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래서 넷플릭스 잘못이냐 SKB 잘못이냐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에디터 찬비입니다. 

오늘은 지난 SK브로드밴드 vs 넷플릭스 소송 관련 레터에 이어서 더욱 커지고 있는 망 사용료 갈등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 오늘의 에디터 : 찬비
주말이 딱 3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늘의 이야기
1. 지난 레터에서는...
2. 입법으로 해결하자는 움직임
3. 트위치, 유튜브가 펼치는 공포 마케팅
4. 힘 겨루기 속 등 터지는 새우

💌 지난 레터에서는...

(출처: Unsplash)  

지난 에디터 구운김의 레터에서는 SK브로드밴드(이하 SKB)를 필두로 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이하 ISP)와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이하 GCP)와의 갈등이 왜 일어났는지, 1심 판결이 어떻게 났는지, 이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다뤘습니다.


요약하자면 넷플릭스는 자체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인 ‘오픈 커넥트(OC)’를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네트워크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망 사용료를 통신사에 또 지불할 수 없다고 주장해요. 넷플릭스와 협력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ISP에는 넷플릭스가 캐시서버(OCA)를 무상 설치해주고 있는데, SKB는 파트너십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 OC에서 콘텐츠 데이터를 가져오고 있어요. SKB는 비디오 스트리밍의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비용을 들여 통신망을 증설하고 있기 때문에 부담을 나눌 수 있도록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넷플릭스가 SKB에 망 사용 대가를 낼 필요도, 협상의 의무도 없다’를 판가름했던 SKB vs 넷플릭스 1심 소송에서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 대가를 낼 필요 없다’는 주장이 기각, ‘협상의 의무도 없다'는 부분이 각하되며 넷플릭스의 패소로 마무리됐어요. 넷플릭스는 판결에 불복해 지난해 7월 항소했고, SKB 역시 반소(맞소송)를 걸어 소송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더욱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이전 레터를 살펴봐 주세요!)

⚖️ 입법으로 해결하자는 움직임

위 소송의 1심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야 함을 인정했지만, 금전적으로 내야 함을 명시하진 않았고, SKB에 어떤 방식으로 사용료를 지급할지 협상할 수 있다고 판결했어요. 즉, '금액까진 산정해줄 수 없지만 내는 건 맞으니 당사자끼리 잘 협상하라'는 것이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전체 트래픽에서 구글(유튜브)이 27.1%, 넷플릭스가 7.2%를 차지해 두 기업을 합하면 34.3%에 달한다고 해요. 두 기업의 서비스는 영상 콘텐츠 기반이기 때문에 트래픽 소모량이 압도적으로 많죠. 하지만 위 판결과 같이 망 사용료는 ISP와의 협의에 따라 부과되기 때문에 구글과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납부를 거부하고 있어요. 메타와 네이버, 카카오는 모두 내고 있는데 말이죠.


국회에서는 이 문제를 법안으로 풀고자 하고 있습니다. 2020년 7월부터 현재까지 ‘망 사용료' 관련 법안은 7건 계류되어 있고, 모두 GCP에 망 사용료를 부과하거나 망 사용료 지급을 거부 또는 회피하면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지난 20일에는 과학기술정보 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서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기도 했고요.


하지만 법안들이 기업 간 계약 문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쟁점이 너무 많아 구체화하지 못하기도 했고, 공청회에서도 별다른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연내에 진전을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예측되어요.

현재까지의 흐름에서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개인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있어 망 사용료에 대한 이야기가 그렇게까지 주목받진 못해왔습니다. 이때까지 국회에서는 대부분이 GCP에 망 사용료를 물려야 한다는 이야기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고 해요. 하지만 최근 트위치와 유튜브가 여론전을 시작하며 망 사용료 논쟁이 대중의 관심 속에 들어왔습니다.

😨 트위치, 유튜브가 펼치는 공포 마케팅

망 사용료 논란이 대중의 관심 속으로 들어온 것은 지난달 28일, 트위치의 화질 제한 공지에서 시작되었어요. 트위치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한국에서만 화질을 최대 720p로 제한하겠다고 공지하고, 30일부터 해당 조치를 시행했어요. 명확하게 어떤 이유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의 현지 규정과 요건을 지속적해서 준수하는 한편, 모든 네트워크 요금 및 기타 관련 비용을 성실하게 지급’해왔으나, 서비스 운영 비용이 증가해왔고 또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네트워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함께 언급한 것으로 망 사용료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았어요.


더욱이, 이번 화질 제한 조치가 가장 큰 e스포츠 대회인 ‘2022 LoL 월드 챔피언십'을 앞두고 시행되었기 때문에 게임 스트리밍 이용자들의 반발이 가장 컸어요.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시청률이 지난해 대비 40%가량 줄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트위치 화질 제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더라고요.


유튜브 역시 ‘망 이용대가' 관련 공청회 이후부터 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어요.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망 이용료는 콘텐츠 플랫폼과 국내 창작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인터넷 제공 업체만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고 하며, “이러한 추가 비용은 결과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 그리고 기업과 생계를 함께 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불이익을 주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어요. ‘망 사용료 법안 반대 청원'을 독려하는 배너를 통해 캠페인을 하기도 했고요. 21일 기준 법안 반대 서명에 참여한 인원만 26만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출처: Youtube)

유튜버들도 ‘망 사용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대도서관, 김성회의 G식백과 등의 유튜버들이 망 사용료 법안에 대해 반대하는 영상을 업로드했어요. 유튜버 슈카월드는 영상에서 ‘유튜브에서 망 사용료 갈등에 대해 의견을 내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방송에서 밝히기도 했는데요, 유튜브가 자사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에게 목소리를 내도록 움직인 거예요. 실제로 얼마 전 있었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종합 국감에서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반대 청원 독려는 유튜브 본사에서 결정한 사안이라 설명했습니다. 


유튜브와 유튜버들이 망 사용료 법안에 반대하는 논리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로는 위 배너에서도 볼 수 있듯 망 사용료 지급은 망 중립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 둘째, GCP가 망 사용료를 지불하기 시작하면 그 부담이 크리에이터에게 전가된다는 것. 세 번째, GCP가 망 사용료를 지불해 생긴 손실을 이용료 인상으로 충당하게 되어 사용자에게 그 부담이 전가된다는 것. 세 가지 논리 모두 단편적으로만 접했을 때는 ‘망 사용료’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부당한 것처럼 느껴지고, 그 결과로 26만 명이 결집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하나하나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주장에서 망 사용료와 망 중립성은 두 개의 다른 개념입니다. 망 중립성은 CP 차별 없이 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이야기라면, 망 사용료는 망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을 부담하라는 이야기고 망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 망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위에 언급한 소송에서 기각되었기도 했고요. 또한 전 세계적으로도 망 중립성과 별개로 망 이용대가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망 사용료를 지급하라는 것이 망 중립성이라는 원칙을 아예 무시하는 터무니없는 주장이 아니에요.


두 번째와 세 번째 논리는 일견 타당해 보이고 전문가들도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이 부분을 유튜브가 이야기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해요. 법이 통과된 후 증가한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지 결정하는 것은 유튜브가 될 텐데, 크리에이터와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하겠다고 오히려 협박하고 있는 모양새이기도 한 거죠.


미국 포브스지 시니어 칼럼니스트이자 통신 전문가인 로슬린 레이튼 덴마크 올보르 대학교 교수는 구글이 이처럼 여론몰이하는 사례가 처음이 아니며, 구글이 전 세계적으로 행하고 있는 ‘초국가적 행동주의' 전략의 일부라고 이야기해요. 초국가적 행동주의란 한 국가의 규범이나 관습, 정치를 글로벌 기준으로 바꾸고자 하는 개인/기업/비영리단체의 움직임을 의미한다고 해요. 2015년에도 구글은 인도의 엘리트 집단을 움직여 페이스북이 인도에 진출하면 인터넷이 끝장난다는 여론을 만들었고, 페이스북의 사업을 무산시키면서 구글이 인도 광고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고요.


ISP-CP간 갈등이 유럽과 미국에서도 불거지고 있는 만큼 만약 우리나라에서 망 사용료가 법제화된다면 최초 사례가 되면서 해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그러니 구글은 아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나서고 있는 거죠.


트위치 역시 오히려 망 이용대가 법안을 구실로 비용을 줄인 거라는 이야기도 있어요. 후원과 구독 수익모델의 한계로 한국 법인에서의 적자가 심화되고 있기에 현재의 화질 제한은 비용 절감에 구실 중 하나일 뿐이라고요.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망 사용료 논란으로 덮고 있다는 거죠. 한 업계 관계자는 “트위치처럼 큰 기업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기술도 아닌데 화질 제한에 나서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며, “720p 화질로 계속 가면 국내 투자를 안 하겠다는 거고 사업 정리를 하는 수순이 되는 건데 아직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고 합니다.


ISP는 ISP의 이익을 위해, GCP는 GCP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 문제에서 한 발짝 멀어져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어요. 트래픽 사용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진 지금, ISP와 GCP의 현 상황은 어떤지, 거기에서 크리에이터 혹은 이용자 개인은 어떤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그래서 이 법안 제정이 현시점에 꼭 필요한 것인지를요.

🦐 힘 겨루기 속 등 터지는 새우

(출처: 아시아경제)  

이번 망 사용료 논란은 결국 ISP와 GCP의 힘 겨루기입니다. 이전까지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제공하는 ISP가 절대적인 갑이어서 따로 사용료를 받지 않아도 됐죠. 하지만 지난 10년간 트래픽 부담이 큰 고화질 동영상 서비스가 급성장하면서 GCP의 힘은 세졌지만, ISP의 경쟁력은 이전보다 약해졌어요. 그렇기 때문에 ISP는 GCP와 망 부담을 나누고 싶어 하는 거예요.


구글이 여론전을 시작하기 이전까지 SKB와 넷플릭스의 소송에서는 빅테크의 조세 회피와 비슷한 프레임으로 많이 언급되었어요. 현재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은 물리적 사업장이 있는 국가에서 발생한 소득에만 법인세를 부과한다는 조세 조약을 악용해서 법인세율이 낮은 회사에 서버를 두고 조세를 회피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구글플레이에서 생긴 2조 원의 매출을 싱가포르 아시아태평양 지사 실적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과 같이요.


망 사용료도 조세 회피와 같이 우리나라의 네트워크를 이용하면서 돈 한 푼 내지 않는 것은 옳지 않으니 망 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프레임이었죠. 인터넷망은 공공재적 특성이 있기에 전체 트래픽의 1/3을 차지한다면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일견 합리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결국 그 망을 운영하는 것이 사기업인 통신 3사라는 점, 그리고 통신사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이 부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올 3분기 3사 합산 영업이익은 1조 1,78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수치라고 해요. 5G 가입자가 증가한 것 등이 영향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사용자들의 만족도는 크게 높아지지 않았어요. 영업이익 대비 투자에 인색하다는 비판 역시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빅테크가 아무리 충분히 망 사용료를 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통신사가 망 사용료를 받겠다는 이야기가 대중에게 달가울 리 없죠. 


과연 통신사가 망 사용료를 받는다고 한들 개인이 더 빠른 인터넷을 끊김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일까요? GCP가 지불한 망 사용료는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비용을 지급한 CP만 이용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망 사용료의 사용처나 망 이용자에 대한 이야기 없이 입법이 진행된다면 국회는 단순히 통신사의 이익만을 위해 입법을 하는 것은 아닐까요?


발의되었던 ‘망 사용료 법'이 기업 간 계약을 다루는 만큼 다양한 쟁점이 있어 진행이 더뎠다고 위에서 이야기했는데, 이 법안은 외교 및 통상 문제와도 얽혀있다고 해요. 지난 5월 미국 무역대표부는 산업통상자원부에 ‘망 사용료 법’에 대해 우려의 입장을 담은 서한을 보내기도 했고, ‘인터넷 통신과 관련해 차별적인 조건을 달아선 안 된다'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조항에 위배될 소지도 있다고요. 입법 자체를 신중히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트래픽은 늘면 늘었지, 줄어들진 않을 것이기에 망 사용료 이슈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과연 이 쟁점이 입법을 통해 해결되어야 할 문제인지는 의문이 들지만, 빠르게 입법부터 하고 시행령으로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기보다는 입법 이전에 ISP-CP 양측에 망 사용료와 관련된 상세 데이터를 받아보고, 인터넷망 사용자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까지 논의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신중하게 검토하다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입법될 법안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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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10월 20일)에 발행된 일드를 리메이크 하지 마시오 레터에 대해 좋은 피드백을 많이 받았어요!

말로 표현못하는 감상을 정확히 표현해 낸 매우 친밀감이 드는 에세이였습니다.”

“체질적으로 일드를 못보는 사람인데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작환경의 차이에 관한 분석도 재미있었고요.”


다만, 레터에 오타가 있었던 오타를 정정합니다! 소제목 [일본은 대체 왜 그러는거야?] 파트에서 메이지 유신 시절을 메이지 유신 이전으로 정정합니다. 피드백으로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메이지 유신 시절이전, 천황은 상징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어거스트 팀에서는 피드백을 모두 읽고 있어요. 좋은 피드백도 건설적인 비판도 환영합니다. (다만 피드백 뒤에 사람이 있으니 둥글게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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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구운김 • 식스틴 • Fr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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