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친배우미, 안녕하신가요?
폭풍이 지나갔습니다.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한반도를 관통하다니요. 다들 평안하신가요? 이제 ‘마친배우미’ 인터뷰가 서른 번을 맞았습니다. 이번 대망의 주인공은 바로 김형준(쭌)입니다. 쭌은 한배곳에 들어와 휴학 없이 바로 졸업한 흔치 않은 존재예요. 지금은 친구들과 함께 그래픽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윙크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답니다. 모션 그래픽과 3D 그래픽을 잘하지만 사실 디자인이라면 다 좋아하는 쭌의 취미는 무려 디자인.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주고받느라 오랜만에 고생했지만, 무척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흥미로운 쭌의 이야기를 뉴스레터에서 확인해 보세요.

오랜만이에요. 쭌!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해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2017년 PaTI 한배곳 과정에 입학해 휴학 없이 계속 다니다가 2021년 졸업한 쭌입니다.

PaTI에서 함께 공부했던 최하준(하준), 박소림(소림)과 함께 디자인 스튜디오 W(N)K를 운영하고 있어요. 계기가 궁금해요.

PaTI는 방학 기간 ‘테크네’라는 수업을 열어요. 배우미가 다른 배우미에게 자기가 아는 걸 공유하는 시간인데요. 저도 친구들에게 3D 그래픽을 알려준 적이 있어요. 그때 하준과 소림을 만나고 조그마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서로 합이 잘 맞았어요. 소림과 하준은 기획을 잘했고, 저는 무언가 만들어 내는 쪽에 특화된 것 같았거든요.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다른 공모전에도 참여하다가 졸업하고 다 같이 뭉치자고 이야기한 게 자연스럽게 윙크로 이어지게 되었어요.

윙크는 언제 시작했어요?

작년 9월에 시작했어요. 정확히는 2022년 9월 19일이요.

날짜까지 기억하네요. 그날에 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때가 날씨가 좋았던가... 그건 아니었던 것 같고. 아, 저희가 사주팔자나 이런 데에 관심이 많은데요. 알아보니까 그날이 잘 맞더라고요. 9월 19일이 길일이라 그때 사업자를 신고하고 시작한 것 같아요.

아까 윙크의 명함을 받았는데, 꽤나 특이해요. 돋보기 같은 장치가 명함에 붙어 있어요.

명함은 저희 개인 작업이잖아요. 그래서 평범하지 않고 좀 독특하게 풀고 싶었어요. 병원에 가면 돋보기 카드를 자주 주더라고요. 여기서 힌트를 얻어서 명함에 적용해 봤죠. 시각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디자인 스튜디오니까 명함을 통해 시각적인 경험을 새롭게 선사하고 싶었어요. 시력이 안 좋은 분에게는 글자를 확대해서 보는 기능을 제공하고요. 그렇지 않은 분에게는 독특한 느낌을 드립니다.

윙크는 표기 방식도 독특해요. 처음에 W(N)K를 어떻게 읽어야 할지 고민했어요. 신생 스튜디오인데 이리 불친절하다니. (웃음)

스튜디오 이름을 뭐라고 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희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이름을 찾으려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포스트잇에 적고 벽에 붙이면서 생각을 좁혀나갔죠. 결국 윙크로 정했는데요. 일단 발음이 무척 귀엽고요. 처음에는 WINK로 표기했다가 중간에 괄호를 넣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W(N)K는 시각적인 느낌도 멋지고 무엇보다 괄호에 들어가는 글자에 따라 정체성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만일 괄호 안에 EE가 들어가면 W(EE)K가 되고, OR이 들어가면 W(OR)K가 되잖아요. 이처럼 저희 또한 다양한 접근을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어요. 

괄호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픽셀라이즈를 했더라고요.

괄호 모양을 평범하게 유지하지 않고 재미있게 변형해서 시각적으로 강조하고, 새로운 느낌을 내는 데 꽂혔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더 새롭게, 더 멋있게 보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 윙크의 모토는 ‘더 새롭게, 더 멋지게’인가요?

맞는 것 같아요. 저희는 실험적이고, 재미있고, 멋진 작업을 좋아하니까요!

지금 윙크가 머무는 작업 공간을 소개해 줄 수 있나요?

여기는 노량진에 있는 노들창작터예요. 스튜디오를 처음 시작할 때 금전적인 부분이 부담스럽잖아요. 그래서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당시 노들창작터에 티슈 오피스가 입주해 있었어요. 티슈 오피스에서 일하던 하준이가 여기를 추천했고 저희도 괜찮은 것 같아서 자리를 잡게 됐죠. 맨 처음부터 독립적인 사무실을 구할 생각이 없었는데, 여기 공간이 넓은 편이고 저는 좀 부대끼는 걸 좋아해서 더 마음에 들었어요.

윙크 멤버들은 각자 맡은 역할이 다를 것 같은데, 쭌은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사실 기획부터 다 함께하는 편이라 누가 어느 쪽에 특화됐다고 말하긴 애매해요. 굳이 따지자면, 하준과 소림은 기획을 되게 잘해요. 예를 들어, 모션 그래픽 관련 일이 들어오면, 모두 모여서 테마에 대해 아이데이션을 해요. 소림과 하준이 주도적으로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말하면 서로 고민하다가 특정 방향으로 구현하자고 결론이 나거든요. 그러면 이제 실물로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럴 때 제가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쪽에 집중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모니터를 함께 쳐다보면서 의견을 나누고 아웃풋에 대해서 서로 계속 체크하는 거죠. 그렇다고 제가 시각화를 다 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작업에 따라 달라요. 편집 디자인의 경우, 하준이가 잘해서 하준이가 주로 작업하고, 클라이언트와의 소통도 하준이가 맡아요. 모션 그래픽은 제가 주로 하는 편이고요.

쭌은 PaTI에 다닐 때부터 3D 그래픽, 모션 그래픽 외주 작업을 했던 걸로 기억해요.

저는 옛날부터 ‘움직임’을 되게 좋아했어요. 일본 애니메이션보다는 미국에서 만드는 광고 영상 같은 거요. PaTI에 들어오기 전부터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나도 저런 애니메이션을 해보고 싶다’는 갈증이 생겼는데요. 배곳에 관련 수업이 없는 것 같아서 문의하니까 방학 때 함준서 선생님의 3D 애니메이션 수업이 개설됐어요. 그때 시네마 4D 기초를 배우면서 제가 만들어 내고 싶은 것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실현하는 기회로 삼았어요.

3D 그래픽과 모션 그래픽 중 어떤 걸 더 좋아해요?

저는 모션 그래픽에 훨씬 관심 있어요. 3D 그래픽 중에는 움직이지 않고 멈춘 작업도 있잖아요. 모션 그래픽은 계속 시도하고, 작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런 점이 제 성향과 잘 맞는 느낌이에요. 저는 개인 시간에도 항상 작업하거든요. 작업하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요. 그래서 계속 고민이 필요한 모션 그래픽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작업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다른 디자인도 좋지만, 특히 모션 그래픽에 몰두할 때 엔도르핀이 돌아요.

지금 혹시 인터뷰라서 이렇게 대답하는 거예요?

아니에요. 진심이에요.

《SALON de GUGUMO》 포스터, 2021

인터뷰용 대답이 맞는 것 같은데... 암튼 윙크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니까 업로드한 작업이 꽤 있더라고요. 신생 스튜디오인데 프로젝트는 어떻게 수주해요?

제가 PaTI를 다니면서 했던 작업물을 개인 인스타그램에 많이 업로드했어요. 그걸 보고 연락을 주셔서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는데요. 이제 윙크 소속으로 일하다 보니 저한테 오는 일을 윙크 쪽으로 전환했어요. 그러다보니 이젠 자동으로 윙크로 오는 경우가 많고, 윙크 또한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니까 DM으로 작업 문의가 와요. 그렇게 차차 일을 늘리고 있어요.

윙크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 자랑하고 싶은 작업을 꼽아본다면요?

가장 요즘에 했던 것 중에는 협업 화보가 생각나요. 스타일리스트와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는 분들이 각자 장점을 살리는 화보를 찍자는 제의를 주셔서 저희 멤버들이 모델을 맡았는데 엄청 재밌었어요. 뮤지션 ‘데이먼스이어Damons Year’, 뮤지션 ‘아도이Adoy’의 콘서트에 쓰인 배경 영상도 자랑스럽고요. 아티스트 이랑의 공연 포스터와 LP판 앨범 디자인도 했어요! 그밖에 국립현대무용단 트레일러 작업,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하는 사업을 위한 3D 키 비주얼 아이덴티티, 나이키서울 로고 모션화 작업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사실 윙크 이름으로 발표한 작업들은 다 재밌고 자랑스러워요.

뮤지션 데이먼스이어의 공연 〈Damons Year Concert〉에 쓰인 영상, 2022

뮤지션 이랑의 공연 〈PRIDE〉 LIVE IN SEOUL 2022 포스터와 LP 앨범 디자인, 2022

국립현대무용단 〈테스트코레오그라피 / 뉴-애튜 프로젝트〉, 〈작꾸둥굴구서뚜르게〉 트레일러 제작, 2023

(그래픽 디자인: 이예주)

경기콘텐츠진흥원 ‘Creative with Tech’ 관련 포스터, 템플릿 및 키 비주얼 아이덴티티, 2023

개인적으로 사랑회 작업이 눈에 띄더라고요. 윙크 작업 대부분이 모션 쪽이라 그런 것 같아요. 음악과 관련한 모션 그래픽, 이미 만들어진 그래픽 디자인 소스에 움직임을 더하는 작업을 많이 했잖아요.

사랑회의 경우, 로고와 폰트를 만들었는데요. 저희는 모션 그래픽에만 머물고 싶지 않아요. 모션 그래픽 쪽 포트폴리오 때문에 인연이 생겨도 모션 그래픽만 하는 스튜디오가 아니라는 사실을 계속 어필해서 그래픽 작업도 하려고 노력해요. 저희가 지향하는 스튜디오는 그래픽 디자인 기반이거든요.

사랑회 아이덴티티 디자인, 2022

왜 그래픽 디자인이에요?

모션 그래픽을 하다 보면 갈증을 느낄 때가 있어요. 특히 다른 디자이너가 만든 그래픽 소스에 움직임을 부여하는 작업은 온전히 저희 것이 아닌 느낌이 들거든요. 처음부터 끝까지 저희가 기획하고 작업하는 작업에 크리에이티브한 면모를 충분히 녹이는 게 훨씬 흥미로워요. 그래서 뮤지션과 일할 때 즐거움이 배가되는 것 같아요. 주어진 곡에 맞춰 저희 나름대로 재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영상을 작업하니까요. 나중에는 저희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서 대중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파급력을 신경 쓰지 않고 소수에게라도 먹히는 실험적인 디자인을 해보고 싶어요.

앞날이 아주 기대되네요. 이번 뉴스레터가 윙크에게 좋은 홍보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너무 좋죠!

PaTI 마친배우미 인터뷰니까 PaTI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쭌은 PaTI에 어떻게 들어왔어요?

저는 시각 디자인과를 지망하며 입시 미술을 했는데요.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와서 삼수 끝에 인서울 학교에 합격했는데 막상 붙고 나니까 갑자기 지치더라고요. 서로 경쟁하는 시스템도 싫고, 맨날 밤새워서 과제 준비하는 학과 생활도 재미없어 보였어요.

서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라도 대학교에 진학하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저는 이미 서울에서 삼수를 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어요. 그래서 울산으로 돌아가서 군 복무를 하면서 유학을 준비했어요.

어디로 가려고 했어요?

멕시코요. 지금 생각하면 도피성이었던 것 같아요. 스페인어가 필수라서 유학 준비를 할까 말까 고민했거든요. 그러다 친구 소개로 PaTI의 존재를 알게 됐어요. 재밌어 보여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 지원했죠.

PaTI에 들어오니 어떤 점이 흥미로웠어요?

디자인 중심으로 흐르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찾도록 장려하는 1학년 수업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었어요. 탈도 만들고, 연극, 음악, 글쓰기, 사진 등 되게 다양한 분야를 접하면서 제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찾고 싶은지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죠. 1학년 1학기는 학교 돌아가는 상황도 살피고, 대안학교 출신 친구들과 지내면서 서로 다른 문화를 파악하는 데 집중했는데요. 적응을 끝내고 나니 끝까지 PaTI에 다니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원하는 걸 찾았어요?

네. 저는 그냥 디자인 자체가 좋더라고요. 특히 그래픽 디자인과 모션 그래픽 디자인이요. 제가 상상하던 시각 디자인과가 딱 PaTI더라고요. 이것저것 재미있게 실험하는 모습이요. 대학교에 다니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건 별로다’라고 말하는 교수님 취향에 맞춰 디자인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근데 PaTI에서는 ‘아니다’라는 말보다는 좋은 점을 찾아내고 이를 더 발전시키는 방법에 대한 피드백을 엄청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자신감을 얻고 디자인에 계속 흥미를 가질 수 있었죠.

《PREFACE》 전시 포스터 3D 비주얼 디자인, 2021

혹시 기억나는 스승이나 수업이 있어요?

맛깔손 스승의 수업이 좋았어요. 작업할 때 레퍼런스를 공유하면서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어떻겠냐는 피드백을 자주 했거든요. 수업에서 다루는 것도 제 취향이었기 때문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요. 그리고 헬무트 슈미트 스승의 편집 디자인 수업도 기억에 남아요. 제가 편집 디자인을 정말 안 좋아했어요. 편집 디자인은 미리 설계하고 작업에 들어가야 하잖아요. 저는 모션 그래픽처럼 눈에 보이는 걸 즉각적으로 수정하는 취향이었거든요. 근데 헬무트 슈미트 스승은 바로바로 접근하는 걸 장려해서 되게 재밌었어요. 안타깝게도 지금은 돌아가셨지만요. 저희가 마지막 수업이었어요.

PaTI 한배곳 맛깔손 스승 수업 ‘이미지로 계획하기’ 결과물, 2019

PaTI 해외 스승 헬무트 슈미트Helmut Schmid의 수업 ‘영문 타이포그라피’ 결과물, 2018
남북정상회담을 주제로 당시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 중 일부분을 발췌해

레이아웃을 구성하고 디자인했다.

PaTI에서의 경험은 쭌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어요?

태도가 주도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예전에는 원하는 게 있으면 고민을 먼저 했는데 PaTI를 다니면서 고민이 생기면 바로 실행하게 됐죠. 실패를 많이 겪었지만, 부정적인 에너지가 아니라 ‘그래도 된다’라는 교훈을 얻었어요. 그래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느낌을 무의식적으로 학습한 것 같아요.

멋있네요. 이거 완전 PaTI 홍보대사 멘트인데...

그럴려고 말한 건 아닌데, 제가 생각해도 홍보대사 각이네요.

지금 PaTI에 다니고 있는 배우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다들 PaTI에만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떤 프로젝트를 할 때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와 함께하면 어떨까요? PaTI의 장점은 자기 주도적으로 작업한다는 건데요. 막상 사회에서 활동할 때는 사람들끼리 소통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보거든요. 제도권 학교에서는 사회생활을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지만, PaTI에서는 이를 트레이닝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외부에서 찾는 노력이 필요해요.

쭌은 어떻게 찾았어요?

저는 아무래도 입시 미술을 했기 때문에 주변에 디자인 전공하는 대학생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런 혜택을 좀 봤어요.

이미 인적 자산을 갖춘 상태였네요. 혹시 다른 도움 되는 말은 없을까요?

필요하면 그냥 저한테 연락주세요. 뭐가 필요한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쭌에게 연락하면 상담과 함께 인맥도 얽히고 여러 가지 가능성이 열린다고 꼭 말할게요. 혹시 얘기할 게 더 있을까요?

PaTI에서는 새끼 새처럼 입만 벌리고 있으면 안 돼요. 무조건 자기가 찾아야 해요. 그리고 필요한 게 있으면 배곳에 요구할 수 있고요. PaTI는 이런 쪽으로 혜택이 많은 곳인데 그냥 멀뚱멀뚱 있다가 졸업하는 친구들에 비하면 저는 핵심을 쪽쪽 빨아먹은 느낌이랄까요. 특히 방학 때 모션 그래픽 수업을 개설해서 들은 걸 생각하면 뽕을 제대로 뽑은 것 같긴 해요.

더현대 압구정 본점 ‘Gastro Table’ 그랜드 오프닝 모션 그래픽, 2023
(Brand Key Visual: Correspendance / Motion Graphic: tito)

요즘 윙크 때문에 바빠서 개인 작업을 별로 못 할 것 같아요. 아쉽지는 않아요?

아, 저는 개인 작업을 계속 해요. 얼마 전에는 더현대 압구정 본점에 생긴 가스트로 테이블을 홍보하는 모션 그래픽을 작업했어요. 아는 분이 가끔 디자인을 의뢰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심경으로 도와드릴 때도 있고요. 보통 로고나 브랜딩 작업을 부탁하는데, 관련 포트폴리오를 쌓을 수 있어서 딱 좋아요. 3D 그래픽이 재밌지만, 워낙 잘하는 분이 많잖아요. 사실적인 3D 작업을 제대로 하려면 시간도 엄청나게 쏟아야 하고요. 제가 지향하는 바가 그런 쪽이 아니기도 하고, 그래픽 디자인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소홀하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작업하곤 해요.

가장 마음에 드는 개인 작업이 있나요?

저는 제 이름을 소스 삼아 작업하며 애정을 많이 쏟는데요. 대표적으로 ‘티토TITO’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개인 브랜딩이면서 저를 소개하는 작업이거든요. 한 3년 전에는 ‘쭌’으로 레터링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개인 작업을 하면 뭐가 좋아요?

저는 취미가 개인 작업이에요. 쉴 때 카페 가서 작업하면 재밌어요. 아무 고민 없이 계속 작업하는 게 좋아요. 근데 사실 요즘 살짝 번아웃이 와서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티토를 작업했어요. 개인 작업으로 스트레스받은 걸 개인 작업으로 풀었네요.

〈tito〉, 2023

요즘 들어 특히 관심 가는 게 있나요?

디자인 프로그램 중에 ‘터치 디자이너’라고 있어요. 모션 그래픽에 인터랙티브 디자인을 결합할 수 있어서 프로그래머가 자주 쓰는 툴인데, 저는 그렇게 깊이 들어가지 않고 영상을 예쁘게 만들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어요.

쭌은 하고 싶은 게 참 많아 보이는데, 앞으로 어떤 것을 성취하고 싶어요?

윙크가 많이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에서 ‘윙크’하면 알아주는 상상을 해요. 굉장히 큰 꿈인데, 꿈은 원래 크게 잡아야 하니까요. 근데 디자이너 사이에서 인정받는 것보다는 대중이랑 더 소통하고 싶어요. 콘텐츠의 종류는 다양할 텐데 뭔가 만들어서 유튜브나 틱톡 등의 플랫폼을 통해서 사람들과 연결되면 좋겠어요.

쭌에게 윙크가 큰 의미를 갖나 봐요.

혼자 유명해져도 좋지만, 윙크가 유명하면 더 좋달까요. 산전수전을 같이 겪은 친구들이니까요. 같은 입장, 같은 위치에서 함께 시작했고 중간에 갈등이 생겨도 이겨내면서 헤쳐 나가는 과정을 함께 겪어서 그런지 내면이 단단해졌어요. 제가 늘 하는 말이 있는데, ‘3-1=0’이에요. 세 명 중 한 명만 빠져도 제로가 된다는 마인드가 윙크에 적용되는 것 같아요.

혹시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이 있어요?

게스트하우스를 하나 꼭 차리고 싶어요. 한 3층짜리 집을 마련해서 지방에서 오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쉬고 가는 곳이요. 많은 사람이 오고 가면서 밥도 차려주고, 정도 쌓으면 좋지 않을까요? 디자인하는 사람이 와서 영감도 얻고요. 근데 손님들이 좀 조용했으면 좋겠어요. 저 작업해야 하니까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부탁할게요.

하고 싶은 말 다 했는데...

그러면 윙크 광고를 해주세요.

저희 윙크 스튜디오는 모션 그래픽뿐 아니라 그래픽 디자인 작업도 하고 있으니 필요하신 분은 편하게 연락해 주세요!

예전에 제가 티슈 오피스를 인터뷰했던 공간에서 쭌이 친구들과 창업해서 활발히 활동하니까 보기 참 좋네요. 앞으로 쭌과 윙크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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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ju Typography Institute, PaTI)은 2013년 봄, 파주에서 움튼 독립 디자인 학교입니다. 새로운 디자인 교육의 필요성에 동감한 시각 디자이너 안상수와 여러 스승이 꾸린 교육협동조합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지혜와 정체성에 바탕을 두고 무권위와 무경쟁을 지향합니다. 배우미는 스승과 함께 학교를 디자인하며 스스로 뜻한 바를 자발적으로 성취합니다. PaTI는 일반 대학에 준하는 4년제 바탕 과정 ‘한배곳’과 대학원에 준하는 2년제 심화연구 과정 ‘더배곳’, 1년제 ‘PaTI.is(일러스트레이션)’, ‘PaPA(프로덕션디자인)’ 특별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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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8.18.쇠날
인터뷰·글: 전종현  |  편집·발행: 박하얀, 평화
영상 촬영·편집: PaTI 영상연구소 이형곤, 한수현, 천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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