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 담갔다고?? 그것도 하루에 두번이나?? 아이고...”
제가 15년째 다니는 한의원 원장님이 제 배에 큰 침을 넣으면서 소리치셨습니다. 연말에 수술한 적이 있어서 1월부터 매주 한 번씩 계속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며 몸조리하고 있어요. 침대에 누워 있는 저의 맥을 짚는 원장님께 전날 요리 수업 얘기를 말씀드리니 놀라신 겁니다. 지금 제 건강을 아껴야 하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2월에 기회가 좋아서 일본요리수업에서 된장 만들기를 강행한 탓에 혼났어요.
한국이나 중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요리도 “장(醬)”이 정말 중요합니다. 된장을 담그는 것은 구정 전후가 적당하다고 하지요. 기후가 비슷한 일본도 마찬가지예요. 일본 된장은 지역에 따라 색깔과 염분에 차이가 큰데요, 주로 백두 콩에 쌀누룩을 섞는 “쌀된장”을 말합니다. 메주가 된장 맛을 좌우하는 한국 된장과 조금 차이가 있지요. 일본 된장은 백두 콩을 푹 삶아서 으깬 다음 소금과 쌀누룩을 섞으면 바로 항아리 속에서 숙성이 시작됩니다. 추운 1~3월 사이에 담가야 추위에 천천히 숙성을 시작해 된장 맛이 깊어진다고 합니다. 겨울에서 봄 사이에 천천히, 그리고 여름에 힘 있게 숙성되면 가을이 지나서 먹을 수 있습니다. 한국 된장보다 좀 더 짧은 시간에 발효되는 셈이지요.
제가 지금처럼 된장을 담가 먹을 줄은 상상을 못 했습니다. 어렸을 때 친정 엄마가 된장 담그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책의 내용을 따라하거나 일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시작한 저의 된장 담그기. 예전에는 수강생들에게 된장 레시피를 전해주고 싶다는 사명감으로 일본에 연락해 주 재료인 살아있는 쌀누룩을 비싼 EMS로 받아보곤 했었죠. 요즘엔 일본 된장 비롯해 발효식품을 제조, 판매하는 일본인들을 알게 되어 편하게 쌀누룩을 조금씩 나누어 받고 있습니다.
일본 요리 수업 때 된장 워크숍을 진행하고 제가 3년 전에 담근 된장으로 몇 가지 된장 활용 요리를 같이 만들어봤어요. 그중에 하나가 일본식 장조림. 소고기 사태를 2시간 정도 푹 삶은 다음 육수와 된장으로 양념장을 만들어 사태를 조리는 요리예요. 일본 향수가 좀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태어난 곳을 떠나 계속 해외에서 살다가 한국에 정착해 있으니 오히려 모국에 대한 이해나 그리움, 열정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올해 11월쯤 우리 수강생들과 함께 담근 된장이 어떻게 될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