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계셨나요? 팀선샤인은 매주 한 편씩 차례를 바꿔가며 [디어 뉴먼]을 쓰고 있습니다. 뉴스레터로 깊고 얕게 연결된 독자들에게, 한 명의 일하는 밀레니얼 여성으로서 다양한 이야기를 건네는 것이 목적이지요. 효진 님의 제안으로 얼떨결에 시작해버리긴 했지만, 저는 언제나 [디어 뉴먼]을 쓰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독자의 니즈를 구체적으로 분석하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독자의 상이 있는 글을 쓴다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일과 관련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사적인 내밀한 이야기를 쓰는 것도 아니니까요. 특히 '공적인' 글을 많이 써 본 적이 없는 저는 이 레터를 쓰는 것이 더욱더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저의 가까운 친구들은 제 차례가 돌아오기 일주일 전부터 '대체 이번에는 뭘 써야 하냐'며 징징대는 저의 투정을 한 번쯤 들어봤을 거예요.

한 사람의 책임과 권한이 클 수밖에 없는 작은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언제나 예상치 못했던 다양한 일을 하게 됩니다. 선택의 여지가 있을 때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할 때도 있죠. 저는 많이 고민하지 않고 대부분의 제안을 수락하는 편입니다. 많은 분이 강조하는 것처럼 일단 시작하면 작은 결과물들이 생기고, 그건 어떤 방식으로든 절 성장시켜줄 거라고 믿으니까요.

하지만 제 성격 때문일까요? 시작과 동시에 결과물을 보려고 하는 급한 성미가 일할 때도 적용이 되더라고요. 하루빨리 특정한 일에 익숙해지거나, 좀 더 잘하게 되거나, 하다못해 제가 '잘하지 못하는 영역'이라는 것을 알고 싶었어요. 한마디로 이전보다 나아진 감각을 최대한 빠르게 얻고 싶었습니다. 당연하게도 무언가를 평가하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익숙해질 때가 된 것 같은데', '조금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며 스스로 성장을 독촉하게 되더라고요. 여전히 어렵고 힘들다면 그건 제가 잘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요.

이번 [디어 뉴먼]을 쓰며, 제가 쓴 지난 편지를 모두 읽어보았습니다. 고심해서 썼는데 정리가 되지 않아 속상했던 편도, 별생각 없이 썼는데 좋은 반응을 받은 편도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괴로워하면서 무엇이든 써보려고 노력했던 저의 모습이 떠올라 뭉클해졌습니다. 그건 아마 저만 읽어낼 수 있는 경험의 의미겠죠. 복잡했던 시간이 압축된 몇 편의 레터를 보다 보니 쌓인 시간과 경험이 곧 눈에 보이는 성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쌓아온 시간은 그 시간 자체로 의미가 있더라고요. 어쩌면 '내가 잘하지 못하는 영역'이라는 결론을 내고 싶었던 것도, 힘들고 어려운 도전을 빨리 포기하고 싶은 마음에 이유를 붙이고 싶어서 였던 것 같아요. 사실 알고 있었지만 이제야 인정하게 되었죠.

물론 해 놓은 모든 일이 제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온 시간에 이름을 붙여보고 싶어졌습니다. 시간은 반드시 흔적을 남기니까요. 2020년의 마지막, 12월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열심히 쌓아온 흔적을 살펴보기 좋은 연말이 왔어요. 마무리할 때가 와서야 돌아보게 되지만, 원래 정신없이 달릴 땐 돌아보기 어렵잖아요. 저도 마지막의 힘을 빌려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우리 모두 수고 많았다고요.


글쓰기가 어려울 때마다 이 편지가 가 닿을 여러분의 얼굴을 떠올리는,
이주하 드림
tips_for_work
함께 보고 싶은 뉴스나 사이트, 계정, 기타 콘텐츠 등을 공유하는 'tips_for_work', 이번 주에는 팀선샤인이 만난 여성들의 일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덜 불안하게, 무소속의 시간 보내기
자기 자신에게 종사하는 풀타임 근무자, 뉴먼 이선빈 님의 이야기입니다. 소속 없이 일할 때 새로운 모임과 동료를 만들어 불안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만드는 방법에 관해 말해요. 조직 안 노동자와 조직 밖 노동자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격주 금요일, 신지혜 빌라선샤인 커뮤니티 디렉터와 이주하 커뮤니티 매니저는 뉴먼들의 인터뷰를 담은 [프롬 뉴먼]이라는 뉴스레터를 발행합니다. 시즌 중에는 멤버십 가입자들만 받아볼 수 있지만, 뉴먼들이 가진 일의 노하우와 서사를 더 많은 여성들에게 알리기 위해 시즌 후에는 빌라선샤인 홈페이지에 차곡차곡 쌓아나가고 있어요. '빌라선샤인의 뉴먼들은 어떤 사람이지? 어떻게 일하고 있지?'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세요.
빌라선샤인의 추천

롤모델 없이, 청소년으로, 기후위기 말하기 (12/10)
스피커: 김보림, 김도현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기획의 말
저도 아주 어릴 때부터 일회용품 줄이기, 외출할 때 불 끄기, 분리수거 잘하기가 중요하다, 북극곰이 울고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듣고 받아적는 동안에도 종이 치면 쉬는 시간이 왔고, 봄에 만개한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여름에는 계곡물에 뛰어들고 가을에는 축제를 즐기고 크리스마스를 왁자지껄 보내며 자랐어요. 저는 그 계절과 뜨거움을 기억하는 세대입니다.

요 몇 년간 기록적인 폭염과 기후 장마, 산불과 바이러스처럼 주위의 풍경이 무섭게 달라지는 것을 보며, 위기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언제나 그렇듯 재난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는 동안에도, 언젠가 '전'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한 기대를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기억할 '전'이 없는 세대가 있다는 것을 경고한 것은 청소년 당사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계절을 온몸으로 마실 수 없는 세대, 마스크를 쓰고 처음 학교에 입학하는 세대, 지구온난화에 관한 내용을 받아 적고 외울 여유가 없는 세대가 있다고 이야기했어요.

정부를 상대로 기후위기 관련 소송을 내고,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세우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전국 단위의 조직을 만들어 미래를 걸고 투쟁하는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무책임한 응원을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적은 세대가 시한폭탄을 감내해야 하는 불평등이 지속되지 않도록,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마주 보고 이야기할 수 있길 바랍니다. 12월 10일 목요일 저녁 8시, 빌라선샤인이 청소년기후행동 김보림, 김도현 활동가를 만납니다. 함께해주세요! (신선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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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할 수 없는 매일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우리 각자는 내년에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코로나19의 기세는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을까요? 이런 상황일수록 흐름을 읽고 일을 포함한 생활 전반을 계획하는 일은 분명 중요하겠지만, 일단 저는 그 일에서 약간 비켜 서 있으려고요. 지금으로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시간을 들여서 내 생활의 이야기를 글로 꾸준히 쓰는 것, 고료도 타깃 독자도 없는 글에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일입니다." (황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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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디어뉴먼을 만든 사람

메인 원고. 이주하
기획&책임 편집. 황효진
헤더 디자인. 신선아



빌라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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