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5월, 오늘 5.18광주민중항쟁 42주년을 맞습니다. 5.18을 맞이할 때마다 광주시민들은 집단트라우마에 힘들어하는 것을 느낍니다. 그 당시의 아픔과 고통이 다시 재현되기 때문입니다. 1980년 5.18의 광주의 정신이, 1987년 6.10 민주항쟁으로, 또한 촛불혁명으로, 이어져 세계에 자랑할 만한 민주주의를 꽃피웠지만 우리의 민주주의는 취약하게 이를 데 없습니다. 민주주의가 깊게 뿌리내리지 못하고, 역사의 퇴행을 반복해서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민족은 세계에서 70년이 넘도록 분단의 비극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남북한의 벽만 높아져 가는 것 같아 답답합니다. 그러던 중 <국경선 평화학교>에서 건축을 위해 모금 운동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 무진교회는 매년 부활절을 앞두고 사순절 기간 동안 기도하며, 고난주간 동안 하루 한 끼 금식하는 캠페인을 하면서 성 금요일 예배를 드리며, 금식 헌금을 드립니다. 해마다 금식 헌금은 사회시민단체나 고난 받는 이웃들을 위해 후원해 왔습니다.
이번 기도 중에 고난주간 금식 헌금은 철원에서 민족의 통일과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국경선평화학교> 건축에 후원하기로 생각하고, 교우들에게 헌금에 참여해 주기를 알렸습니다. 교우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고난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헌금에 참여했습니다. 교우들의 작은 정성이 땅 한평 기금으로 사용되어 <국경선평화학교>가 든든하게 세워지고 분단된 민족의 통일과 평화를 위해 귀하게 쓰임 받는 기관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광주무진교회는 1978년 강신석 목사님과 20여 명의 교우들 첫 예배를 드림으로 시작되어, 올해 44주년을 맞았습니다. 1980년 5.18 광주민중항쟁을 겪으면서, 목사님과 여러 교우들은 감옥에 갇히는 고난을 겪었습니다. 그런 어려움 중에도 무진교회는 5.18희생자 유가족과 부상자들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군사정부의 탄압 속에서도 5.18유가족회와 5.18부상자회가 모두 우리 교회당에서 창립되었습니다. 강목사님은 5.18의 진상규명과 진실을 알리는데 평생을 바쳤습니다. 목사님과 함께 교회를 세우셨던 윤영규 장로님은 교육민주화운동에 헌신했습니다.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광주YMCA 중등교사회도 무진교회 교인 교사들이 주축이 되었습니다. 무진교회는 전교조 해직교사들을 돕기 위해 연대하고 후원했습니다. 무진교회는 5.18 이후 “고난당한 자와 함께 드리는 예배”를 시작해서 쉬지 않고 고난당한 자와 연대하고, 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된 학생들과 양심수, 미전향 장기수를 도왔습니다.
이 민족의 비극인 분단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진실하게 대면하여, 평화와 통일의 씨앗을 심어온 <국경선평화학교>가 아름답고 튼튼하게 세워져, 모든 사람들에게 평화와 희망의 씨앗들을 나누어가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