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교실 구르메 레브쿠헨에는 식기세척기가 있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요리를 만들고 맛본 뒤, 별일이 없는 한 다 같이 뒷정리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수업 전 식재료 손질도 함께하고 싶지만, 시간상 수업 전에 온 수강생들의 도움을 받아 손질을 마쳐놓는다. 간혹 스태프나 도우미를 고용하는 게 어떻냐고 물어오기도 하는데, 요리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이 변하지 않는 한 힘들 듯하다.
재료 손질부터 왁자지껄 하는 사이 모두의 손에서 하나씩 요리가 완성되어간다. 요리가 끝나면 일단 앞치마를 벗고 식탁에 둘러 앉아 와인과 주스로 건배. 그리고 설거지와 뒷정리로 이어지는 과정이 오랜 시간 지켜온 구르메 레브쿠헨의 루틴이다. 그래서 수강생과 나 사이에 누군가 ‘고용된’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염려스러웠다. 그 마음을 수강생들에게도 심어주고 싶다.
설거지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그 사람의 성격이 짐작된다. 어떤 친구는 거품 낸 스펀지로 빡빡 그릇을 닦아 따뜻한 물에 말끔하게 헹궈 물기가 잘 마르도록 신경 써가며 큰 건조대에 차곡차곡 쌓아간다. 일련의 움직임에 반해버릴 정도다. 그 정도로 완벽하게 설거지를 하는 사람은 마지막에 싱크대 주변에 이리저리 튄 물기까지 깔끔하게 닦아 정리한 후 주방을 떠난다. ‘이 사람은 평소에도 성실한 삶을 살겠구나’ 하며 설거지에 열중한 모습에서 그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뒷정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행주. 용도별로 행주를 나눠 쓰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행주 오타쿠’가 되었다. 주방 서랍을 열면 툭 튀어나올 만큼 다양한 행주가 꽉꽉 담겨 있다. 조리대나 테이블, 싱크대를 닦는 식탁 행주, 설거지한 접시나 조리 도구를 닦는 리넨 또는 면으로 된 티타월, 무엇이든 닦고 냄비를 집을 때도 사용하는 무인양품의 거즈까지. 요리교실을 한 번 할 때마다 그 행주들이 몇 장씩이나 서랍에서 나오니, 뒷정리를 마치면 양이 어마어마하다. 하루 치 수업이나 아틀리에 일을 끝낸 뒤에는 얼룩이 심한 행주를 끓는 물에 삶아 소독까지 끝내야 직성이 풀린다.
아버지가 요리사라 온 가족이 모이는 날이면 아침 식사 때부터 ‘점심에는 뭘 먹을까’ 늘 먹는 이야기만 하던 집에서 자라서일까. 또는 지금 내가 음식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일까, 요리가 한 접시에 담기기까지의 과정, ‘잘 먹겠습니다’ 하며 요리를 먹고 ‘잘 먹었습니다’ 하며 젓가락을 내려놓을 때까지의 시간, 먹고 난 뒤 정리하는 것까지 모두가 귀중한 체험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생기면 먹은 뒤 정리하는 일이 더럽고 귀찮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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