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작은 아들과의 대화가 많아졌습니다. 사실 대화라기보다는 가만히 있는 아들한테 “그림 그렸어?”라고 묻거나 “마감이 내일이야!!”라고 알람을 주는 정도지만요. 그러면 아들이 반사적으로 거의 다 그렸다고 대답합니다. “거의 다”라는 말은 거짓말이고 아직도 안 그린 상태인 거죠… 그러다 히데코레터 발행이 코앞에 다다를 때 달랑 그림 한 컷이 카톡으로 도착합니다.


  이번 그림을 보고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는 듯 보여도 예술가 기질이 있나 봐요. 마감 날짜보다 아이디어가 중요했나 봅니다. 매번 독촉, 특히 이번엔 마지막까지 안 줘서 애를 먹이더니 저는 미쳐 생각 못했던 것을 표현했어요.  아들의 기발한 그림은 “레시피의 힘"에서 볼 수 있어요!


봄기운이 느껴지는 햇살을 맞으며 히데코 올림

 “된장 담갔다고?? 그것도 하루에 두번이나?? 아이고...”


  제가 15년째 다니는 한의원 원장님이 제 배에 큰 침을 넣으면서 소리치셨습니다. 연말에 수술한 적이 있어서 1월부터 매주 한 번씩 계속 한의원에서 침을 맞으며 몸조리하고 있어요. 침대에 누워 있는 저의 맥을 짚는 원장님께 전날 요리 수업 얘기를 말씀드리니 놀라신 겁니다. 지금 제 건강을 아껴야 하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2월에 기회가 좋아서 일본요리수업에서 된장 만들기를 강행한 탓에 혼났어요.


  한국이나 중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요리도 “장(醬)”이 정말 중요합니다. 된장을 담그는 것은 구정 전후가 적당하다고 하지요. 기후가 비슷한 일본도 마찬가지예요. 일본 된장은 지역에 따라 색깔과 염분에 차이가 큰데요, 주로 백두 콩에 쌀누룩을 섞는 “쌀된장”을 말합니다. 메주가 된장 맛을 좌우하는 한국 된장과 조금 차이가 있지요. 일본 된장은 백두 콩을  삶아서 으깬 다음 소금과 쌀누룩을 섞으면 바로 항아리 속에서 숙성이 시작됩니다. 추운 1~3월 사이에 담가야 추위에 천천히 숙성을 시작해 된장 맛이 깊어진다고 합니다. 겨울에서 봄 사이에 천천히, 그리고 여름에 힘 있게 숙성되면 가을이 지나서 먹을 수 있습니다. 한국 된장보다 좀 더 짧은 시간에 발효되는 셈이지요.


  제가 지금처럼 된장을 담가 먹을 줄은 상상을 못 했습니다. 어렸을 때 친정 엄마가 된장 담그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책의 내용을 따라하거나 일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시작한 저의 된장 담그기. 예전에는 수강생들에게 된장 레시피를 전해주고 싶다는 사명감으로 일본에 연락해 주 재료인 살아있는 쌀누룩을 비싼 EMS로 받아보곤 했었죠. 요즘엔 일본 된장 비롯해 발효식품을 제조, 판매하는 일본인들을 알게 되어 편하게 쌀누룩을 조금씩 나누어 받고 있습니다.


  일본 요리 수업 때 된장 워크숍을 진행하고 제가 3년 전에 담근 된장으로 몇 가지 된장 활용 요리를 같이 만들어봤어요. 그중에 하나가 일본식 장조림. 소고기 사태를 2시간 정도 푹 삶은 다음 육수와 된장으로 양념장을 만들어 사태를 조리는 요리예요. 일본 향수가 좀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태어난 곳을 떠나 계속 해외에서 살다가 한국에 정착해 있으니 오히려 모국에 대한 이해나 그리움, 열정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올해 11월쯤 우리 수강생들과 함께 담근 된장이 어떻게 될지 기대됩니다!

(히데코 요리교실의 수강생분들이 찍어주신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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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재등록 시 잔여석을 파악하여 순서대로 문자 연락 드립니다.
*2~4월 봄학기 마감
  covid-19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시작할 무렵 수많은 레시피들이 SNS에 공유되고 있었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을 요리로 풍요롭게 만들어보자는 바람을 담아 레시피를 게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보면 국내, 전 세계 확진자는 몇 명이고 록다운된 세계 각국 도시의 식당이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소식 등 어두운 이야기밖에 없을 때였다. 가까운 가족, 지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친구들의 안부도 걱정되고, 연희동 요리교실을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끙끙대던 내게 흥미로운 프러포즈가 도착했다. 일본 가나자와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요리교실을 운영하던 친구가 페이스북과 인스타를 통해 ‘요리 릴레이’의 다음 주자로 나를 지목한 것이다.

  당시 여행에 나서지 못하는 마음을 위로하자며 해외여행 사진을 올리거나,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자는 뜻으로 집에서 즐기는 독서, 커피 등을 SNS에 올리고 친구와 지인에게 바통을 넘기는 릴레이가 유행했는데 그중에서도 이 ‘요리 릴레이’만큼은 나에게 의미가 컸다. 일본 요리사인 와키 마사요 씨의 제안으로 ‘요리 릴레이’가 시작, 두 달 후 막을 내리기까지 600건에 이르는 레시피가 소개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일부러 장을 보지 않더라도 집에 있는 식재료 세 개 정도면 만들 수 있는 요리’라는 느슨한 룰에 따라 셰프 등 전문가들이 선보인 레시피는, 해외는 물론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집에만 있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부엌에 들어서는 즐거움을 느끼게 했다. 나도 여러 사람의 흥미로운 레시피를 보는 것만으로도 유익했고 내가 소개한 한국의 반찬 ‘김무침’에 대해 보내온 사람들의 감상을 읽으면서는 적잖은 위로까지 받았다. 레시피 공유라는 게 이렇게나 즐거운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예전에는 레시피를 노트에 메모했다면 요즘에는 PC에서 작성하고 출력한다.
레시피만 있으면 요리가 되는 줄 아는 아들의 일러스트.
레시피를 출력하는 순간 프린터가 오븐으로 변하여 요리가 만들어지는 것.
아들의 아이디어에 웃음이 난다.
  ‘요리책 보기’가 취미인 내가 한국에서 요리교실을 시작한 지 14년째가 되었다. 그사이에 파일에 쌓아둔 레시피는 몇 개나 될까? 세어본 적은 없지만, 출간한 요리책만으로도 아홉 권이니 그 외의 레시피를 포함하면 꽤 많은 숫자일 것이다. 단순히 요리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만이 아니라 음식 그 자체와 식문화, 그리고 그에 대한 의사소통을 연희동 요리교실에서 실현하고 있다면, 그동안 출간한 레시피 책들은 레시피 그 자체를 공유하는 일일 것이다.

레시피는 식재료를 요리로 바꾼다.
레시피는 요리를 연마한다.
레시피는 요리를 기록한다.
레시피는 요리를 전달한다.
레시피는 시공을 초월해 맛을 전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레시피는 원래 요리를 공유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레시피에는 커다란 힘이 있다.
(사진 출처 : 마음산책 "셰프의 딸")
레시피는 레시피를 읽은 사람의 마음에 머물며 그 사람의 요리 습관, 때로는 삶의 방식까지도 바꿔놓는다.
셰프나 요리에 종사한 프로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갈고 닦아온 레시피에는 커다란 힘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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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레시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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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맞는 레시피를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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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가 만들어가는 "레시피의 힘"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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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데코 친구 제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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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데코 친구 플로리스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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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onWK 네번째 레터의 '모든 것이 우연'이라는 글, 선생님의 터닝 포인트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네요~ 한국어로 글을 이렇게 잘 쓰셔도 되는 겁니까! PJ 선생님의 글에서는 평소 말투가 묻어나 웃음이 나고요, 미대 오빠 지훈씨의 일러스트 보는 맛도 참 좋네요^^ 2월도 기대하겠습니다! iDHR 정선주 히데코 선생님과 PJ대표님의 뉴스레터가 올 때마다 마음이 두근두근 합니다. 선생님의 따뜻한 글과 새로운 시선이 저에게도 큰 자극이 됩니다. 대표님께서도 어쩜 비행기 티켓이며, 여행지 입장권이며 소중히 보관하셨는지, 글마다 히데코 선생님과 가족들을 향한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해 지네요. 멋진 두분의 이야기 오래오래 듣고 싶습니다^^



PJ STORY #사랑 3편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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