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노트북을 열어서 뉴스를 보니 엊그제 covid-19 확진자가 17만 명이 넘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와중에 하루하루 요리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참 쉽지가 않네요. 제가 혹시라도 걸리면 우리 수강생분들에게 큰 폐를 끼친다는 생각에 조심하고 있어요. 무리하지 않고 제 속도에 맞게 일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지난 주말 수업에는 1년짜리 워크샵 스타일의 꽃과 요리 수업을 시작했어요. 매월 하나의 주제로 꽃과 요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이태원에서 플라워 스튜디오 <꽁떼 드에떼>를 운영하는 박정윤 선생님과 함께 테마를 고민하며 재료를 준비합니다. 수업 당일에는 꽃도 꽂고 요리도 만들다 보니 수업이 매우 알차지요. 직접 꽂은 작품을 품에 안고 돌아가니 모두들 뿌듯한 표정입니다. 그 순간은 제게도 행복이고요.


  아직도 아침과 밤에는 영하로 내려가지만 봄이 곧 옵니다. 2월 마지막 일주일은 불안보다 희망을 느끼는 일주일이 되시길 바랍니다.


따뜻한 봄을 기다리며, 히데코 올림

  지난주 수요일 수업은 3년 만에 재개한 <식재료 연구반>, 소금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었어요! 요즘은 국산 소금뿐만 아니라 여러 소금들이 수입이 되고 있지요. 당장은 어렵지만 여행하면서 만나는 소금도 많고요. 다양한 만큼 많은 분들이 '나한테 맞는 소금' 또는 '요리에 맞는 소금'을 찾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소금을 만져보고 맛보는 것이 좋아요. 핥아본 후 단맛, 염도, 알의 크기나 식감, 부서지는 정도, 녹는 정도 등을 느껴보는 거죠. 그다음에 가열하는 요리, 차가운 요리, 절이는 음식, 마지막에 뿌리는 소금 등 요리 방법에 맞게 어떤 소금을 어떻게 쓸지를 고민해보는 것도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업 중 제가 몇 주 동안 준비해온 18개 종류의 소금을 모두 펼쳐서 수강생들과 소금에 대한 탐구를 해봤습니다. 아쉽게도 일본 소금은 구하지 못했지만 여러 나라에서 공수한 소금들을 맛봤어요. ‘소금으로 어떤 수업을 하실 건가...’ 약간은 생소하게 생각했던 수강생분들이 수업 후엔 새로운 소금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며 흥미로워 하셨지요.


  무슨 소금을 어떤 요리에 쓰면 좋을지를 상상하며 소금 자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소금을 잘 쓰게 되는 출발점 아닐까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말이죠!

(히데코 요리교실의 수강생분들이 찍어주신 사진들입니다)
<히데코 요리교실 대기자 등록 안내>
쿠킹클래스를 위해 대기자 등록을 하시면
4월에 재등록 시 잔여석을 파악하여 순서대로 문자 연락 드립니다.
*2~4월 봄학기 마감

  지금은 문을 닫은 김포 빵집 썸원스브레드(someones bread). 누구든 편히 들를 빵집을 만들겠다는 바람을 담아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빵집 주인은 오랫동안 연희동 요리교실을 다니고 있는 제자이면서, 나의 훌륭한 조언자이기도 한 화진이다. 이과 출신인 그녀는 엔지니어나 연구원 대신 제빵사의 길을 택했다. 결혼을 전후해 입시학원에서 이과 과목을 가르치며 제과학원에 다녔고, 지금은 두 딸을 키우며 자기 꿈을 실현해가고 있다.


  빵집을 시작하기 전부터 연희동 요리교실에 다닌 화진은 빵집 오픈으로 분주해지기 시작할 때쯤 잠시 수업을 쉬었다가, 장사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고 나서는 지금까지 매달 요리교실에 나왔다. 그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빵을 굽고 손님을 맞은 뒤 연희동 요리교실로 달려왔다. 저녁 수업을 들으러 온 화진의 피로가 몸 전체에서 스며 나왔다. 화진에게 몇 번이고 힘들지 않은지 물어봤지만, 그녀는 항상 “요리교실 오는 게 유일한 즐거움이라 괜찮아요”라고 답했다.


  나는 빵에 대한 그녀의 열정이 어디서 오는지 궁금했다. 그녀에게는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빵에 대한 의지, 근성 같은 것이 느껴졌다. 종갓집 막내로 태어난 화진은 어렸을 적부터 식사준비를 도왔고, 언제나 맛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할머니와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러다 보니 그녀 또한 부엌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한다. 요리하고 빵을 굽는 것의 원점은 그때인 듯하다고 화진은 말했다. 그러니 빵이든 케이크든 ‘맛있는 것’을 추구하는 일에 빠지게 된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화진은 코로나 영향으로 장사가 어려워져 가게를 닫은 것이 아니다. 가게를 연 지 3년 반, 매일같이 빵을 사러 오는 단골손님도 많았다. 하지만 그녀의 빵에 대한 순수함이랄까, 무모하기까지 한 열정에 힘입어 재료비 대신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제 몸을 축내다가 결국 체력이 한계에 달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속담에 ‘복숭아와 밤은 3년, 감은 8년’이라는 말이 있다. 과일나무를 심으면 먹을 수 있는 열매가 되기까지 그에 상응하는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 성취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화진의 빵집도 4년째에 접어들며 더욱 성장하는 시기일 텐데 문을 닫게 되었다. 체력부터 시작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그녀는 가게를 접은 지 일주일도 안 돼 초심을 되찾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빵 만들기를 목표로 한 발을 내디뎠다. 누구도 하지 못한, 나밖에 할 수 없는 일. 40대 중반의 화진은 지금의 결단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하늘로 오르는 크로아상 비행기! 4년째에 접어들며 더욱 성장하는 시기에 문을 닫은 화진씨의
그간의 긴 여정과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의미란다. 미대오빠의 일러스트로 화진씨가 힘을 얻길!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는 "레시피의 힘" !

고민이 있을 때 처방해드리는 레시피,
첫번째 사연을 소개해드립니다!

🎈고민
4개월된 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출산 전에는 요리하는 것을 참 좋아했었는데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가장 먼저 소홀해지는 게 제 식사더라고요 ㅠㅠ 조금씩 다시 제 식사도 정성껏 챙겨보려 합니다. 간단하지만 따뜻한 음식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반갑습니다! 첫번째 레시피 처방!

  4개월 된 아이를 키우신다니... 이제 아기가 점점 예뻐질 때입니다. 보고 있으면 미소가 지어지지요. 나중에 행복한 추억이 될 겁니다. 하지만 힘든 건 사실! 초보 엄마의 스트레스도 많고 아직 몸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으셨겠지요. 이럴 때 조금 위안받을 수 있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고민해봤습니다! 저라면 뭐가 먹고 싶을까 생각해봤어요. 겨울이 끝나는 요즘 제일 맛있는 채소가 배추와 대파지요. 쉽게 구할 수 있기도 하고요. 이 채소들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사프란 배추찜>을 처방드립니다!


  사프란의 향 때문에 행복해지실 겁니다. 처음 이 배추찜을 만들었을 때 지금은 대학생이 된 아들들과 함께 구운 소고기를 곁들여 먹었어요. 샐러드도 만들기 귀찮던 시절, 이 배추찜은 샐러드보다도 간단했습니다. 먹고 남은 것을 다음 날 먹기도 했는데요, 배추 때문인지 설탕처럼 단맛이 나더라고요! 좋아하는 올리브 오일을 더 뿌려서 한 그릇 먹었답니다. 구운 생선이나 고기와 함께 먹어도, 파스타를 삶은 뒤 버무려서 먹어도 좋습니다. 영양소 보충에 도움이 될 겁니다. 사프란과 페페론치노를 빼고 끓인다면 아이 이유식으로도 좋고요. 그럼 바로 시도해보세요!! 든든한 한 끼, 위로의 식사가 되길 바랍니다!


<사프란 배추찜>

🥢재료 - 배추 1/4포기, 사프란 12가닥, 페페론치노 1~2개(없으면 생략 가능), 

              굵은소금 적당히, 올리브 오일 듬뿍

🔪방법

  • 4등분한 배추, 또는 알배추 1개를 준비하고 잎을 한 장씩 떼어 차가운 물에 잠시 담그세요.
  • 사프란은 작은 그릇에 12가닥 정도 넣은 후 약간의 물과 함께 으깨요. (붉은색에 가까운 노란색이 우러날 겁니다)
  • 바닥이 좀 두꺼운 냄비를 준비하세요.
  • 배추의 물기를 털어내고 손으로 찢어 냄비에 담습니다.
  • 으깨 놓은 사프란, 매운 페페론치노 1개도 같이 넣고요.
  • 올리브 오일을 한 바퀴 두른다는 느낌으로 넣어줍니다. 굵은소금도 '후드득 후드득' 뿌려주세요.
  • 뚜껑을 덮고 중불로 찌는 듯 볶는 거죠. 단, 바닥이 눌어붙지 않게끔만 저어주고 불 조절을 해주세요.
  • 배추에서 물이 나와 푹 익으면 다시 소금으로 간을 봅니다. 그리고 완성!!

👉사프란 소개

  향신료계의 다이아몬드라고도 하는 사프란의 실물을 처음 본 것은 20년 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혼자 살던 때였다. 요리 선생인 로사가 뭔가 소중한 걸 꺼내듯 작은 통을 열더니 내용물을 살짝 보여줬다. 불단(佛壇)에서 태우는 향에서 맡을 법한 독특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아, 이게 아버지의 노란 밥에 있던 사프란이구나.' 지중해 나라에 가서야 만났던 사프란이 요즘에는 우리 집 냉동고에 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프란은 각국 쌀 요리에 흔히 쓰이는데, 나는 스페인 쌀 요리인 빠에야나 남프랑스의 생선 수프인 부야 배스에 꼭 넣는다. 밥을 지을 때 색을 내기도 하지만 해산물의 쓴맛도 잡아준다. [출처 : '향신료계의 다이아몬드' 사프란 - 히데코의 행복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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