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조각] 인수도 인생처럼 마라톤이지🏃

2020.11.27(금)│NO.22 파인애플

이번주 파인애플 조각 #대형항공사 #인수합병

안녕하세요, 파인애플입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는 소식이 나오고 2주가 흘렀습니다. 국내 항공업계의 큰형님과 작은형님이 한 지붕 아래에서 지낸다는 썰이 처음 나왔을 때는 주식시장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어요. 부채비율이 2309%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빚에 허덕이고 있었던 아시아나항공(+금호산업)의 주가는 올랐고, 그 빚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대한항공(+한진칼)의 주가는 떨어졌습니다. 지난 16일 산업은행이 인수 추진을 공식적으로 알리자 두 항공사의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이후 여론의 반응도 갈리고 있는데요. 인수합병에 대해 같이 한 조각 뜯으러 가볼까요?😋

헤어진 지 2달밖에 안 됐지만😳

대한항공보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곳이 있었습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인데요. 이들이 헤어지게 된 스토리를 알아보기 전에 인수합병의 절차부터 정리해볼까요? 인수합병은 기업들이 경영권을 사고파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 과정은 경영권을 넘기려는(=매각하려는) A기업이 "팝니다"라고 공고를 올리거나(=공개경쟁입찰) 주변에 있는 기업들에게 제안하면서 시작됩니다. 경영권을 받으려는(=인수하려는) 기업들이 A기업 인수전에 참여의사를 보이면 예비입찰에 들어갑니다. 본입찰을 하기 전에 A기업이 염두해둔 조건에 들어맞는 기업이 있는지 1차로 판단해서 적격 인수후보자들을 가려내는 단계인 거죠.

예비입찰이 끝나면 실사를 진행합니다. 이번에는 적격 인수후보자들이 A기업을 평가하게 됩니다. 재무상태나 경영구조 등 살펴보고 A기업의 가치를 고려해 인수를 계속할지 정한답니다.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기업은 본격적으로 A기업과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됩니다. 그들이 합의점을 찾으면 주식매매계약(SPA, Share Purchase Agreement) 체결안을 작성해 각 기업의 이사회에서 통과시킨 후 계약내용을 이행하면 인수라는 긴 여정은 마무리됩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SPA 체결안을 가결했지만 5개월이 지나도록 계약내용을 이행하지 않았어요. "재검토하자, 재실사하자"며 미루다가 올해 9월 금호산업이 HDC현대산업개발에 계약해지를 통보하며 헤어지게 됐답니다(코로나로 지친 아시아나항공 곁에 있어 줄 여력이😢).

🍍 관련조각 1년이 넘는 만남 끝에 남은 건 '계약금' 소송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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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왜 시작부터 삐끗?😒

위에서 언급하지 않은 단계가 하나 더 있습니다. 최종 보스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인데요. 신고대상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공정위에 "저희 합칠게요"라는 신고서를 제출하고,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를 통해 통합된 기업이 시장을 독점할 우려가 있는지 분석합니다. 문제가 없으면 승인(아시아나항공과 사업분야가 달랐던 HDC현대산업개발은 승인됨), 그렇지 않으면 조건부로 승인하거나 불허합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치면(+저가항공사) 항공업계에서 점유율이 60%를 넘어 공정위가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는데요. 팔리는 기업이 회생 불가능한 상태라는 결론이 나오면 예외 규정을 적용해 승인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인수건은 기간산업인 데다 대중의 관심도 높다 보니 공정위도 결정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여요.

✋ 기간산업이란?

국가가 경제활동을 원활히 하는 데 필수적인 산업으로, 각국의 산업구조나 경제생활에 따라 기간산업은 달라질 수 있어요. 대체로 석탄·석유·전력 등의 동력산업, 제철·제련 등의 금속산업, 도로·철도·해운·항공 등의 수송산업, 비료·시멘트 등의 화학공업 등이 포함됩니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는 기간산업(항공업과 해운업)을 지원하기 위해 40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조성했습니다.

근데 이번 인수건은 공정위 단계까지 못 갈 수도 있어요. 한진칼을 놓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3자연합(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의 반발 때문입니다. 공개경쟁입찰을 겪은 HDC현대산업개발과 달리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단(돈을 빌려준 투자자들의 대표)인 산업은행의 제안으로 인수에 나선 건데요. 그래서 산업은행이 그들의 인수계획을 발표하게 됐고, 이를 본 KCGI는 이틀 뒤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에 자금을 지원해 한진칼의 3자배정 유상증자(기존 주주들은 새로 발행될 주식 못 받아요!)를 도와준다는 데 태클을 걸었어요. 산업은행이 신주를 싹쓸이해 한진칼의 지분율이 높아지면 조원태 회장에게는 든든한 빽이 생기는 기회가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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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3자연합이 보유한 지분(45.23%)은 조원태 회장 측(41.14%)보다 많지만, 유상증자 이후 산업은행이 조원태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 이 대결구도는 역전됩니다. 그럼 산업은행의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니 KCGI는 "기존 주주들의 의견은 무시하냐"면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거죠. 이에 한진그룹은 "코로나로 힘들 때 도와줬냐"면서 오히려 KCGI를 비판했습니다. 엊그제 1시간 동안 진행된 심문에서 법원은 양측의 변론을 듣고, 각자 반론과 관련된 자료를 오늘까지 제출하라고 말했어요. 주말에 자료를 충분히 검토한 뒤 12월 1일까지(2일은 산업은행의 유상증자 대금 납입기일=한진칼에 돈 주는 날)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무산됐던 제주항공+이스타항공😥

항공산업은 아주 비싼 산업입니다. 항공기 1대를 마련하는 데 수백억원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항공기 임대회사에서 빌리거나 기존 항공기를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항공기를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항공기 유지·보수비와 연료비, 공항이용료, 전문인력 고용비 등 매년 나가는 고정비용이 상당합니다. 이러한 항공사를 운영하기 위해서 융자(=파이낸싱)는 필수입니다. 문제는 내적으로 급격한 경영악화나 외적으로 업계 불황이 길어지면 적자가 한순간에 눈덩어리로 불어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항공사 인수는 신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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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저가항공사 간의 인수합병 시도도 있었습니다. LCC 점유율 1위인 제주항공이 오랫동안 자본잠식(=부채를 갚으려고 자본을 쓴 상태)이었던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겠다고 작년 말에 나섰거든요.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우후죽순처럼 커지고 있는 LCC업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지가 담긴 선택이었는데요. 올해 4월 공정위의 승인까지 받았지만 제주항공은 막판에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로 인해 자칫 잘못하면 동반 부실에 빠질 수 있다고 여긴 결과였죠(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이 통합되면 또 다른 시련이😖). 대형항공사 간의 인수는 저가항공사보다 규모가 큰 데다 이번엔 인수건 자체가 무산될 수 있으니 다음주 법원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겠죠?

🍍 관련조각 매각이 취소된 후 이스타항공의 근황

님을 위한

파인애플 세조각 요약!

🍍 산업은행의 제안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게 된 대한항공

🍍 하지만 3자연합의 가처분 신청으로 첫 단추인 신주발행부터 막힌 상황

🍍 다음주 초에 법원의 결과가 나오겠지만, 기각되더라도 빅딜이라 앞으로 난항일 듯

다음주 파인애플 조각 #신용평가_최고 #근데_부도위기

중국의 반도체 굴기의 상징인 칭화유니가 부도 위기에 놓였습니다. 칭화유니의 부채는 3분기 기준으로 528억 위안(약 9조원)이지만, 보유한 현금은 40억위안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칭화유니의 회사채 신용등급이 AAA였기 때문에 시장의 충격은 더 큰 상황인데요.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알고 싶다면 다음 파인애플에서 또 만나요👋

written by James K. Lee(Fairsquarelabs)

edited by Jiny Kim(The Financial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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