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뉴스레터

독자님, 매주 맞이해도 매번 힘겨운 월요일 잘 넘기셨나요? 저는 이번 주 큐레이터 허남설 기자입니다. 딱 잘라 말하기 애매한 지점을 건드린 기사를 좋아해요.

임진왜란 때 맹활약했다는 거북선, 실제로 본 적 있으신가요? 아마 이순신 장군이 지켰던 경상남도 통영 같은 곳에서 본 모형을 떠올리실지도 모르겠어요. 지난해 흥행한 <한산: 용의 출현> 같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재현한 이미지를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사실 그 거북선은 다 같은 거북선이 아니었어요. 통영에 있는 거북선은 용머리 부분이 갑판에서 'ㄱ'자 형태로 위로 불쑥 솟아있는데, <한산: 용의 출현>에 나오는 거북선의 용머리는 갑판에서 '一'자 형태로 옆으로 쑥 나와 있거든요.

용머리 모양쯤이야 작은 차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거북선의 '실루엣'을 아예 다르게 그린 연구 결과가 나왔어요. 놀랍게도 거북선의 등딱지가 사라졌습니다. 기사는 약 2분 분량이에요.

☑️ 거북선은 유물로 남은 실체가 없는데, 1795년 편찬된 <이충무공전서>에 그 설계도가 담겼다고 한다.

☑️ 설계도를 바탕으로 유추한 거북선의 형태는 그간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한 거북선과 크게 달랐다.

☑️ 거북선의 지붕은 배를 둥글게 감싸는 게 아니라, 함포를 둘 수 있는 복도 같은 공간이 있는 형상이었다.

새로 알게 된 거북선은 '육중함'보다는 '날렵함'에 더 가까운 형태여서 '거북이를 딴 이름을 붙이는 게 맞는 걸까?' 이런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럼 통영이나 영화에서 본 거북선은 무엇이었을까요? 그 기원을 알고 싶어 경향신문 아카이브를 한번 뒤져봤습니다. 그러다 1980년 1월 31일자 신문에서 이런 기사를 발견했어요.

이 기사는 당시 해군이 거북선을 원형대로 복원해서 바다에 띄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사료에만 존재했던 거북선을 처음으로 실제 눈에 보이게끔 만든 거예요. 'ㄱ'자로 솟은 용머리의 이미지는 이때부터 일반적으로 각인된 게 아닐까요? 이 거북선의 지붕 역시 전체적으로 둥글게 배를 감싸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 거북선을 공개하기 약 3년 전에 이미 거북선의 지붕 형태에 대한 이견이 나왔었어요. 1976년 9월 27일자 경향신문은 서울대 물리학과 남천우 교수가 한 학회에서 "거북선 갑판 구조는 2층"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에 재현된 거북선의 지붕과 흡사한 모양이에요.

나중에 남 교수와 같은 주장을 담은 연구 결과가 여럿 나왔지만, 이미 널리 퍼진 이미지를 뒤집지는 못한 것 같아요. <한산: 용의 출현>에도 '둥근 지붕의 거북선'이 나와 700만 관객을 모았습니다. 한번 새겨진 이미지는 그 힘이 참 셉니다.

기왕 거북선 모양에 관한 관념을 뒤집었으니, 이런 점도 좀 더 규명해 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똑같이 나무로 만든 배인데, 왜선은 산산조각이 나고 거북선만 천하무적인지 궁금했거든요. 실제로는 거북선이 적진으로 돌진하는 전술을 쓰지 않았다는 말도 있고요. 혹시 설명해 주실 독자님이 계실까요?🙂

오늘은 과학 분야 기사를 더 소개할게요! 이제 항공기를 탔다가 "우리 비행기는 현재 기류가 불안정한 지역을 통과하고 있으며..."로 시작하는 방송을 더 자주 듣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기후변화가 국제선 항공기가 다니는 고도에서 난기류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이제 '마른하늘에 난기류'를 걱정해야 할까요?

🔗 아프리카 속담은 사실이었다

📬 "일본은 한국 정부의 대승적 차원의 결단에 감사하기는커녕 만만한 상대라고 보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 결정은 일제의 강제동원 자체를 부정하는 근거로 삼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위안부 문제 합의 해결이나 독도영유권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양보는 더 이상 일본이 국제 사회의 눈치 없이 더 많은 요구를 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준 셈이나 다름없다."

📝 "닉네임을 남기지 않은 독자님께서 3월15일 <일제 강제동원 해법, 미국은 왜 환호할까?>편에 보내신 의견이에요. 이 레터에서도 '많은 경우 정치나 외교를 실제로 움직이는 건 거래가 아니라 명분'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통 큰 결단'만을 강조하는 정부 행보에 대한 우려를 담아낸 바 있어요. 명분이 걸린 싸움에서는 때때로 'All or Nothing(전부 얻거나 혹은 하나도 얻지 못하거나)' 식의 승부가 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