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밀작전 웹에서 보기

저는 일이 좋습니다. 일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구체적인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델타 월딩을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모두가 그렇습니다. 일에 미친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본업과 병행해 시간을 쪼개가며 델타 월딩을 만듭니다. 

  아무리 일이 좋아도 너무 일만 하면 지칩니다. 바보가 됩니다. 무엇보다 저희는 '건강한 에너지(GUN・E)'! 나의 건강보다 더 중요한 건 없습니다. 내가 건강해야 내 가족, 친구, 동료, 이웃도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한 달 간 '여름방학🏖'을 보냅니다. 3월 2일에 첫 비밀작전을 시작한 이래로 130여 일 동안 앞만 보고 달려 왔는데 푹 쉬면서 옆도, 뒤도 돌아보겠습니다. 힙한 비밀작전과 지속가능한 델타 월딩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도 해볼 것입니다. 

  그렇다고 비밀작전을 완전히 쉬는 건 아닙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인터뷰라든지, AS 비밀작전 등을 일주일에 한 두 번 비정기적으로 보내 드립니다. '슬기로운 델타 월딩 생활!' 신나고 재밌는 방학숙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우리 모두 한 달 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요~ 😉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단, 공식 여론조사가 아닌만큼 델타 월딩 비밀요원들과 의견을 나누는 정도로만 참조해 주세요. 

• 국제사회로부터 자율성 추구하며 자국 방위력 증진 및 국제 문제에 더 집중 
• 국제무대에서 잠시 멀리 떨어져 절치부심하는 시간도 필요해 보입니다. 북한이라는 상수를 어떻게 대응 하는지도 관건이구요.
• 국내문제에 집중하고 싶은데 미국 중심은 또 싫고 ㅋㅋㅋ 

  정리하면 국가 간 관계에선 국제사회로부터의 자율(68.2%)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규범, 제도, 국제법, 국제기구 등을 불신한다기보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라는 프레임에서 탈피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거나 내실을 다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이는 데요. 유연한 사고와 실리가 중요하다는 의견은 지난 주 '차이니즈 갬블링' 특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국제사회 이슈에 적극 참여할 것인가, 국내 문제에 더 집중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50:50으로 양분됐는데요. 

  최근에 한국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바뀌었습니다. 한국의 GDP만 놓고 보면 일찍이 세계 10위였기 때문에 선진국으로의 지위 변화는 한참이나 늦은 겁니다. 

  한국의 잠재력이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고, 그만큼 기회와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최근에 한국은 G7 정상회의에 초대 받았으며, 미국에서는 한국을 호주와 더불어 G7에 참여시키고 G7을 '세계 10대 민주주의 국가들의 운영위원회'로 만들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그로 인해 한국이 받게 될 청구서에 부담을 가지는 인구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복잡한 속내는 '시리아 내전과 난민' 특집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난민 수용에는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더 높습니다. 그러나 유엔난민기구(UNHCR)에 후원하는 민간(개인) 기금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난민 이슈에 관심이 많습니다. 개인 단위로 돈을 기부하는 것에는 적극적이지만 정부 단위로 책임을 짊어지는 건 망설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만큼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도 훨씬 매서워질 것입니다. 바로 어제입니다. 덴마크의 주요 언론사에서 '한국 특집'을 다루며, 성형문화와 외모지상주의, 경쟁적 성과주의 등을 꼬집었습니다. 덴마크는 한국과 더불어 P4G 창설국으로 주요 파트너인데요. 질투라고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우리 스스로 성찰해야 할 뼈 아픈 지점이기도 합니다. 

  오늘 기준으로 대선('22.03.09.)이 240일 남았습니다. 설문조사 결과처럼 G10 한국이 나아갈 길에 대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데요. 설문조사 및 Sunday Seesaw 를 통해  비밀요원님의 의견을 남겨 주세요. 다양한 입장을 보여주며,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고 좁힐 수 있는 장을 만드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제(7/11)도 클럽하우스와 음(mm)에서 Sunday Seesaw 포럼을 진행했습니다. 

  언론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외교 현장의 속살을 들려주신 김창범 전 인도네시아 대사님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드립니다. 

  또한, 서면 및 즉석에서 예리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주신 비밀요원님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화는 크게 세 파트로 나뉩니다. 

  

  외교관의 24시간이라든지 시차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 정상회담 준비 과정을 알 수 있었으며 한편 다자외교와 민간외교에 대한 비밀요원님들의 관심과 니즈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두 시간을 꽉 채워 진행된 진솔한 대화, 우리 다함께 보러 가 볼까요? 

Q1. '60년 생으로 '81년에 외교부에 입부했다. 당시엔 외교관을 직업으로 떠올리기 쉽지 않았을 텐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  

👉 아버님이 실향민이셨다. 이산가족으로서의 애환을 어렸을 때부터 들었고, 분단 상황이나 평화, 미소 간의 냉전 구도 등을 깊게 고민했다. 대학 땐 전두환 정부가 막 들어서며 외국이 변화하는 모습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국내외적으로 암울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이에 안주하기보다 구조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열망이 컸고, 자연스레 외교관으로 발걸음이 옮겨졌다. 

Q2. 활동 반경이 상당히 폭 넓다. 일본을 시작으로 파키스탄, 미국, 인도네시아, EU 등을 거쳤고, 부처 간 파견도 많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두 번 근무했고, 국무조정실에도 있었고, 서울시 국제관계대사도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 말기에 평화체제교섭기획단장을 맡은 것도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창범님의 여정만으로도 세계사를 다시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나만의 원픽을 고른다면? 

👉 일본 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한국과 소련 간의 수교('90.09.30.) 협상에 참여했던 일이다. 

  소련과는 '88년부터 협상을 시작했는데 주 일본 한국 대사관이 공식 대화 창구로 지정됐다. 소련 담당자와 매주 한 두 번은 만날 정도로 양국이 열의를 가졌다. 

  다만 냉전이 종식되는 시기이면서 여전히 안개 낀 것처럼 모호한 시대기도 했다. 일본 공안에선 어떤 밀담을 나누는지 미행을 붙이기도 했다. 그래서 냉전 시대 스파이 영화처럼 비밀리에 접선한 적도 있었다. 

  지난 39년을 되돌아 보면 어느 것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지만 국제질서가 큰 폭으로 재편되는 상황이었다. 일본은 나의 첫 현지 부임지기도 했다. 아직도 그날의 공기와 온도가 눈에 잡힐 듯 선하다. 

Q3. 광화문을 지날 때마다 24시간 동안 불이 꺼지지 않는 외교부 청사가 늘 인상적이다. 외교관의 24시간은 어떤 모습인가? 그리고 현지와 본부 간의 시차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 서울 본부에서 근무할 땐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다. 새벽에 출근하고, 야근이 잦는? 하하- 

  현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 대사('18~'20)를 기준으로 설명하면 새벽5시에 일어난다. 영자 신문을 읽고, 한국 이슈를 확인하고,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아세안 10개국에서 발생한 현안을 다양한 소스를 통해 수집한다. 인도네시아에선 지진도 중요하기 때문에 앱을 깔아 아침마다 체크했다. 

  사무실에 출근하면 한국으로부터 온 공문을 확인한다. 다양한 지시 사항이 있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 정부 관계자라든지, 언론사, 기업인 등과 약속을 잡는다. 

  영사 파트도 있다. 한인 동포라든지, 파견 나온 직장인, 유학생들 수가 2만 여명이 넘는데 관련 민원이나 협조 사항을 챙기는 것도 대사관의 주요 업무다. 24시간 당직 전화로 접수된 사항을 해결하는 일도 빠트릴 수 없다. 

  점심과 저녁 식사도 일의 연장선상이다. 네트워킹을 넓히고, 우리 입장을 전달한다. 현장도 직접 다녀야 한다. 외교관의 진짜 업무는 현장에서 시작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카르타와 인근은 수시로 현장을 방문하고, 지방 출장도 한 달에 한 두 번 잡힌다. 34개의 주를 모두 다녀오는 게 목표였는데 25곳밖에 가지 못해 개인적으로 아쉽다. 

  그리고 시차는 사실 시차가 거의 없는 국가보다 많이 나는 국가가 일 하기에는 수월하다. 시차가 거의 없으면 실시간으로 소통하지만 7시간 이상 차이나면 자연히 한 템포 씩 느려진다. 

  다만 서울에서 급한 일이 생기면 밤에도 연락이 온다. 현지 대사관은 야전사령부기 때문에 당연히 본부에 맞춰 일을 해야 한다. 

Q4. 최근에 한국이 국제사회의 빅 이벤트에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정상회담・회의 프로세스에 대한 궁금증이 상당히 많다. 

👉 한국 정상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늘어나고 있다. 주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일 수록 정상회의 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상회담과 회의는 전해 년도에 미리 계획한다. 즉, 2020년에 2021년에 참여할 협의체 목록을 정리하고 준비에 들어간다. 한국이 초청 받기도 하고, 한국이 초청하거나 방문을 타진키도 한다. 

  이렇게 리스트업이 되면 청와대 비서실을 중심으로 해당 지역과 부문을 담당하는 부처 담당자들로 협의팀이 구성된다. 크게 두 파트로 나뉘는데 자료를 준비하고 실질적으로 교섭을 담당하는 팀과 의전・일정・프로토콜 등을 준비하는 팀이다. 

Q5. G10 한국이 나아갈 방향으로 성숙한 외교 담론에 대한 니즈 또한 상당히 높다. 외교 담론이 미중을 뛰어 넘기 위해 참조할 만한 국가가 있는지,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궁금해 한다. 

👉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만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전체가 '해도 없이 항해를 하고 있다'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 미소 냉전 구도가 해체될 때는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서 외교적 공간이 펼쳐졌다. 그래서 외교적 선택지가 상당히 단순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 중심의 질서가 흔들리며 고차원 방정식이 놓인 셈이다. 

Q6.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제사회에서의 역할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 유엔인권위원회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유엔에서의 발언이라든지 다자외교에 대한 전략적 변화가 있는지? 

👉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높이 사는 건 경제 발전도 있지만 '민주화'와 '거버넌스'다. 유엔인권위원회만이 아니라 PKO(평화유지군) 참여에도 더 많은 주문을 받고 있다. 

  즉, 한국이 국제사회나 다자외교에서 위상이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그에 상응하는 기여, 책임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의 과제는 이러한 부분을 국내외적으로 어떻게 균형을 맞출지에 있다. 

Q7. 외교 청사진의 변화는 국제무대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고, 민간 외교라고 해서 활동하는 액터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변화들은 외교 업무를 이끌어 가는 외교부 조직 내에도 많은 영향을 줬을 텐데 , 실제로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 

👉 과거에는 커리어 설계를 위해 특정 공관을 선호하는 일이 빈번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지역이나 부분에 대한 기호들이 다들 뚜렷하고 공관 선택이나 업무에도 반영된다. 

  특히 크게 느끼는 건 '디지털 전환'이다. 과거에는 전화로 받아 적고, 등사기로 인쇄하곤 했지만 지금은 하이퍼-커넥티트 사회다. 외교 공무원만이 아니라 누구나 실시간으로 현지 정보를 접한다. 그래서 현장에 파견 나가 있는 외교관들은 서울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더 빨리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 

  게다가 액터들도 많아지고 있다. 과거엔 외교관이 외교 업무를 담당했지만 지금은 국제기구라든지, NGO, 기업 등 액터들이 얼마나 많아졌나? 엄청나게 다양한 인재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다국적 기업도 이미 외교와 유사한 행위를 하고 있다. 공공외교에서 민간외교로의 이행은 이미 이뤄지고 있으며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다. 

  활동 영역도 폭 넓다. 외교안보라고 하면 떠올리는 전통적 섹터만이 아니라 기후변화, 보건, 교육 등 우리가 관심 갖고 추진해야할 사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외교부가 이를 모두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 떠오른다. 

  자연스레 외교부와 공관은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다양한 부문에서 활동하는 액터들이 정부에 가지는 다양한 기대를 반영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데, 결국 현장에 더 밀착해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답으로 이어진다. 세대 간 소통이든, 액터들 간의 소통이든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함께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대사를 할 땐 주간 회의를 내가 진행하지 않고 주니어가 담당했었다. 책임이 높아지는 만큼 발언권도 커지는 것이다. 또한 다양한 액터들과 '원코리아팀'을 결성해 수시로 만남을 가졌다. 

  이래저래 정답은 없다. 아니 머리 속에 없을 뿐이다. 현장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움직여야 한다. 

Q8. 디지털 전환은 우리의 소통을 신속하게 만들어 주고, 액터가 증가함에 따라 외교 반경이 폭 넓어졌다는 건 긍정적이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처럼 통일된 전략을 수립하는 데엔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수시로 발발하며 혼란스러움이 증폭되는데, 이런 부분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 그래서 외교부와 공관은 '현장에서 뛰지 않으면 만들어낼 수 없는 가치'를 고민하고 천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지 사회를 이해하고, 네트워킹을 중요하게 다루면서, 심층적이고 중장기적인 그림을 갖고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이는 동시에 정보 축적이 중요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슈가 발발하면 직접 수집한 정보든 혹은 빅데이터나 AI를 통해 초등 대응을 잘 해야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외교 업무도 이제는 테크 기반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한편, 학계, 언론계, 오피니언 리더 등으로 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지만, 형식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게 사실이다. 다만 민간의 목소리와 활동을 정책 영역에 녹여 내기 위해 국민외교센터가 건립됐다. 이 공간이 공공외교 차원에서 홍보를 하는 공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소통을 위한 플랫폼으로의 역할을 잘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Q9. 다자협력 실무를 하고 있다. 한 기업도 콘트롤 타워를 만드는 게 쉽지 않은데 외교부는 더 힘들 것 같다. ODA 사업만 해도 자체 네트워킹으로 하는 게 현실이다. 

👉 모든 빛에는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림자를 먼저 보자면, 혼란스럽고 조율이 안 되는 걸로 보일 수밖에 없다. 협력 사업에서도 자기 조직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자 하는 욕망을 내비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외교부의 역할은 다양한 액터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응집력을 마련하는 것이다. 모든 회의나 관계자를 만날 때 의사 소통에 간극이 없도록 뒷받침하고, 쌍방향 소통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지고 협업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조율해야 한다. 

Q10. 한국에 있는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근무했다. 그래서 더 반갑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의 관계가 점차 강화되고 있지만 전 세계적 동향이나 코로나 때문에 아직은 제약이 많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 한국은 아세안 국가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 ▲포괄적 동반자 관계로 구분하는데, 인도네시아는 2017년에 여기서 더 격상해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규정했다. 아세안 10개국 중에서 인도네시아가 유일하다. 조코 위도도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민주주의, 인권, 법의 지배 등의 가치를 깊게 공유하고 공감하고 있다. 

  협력 범위 또한 과학기술, 문화, 학술, 방위사업 등 다방면으로 펼쳐져 있다. 양국은 형제자매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다만 인도네시아는 작년 3월부터 록다운에 가까운 상황에 놓여 있다. 양국 간 왕래가 뜸하고, 특히 비지니스계의 타격이 심하다. 굵직굵직한 사업들, 이를 테면 현대자동차의 완성차 현지 공장 설립 프로젝트라든지,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단지 조성도 영향을 받고 있다. 

Q11. 방위산업이라고 하니 KF-X/IF-X 사업을 아니 물을 수 없다. 8.8조원 짜리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인도네시아가 20%를 분담하고, 기술이전 및 시제기 1대를 받기로 했지만 분담금을 미납하고 이제는 규모도 10%로 줄여 달라고 요청한다. 어떻게 되어 가나? 

👉 이 사업은 현재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아니라 전임 대통령 때 시작됐다. 그래서 내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강하지 않다. 재정 상황이 좋지 않기도 하고, 2019년에 재선을 치른 후 내각이 바뀌며 협상이 지지부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도 국방력 증가가 필요하다. 2018년에 조코위 대통령이 한국에 국빈으로 방문했을 때 현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지난 4월에 시제기 1호가 출고될 때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참여키도 했다. 

  인도네시아가 KF-X/IF-X 사업에 완전히 발을 빼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실무 협상을 통해 추친 속도라든지 협상 조건이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선 넘어야 할 난관이 아닌가 생각한다. 

Q12. 앞서 새벽 5시에 일어나 언론을 확인하고 이슈를 접한다고 했는데, 주로 참조하는 매체는 어디인가?  

👉 미국은 뉴욕타임스, 유럽은 파이낸셜타임스를 자주 본다. 인도네시아 언론은 자카르트 포스트와 콤파스를 보고,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와 자카르타 전략국제연구소(CSIS)에서 발간한 보고서도 참고한다. 

  한편 외교 공관은 외부에 아웃소싱한 정보를 구독한다. 일주일 단위 정보 소식지를 통해서 접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엑시오스라는 온라인 뉴스매체도 자주 본다. 그밖에 포린어페어스나 이코노미스트도 읽는다. 

Q13. 어느새 꽉 채워 두 시간이 흘렀다. 지금까지 정통 외교안보와 관련된 얘기를 나눴는데, 직장인으로서 물어보고 싶은 질문이 있다. 이름하여 밸런스 퀴즈! '나 빼고 천재인 팀에서 숨 쉬듯 자괴감 느끼기 vs. 내가 유일한 희망인 팀에서 혼자 밭가는 소처럼 일 하기' 중에서 뭘 고를 것인가? 

👉 전자다. 나 빼고 천재인 팀에서 숨 쉬듯 살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특히 내가 팀장인데 팀원들이 모두 천재면 얼마나 좋을까? (하하) 

  외교부 커리어를 마치고 편하게 얘기하자면 리더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는 멘토링이고 사람들의 구심력이 될 수 있는 역할을 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책임있는 자리에 있게 되면 밭가는 소처럼 일 한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나를 보고 소통하는 팀원들로 하여금 '원팀'으로서 모두가 천재인 것처럼 결과를 내도록 끌어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Q14.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단답형으로 떨어지지 않겠지만 "외교안보란 OO이다"라고 하면 어떻게 답하고 싶은가? 

👉 일반적으로 '총성 없는 전쟁에서 싸우는 전사'라고 답한다. 어떠한 검투사로서 실력과 배포, 담대함을 가질 것인가를 늘 고민한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는 축구선수처럼 국가대표급 선수로서의 준비를 게을리 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관상>이라는 영화가 불현듯 떠올랐다. 영화가 끝날 때 쯤 송강호 배우가 이런 대사를 한다. 

  외교안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파도를 만드는 바람, 즉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커다란 세상의 흐름을 야기하는 거대한 힘 말이다. 

  너무 세세한 것에 매몰되기보다 시대의 흐름을 만들어 내는 거대한 힘을 읽고, 미리 만들어내는 데에 힘을 써야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