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3년, 미얀마는 여전히 독재의 어둠에 잠겨 있습니다. 그사이 군경의 폭력으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4468명,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도는 난민은 26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김서영 특파원이 미얀마와 국경을 마주한 태국 매솟으로 떠났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살고 싸우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약 6분 분량의 기사입니다.

지미는 마을로 이송돼 응급 처치를 받았다. 그가 보여준 당시 사진에서 지미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들것에 실려있었고, 오른쪽 다리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뭉개져 있었다. 지미는 "간단히 마취했으나 너무 고통스러워서 이가 상할 정도로 입을 악 물었다. 내 비명이 온 난민촌에 다 들렸다고 한다"고 전했다. 자원봉사자들이 그를 긴급 수술이 필요한 수감자로 위장한 뒤 매솟으로 옮겨 수술을 받게 했다.

군부와의 싸움은 많은 미얀마인에게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에도 상처를 남겼다. 아직 앳된 기색이 남아 있는 표(21·가명)는 친구들이 군부에 살해당한 이후 카렌주의 정글로 향했고, 그곳 시민방위군에 합류해 2년을 보냈다. 쿠데타 초기 군부가 '언더그라운드(UG·지하활동)' 활동가들이 있는 건물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이들이 옥상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때 숨진 이들이 표의 친구들이다. 표는 "군인과 싸우고 싶어서 시민방위군에 합류해 총 쏘는 법, 대포 다루는 법을 배웠다. 무기를 잡아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매솟에 미얀마군 스파이가 돌아다닌다는 소문 또한 난민들을 더욱 숨어들게 만든다. 민주화 활동을 한 혐의로 군부의 체포영장이 나온 슌레이(32·가명)는 매솟에 온 지 꽤 됐지만 아직까지도 시내를 돌아다니지 않는다. 그는 "미얀마 음식을 파는 식당이 많이 있지만 그런 곳에 가지 않고 행사나 모임에도 나가지 않는다. 매솟이라고 해서 전적으로 안전하지는 않다. 혁명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슌레이는 "주목을 끌기 싫어서 내가 누구인지도 드러내지 않는다. 이곳에서 나는 돈 주고 산 차명 신분증을 가진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했다.

이들이 자신을 반기지 않는 곳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사 출신 영화감독 녜인 녜인 아웅(56)은 혁명이 끝난 이후 미얀마로 돌아갈 날을 기다린다. 1988년 미얀마 독재자 네 윈 장군에 반대한 시민들이 들고일어났을 때 그는 전국 단위 학생 조직에 참여했고, 2021년 쿠데타 이후엔 교사로서 시민불복종운동에 동참했다. 군부는 그런 그에게 테러리스트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며 그의 자택을 압류하고 불도저로 밀어버렸다. 군부에 '찍힌' 세월이 긴 만큼 잡히면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국경을 넘기 전날 밤 많이 울었다. 다른 이들은 목숨을 거는데 나는 살기 위해 떠나려고 하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아들이 '살아있어야 뭐든 할 수 있다'고 설득해 함께 매솟으로 넘어왔다"고 말했다. 녜인 녜인 아웅은 "내가 매솟에 있는 건 '봄 혁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도 나는 살아있어야 했다"며 휴대폰에 저장된 무수한 후원 증서를 보여줬다. 태국 복권을 팔아 번 돈의 일부를 보낸 것이다. 후원처는 군부에 저항하다 생계가 끊긴 이들, 국민통합정부 등 다양했다.

매솟에 와서 그는 '봄 혁명'과 미얀마의 난민촌, 인권 문제 등을 다룬 영화를 제작하며 자신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작품은 시민단체 등에서 상도 받았다. 그는 "우리가 한때 누렸던 삶을 반드시 되찾고 싶다. 미얀마를 사랑하기 때문에 떠날 수가 없다. 언젠가 미얀마로 돌아가 재건과 번영에 내 노력을 바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미얀마의 싸움이 일상과 멀게 느껴지신다면, 콜센터 상담사 수진씨의 싸움은 어떤가요. 끝내 이긴대도 받을 수 있는 건 임금 4만원뿐이지만, 수진씨는 이 소송에 진심입니다. "작은 일들이 자꾸 묵인되는 것은 문제"라는 생각 때문에요.  

최근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한국을 방어해 줄까?" 예전에는 주한미군의 존재만 떠올려도 이 물음에 고개를 쉽게 끄덕일 수 있었죠.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큰 지금은 "아니면 어떻게 될까?"란 상상도 해보게 됩니다.

혹시 독자님도 비슷한 생각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2월6일 점선면은 다시 미국을 휩쓰는 '트럼프 바람'을 다룹니다. 이 바람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까지 짚어볼게요. 요즘 미국의 상황을 보며 떠오른 생각이나 궁금한 점을 보내주세요. 점선면은 독자님의 이야기를 담아 만드는 레터입니다.

📬 "퇴근 후에도 빼곡한 일정을 보며 뿌듯해했다가 그것이 과로로 이어졌다는 것, 그것이 갓생이 아닌 나를 갉아먹는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쿠키님)

📬 "감사일기의 효과는 알고 있었지만 꾸역꾸역 짜내기 귀찮아 쓰다 말다 했습니다. 주변과 상황에 대한 감사를 쓰려니 온통 불만이어서요. 헌데 오늘 다시 생각해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나'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지 못했네요. 이제 칭찬일기를 써야겠습니다. 저에 대한 칭찬😊" (양퍼피님)

📬 "고3때 한병철의 책 <피로사회>를 읽고 충격을 받았어요. '하면 된다'를 거의 신앙처럼 삼았던 제게 책은 그런 노력이 주입받은 이데올로기에 의한 것이고, 현대 사회는 개인들로 하여금 스스로 착취하게 하면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때부터 성과주의에 의문을 가졌어요. '하면 된다'고 믿는 것이 경주마처럼 달려 나가는 시점엔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근데 문제는 '되지 않은 사람들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결론으로 미끄러지기 쉽고, 당장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밀려나 보이는 사람들을 향한 무시로 이어진다는 거죠. 오래 생각해본 결과, 저는 제 정신건강과 동시에 연대하는 마음도 지키고자, '나는 운이 좋았지만, 나만큼 운이 좋지 않은 이들도 많아서 하면 된다는 말을 모두에게 적용하는 것은 폭력'이라는 타협점을 도출해냈네요." (안녕양말님)

📬 "험하게 말하면 '셀프 가스라이팅'이라고 할 수 있는 행동들도, 부당한 세상 앞에서는 각자 생각하는 역전의 기회에 추진력을 모으기 위해 웅크리고 있다고 보면 덜 착잡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진짜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삶의 순간에 감사함을 느끼며 정신력을 아끼면 주변의 많은 문제에 더욱 공감하고 연대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찰보리빵님)

📝 "지난 점선면Lite <🐌주어진 것이 한 뼘뿐일 때>를 읽고 독자님들이 남겨주신 반응입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독자님들이 많이 계셨어요. 나만의 고민이 아니구나, 위안을 받았습니다. 나름의 답을 내리셨다는 독자 메시지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독자님도 이 메시지를 보고 저처럼 여러 선택지들을 손에 쥔 것 같은 든든함을 느끼시길 바라요.

이 밖에도 레터를 통해 2030에게 공감할 수 있었다(롤로노아님)는 독자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꾸려고 투쟁하는 청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는 독자님(익명)도 계셨습니다. 다양한 의견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