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 민폐, 환상

길고양이와 민폐, 환상

'Nora' The Stray Cat

저자 김스피

(Authors) Kim, Supi

출처 인스피아 저널, (43), 2022.6.1, 1-8 (8pages)

(Source) Journal of the Inspia

지난회차 https://page.stibee.com/archives/107426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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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우치다햣켄, 길고양이, 민폐, 대학살, 환상

1.머리말

2.눈물 많은 할아버지

3.‘민폐‘가 ‘인연’이 될 때

4.고양이 대학살 역사와 환상

5.맺음말

【1.머리말】

안녕하세요. 연구자님.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연구자님이 사시는 동네에는 길고양이가 있나요?

저는 아파트가 아닌 주택가에 삽니다. 동네에 길고양이 주민도 몇 마리 함께 삽니다. 새벽녘엔 가끔 고양이가 울곤 합니다.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컁컁 소리가 나며 다툼이 심각한 것 같아서 가끔 뛰어내려가보면 그새 쏜살같이 사라져있습니다. 정말 심하게 싸우고 있었던 것인지 단지 좀 거칠게 놀고 있었는데 눈치 없이 나타난 거대 동물 탓에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fig.1> 164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오킹이 최근 방송 중 길고양이를 죽이고 싶다는 발언을 해 각종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왼쪽) 서울 한 대학 캠퍼스에서 돌봄을 받고 있는 길고양이들. 유튜브 갈무리 / 경향신문 자료사진

근래 고양이에 대한 폭력 사건이 여러차례 있습니다. 한 구독자 164만명의 유명 유튜버는 최근 “길고양이를 죽이고 싶다”(링크)는 말을 했고, 이후 자신의 말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후속 영상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발언은 각종 커뮤니티로 퍼지며 한동안 길고양이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댓글 논쟁들을 살펴보다가 길고양이를 가리키는 ‘털바퀴’란 멸칭을 보았습니다. 고양이가 폐를 끼치고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근 우치다 햣켄의 <나의 고양이를 당신이 만났기를>, 로버트 단턴 <고양이 대학살>을 읽으면서 고양이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기에 오늘은 이 책들을 들고 길고양이와 사람에 대한 해찰을 해보겠습니다.

【2.눈물 많은 할아버지】

우치다 햣켄은 20세기 초중반 작품 활동을 한 일본의 수필가입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문하생이며 소탈하고 유머러스한 필치로 사랑받는 작가입니다. 햣켄이 쓴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은 햣켄이 그의 나의 60대에 어느날 갑자기 ‘노라(野良)’라는 길고양이를 키우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는 수필집입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노작가가 길고양이를 맘 먹고 키웠다기보다는 어느덧 ‘냥며들었다(어느덧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는 말이 어울릴 수 있겠습니다. 가죽 목걸이를 걸어준 것도 아니고, 정식으로 집에 들여 키운 것도 아니니까요.

그는 원래 고양이 애호가도 아니고, 집에서 새를 많이 키우고 있었기 때문에 고양이를 들여 키울 예정은 전혀 없었습니다. 단지 어느날 그의 집 정원에 자주 드나들던 배부른 암컷 길고양이가 근처에서 새끼들을 낳았고, 새끼들 중 하얀바탕에 갈색 얼룩이 묻은 수컷 한 마리가 장난을 치다가 물독에 빠지면서 새끼 길고양이 노라와 햣켄 가족의 뜻밖의 인연은 시작됩니다.

“어미가 상대해주지 않으니 심심해졌는지 바지랑대를 타고 부엌 앞 정원으로 내려와선 물을 푸고 있는 아내의 국자 손잡이에 엉겨 붙었다. 곁에서 너무 성가시게 굴어 아내가 국자를 휘둘러 쫓으려 하니 저와 놀아주는 것이라 착각했는지 국자 움직임에 맞춰 힘차게 콩콩 뛰어오르다가 제힘에 못 이겨 건너편 엽란 그늘에 둔 금붕어 물독에 뛰어들고 말았다. 성가셔 쫓긴 했는데 물독에 빠진 걸 보니 또 딱했다[...]그가 물독에 뛰어든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어쩌다 보니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게 습관이 되어 먹고 남은 생선뼈와 대가리는 고양이 몫으로 여기게 되었다.”

-우치다 햣켄,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이하 동일)

그저 살갑기만 하진 않고 장난도 치고 사고뭉치같은 구석이 있는 잡종 길고양이지만, 노라는 어느덧 우치다 가의 일원으로 정을 쌓아갑니다.

여기까지의 소개를 읽는다면, 이 책이 할아버지 작가와 새끼 길고양이의 마음 따뜻한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실 이 책은 엄밀히 말해 인연보다는 상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노라와의 인연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 어떤 이유에선지 노라가 그의 집에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fig.2> <노라야>라는 제목으로 나온 우치다 햣켄의 수필집 일본판 표지. 작중에서 '쿠루'의 눈이 그렁그렁하다는 묘사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아 표지의 고양이는 쿠루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왼쪽) 집에서 키우는 새장들을 살펴보고 있는 우치다 햣켄의 모습. 저만큼 새를 많이 키운다면 역시 고양이를 집에서 정식으로 함께 키우는 건 곤란했을 수 있겠네요. 中央公論新社 / 林忠彦

때로 노라의 꼬리를 붙잡고 짖궂은 장난을 치기도 했지만 새끼 전갱이와 비싼 우유만 잘 먹는 노라를 위해 특별히 사람에게 부탁해 먹을 것을 구해주기까지 했던 햣켄은 노라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매일같이 눈물을 흘립니다.

심지어 매일같이 너무 큰 소리로 흐느껴서 이웃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화장실에서 소리를 죽여 울기도 할 정도입니다.

아내가 “우리 노라”하고 품에 안고 있던 모습을 떠올리니 한참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자기 전에 욕조 덮개에 얼굴을 묻고 노라야, 노라야, 부르면서 마냥 울었다[...]4월 26일 금요일. 맑았다가 흐렸다가 맑았다가 흐렸다가. 밤에는 비. 오늘 아침도 어제처럼 마음이 괴롭고 눈물이 흘러 난처하다. 저녁이 가까워지고 완연한 밤이 오면 아주 사소한 일로도 툭하면 눈물이 나고, 노라가 늘 머물던 복도를 걷기만 해도 울고 싶어진다. 제일 곤란한 것은 빗소리.

그저 울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는 노라를 찾기 위해 조간 신문에 몇번이고 노라를 찾는 광고를 내고, 아이들과 외국인을 위해서도 따로 방을 만들어 인근 문방구며 동네 이곳저곳에 전단지를 붙이고 다닙니다. 끝도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문의와 장난 전화 등에 시달리면서도, 그는 노라를 찾을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습니다.

또한 햣켄은 노라가 사라진 이후 그렇게도 좋아하던 스시를 입에도 대지 않습니다. 그가 스시를 먹을 때면 항상 옆에서 얌전히 앞발을 모으고 계란 반절을 요구하던 노라의 모습이 눈에 선해 눈물이 또 다시 왈칵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저는 마음을 졸였습니다.

이후 꼬리가 짧다는 것과 가자미를 좋아한다는 것만 빼면 노라와 똑 닮은 다른 고양이가 햣켄 선생 댁에 나타납니다. 노라 말고 다른 고양이를 키울 셈은 없었기 때문에 매번 쫓아내지만, 어느새 ‘쿠루’라는 이름을 얻고 병으로 죽기 전까지 5년 간 이 고양이는 햣켄 가족과 함께 삽니다.

【3.‘민폐‘가 ‘인연’이 될 때】

값비싼 샴, 페르시아 고양이도 아닌 한낱 ‘잡종’ 길고양이를 간절히 찾는 햣켄 선생의 사연이 널리 알려져 그는 NHK 라디오에 출연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애묘협회’나 ‘냥권’ 관련 단체의 초대를 받기도 하는데 그는 이를 거절합니다.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노라’ ‘쿠루’이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있어 길고양이 노라를 키우게 된 것은 어떤 유별난 이벤트라기보다는, 그저 어느날 갑자기 그의 삶에 굴러들어 온 ‘민폐’를 ‘인연’으로서 맞아들인 사례였습니다.

이 책엔 길고양이들이 굉장히 자유롭게 집집을 오가는 장면이 여러번 등장합니다.

옆집도 고양이를 키우고 채소가게도 고양이를 키우고, 동네 암컷이 들어오고 나가고 서로 싸우고 합니다. 덩치 큰 고양이는 노라나 쿠루를 심하게 괴롭히면 쫓아버리긴 하지만 태생은 노라나 쿠루 역시 길고양입니다. 길고양이들은 어떤 집을 선택해 기식하고, 새끼를 낳고, 뭔가를 얻어먹고는 또 훌쩍 떠나곤 합니다.

정원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정원 담 너머 구두가게에 사는 줄무늬 고양이가 어릴 적부터 노라와 사이가 좋아 종종 놀러 오기 때문에 친구가 없어 외롭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 녀석이 아닌 다른 고양이가 정원에 들어오면 화를 낸다. 쫓아내고 싶은 모양이지만 그럴 능력은 없기 때문에 허풍스러운 소리만 내다가 결국엔 도망쳐 들어온다[...]'사시사철 해 저물면 문 닫음. 그 후로는 급한 용무 외엔 문 두드리지 말아주시길' 마지막 문장을 '고양이 외에는 문 두드리지 말아주시길'이라고 쓰려다가 말았다. 노라는 밤에도 드나들지만 문을 두드리거나 빗장을 비틀 필요가 없다.

이 대목을 읽다가 저는 예전에 비밀번호로 개방되는 아파트 유리문 앞에서 코가 빨개진 채 크게 울던 지저분한 길고양이가 떠올랐습니다. 사정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제가 유리문을 열린 김에 들여보내준다 한들 그가 마주칠 것은 역시 굳게 닫힌 철문들만 가득한 복도일테니 저는 고양이를 바깥에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옛날의 길고양이들은 무람없이 남의 집 정원에 뛰어들고 부엌 접시 위에 놓인 전갱이를 노리고, 국자를 쫓다가 물독에 빠지기도 했지만 이젠 집집마다 세워져있는 전자 보안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고양이는 어느 집 마루에도 뛰어들 수 없습니다.

또 하나, 제가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부분은 ‘소통 방식’과 관련된 부분이었습니다.

만약 오늘날 이 책이 쓰여졌다면 굉장히 심심하게 맨들맨들 흘러갔을 이야기지만(네이트판 등에 고양이를 잃어버린 사연과 사진 게재, 포인핸드에 고양이 분실 신고, 문자 메시지 기다리기 등), 집집마다 라디오도 없던 시기에 쓰여진 글이다보니 좌충우돌하는 와중에 만난 수많은 이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일화들이 색다르게 보입니다.

<fig.3>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우치다 햣켄을 주인공으로 제작한 영화 <마다다요>(1993). 그를 찾아 온 학생들이 선생의 무릎에 앉은 노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왼쪽). 노라가 사라진 뒤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힘들어하던 중 소학교 앞에서 노라를 찾기 위한 전단을 나눠주고 있는 우치다 햣켄의 모습. 영화 화면 갈무리

햣켄 선생이 노라가 사라진 이야기에 대한 수필을 잡지에 싣자 그날로 수백통이 넘는 응원 편지가 쏟아집니다. 드문드문 고양이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사람을 보내거나 직접 가서 확인합니다. 지금 같으면 ‘사진 찍어서 보내주세요’할 수 있었겠지만, 그땐 아무리 먼 곳이라고 해도 직접 가서 확인해야 했습니다. 노라를 찾는 애타는 마음으로 수십번을 들락날락했지만 매번 허탕입니다.

물론 착한 사람들만 있던 것은 아닙니다. 뜬금없이 “노라는 이미 샤미센 가죽이 되었을 것”이라며, 지금으로 치면 ‘악플’ 같은 장난 전화가 오기도 합니다.

“선생님 기분은 좀 어떠신가요?”

“좋지 않네요.”

“고양이는 돌아왔나요?”

“아뇨, 아직.”

“이제 안 돌아와요.”

“그런가요?”

“잡혀 죽어서 샤미센 가죽이 됐을걸요.”

“그렇군요.”

“햣키엔 할배. 나가 죽어버려.”

그러고는 잠시 후에 말했다. “하긴 저도 그런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요.” 아내가 대답이 없자 한참 말이 없다가 “그럼”하고 먼저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술기운에 건 전화일 것이다. 하지만 술 취한 사람 입에서 마구잡이로 쏟아져나오는 말만큼 진실 된 것은 없다. 우리가 이렇게나 걱정하는 고양이가 돌아오든 말든 그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으리라.

하지만 햣켄은 거기에 대고 강렬하게 반발하며 모욕으로 받아치기보다는 노라 생각을 하며 덤덤하게 고개를 떨굴 뿐입니다.

이 대목을 읽으며 아마도 햣켄 선생이 ‘악플 전화’보다는 그가 노라를 잃고 나서 주변으로 부터 받은 위로와 응원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덤덤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이 책에선 그가 ‘허탕’을 치는 횟수만 세어도 20회는 훌쩍 넘을 정도인데요. 그 한번 한번의 허탕은 거꾸로 생각해본다면, 햣켄이 뿌린 고양이 전단을 주의깊게 읽고 '혹시 그 고양이가 아닐까?'하며 유심히 보다가 직접 그 고양이를 붙들어두고 전화까지 걸고서 기다린 따뜻한 마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따뜻한 마음들은 매번 ‘허탕’을 치고 오면서도 그가 상실감보다는 희망을 지니고 몇년 동안을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실제로 <마다다요> 영화 마지막쯤 햣켄은 “대흑천(일본 신화 속 행운의 신)은 바로 노라의 일로 우리에게 친절한 편지를 준 사람, 전화를 준 사람, 나와 함께 노라의 일을 걱정해준 사람들, 바로 그들이야[...]대흑천님의 커다란 주머니엔 모두의 친절한 마음이 가득 차있다네”라고 말하기도 하죠.

거기에 더해 전화 속 '악플러'의 어설픈 마무리도 눈에 띕니다("하긴 저도 그런 말 할 처지는 아니지만요."). 이 부분을 읽으며 옛날에 한 굶주린 도둑이 도둑질을 하려고 담장을 넘었다가 주인에게 들키자 줄행랑쳤다가, 나중에 자루를 찾으러 대문을 두드리고 사정을 들은 주인과 함께 밥을 먹었다는 일화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서로의 목소리와 얼굴에서 서로의 존재가 보이던 시대에는 강렬한 모욕이 서로의 삶을 깎아낼 여지가 적었던 것이 아닐까요. 확실히 지금 유튜브나 기사 댓글에 달린 ‘악플’들을 만약 얼굴을 보고 혹은 전화로 상대에게 직접 말하라고 하면, 뻔뻔하게 그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적을테니까요.

우연한 민폐가 곧 인연이 되었던 길고양이와의 사건들. 그 과거는 장장 10년 넘게 그의 마음을 붙들고 놓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민폐가 과연 그의 삶에 정말로 민폐였을까 생각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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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 그리고 쿠루, 그 후로 고양이는 절대 키우지 않는다.

찬바람 부는 밤에 문이 삐걱대는 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거기에 버려진 새끼 고양이가 배곯고 추위에 지쳐 낑낑대며 울고 있으면 어떡하지. 내버려두면 죽을 게 뻔한데. 그렇다고 집에 들이면 다시 노라와 쿠루 때처럼 마음고생을 해야 하는데.

새끼 고양이가 아니라 바람 소리임을 확인하고 나면, 그제야 안심이 된다.

【4.고양이 대학살 역사와 환상】

헌신적이고 사랑 많은 할아버지와 길고양이의 애틋한 묘연(猫緣) 이야기를 보다 보면, ‘이런 가여운 길고양이를 괴롭히는 인간은 누구야!’라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옛날엔 고양이가 불길한 동물로 여겨져, 많은 축제 등에서는 고양이를 고문하거나 괴롭히는 게 ‘해방’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이어 펼쳐보려고 하는 책 <고양이 대학살>(로버트 단턴)은 위에서 다룬 책과는 여러모로 굉장히 다른 결의 책인데요. 18세기 프랑스 민중사를 다룬 역사서입니다. 이 책은 총 6개의 논문으로 구성돼있는데 18세기 인쇄소 식자공들이 자기들보다 좋은 걸 먹고 호강하는 주인집 고양이를 잔인하게 매달아 죽인 ‘고양이 대학살’ 이야기를 다룬 2장에 초점을 맞춰보려 합니다.

길고양이 얘길하면서 이 책을 펼쳐 본 건 ‘옛날엔 더 심했는데, 지금의 고양이 학대는 아무것도 아니지. 엄살 떨지 마’라고 하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동물 학대를 동물권의 문제 말고 인간 문제(문화,계급사)로 접근할 때, 어쩌면 그쪽이 문제의 본질에 가까울 수도 있다는 점을 이 책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현재의 길고양이 학대 문제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렌즈를 살짝 빌려보려는 것이죠.

<fig4.> 윌리엄 호가스의 <First Stage of Cruelty> 판화에서 고양이를 거꾸로 매달고 있는 군중의 모습을 확대한 장면입니다. 당시 민중은 지배계급에 대한 적대 감정 등에서 '축제'처럼 공개적으로 고양이를 죽이곤 했습니다(왼쪽). <고양이 대학살> 중 고양이가 학대의 표적이 된 이유를 두가지(1.마녀,성의 상징 2.주인에 대한 모욕)로 정리하고 있는 판서의 내용. wikipedia / Adriene Michelle 유튜브 갈무리

일단 ‘고양이 대학살’ 사건에 대해 간단히 요약하자면, 18세기 인쇄소 식자공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잠과 밥이 모자란 채로 혹사당해야 했는데요. 반면 부르주아 계층(인쇄소 주인) 사이엔 고양이를 키우는 게 유행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작 노동자들은 고양이도 고개를 내저을 썩은 고기를 먹었지만, 부르주아가 기르는 고양이들은 좋은 고기를 배부르게 먹었다고 하네요. 노동자들 눈엔 그야말로 ‘고양이 팔자 상팔자’였죠. 고양이들은 밤새 울어서 견습공들이 밤잠을 설치게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에 꾀를 낸 한 노동자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시끄럽게 흉내내 주인에게서 고양이를 죽여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주인집 고양이를 포함한 일대의 고양이를 죄다 학살했습니다. 단지 죽인 걸로만 끝난 게 아니라 이 사건을 여러차례 무언극으로 반복하면서 해방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콩타는 그 사건을 노동자와 ‘부르주아’ 사이의 운명의 불균형, 즉 일·음식·잠이라는 삶의 기본적 요소에 있어서의 불균형에 대한 언급이라는 컨텍스트 속에 위치시켰다[…]그들(견습공)은 동물처럼 취급되었던 반면, 동물들은 그들의 머리 위로 올라가 그 소년들이 차지했어야 하는 자리인 주인의 식탁으로 승진되었던 것이다[…]’주인들은 고양이를 사랑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고양이를 증오한다.'”

“이 부인은 고양이에 열정적이다. 많은 인쇄소의 주인들도 그러하다. 그 중 한명은 25마리를 기르고 있다. 그는 고양이의 초상화를 그리게 하고 구운 새고기를 먹인다[...]여주인이 주인에게 말한다. '이 나쁜 놈들이 주인을 죽일 수 없어서 내 고양이를 죽였다오’”

단턴은 당시 고양이에 대한 폭력은 두 가지 은유를 담고 있었다고 해석합니다. 첫째, 부당하게 노동자를 착취하는 권력에 대한 소극적 저항, 둘째 여주인에 대한 성적 모욕입니다.

일단 첫째 항목에 대해서는, 주인에 직접 저항했다간 일자리를 잃거나 흠씬 두들겨 맞을 게 분명하니 주인의 소유물로 폭력의 대상을 바꾼 것이죠. 이걸 보며 ‘남에게 맞고 개 옆구리 찬다’는 속담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둘째 항목에 대해서는 당시 고양이와 밀접하게 연관됐던 마법, 여성의 이미지 때문에 여주인의 고양이를 죽이는 것이 곧 여주인을 능욕하는 것이 되었다는 것이죠.

당시 고양이 학살에 숨겨진 이러한 맥락들은 결국 사람(제도)에 대한 증오, 불만이 고양이에게 투사되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날 길고양이 혐오의 주변에도 동물권 수호자, 캣맘에 대한 혐오 서사가 항상 함께하고 있습니다.(링크) 고양이 자체를 '털바퀴'라고 부르면서도, 궁극적인 화살은 무책임하게 먹이를 주는 캣맘에 돌리는 것입니다.1) 최근 읽은 미국 티파티(보수운동) 관련 책 속 ‘잘난 척하는 환경주의자 좌파에 대한 혐오, 적대감’이 멸종위기종인 갈색 팰리컨에 대한 혐오로 상징되고 있다는 대목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어 저는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사실 이 시대의 많은 혐오가 굴절된 형태의 엉뚱한 감정들은 아닐까 하고 문득 떠올려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혐오의 감정은 안에 별개의 감정적 동력을 갖고 있으면서 ‘(합법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입니다.

그것은 대체로 권리를 갖지 못한 존재들에 대한, 낮은 곳에서 더 낮은 곳으로 흐르는 폭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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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학대하는 것이 ‘부르주아’에게 낯선 것이었던 만큼 애완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낯선 일이었다. 이리하여 병존할 수 없는 감수성 사이에서 함정에 빠진 고양이는 양측 세계 모두에서 최악을 맛보았던 것이다.”-로버트 단턴, <고양이 대학살>

1)이런 말은 일견 타당해보일 수 있지만, 노키즈존, 이주민 혐오 등의 문제에 있어 이런식의 논리("시끄러운 아기가 문제가 아니라 관리 못한 부모가 문제다" "이주민이 문제가 아니라, 이주민을 무책임하게 받아들인 좌파 정치인이 문제다")가 반복된다는 점은 주목할만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이주민이 그곳에 살 수 없도록 한다는 점에서 혐오발언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혐오의 논리와 관련해서는 과거 레터(링크)를 참고해주세요.

【5.맺음말】

근래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는 결국 ‘민폐’라는 단어로 귀결됩니다.

이 민폐는 길고양이 문제 뿐 아니라 집회(교통 지연 및 소음), 노숙자(치안) 등에 대한 것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과 어떻게 해서든 닿지 않으려는 시도, 또한 나의 세계에 들어오려는 ‘나와 다른’ 것들에 대한 거부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스스로를 완벽한 진공 상태에서’ 돌보려 합니다.

최근 <마이너리티 디자인>을 쓴 사와다 토모히로는 인터뷰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민폐를 끼쳐야 건강한 사회”라고 말했습니다.(기사는 하단)

민폐 없는 돌봄은 있을 수 없습니다. 민폐를 끼치지도-용납하지도 않겠다고 작정하는 순간, 자신의 환상 속에서는 '막강한 주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가장 취약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든 약자가 될 수 있으며, 이미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레터를 준비하면서 든 생각입니다.

길고양이를 ‘공존’의 대상으로 인정하자는 것은 ‘고양이 지상주의’ 주장이 아닙니다.

길고양이를 돌볼 때 지역 주민과의 지속적인 협의 및 엄격한 중성화(TNR)를 통한 개체수 관리, 음식 쓰레기, 서식지 관리 등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동물권 단체들도 길고양이 돌봄 시 지켜야할 규칙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습니다.(링크)

길고양이로 인해 입는 실질적인 피해 호소를 모두 ‘이기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피해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그것은 관리 가능한 수준인지, 그러한 피해를 사적인 폭력으로 해소하는 것이 정당한지 등의 문제들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fig.5>길고양이 TNR의 중요성을 강조한 취재대행소 왱 유튜브의 취재 내용(왼쪽·영상), 동물 보호 단체들은 길고양이 밥을 줄 때 지켜야할 수칙 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존'의 영역을 가꾸는 것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취재대행소 왱 유튜브 갈무리 / 카라

과거 경향신문 연재만화 <장도리>에 길고양이 ‘냥도리’ 캐릭터를 등장시켰던 박순찬 화백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냥도리는 ‘우리’와 ‘다른 존재’를 상징하는 캐릭터이기도 해요. 한국에선 길 동물들이 쓰레기를 흩어놓고 미관상 좋지 않다 등의 이유로 덫을 놓아서 죽인다거나 약을 밥에 탄다거나 하는 잔인한 일들도 심심치않게 일어나요. 나에게 해가 된다고 하면 나서서 씨를 말리려고 하는 행동이죠.

제가 이집트를 비롯해 동남아 등의 국가를 여행하면서 감동받았던 점은, 동물들이 조금 귀찮고 먹을 것을 훔치고 하더라도 그것을 ‘없애버리’려고 하지 않고 최소한으로 관리하면서 함께 살아간다는 점이었어요.

최근에 어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놀란 점이, 한국엔 장애인이 없냐는 것이었대요. 길거리에 장애인이 한명도 보이지 않으니까. 우리와 다른 이들이 함께 살 수 있도록 도시 시스템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고, ‘표준형 인간’만이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진 나라예요. 사람도 못다니는데, 고양이가 어떻게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겠어요.

이처럼 냥도리는 우리시대의 ‘주류가 아닌 이들’을 상징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촛불시위 장면을 그리면서 촛불을 든 고양이를 그리기도 했는데, 만약 이집트에서 촛불 시위가 열렸다면 정말로 고양이들이 촛불 사이로 다니지 않았을까요?”

커다란 차가 현기증 날 정도로 쌩쌩 지나는 큰 길만 있는, 놀다가 훌쩍 뛰어들 정원이 없는, 고양이가 사라져 상심한 눈물이 많은 할아버지네 집 마루가 없는 이 세상에서 완전한 민폐이자 잉여 혹은 겨우 목숨을 구걸해야 할 존재로서 길고양이들은 살고 있습니다.

그 세상에서 나머지 우리도 살고 있습니다. 잘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레터를 쓰며 읽은 책,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독자들이 추가로 읽을만한 서적 등을 추천합니다.

우치다 햣켄, 김재원 옮김,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 봄날의책, 2020.

-국내엔 아직 많은 작품이 번역되진 않았지만,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우치다 다쓰루는 그를 두고 '아줌마적 지성'의 대표적 사례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그 글에서도 아줌마적 지성에 대한 정의보다는 다른 예시가 줄줄 늘어놓아져있어 무슨 소린가 싶긴 한데 그의 글들을 읽다보면 어떤 의미인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로 그를 좋아합니다.

그는 '민폐'의 문사이기도 한데요. <햣키엔 수필>(연암서가,2019)에 실린 <무항채자 무항심無恒債者無恒心>이라는 글에서 '빚지지 않는 이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묘한 지론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인간은 천성이 빚지며 사는 존재라는 거죠.

[영화] 구로사와 아키라, <마다다요>, 134min, 1993.[💬예고편]

-우치다 햣켄의 노년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제목은 '마아다카이(摩阿陀會·아직이야?-아직 안죽었습니까?)'라는 익살스런 명칭의 모임으로 말년에 제자들과 모의 장례식 및 생일 축하 연회를 열었던 것에 대한 햣켄의 대답-'마다다요(아직 안죽었어!)'을 의미합니다. 이 작품이 그의 노년 삶을 그리고 있는 만큼 그가 60세 넘어 만난 인연-길고양이 노라와의 에피소드는 꽤 큰 울림을 줍니다. 위의 책이 주로 노라-쿠루의 일을 위주로 그리고 있다면, <마다다요>는 노라와의 만남 및 주변 인물(주로 그의 옛 학생들)과의 관계를 통해 우치다 햣켄이라는 인물의 노년과 삶, 죽음의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로버트 단턴, 조한욱 옮김, 『고양이 대학살』, 문학과지성사, 1996.

-책은 전체적으로 다양한 주체와 텍스트를 통한 6편의 미시사 논문으로 이루어져있으며, 오늘 레터에서 다룬 것은 그중 고양이에 대한 챕터입니다. 부르주아의 횡포에 맞선 노동자들의 분노가 정작 그들의 착취자가 아닌 그들이 키우던 애완 고양이로 향했던 것에 대한 미시사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고양이 그 자체에 대한 증오라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감정을 고양이에게 폭력적으로 투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상황(길고양이 학대)과 맞붙여 읽어보았습니다. 지난회차(링크)에서 다뤘던 책 가운데 <타인에 대한 연민>에서 혐오를 '질시'의 감정과 연결했던 게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및 지원을 '자신에게 갈 자원이 [무자격자](무임승차 등)에게 갔다'고 보는 질투입니다.

레터에서는 2장만 다뤘지만, 전체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 당시 부르주아 계급 형성, 근대 필자와 독자의 형성 과정 등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용한 외,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북폴리오, 2018.

-한국고양이보호협회와 이용한 작가가 공동 집필한 길고양이와 공존하는 법에 대한 안내 핸드북입니다. 고양이의 습성 및 먹이주는 법, 구조 방법, 집 만들어 주는 법 등을 상세하게 적고 있습니다. '공존'을 위한 것인만큼 당연히 고양이로 인한 피해를 주민들이 무조건 감당하라는 식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역주민과의 협의, 공조, 철저한 TNR 등 책임있는 돌봄 및 구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를 잘 보여주는 책의 한 구절을 옮겨봅니다.

“길 위에서 살아가는 고양이가 불쌍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캣맘에게 필요한 것은 눈물과 동정이 아니라 그들과 동행할 수 있는 용기와 이성, 그리고 책임감이다. -'올바른 캣맘의 자세' 중”

[다큐] 정재은, <고양이들의 아파트>, 88min, 2022.

-"재개발이 되면 거기에 살던 고양이들은 어떻게 될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둔촌 아파트 단지 재개발 현장에서 찍은 고양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재개발이 되는 과정에서 급격한 지역 생태계 변화가 일어나곤 하지만 그 안에 살던 비인간동물들에 대한 고려는 없습니다. 지난 3월 진행된 정재은 감독과의 인터뷰 기사는 이쪽(링크)입니다.

【글 속 한 문장🖍】

👤주제에 대해 더 읽을 만한 글들을 골랐습니다. 각 사진을 누르면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서로가 민폐 끼쳐야 건강한 사회”

독서시간: 약 22분 / 글자수: 약 8400자

🖍글 속 한 문장

“문득 사회관계 자본을 이루는 화폐의 단위가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다. 욕망의 화폐 대신 관계의 자원인 ‘민폐’가 돌고 돈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훨씬 더 귀엽고 뻔뻔해질 수 있을 텐데.”

👤김스피의 블라블라

<마이너리티 디자인>을 쓴 사와다 도모히로 인터뷰입니다. 카피라이터로 일하다가 장애 아들과 함께 하게 되면서 '마이너리티 디자인'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서로가 "민폐를 주고 받아야 건강한 사회"라고 주장합니다. 약자가 살 수 없는 세상은 결국 모두에게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됩니다.

‘여백’ 없는 도시와 약자들

독서시간: 약 10분 / 글자수: 약 3100자

🖍글 속 한 문장

손바닥만한 공간까지도 시멘트를 발라놓은 도시 공간에서 고양이들이 작은 몸이나마 안전하게 은신할 공간은 거의 없다[...]따뜻한 부뚜막이나 개인집의 아늑한 지하실, 헛간 등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살 곳이 없는 고양이들은 그래서 더욱 사람들에 눈에 많이 띄게 되는 경향이 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길고양이 구조기에 대한 기사입니다. 위에 옮긴 문장을 읽고 곱씹으면서, 길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는 단지 귀여운 어떤 존재에 대한 이야기일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사회의 여백과 약자가 기댈 공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재건축 아파트에 남겨진 '난민'들

독서시간: 약 14분 / 글자수: 약 4400자

🖍글 속 한 문장

“우리는 누군가가 더 이상 자신의 삶의 터전에 안전하게 머무를 수 없게 되었을 때 난민이 되었다고 한다[...]다른 곳을 찾아 이사하거나 재건축 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사람 주민들’과 달리 갈 곳이 불확실해 생존의 위기를 맞이하게 된 이곳 길고양이들의 상황을 ‘재난’으로 정의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동물과 생정치에 대한 관심을 보여온 인류학자 전의령 교수의 글입니다. 1990년대 이전 '도둑고양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던 도시의 불청객들은 '길고양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지만 여전히 살 권리를 존중받지 못합니다. 안락사와 애완동물로 양분화된 '동물복지' 국가(영국)와 인간의 돌봄을 받진 못하지만 길개들이 살아갈 수 있는 '동물복지 후진국'(인도) 간의 비교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냥도리’와 인간, 길고양이들의 세상

독서시간: 약 15분 / 글자수: 약 4700자

🖍글 속 한 문장

“사실 옛날엔 우리나라에도 길 골목에 길강아지와 길고양이들이 많이 돌아다녔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들 ‘숨어’ 살죠. 우리가 살면서 잃어버린 것을 (이집트에서) 발견한거죠. 인간과 동등한 입장에서 고양이가 도시를 활보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보기 좋아보였습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결론부에 일부 인용한, <장도리> 박순찬 전 경향신문 화백 인터뷰입니다. 어느샌가부터 장도리 만화에 길고양이 '냥도리'가 등장해 이목을 끌었는데요. 박 화백은 이집트, 동남아 등지를 여행할 때 식당, 길거리 등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인간과 섞여 지내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아 냥도리를 출연시키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냥도리는 노동자, 청년 등 이 사회의 '약자'를 상징하며 만화 이곳저곳에 등장했습니다.

지난 레터에서 연구자님 나름의 ‘좋아하는 도서관(혹은 다른 장소) 해찰법’에 대한 이야기를 여쭈어보았습니다. 보내주신 의견들을 간추려 소개합니다.

👤뉴스레터만 성실하게 읽어도 우연한 만남 가능..!

👤저는 주로 독립 서점에서 우연한 만남을 갖는 것 같아요. 오로지 서점 주인의 취향이 반영 된 곳에서, 평소에는 하지 않는 '호기심에 사로잡힌 선택'을 하게 됩니다. 타지역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독립 서점 한 군데는 꼭 들리는데요, 그러다가 발견한 책은 나중에 표지만 보아도 추억을 불러 일으켜서 좋은 것 같아요!

👤책의 물성을 좋아합니다. 네모 반듯하게 재단된 책을 만지고 책장을 넘길때면 마음의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책이 있는 공간에서 나는 그 책 특유의 인쇄 냄새를 정말 좋아해요[...]기획과 디자인을 업으로 삼고 있는 저에게는 내용의 일치나, 디자인을 보는 것 역시 일종의 해찰이 아닐까 싶어요.

👤정기적으로 3곳의 도서관을 이용하는데, 읽고 싶은 책 5권을 메모하고 도서관을 찾지만, 2권은 읽고 싶은 책 3권은 우연히 발견하는 책으로 대여하는 거 같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서 저도 많이 공감을 하면서 읽었습니다. 해찰의 포인트가 서로 조금씩 다른 것도 재밌네요. 서로 관심이 있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백 명이 있다면 백 가지의 해찰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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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혹시 지난 회차 가운데서 '아, 이 회차에서 이 책(혹은 영화 등)을 다뤘었으면 좋았을텐데, 아깝다!'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지난 회차의 주제에 대한 책이라도 추천해주시면 검토 후 레터에서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신간도 구간도 상관 없습니다. 회차명과 책 이름, 그리고 짤막한 추천 이유를 적어서 아래 '💌편지 보내기' 버튼을 통해 보내주세요. 지난 회차의 레터 내용은 아카이브 페이지(💬링크)를 참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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