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라는 단어의 한자는 어떻게 쓸까요? 저는 단박에 마음 심(心) 아름다울 미(美)를 떠올렸습니다. 마인드풀가드너스에서 일하는 김현아 정원활동가도 그렇게 생각하며 사전을 찾아보다가 살필 심(審)이라는 단어 앞에서 작게 탄식했다고 해요. '아름다움을 살펴 찾는다'는 뜻이야말로 농업과 구분되는 정원 활동의 핵심입니다.
정원이라고 하면 깎아놓은 듯 반듯하고 곧은 나무와 꽃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정원 조경도 나름의 유행이 있어서, 최근에는 정형식 정원(원, 타원, 직사각형 따위 도형을 따라서 나무나 화단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는 인공 정원)이 아닌 보다 자연을 닮은 모양으로 가꾸는 정원이 인기라고 해요. 이는 단순히 자연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식물의 생장 원리와 땅을 살펴 심는 '정원 서식처'라는 개념으로까지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자연주의(생태주의) 정원이라는 대안으로까지 나아갑니다. 자연에 있는 것처럼이 아닌 자연처럼 정원을 가꾸는 거죠.
정원 가꾸기는 취미처럼 보이지만 사회를 변화시키는 활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누구나 '자기만의 땅'을 갖고 있는 건 아니죠. 그래서 공동의 공간을 가꾸는 게릴라 가드닝(또는 커뮤니티 가드닝)은 물리적 조건을 극복하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곤합니다. 5월의 행동도구로 보내드린 씨앗폭탄 안에는 야생화 씨앗 26종이 꼭꼭 숨어있는데요, 야생화는 나무만큼이나 탄소 저감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땅과 흙이 매우 제한적인 도시에서는 더욱요.
대부분의 야생화는 우리가 흔히 '잡초'라고 부르는 이름없는 풀들의 무리이기도 합니다. 잡초는 개발(공사) 중인 땅,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땅 등 척박한 지역에 가장 먼저 나타나곤 하죠. 그들이 뿌리내린 땅은 이내 부드러워지고 더 많은 미생물이 살 수 있는 흙으로 변합니다. 잡초가 다른 식물들도 다시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죠. 김현아 정원활동가는 "지구의 피부를 치유하기 위해 가장 먼저 들어오는 개척종이 바로 잡초"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