 드리겠습니다 :)
7월의 행동도구 COMMING SOON 🏃🏻
쉽게, 가볍게, 간단하게
'사용하-면' 좋아요


한국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사용하는 화장지는 지구와 달을 130번 왕복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길이입니다. 매년 나무 8만 그루가 휴지를 만들기 위해 잘려나갑니다. 손수건을 쓰는 쉽고 단순한 일도 기후활동이 됩니다. 7월에 배달될 행동도구 '사용하-면'은 손수건입니다. 

사용하-면에 새겨진 무늬는 1901~2020년까지 한국 기온 변화를 표시한 워밍 스트라이프(warming stripes)입니다. 워밍 스트라이프는 영국의 기후학자 에드 호킨스가 개발한 패턴입니다. 줄무늬 하나는 1년 평균 기온으로, 연평균 기온이 기준보다 낮으면 파란색, 높으면 붉은색 계열로 표시됩니다. 색깔 변화만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각 자료인 셈입니다. #ShowYourStripes 홈페이지에서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워밍 스트라이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곧 찾아갈게요 🙋🏻‍♀️

💌 '더 작은 행동'을 추가로 받아보세요(무료) 행동 구독은 홀수달인 3월(3600초)과 5월(씨앗폭탄) 배달 되었고 7월(사용하면)에 이어 9, 11월 배달 예정입니다. 행동 구독자 중 원하는 분들에게는 짝수달(6, 8, 10월)도 기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더 작은 행동'을 우편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4월에는 개구리접기 도면 등을 보내드렸고, 6월에는 씨앗폭탄과 더불어 활동할 수 있는 키트를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너의 이름을 알려주는 오늘의 행동'). 제작을 마치는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미 신청하신 분들은 다시 신청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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