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4주] 따끈따끈한 새 책 배달왔어요!

Egg Break 17호

비오는 날이 많았던 한 주, 잘 보내셨나요? (이제 곧 무더위가 오겠죠?😂) 에그브렉은 지난 일요일과 월요일, 2주간 진행했던 '랜선 북티비티: 리딩타운 X 교토의 디테일' 이벤트를 마쳤습니다. 오픈카톡방에 저자와 독자가 모여 책을 읽으며 떠난 교토여행이 꽤 즐거운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언젠가 또 열릴 리딩타운을 기대해주세요. 그럼, 이번 주 신간 소개도 시작합니다!

에그브렉이 고른 새 책

📚 연필

📚 커리어 대작전

📚 퀸 메릴

📚 불현듯, 영화의 맛

📚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우리가 발견한 책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책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분들은 표지 사진을 눌러주세요. 네이버 책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7월 4주, 이 책 어때?

에그브렉이 고른 새 책

연필이라는 작은 우주를 탐험하는 일

📚 연필(헨리 페트로스키 지음, 서해문집)

🧲 #필기구 #연필 #도구 #연필사(史) #문화사 #발전사 #문명사

책상 위에서, 필통 속에서, 집 구석구석에서 연필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손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는 연필은 그만큼 일상적인 도구가 되었죠. 그런데 연필을 보면서 어떤 궁금증을 가져본 적 있으신가요?

만약 (저처럼) '연필은 그냥 연필이지' 생각했다면, 이 책을 보고 생각이 바뀔 것 같아요. 연필의 시작부터 지금까지를 다뤘거든요. 무려 600쪽에 걸쳐서요. 연필이 언제 어디서 발명됐는지, 흑연으로 연필심을 만든 사연이 뭔지, 연필심을 굳이 나무에 끼워서 쓸 생각을 했는지... 심지어 연필산업과 연필 설계도, 연필심의 발전사부터 연필 시장 개척사까지 나오는데요. 이쯤되면 그야말로 연필대서사에 가깝습니다.

<연필(원제: The Pencil: A History of Design and Circumstance)>은 1989년 미국에서 출간됐고, 한국에는 1997년에 출간됐다가 절판된 것을 이번에 다시 펴냈다고 하네요. 저자는 토목공학과 교수이자 세계적인 공학자인데요. 그 역시 연필의 찐덕후(?)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래야만 쓸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 "작고 값싸지만 막강한 힘을 내포하고 있고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인 연필과 그것을 만들어내는 산업에 대한 이야기는 진정 소우주의 세계이다." (5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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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서울: 작은연필가게 흑심 / 뉴욕: CW Pencil Enterprise
연필이나 문구 덕후들에겐 이미 꽤 알려진 연필 편집숍입니다. 작은연필가게 흑심은 서울 연남동에, CW Pencil Enterprise는 뉴욕 맨하튼 로어이스트사이드에 있지만, 두 곳 모두 연필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느껴진다는 공통점이 있죠. (TMI: CW Pencil Enterprise는 연필에 대한 경험을 새롭게 만들어준 곳이라 잊을 수가 없네요)
[다큐멘터리] SBS <연필, 세상을 다시 쓰다> 예고편
2015년 SBS 스페셜에서 방영된 다큐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박지현 감독은 <연필>을 읽고 영감을 받아서 연필의 이야기를 담게 되었다고 밝혔어요. 책이랑 함께 보면 완벽한 세트일 것 같아요!

'그럼에도' 길을 만든 선배들의 이야기

📚 커리어 대작전(박선미,오카무라 마사코

지음, 북스톤)

🧲 #커리어 #여성 #크리에이티브 #일 #광고인

사람마다 또 시기마다 커리어가 중요한 정도는 다르지만, 단 한 번도 커리어 고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커리어가 중요해질수록 질문도 늘어나죠. 특히 여성이라면 일하면 할수록 '앞으로도 괜찮을까?' 되묻게 되는데요. 그럴 때마다 앞서 간 선배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집니다.

커리어 앞에서 막막함을 느낀다면, 한국과 일본에서 광고인으로 커리어를 쌓아온 두 여성이 함께 써내려간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떨까요. 책에서는 '탐색기, 성장기, 사춘기, 성숙기, 전환기' 다섯 가지로 키워드에 따라 부딪히고, 일어나고, 묻고, 깨닫는 선배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들의 경험담은 공감과 희망을 함께 불러오는데요. 내 일의 존재감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걸, 숱한 과정 속에서 어떤 성장을 경험했는지 잘 기억해야 한다는 것 또한 느끼게 됩니다. 나답게 일하는 건 뭘까 생각하게 되고요. 커리어를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누구든 자신만의 대작전을 펼칠 수 있길 기대합니다.

🔎 "세상에는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존재하고, 실력 있는 여성 크리에이터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조직에서 일하는 한 누구나 자신과의 싸움은 물론 편견이나 불평, 다른 사람과의 갈등처럼 크리에이티브 외의 고난을 견뎌야 합니다. 특히 여성 크리에이터라면 독립된 인간으로서의 개성, 여자로서의 본성, 크리에이터로서의 야성을 잘 버무려가며 새로움에 도전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우리가 각자의 위치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들어가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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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VOGUE 탐폰이 담긴 책을 팝니다(2019)
두 저자의 대담에 등장하는 '탐폰북' 캠페인을 정리한 기사입니다. 누군가 던진 질문과 크리에이티브가 만나서 세상을 바꾸는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요. 2019년 기사라 이후 내용은 담기지 않았지만 결국 이 캠페인 이후 독일의 법이 바뀌었다고 하네요.

배우, 여성, 시민, 메릴 스트립

📚 퀸 메릴(에릴 칼슨 지음, 현암사)

🧲 #메릴스트립 #영화배우 #여성 #배우

수식어가 필요 없는 배우. 40여 년간 왕성하게 연기활동을 펼쳐온 배우. 소신껏 행동하고 당당함을 잃지 않는 배우. 포털 검색창에 '메릴 스트립'을 치면 필모그래피만 약 70여 편에 다다릅니다.

연기를 사랑한 고등학생이 할리우드의 대체 불가능한 대배우가 되기까지, 메릴 스트립은 어떻게 자신을 지키며 일할 수 있었을까요. 또한 네 아이의 엄마이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어떤 고민과 목소리를 내면서 걸어왔을까요.

책은 메릴 스트립의 화려한 순간만 비추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가 걸어온 다양한 자취와 생각을 살펴볼 수 있죠. 매력적인 배우이자 인간으로서의 메릴 스트립을 알 수 있는 기회입니다. 물론 그의 여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요.

🔎 "메릴이 와이스버거의 책(<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원작)에 대해 말했다. "이 책을 보면 지도자 위치에 있는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의 문제점을 알 수 있어요. 여성 리더들에겐 끊임없는 이해심을 바라는 거예요. 그녀들은 직원들이 당혹감을 느끼건 말건 상관하지 않아요. 그러나 '여성' 상사이기 때문에 그런 당혹감을 공감해주길 바라는 거죠. 남성 리더들에게는 그런 것을 기대도 하지 않아요." (2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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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JTBC <방구석1열> 할리우드 배우들의 우상이자 살아있는 전설 '메릴 스트립'(2018)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메릴 스트립,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더 포스트>*를 다룬 <방구석 1열>에서 메릴 스트립이 언급된 클립 영상입니다. 할리우드에서 메릴 스트립의 존재감(!)을 잠깐이나마 느낄 수 있어요.
* 기밀문서 유출과 특종 보도라는 실화를 소재로 만든 영화. 언론의 역할은 물론 당시(1970년대) 여성의 지위를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왓챠에서 스트리밍 제공 중.

영화가 품은 음식, 음식이 깃든 영화

📚 불현듯, 영화의 맛(이주익 지음, 계단)

🧲 #음식 #영화 #사회 #문화 #에세이

영화를 보고 나면 유독 '음식'이 나오는 장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때가 있습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본 후에는 '제철 농산물을 요리로 만드는 성실함에 대한 경의'를, <마션>을 보고 나선 '극한의 환경에서도 재배할 수 있는 감자의 위대함(?)'을 느꼈죠.

저자 역시 영화에 나온 음식에 주목했는데요. 방식이 재밌습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이나 상황이 펼쳐지는 맥락과 음식의 사회문화적 배경, 요리의 특징 등을 함께 버무려 의미를 살펴봤거든요. '하정우는 왜 감자를 먹었을까 - <황해>에서 만나는 배고픔의 해결사', '한중일 만두 삼국지 - <올드보이>와 15년 동안 먹은 군만두' 등 목차만으로도 벌써 흥미가 생기는 책입니다.

놀랍게도(?) 책의 저자는 <만추>의 제작자라고 하는데요. 영화를 사랑하고 음식을 좋아한다는 저자의 영화음식 버전 알쓸신잡을 읽다보면, 앞으로 영화를 좀 더 재밌는 시선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 "하정우가 <황해>에서 감자를 먹는 게 바로 그런 모습이다. 감자 몇 알을 삶아서 후후 불면서 껍질을 벗겨가며 연신 베어먹는 모습에는 감자의 완성형이 들어 있다. 다른 사람이 정성스레 껍질 벗겨 예쁜 그릇에 담아내면 더 맛있을까? 아니다. 식어버려서 맛이 덜할 것이다. 칼로 먹기 좋게 조각내도 맛은 떨어진다. 열기가 식지 않은 감자의 뜨거운 기운을 손끝으로 느끼며 껍질을 벗겨가며 이빨로 잘라 먹는 게 삶은 감자의 최고봉이 아닐까? 화롯불에 던져 넣어 구운 감자는 재만 조금 털어내면 껍질 채 먹는 게 더 달고 맛있다. 삶은 감자는 하정우가 완성을 했으니, 구운 감자를 맛있게 먹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는 또 뭐가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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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1) 영화 <마션>의 오류는 '감자'다!(오마이뉴스, 2015.10.19)
2) 마크 와트니에게 제안하는 감자 요리법(ize 2015.10.20)
앞에서 잠깐 <마션>이야기를 했는데요. <마션>이 나온 후 '감자'를 소재로 한 콘텐츠가 꽤 많이 나왔습니다. (집에서 영화를 보다가 감자를 쪄 먹었다는 후기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을 정도...) 첫 번째 기사는 실제로 감자를 재배해본 입장에서 쓴 글인데요, 경험에서 나오는 팩트체크가 재밌습니다. 두 번째 기사를 읽고 나선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가 화성에 '전자레인지'를 가져갔다면 좀 더 풍요로운 화성 라이프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네요.

예민한 마음에 햇볕을 쬐어주세요

📚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전홍진 지음, 글항아리)

🧲 #심리학 #정신건강 #예민성 #걱정 #우울증

작은 일에도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아... 나 예민보스*인가?' 생각한 적 있으신가요. 별 일 아닌데 화부터 버럭 내는 사람을 보면서 '거참, 예민하네'라는 반응이 나온 적은요?

* 심각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예민과 boss(두목)를 합친 신조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어느 정도의 예민함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예민함이 지나치면 에너지를 다 소진해버려 건강한 일상을 이어가기 어렵겠죠. 몸과 마음도 한계에 부딪힐 테고요.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수많은 환자를 관찰하고 치료해온 저자는 '남들보다 더 예민한 사람'을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매우 예민한 사람이 적용할 수 있는 '예민 조절법'이자 '우울증 예방법'을 여러 사례로 변형해 담았거든요.

예민함은 다루기에 따라 성과를 끌어내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잡스, 처칠, 뉴턴 등 예민한 성격을 활용해 뛰어난 성과를 낸 이들의 사례도 다루고 있어요. '매우 예민한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셀프 평가표도 있고요. 예민함이 지나쳐 스스로 감당하기가 버거워질 때, 이 책이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 "실제 치료를 해보면 우울증으로 예민해져 기력은 떨어지는데 이것을 자신의 기분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병원의 모든 과에서 엄청난 검사를 마치고 신체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후에야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이 예민해서 불안해지고, 불안해서 심장이 빨리 뛰면 심장 검사를 하고, 폐 검사를 하고, 뇌 MRI 검사를 한 뒤 이상이 없다고 하면 그제야 자신의 예민성 때문이 아닌지 생각한다." (19~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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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나무생각 <예민함이라는 무기>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 지나친 예민함이 왜 오는지, 어떤 증상들로 나타나는지 보여주고 이를 개선할 방안을 알려준다면, <예민함이라는 무기>는 예민함을 하나의 기질로 보면서 이 감각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예민함의 정도와 상태에 따라 골라 읽으면 어떨까 싶어요.

우리가 발견한 책(feat. 신간이 아니어도 괜찮아)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박준 지음, 난다)

🔎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떠한 양식의 삶이 옳은 것인지 나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다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편지를 많이 받고 싶다. 편지는 분노나 미움보다는 애정과 배려에 더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편지를 받는 일은 사랑받는 일이고 편지를 쓰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6쪽)

🔎 "제가 잘은 모르지만 한창 힘들 때겠어요. 적어도 저는 그랬거든요. 사랑이든 진로든 경제적 문제든 어느 한 가지쯤은 마음처럼 되지 않았지요. 아니면 모든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거나. 그런데 나이를 한참 먹다가 생각한 것인데 원래 삶은 마음처럼 되는 것이 아니겠더라고요. 다만 점점 내 마음에 들어가는 것이겠지요. 나이 먹는 일 생각보다 괜찮아요. 준이씨도 걱정하지 말고 어서 나이드세요." (148쪽)

발견의 기록

지인이 먼저 읽고 건네준 이 책을 한 장씩 넘겨보다가 귀퉁이가 접힌 부분을 발견했어요. 대여섯 군데 접혀진 부분을 먼저 읽으면서 '그 친구는 왜 이 페이지를 접었을까' 잠시 생각에 빠졌죠. 두 번째 발췌 문장이 접혀진 페이지에 나왔던 글이에요. 누군가 접어둔 페이지를 펼쳐서 읽는 일이 대화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아, 이 책을 함께 보게 된 이유는 요즘 둘다 자주 듣는 라디오*때문이었습니다. 시인의 기억 속을 같이 유랑하게 만드는 글을 읽으며 종종 아련해졌고 자주 먹먹해졌어요. 그리고 하나 더, 통영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분들이라면 꼭 통영이 아니라도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고 보니 책에서 시인은 가끔 훌쩍 떠난다고 했는데, DJ를 하느라 못 떠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 (별 걱정을 다 하는 코너 '발견의 기록'...)

* CBS 음악FM(93.9) <시작하는 밤 박준입니다>

[우리가 발견한 책]은 오픈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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