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맞이 특별작전 2] 어느 시골 수녀의 일기
- 조력자살, 인구고령화 해법이 될 수 있나?
- 보일러, 이제 누가 고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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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양 있는 지식인을 위한 세련된 인구구조 담론> 비밀작전이 나간 후 모 비밀요원이 보내온 편지입니다.
- “아직 30대 초반이지만 조력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싶어 미리미리 준비해놓고 있는 중입니다.
- 이후 한국에서도 조력자살이 합법화된다면 인구고령화 문제에서 어느 정도 기여를 하게 될 수도 있을까요?”
의견 보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편지를 읽으며 10여 년 전에 쓰던 <어느 시골 수녀의 일기>라는 소설이 떠올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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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느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 연쇄 살인이 일어납니다. 발견자는 인근 수도원의 어린 시골 수녀였습니다. 그는 이 마을 사람은 아닙니다.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자라나 자연스레 수도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위암이 발발하면서 이곳 시골 마을로 치료 겸 요양 차 내려온 건데요. 자신이 사건의 발견자라는 점 때문인지 경찰과 해당 사건을 함께 조사하며 매일의 기록을 꼼꼼하게 일기로 남깁니다.
시골 수녀는 때때로 경찰들보다 더 날카로운 눈매로 범인의 흔적을 찾아내며 수사에 큰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13번의 살인이 일어나도록 용의자가 좁혀지긴커녕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듭니다.
사실 연쇄 살인이라 단정지을 근거는 없었습니다. 살해 방식도 제 각각이었고, 의도는 더욱 알 수 없습니다.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시골이라는 특성 상 피해자들이 평범하면서도 병든 노인들이라는 겁니다.
그 사이 시골 수녀는 위암이 악화돼 유명을 달리합니다. 13건의 연쇄 살인도 미제사건으로 종결 처리됩니다. 그런데 범인의 실마리는 그로부터 10개월 뒤, 엉뚱한 곳에서 발견됩니다.
다름 아닌 시골 수녀의 일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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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수녀는 진심으로 범인을 잡고 싶었습니다.
위암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으면서 고통을 견뎌낼 희망같은 힘이 필요했고, 신앙 깊은 수도자로서 인간의 영혼을 구제하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이러한 지나치리 순수한 시골 수녀의 의욕은 그러나, 사건을 엉뚱한 곳으로 끌고 갑니다.
시골 수녀가 처음 발견한 사건은 실은, 잘 준비된 ‘자살’이었습니다. 남은 자식들이 상처 받을까 걱정됐던 노인은 ‘사고사’처럼 보이게 자살을 설계했는데요. ‘자살’을 선뜻 떠올리지 못하는 시골 수녀의 한계와 노인이 남겨 놓은 다소간은 허술한 트릭이 시골 수녀의 손을 거치며 흡사 살인 사건의 증거처럼 보여진 것입니다.
게다가 연이어 경계가 모호한 사건이 발발했습니다. 언론에서 먼저 연쇄 살인으로 명명했고 경찰에서도 뒤늦게 팀이 꾸려집니다. 그 과정에서 시골 수녀는 이 마을의 노인들이 ‘자살계’를 들여 놓아 서로의 죽음을 조력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진심으로 범인을 잡고 싶어하던 시골 수녀의 염원이 결국 이뤄진 거죠.
시골 수녀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경찰에게 이런 정황을 모두 알린다면 사건의 진실은 밝혀지겠지만 ‘자살계’를 만들 만큼 적극적으로 죽음을 찾아가는 노인들의 미래가 바뀌기는 할까요? 그들은 또다시 같은 시도를 반복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죽음에 이르는 병은 시골 수녀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위암으로 통증이 밀려올 때마다 신에게 간절히 기도하는데요. 제발 살려달라는 건지, 죽여달라는 건지는 저 스스로도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시골 수녀는 그들이 가련합니다.
그래서 말합니다. 자살만은 하지 말라구요. 자살은 신에게 구원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자신이 직접 죽음에 이르도록 돕겠다 제안합니다. 살아갈 남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죽음에 이르는 그 모든 죄는 자신이 떠안겠다고도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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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규칙을 정했고, 또 한편 고통 없이 마지막을 만날 수 있도록 책을 읽으며 열심히 죽음을 연구했습니다. 도서관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미제수사 파일도 탐독하며 노인들이 원하는 죽음의 방식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되짚어 보면 그가 범인이라는 단서는 꽤 있었습니다만 ‘병 들고 나이 어린 시골 수녀’라는 점이 용의선상에선 늘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시골 수녀가 노인들의 집에 방문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울 뿐더러 온 마을 사람들이 시골 수녀를 변호합니다.
수사에 도움을 줬다는 점도 더더욱 의심을 피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진짜’ 증거들을 경찰에게 알려줬습니다. 다만 살인의 의도가 없다는 점으로 인해 정작 수사만 난항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리고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요? 시골 수녀는 마지막 임무까지 무사히 마친 후 임종을 맞이합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지나치게 빠른 소천에 슬퍼합니다. 하지만 유품을 정리하던 수도원장만 말이 없습니다.
시골 수녀의 일기는 살인 사건의 수사기록이지만 동시에 살인의 고해성사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시골 수녀는, 일기장을 태우거나 버리지 말고 교구에 정식으로 회부해 자신에게 합당한 처분을 내려주길 바란다는 유언도 남겼습니다.
수도원장은 따스하고 유머러스한 품성을 가졌지만 심약한 마음의 소유자기도 했습니다. 시골 수녀의 일기장을 누구도 볼 수 없는 곳에 꽁꽁 숨겨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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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이 세상의 빛을 다시 보게 된 건 10개월이 지난 뒤였습니다.
도통 어디에 뒀는질 모를 물건 하나를 찾기 위해 이 박스, 저 박스를 뒤적이던 수도원장의 눈에 새삼 일기장이 눈에 띄었고 그는 아무 페이지를 펼쳤습니다.
그곳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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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 수녀의 일기> 中
지금 내가 하는 일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짜리일까? 사람을 대신 죽여 주는 일도 하나의 직업이란다. 살인청부업. 돈을 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람을 죽여 준다.
생각보다 금액이 비싸지 않았다. 어떤 영화들에선 킬러들이 부유한 삶을 누리는 것으로 등장하지만 기사를 읽었다. 200만 원을 받고 사람을 죽여주기로 했단다. 실패했으니 기사에 나오겠지만 200만 원은 무엇에 대한 댓가일까?
사람을 죽이는 일? 아니면 죽어가는 사람의 값어치?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 자살하는 게 합법인 나라가 있다.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하려면 2,000만 원이 넘는단다. 댓글엔 그 돈이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겠다는 볼멘 소리가 적혀 있었다.
또다른 기사를 읽었다. 70만 원으로 안락사부터 화장・장례까지 모든 걸 원스톱으로 처리해준단다. 그동안 안락사가 널리 퍼지지 못했던 건 비용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고소득・고학력자들이 고통 없는 죽음을 위해 안락사를 선택해왔다.
그런데 비용이 이렇게 파격적으로 내려가면 그때의 안락사는 세상을 좀 더 평등하게 만들어주는 수단일까? 아니면 사실상 ‘살인에 동조하는 행위’일까? 그리고 나의 행위와 안락사의 차이는 무엇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죽음을 기다리는 그들이 내게 고맙다 말한다. 깊게 패인 주름, 눈물도 메말라 얼굴에선 어떠한 표정도 읽을 수 없는 그들이 내 손을 꼭 잡으며 이 손에 죽을 수 있어 고맙다 말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정말로 신이 있긴 있나 봅니다. 이토록 천사같은 수녀님과 함께 죽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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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장은 자신이 무엇을 찾으려고 했던 것인지도 잊은 채 잠시 허공을 응시하다, 일기장을 들고 방을 나가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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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문제는 여러모로 참 무거운 주제입니다. 그럼에도 꼭 필요한 이야기. 화두를 던져준 모 비밀요원님에게 다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소설 <어느 시골 수녀의 일기>* 줄거리는 2023년의 시대적 배경에 맞춰 일부 각색을 했습니다. 안락사 비용 70만 원의 시대가 열렸다는 점 때문입니다.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오마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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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없이 죽음에 이를 권리를 저는 이견 없이 찬성합니다.
그런데 안락사 비용이 기사에서처럼 70만 원으로까지 내려간 지금은 ‘안락사 합법화 ’라는 말이 쉽사리 입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 한국이 OECD 국가들 중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가 노인인구라는 점 때문에라도 자칫 현대판 고려장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나는’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를 권리를 갖고 싶지만, 계속해서 하는 말. ‘사실상 살인’을 전 사회적으로 방조하게 되는 걸 아닐까? 조심스럽습니다.
결국 안락사를 제도적으로 도입하되 ‘사실상 살인’을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기준과 문화적 규범이 필요할 텐데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잔뜩 무거운 얘기를 하고선 질문만 던집니다.
조력자살과 관련해 전하고 싶은 비밀요원님만의 이야기가 있으면 이곳에 남겨 주세요. 더 많은 비밀요원과 나누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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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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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맞이 특별작전 2] 어느 시골 수녀의 일기
- 조력자살, 인구고령화 해법이 될 수 있나?
- 보일러, 이제 누가 고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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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인구 관련' 델타 월딩의 뉴스레터를 읽다가 몇 가지 생각나는 게 있어서 메일을 보냅니다.
지난 주 금요일 오후 저는 난방공사 시공교육에 참석을 했습니다. 저희 회사가 산업용보일러 전문 제조회사이기도 하고 제가 관련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어서 참석하게 된 건인데요. 교육을 참석하고 제가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제가 40대 초반인데 제 또래 분들이 거의 안보이더군요. 교육생 대다수가 50대를 넘은 분들이더군요. 이 분들이 은퇴하면 그 이후에 보일러 공사는 누가 할지 걱정이 앞설 정도였습니다.
교육장에서 만난 평소 알고 지내던 보일러 공사업체 사장님(70대)과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업체당 1명만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면 되기 때문에 대다수 업체들이 사장님 자격증을 바탕으로 업을 유지하면서 2, 3사람 정도 팀을 만들어서 일을 한다고 하더군요.
근데 그 팀원들도 이미 50대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구요. 30대 미만 젊은이들이 종종 이 일을 배우겠다고 오긴 오는데 한 달도 못 버티고 나가기 일수여서 젊은 사람은 일당쟁이 아니면 더 이상 쓰지를 않는다는군요.
대한민국 가정집에 보일러랑 난방 파이프 안 깔린 곳이 없는데 우린 10년만에 진짜 제대로 된 난방기술자들을 못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사장님도 이제 늙어서 현장 보고 힘든 일은 안 할려고 하신다는군요~ 적당히 해도 업체 운영하고 팀원들 월급 주고 사는데 전혀 문제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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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회사에도 60을 넘어 70을 바라보는 데도 현장직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꽤 됩니다. 이 분들 없으면 사실상 회사 안돌아가죠~
- 이 분들을 관리자급(직장)으로 두고 그 밑에
- 한국인 40~50대 1~2명, 외국인 8~10명으로 팀을 짜서 각 공정을 운영합니다.
이 분들 어느날 집에서 쉬신다고 회사 그만두고 가버리시면 엄청난 혼란이 몇 달은 지속될 겁니다. 진짜 큰일입니다.
제조 난이도는 갈수록 올라가고 아무리 스마트팩토리니 공장 자동화니 해도 결과적으로 전문적으로 할 줄 아는 사람이 뭔가를 해야 일이 되는데 이 분들이 진짜 업을 그만두시면 저희같은 중소제조업체는 공장 문 닫아야 할 지도 모릅니다.
'도비'라고 무거운 물체를 옮기는 일을 하는 업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저희 보일러는 특수한 물건이라 현장 설치가 정말 중요한데 이 운반 설치를 하는 도비업체들이 거의 사라지고 없습니다. 90년대만 해도 수백개 였던 업체들이 지금은 전국적으로 5개 정도만 남아서 그나마 저희 회사의 보일러를 설치해주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아무도 이 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 건지…
그냥 델타 월딩 뉴스레터 보다가 두서 없이 몇 자 적어봅니다. 추석을 앞둔 월요일입니다. 주 초반 잘 보내시고 가족들과 행복하고 풍요로운 추석보내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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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OO 비밀요원님~ 지난 겨울 델타 월딩 비밀요원들과 번개로 다같이 한 번 만나고 10개월 만에 인사하네요. 그간 잘 지내셨나요?
대구 이슬람사원에서 시작된 이민자 관련 이슈에서 지방의 제조 중소기업이 당면한 현실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들려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LINK
이번에도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얘기를 전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내용을 줄일까 하다, 이 편지를 읽었을 때의 놀라움과 생생한 질감을 더 많은 비밀요원님과 나누기 위해 거의 그대로 옮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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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좁게는 보일러는 이제 누가 설치하고 고치는지, 넓게는 지방에 위치한 제조 종소기업의 인력난입니다.
이때문에 시에라 소사이어티 가을・겨울 시즌엔 “인구고령화”와 “연봉과 노동시간”이라는 각각의 이슈로 여러 비밀요원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하는 베이스캠프를 운영 중입니다. 어느새 반 바퀴를 돌아 세 번째 시간을 맞이하는데요.
이곳에서 함께 대화하며 느끼는 건 “이민도 기대만큼 쉽지 않겠다”는 겁니다.
지난 비밀작전에서 캐나다와 인도 간 외교갈등의 배경에 캐나다의 인구정책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캐나다는 인구를 두 배 이상 늘릴 목표로 이민자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는데요. 이민도 전 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하나의 ‘노동시장’이라면 한국이 어느 만큼 경쟁력 있는질 자신할 수 없달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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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같은 얘기입니다만 국내 인력을 잘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해야 하는데요. 전문가들이 쓰는 표현으로 “노동시장 선진화”라고 하죠.
쉽게 풀면 여성 인력의 적극적 활용입니다. 더 직관적으로는 보일러를 설치하고 고치는 직종에 여성들도 뛰어 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한때 여성 도배사 유튜버가 화제였는데요. 이것이 소수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전통적으로 남성들의 직군이라 여겨졌던 영역에 더 많은 여성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정비를 하자는 거죠.
이러한 논의는 여성도 장교나 부사관이 아닌, 일반사병으로 (현재는) 징병되느냐의 문제와도 일부 맞닿아 있습니다. 징병제와 관련해선 여성계에서도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만 찬반이 맞부딪히는 가장 큰 이유는 성범죄 등의 이슈입니다. 군에서 여성 징병을 여전히 반대하는 이유도 인프라를 재구축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더불어 성 관련 이슈가 터질 걸 우려해서입니다.
하지만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담글 수 없듯이 언제까지 여성이 진출할 수 있는 영역과 없는 영역을 구별해 논의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성범죄를 예방・근절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여성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차별적 조항을 없애는 등 전 사회적으로 남여 모두에 친화적 노동환경이 될 수 있도록 정치 지도자가 비전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그런 생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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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여 모두에 친화적이라는 건 비단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젊지만 영구적 장애를 얻었거나 일시적 사고로 몸을 사용하기 어렵다든지, 은퇴한 고령자도 중단 없이 일할 수 있느냐의 문제기도 합니다.
이를 테면 자동차 제조 공정은 상당할 정도로 자동화가 이뤄졌으며 더이상 과거처럼 ‘힘 센 남성’만이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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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라든지 크라이슬러, 해외의 몇몇 자동차・부품 회사 등의 홍보 브로셔에는 여성들이 상당수 등장하는데요. 공정의 절대 다수는 로봇이 하고 노동자는 이를 관리・감독하는 게 주업무이기 때문에 성별이 크게 중요치 않은 것이죠.
실제로 독일의 아우디 공장은 생산 라인의 30%가 여성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와 달리 한국은 여전히 생산 공정에 여성을 배치하는 걸 꺼려합니다. 한국의 자동차 공장의 로봇 밀도가 전 세계에서 1위인데도 말입니다.
즉, 산업이 자동화되고 있는 시대에 여성을 꺼린다는 건 신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남성을 배척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바꿔나가야 하는 건 바로 이런 문화와 제도들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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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성 인력의 적극적 활용을 위해선 두 가지가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계속해서 하는 말, 제도 정비입니다.
2021년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2030 여성 그룹에서는 남여 모두 징병되는 것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반대보다 더 많습니다. 여성 징・모병이 한국사회의 모든 걸 대변할 순 없지만 극한의 노동환경이라는 점에 비춰봤을 때 몸 쓰는 일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마다할 ‘여성’의 수는 많지 않습니다 .
다만 그동안 몸 쓰는 일은 남성들의 영역이라 여겨졌기에 신체적으로 건강한 남성 중심적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혀 있습니다. 몸 쓰는 일을 터부시하는 노동경시 풍조도 또 하나의 한계인데요. 이런 게 빨리 바뀌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화를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제도 정비입니다. 몸 쓰는 직종 역시 일 하기 좋은 환경이 될 수 있도록 임금 체계를 비롯해 육아 휴직, 산재 등 다양한 부문을 고쳐나가야 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심화시키는 이중적 노동시장도 개선되야겠죠. 보일러를 고치고 도배를 하는 여성이 한 시절 화제거리가 아니라 일상적 풍경이 되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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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현장 파악입니다.
김OO 비밀요원님이 말씀주셨듯 스마트 팩토리를 만들더라도 업종마다 시차라는 게 있습니다. 자동화 전환은 물론 전문직 양성에 걸리는 시간도 다를 거구요.
때문에 A를 하면 B가 반드시 된다는 낭만적 이상주의에 빠져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정치와 정부의 역할입니다. 업종마다 로드맵과 단계 별 목표를 현실에 맞게 설계해 이에 맞는 추진 계획을 설정해야겠죠.
종종 이런 얘기를 하면 “이러이러 해서 아마 안 될 거야”라는 비관적 전망을 많이 듣습니다만 인구구조 변동과 축소사회는 우리에게 당면한 현실입니다.
저출생은 한국만이 아니라 선진국이 겪는 공동퇸 문제며 이민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 것도 안 될 거라고 손 놓고 절망하기보다 그럼에도 가장 실현 가능성 높은 방안을 선택해 인력과 예산을 집중 투자하여 바꿔나가는 게 현명한 길 아닐까요?
다만 한 두 사람의 노력만으론 되지 않을 겁니다. 베이커리나 요리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듯이 여성들도, 현대자동차 생산 라인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미래를 스스로 꿈꿀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꿈이 전혀 이상하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다함께 바꿔나가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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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몽상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추석맞이 특별작전인 만큼 델타 월딩을 만드는 저희가 바라는 바를 짧게나마 풀어봤습니다.
그리고 아주 먼먼먼 옛날이긴 합니다만,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가수가 이렇게 노래했죠.
“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
결론은, 함께 바꾸자는 겁니다.
편지 보내주신 김OO 비밀요원님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그리고 경북 군위가 아니라 대구 군위로 바뀌었다는 사실도 알려주셔서 역시 감사합니다. :)
또한 오늘도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세요. 다음 주엔 니제르 쿠데타와 이란 이야기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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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맞이 특별작전]
- ‘추석’이라는 특별한 총선 시간표 ft. 여의도 문법 LINK
[9월 4주]
- 다른 나라는 한국을 어떻게 볼까? ft. 캐나다-인도 LINK
[AI 특별작전]
- AI, 모든 길은 클라우드로 통한다. LINK
- 돈은 버는 기업이 계속 법니다?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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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산들강으로
탐험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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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아워 18th.
일반적인 서울 도심 투어가 아닙니다. 6~70년대에 지어져 올해 혹은 몇 년 안에 철거 예정인 아파트들을 돌아봅니다.
- 70년대부터 시작된 강남 개발의 의미
- 강북의 한강변 사업(마포~이촌동~옥수)이 미완에 그치게 된 이유
- 8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착수된 신도시 건설 사업의 맥락이 선명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 블루아워 전체 일정과 후기는 이곳에서 확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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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끄고 편하게 몸만 오세요.
외교안보 전문가가 요즘 국제사회 이슈를 쉽게 설명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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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시소 63rd.
영화 <오펜하이머>와 맨해튼 프로젝트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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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8일(일) 20~22시(KST)
- 박용한 KIDA 북한군사연구실 선임연구원
- 김남윤 델타 월딩・시에라 소사이어티 디렉터
🎥영화 <오펜하이머>, 함께 얘기해요!
- 맨해튼 프로젝트 뒷이야기를 알려진 전문가, 숨겨진 ‘찐’ 밀리터리+핵 고수로부터 전해 듣습니다. 핵이 우리 시대에 갖는 의미를 고민합니다.
-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세계에 대해 영화를 전공한 델타 월딩 디렉터와 ‘즐겁게’ 대화합니다.
👉🏾혼자서도 복습 가능한 녹화링크와 후기노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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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라 소사이어티, 무엇을 하나요?
- 4주에 한 번,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만나
- 전문가와 함께 글을 읽고 대화를 나눕니다.
💬 어떤 내용들을 다루나요?
- 테마 1. 세계지도 다시 그리기, 세계 루트파인딩, 아날로그 책읽기, 하드코어 독서모임 등 외교안보 집중 코스
- 테마 2. 정책공작소, 미디어 모자이크, 빅테크 느와르, 중산층 모더니티, 지속가능성(교육・노동・환경) 등 한국사회 딥다이브 코스
- 테마 3. 갈등디자인, The First Zero 글쓰기, 델타 월딩 마법학교, 처음 만나는 영화 등 일 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를 재충전하는 코스
🌈 무엇을 가져갈 수 있나요?
-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나를 성찰하며 새로운 나를 만들어갑니다.
- 세상을 더 넓고 깊게 들여다 보며 공동체 가치를 회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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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그룹 '건강한 에너지(GUN・E)' 🔍갤갤・🧠별샛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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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126-549892-02-001 (후원)
네 번째 세계를 향해! 델타 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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