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미국증시 핫 데뷔 소식이 솔솔 나왔던 쿠팡. 10일(현지시간) 최종 공모가가 결정됐고(주당 35달러였으니까 기업가치는 70조원대…😲) 드디어 상장됐습니다. 쿠팡은 최대주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상장 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지분율은 39.4%)이 "나스닥에 상장할 것"이라고 언급했던 것과 달리 진입장벽이 더 높은(+하지만 시장규모는 더 큰) 뉴욕증권거래소를 선택했는데요. 쿠팡에 대해 한 조각 뜯으러 가볼까요?😋

기업의 자산은 자본(=씨드머니인 자본금+비상금인 잉여금)과 부채로 구성됩니다. 계속된 적자로 부채가 어마어마하게 불어나면 잉여금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이 맡긴 자본금까지 빚을 갚는 데 쓰느라 까먹게 되는데요. 이 상태를 자본잠식이라고 합니다. 

차등의결권은 똑같지 않은 의결권(=주주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원칙대로라면 1주당 1개의 의결권이 생기지만 차등의결권주(=슈퍼주식)는 2개 이상의 의결권이 생기거든요. 그럼 총회에서 차등의결권주를 보유한 주주의 의견에 더 힘이 실리겠죠? 쿠팡의 주식은 클래스A 보통주와 클래스B 보통주로 구성되는데, 후자가 차등의결권주로 1주당 29개의 의결권이 주어집니다. 주주 중 클래스B 보통주를 보유한 사람은 김범석 의장이 유일합니다. 그래서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미국증시에서는 상장 후에도 그가 추구해왔던 방향으로 기업을 이끌어갈 수 있게 되는 거죠(상장 후 주식 지분율은 10.2%지만, 의결권은 76.7%를 가진 셈).

쿠팡의 경영진은 이번 증권신고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는데요. 쿠팡의 지분을 100% 보유한 쿠팡주식회사(쿠팡INC)의 경영진은 총 12명으로, 한국계 미국인인 김범석 의장을 비롯 대부분 미국인이었어요(+그래서 쿠팡은 미국기업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죠). 또한 외국인 투자자로부터 많은 자본금을 마련했기 때문에 환금성을 위해 미국증시에 상장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 증권사들은 쿠팡이 적자+자본잠식임에도 기업가치는 높게 평가했습니다. 그들이 주목한 건 쿠팡의 고객확보 능력이었어요. 빨리빨리에 익숙한 국내에서도 택배를 받으려면 3일 정도는 기다려야 했는데 로켓배송이 등장하면서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아침에 주문하면 저녁에 도착하고, 자기 전 주문하면 일어난 후 도착해있으니 소비자들은 신세계를 맛보게 된 거죠. 여기에 매달 소액의 돈을 내면 주문할 때마다 무료배송이 가능한 로켓와우도 생겼고, 머신러닝(=컴퓨터 공부시키기)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물품을 추천하는 맞춤서비스의 정확도도 높아지자 충성 고객은 점점 늘어났어요.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구매경험이 있는 사람은 해를 거듭할수록 구매액이 커졌다고 해요. 2019년에 100만원을 썼다면 2020년엔 219만원을 썼으니까요.

이러한 성장엔 배송직원(=구 쿠팡맨, 현 쿠팡친구)의 공이 큽니다. 이에 보답하겠다며 쿠팡은 쿠친을 포함한 물류센터 직원들에게 1인당 200만원 상당의 주식을 나눠주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두고도 말이 많습니다. 그 전에 해결해야 할 사안이 있거든요. 직원들의 끊이지 않는 사망사고입니다. 200kg에 달하는 상자들을 옮겼던 20대, 심야에 배송했던 40대, 추운 날 난방기구 없이 포장했던 50대까지 최근에 숨진 직원들입니다. 하지만 사망사고가 나올 때마다 쿠팡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이를 지켜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라며 열악한 근무환경을 지적했죠. 작년 입사자 중 절반은 퇴사했으니 주식을 온전히 받을 수 있는 직원(=2년 이상 근무자)도 적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쿠팡의 행보만으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업계 1위인 네이버는 입지를 다지기 위해 이마트와 동맹을 맺어서(=지분 맞교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장악하려는 모양새예요. 이번 협력으로 SSG닷컴도 몸집을 키우려고 하겠죠? 이달 매각 예비입찰을 진행하는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 운영 중)의 가치도 재평가되면서 비싼 매각 가격임에도 카카오, 롯데, 신세계 등 관심을 두는 기업들이 많아졌습니다. 쿠팡과 동기뻘인 티몬은 하반기를 목표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고, 11번가는 아마존 상품을 판매할 계획입니다. 이커머스 시장의 가치가 커지는 만큼 성장을 이끌 노동자들의 근무환경도 개선되길 바랍니다.

35. "주식 쏟아내는 연기금 너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