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우즈”라고 불리는 레스토랑이 집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오픈한 지 거의 2년이 되어가요. 우리 집에서 가까운 홍은동에 유럽식 식당이 생긴다는 소식이 얼마나 반가웠는지요. 원래 알던 장준우 씨의 요리를 동네에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뻤습니다. 오픈 초반 무렵엔 거의 1주일에 한 번씩 갔던 것 같아요.


  기자였던 장준우 셰프는 자취하면서 자주 해먹던 파스타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탈리아로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음식에 대한 책도 몇 권 냈지요. 식재료나 식문화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연구하면서 어라우즈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도 셰프와 비슷한 관심을 가지고 요리교실을 운영하고 있는지라 식재료에 대한 연구와 글쓰기, 식당 운영을 동시에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공감하곤 합니다.


  며칠 전 계속 집에 있었다가 저녁노을이 질 때 슬슬 준비하고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오랜만에 가는 어라우즈. 우리 집 뒷골목으로 산을 올라갔다가 홍은동 쪽으로 내려가는 경사가 심한 길을 산책 삼아 즐거운 마음으로 걸었어요! 새로운 메뉴와 그에 어울리는 와인! 잘 먹었습니다!


연희동 요리교실의 이웃집 어라우즈에서 히데코 드림

  해외로 여행을 가게 되면 제일 즐거운 식사 시간은 조식입니다. 애주가로 알려진 히데코 선생답지 않다고, 와인과 안주가 풍성한 저녁 식사가 아니냐고 모두 의아할 것 같아요. 아무리 피곤해도 머무는 호텔이나 그 도시의 카페에서 조식을 꼭 챙겨 먹곤 합니다.


  누군가의 제안이 계기였는지, 제가 원래 조식을 좋아해서인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세계 조식 연구반> 수업을 모집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수강생들이 조식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전 세계 조식 문화에 대한 메뉴를 구성하고 재료를 구하는 과정에서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저도 즐거웠습니다.


  한 나라에 대해서 알기 위한 방법 중 대표젹인 하나가 식문화라고 늘 생각합니다. 식문화의 중요성은 해외에 나가면 더욱더 강렬하게 느끼지요. 먹을거리나 먹는 방식에 대한 주제로 다른 나라의 문화를 접근하면 흥미로우면서도 그 나라를 긍정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작년 가을학기부터 진행해온 <세계 조식 연구반>은 6회 코스로 구성되었습니다. 매월 첫 주 주말에 “이 나라로의 여행”이란 감각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일상생활에서 자주 차리는 영국식 “English Breakfast”부터 시작해, 아랍 문화의 영향을 받았던 남스페인이나 시칠리아의 아침 메뉴, 어렸을 때부터 먹어온 일본식 아침상, 튀긴 도넛과 함께 만두를 빚어 두유에 찍어먹는 중국식 조식, 그리고 3월은 런던이나 암스테르담의 카페에서 먹었던 브런치 메뉴를 재현해봤습니다.


  이제 마지막 회차가 남은 지금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어요. 다음 조식은 우리 모두를 어디로 여행하게 할까요?!

(히데코 요리교실의 수강생분들이 찍어주신 사진들입니다)
<히데코 요리교실 대기자 등록 안내>
쿠킹클래스를 위해 대기자 등록을 하시면
4월에 재등록 시 잔여석을 파악하여 순서대로 문자 연락 드립니다.
*2~4월 봄학기 마감
  요리교실 구르메 레브쿠헨에는 식기세척기가 있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요리를 만들고 맛본 뒤, 별일이 없는 한 다 같이 뒷정리를 한다. 마음 같아서는 수업 전 식재료 손질도 함께하고 싶지만, 시간상 수업 전에 온 수강생들의 도움을 받아 손질을 마쳐놓는다. 간혹 스태프나 도우미를 고용하는 게 어떻냐고 물어오기도 하는데, 요리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이 변하지 않는 한 힘들 듯하다.

  재료 손질부터 왁자지껄 하는 사이 모두의 손에서 하나씩 요리가 완성되어간다. 요리가 끝나면 일단 앞치마를 벗고 식탁에 둘러 앉아 와인과 주스로 건배. 그리고 설거지와 뒷정리로 이어지는 과정이 오랜 시간 지켜온 구르메 레브쿠헨의 루틴이다. 그래서 수강생과 나 사이에 누군가 ‘고용된’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염려스러웠다. 그 마음을 수강생들에게도 심어주고 싶다.

  설거지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그 사람의 성격이 짐작된다. 어떤 친구는 거품 낸 스펀지로 빡빡 그릇을 닦아 따뜻한 물에 말끔하게 헹궈 물기가 잘 마르도록 신경 써가며 큰 건조대에 차곡차곡 쌓아간다. 일련의 움직임에 반해버릴 정도다. 그 정도로 완벽하게 설거지를 하는 사람은 마지막에 싱크대 주변에 이리저리 튄 물기까지 깔끔하게 닦아 정리한 후 주방을 떠난다. ‘이 사람은 평소에도 성실한 삶을 살겠구나’ 하며 설거지에 열중한 모습에서 그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뒷정리에 빠질 수 없는 것이 행주. 용도별로 행주를 나눠 쓰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행주 오타쿠’가 되었다. 주방 서랍을 열면 툭 튀어나올 만큼 다양한 행주가 꽉꽉 담겨 있다. 조리대나 테이블, 싱크대를 닦는 식탁 행주, 설거지한 접시나 조리 도구를 닦는 리넨 또는 면으로 된 티타월, 무엇이든 닦고 냄비를 집을 때도 사용하는 무인양품의 거즈까지. 요리교실을 한 번 할 때마다 그 행주들이 몇 장씩이나 서랍에서 나오니, 뒷정리를 마치면 양이 어마어마하다. 하루 치 수업이나 아틀리에 일을 끝낸 뒤에는 얼룩이 심한 행주를 끓는 물에 삶아 소독까지 끝내야 직성이 풀린다.

  아버지가 요리사라 온 가족이 모이는 날이면 아침 식사 때부터 ‘점심에는 뭘 먹을까’ 늘 먹는 이야기만 하던 집에서 자라서일까. 또는 지금 내가 음식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일까, 요리가 한 접시에 담기기까지의 과정, ‘잘 먹겠습니다’ 하며 요리를 먹고 ‘잘 먹었습니다’ 하며 젓가락을 내려놓을 때까지의 시간, 먹고 난 뒤 정리하는 것까지 모두가 귀중한 체험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생기면 먹은 뒤 정리하는 일이 더럽고 귀찮지만은 않을 것이다.
설거지를 후 뒷정리까지 말끔하게 끝낸 싱크대는 후련함 그 이상이다.
요리하면서 자주 사용한 행주와 고무장갑은 꼭 필요한 숨은 일꾼! 

제프입니다.

사운드스케이프(음풍경)를 연구하면서 자연에서 채집한 소리를 활용한 창작 활동을 하며, 
도쿄, 서울, 쾰른을 거점으로 음향 콘텐츠를 제작하는 KNOISELY를 운영합니다. 
자연의 소리의 가치를 알리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소리 풍경이 좋은 이유


  숲에서든 들에서든 혹은 바닷가 어디쯤에서든 자연 속에서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면 조금씩 귀가 맑아지는 느낌과 함께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시끄럽든 아니든 소리의 빈도보다는 이 소리는 무엇일까 하며 곰곰이 생각한다. 작은 새소리를 들으며 '이 새는 어떤 새일까, 누구와 대화를 하는 걸까, 같은 종일까 아니면 전혀 다른 새일까, 음높이를 보면 어린 새 같은데... 무서워서 어미새를 부르는 걸까' 등등. 들에서 들리는 풀벌레 소리와 언덕 너머로 들리는 파도 부서지는 소리도 눈을 감고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면 모든 것이 친근하게 다가와 추억 어디선가의 장면을 꺼내다준다.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의 소리는 온갖 천재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서 있는 고목과도 같은 강인함을 느끼게 하고 파도가 부서진 후 바다로 다시 돌아간 자리엔 모랫속 무언가의 가뿐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전리품과 함께 사라진 전쟁터에 남아 피어오르는 한줄기 연기가 연상이 된다. 어려움을 참고 견딘 인고 후의 한숨과 같은 느낌이랄까.


  자연이 원래부터 지니던 소리들은 이처럼 내 안의 여러 감정을 꺼내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원하는 감정을 얻기 위해 새로운 환경을 가진 자연을 상상한다. 그리고 떠난다. 그리고 내가 원하고 자연이 허락한 하나뿐인 소리들을 감상하고 느끼며 소중히 담아 알린다. 자연에서 난 사람들에게 자연이 알리기 원하는 위로와 위안, 어루만짐을 그것이 간절한 이에게. 이렇게 그 가치를 알리는 나는 사운드스케이프 디자이너이다.

  연희동 친구 히데코의 집으로 가는 길은 내가 좋아하는 길이다. 늘 실내에 있거나 밖으로 나가더라도 차량 이동이 대부분이고 혹여 잠시 걷더라도 해가 들지 않는 빌딩 숲을 바삐 걷다 보니 무언가 특별한 소리가 나를 끌지 않는 이상 가던 길을 묵묵히 가고야 만다. 그래서 난 굳이 사러가마트 앞길에 주차를 하고 동네 지도라도 그리고 싶은 마음으로 골목골목을 멀리 돌아가며 이 길의 소리를 듣는다. 소리의 아기자기함이 가득한 길이다. 그래서 좋다. 여유를 부리며 눈을 감기도 한다. 삼거리 골목과 사거리 골목의 차이가 궁금해질 때도 있다. 외길을 걷다가 좌우로 열린 길에 다다르면 귀로 들어도 좌우로 트인 환경이 느껴진다. 어느 집 앞뜰에서 소곤대는 새들의 대화에 잠시 주춤하기도 하고 날개 퍼덕이는 소리에 움찔하기도 한다. 엄마와 아이의 정겨운 대화 소리에 평화를 느끼기도 한다. 오르막을 오르며 멀리서 들려오는 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낮게 깔린 대기의 소리에 내가 높은 곳에 있음을 알며 아래에선 느끼지 못한 열린 소리 풍경에 몸이 가벼워지기도 한다. 연희동 친구네로 가는 작은 행복이랄까.

  바쁜 일상에서 나는 얼마나 힘을 빼는 시간을 갖고 있을까. 한의사가 그랬다. 당신이 감기에도 걸리지 않고 몸살도 나지 않는 이유는 온몸이 매일 잔뜩 긴장하며 힘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힘 빼는 요령을 알려주겠다고. 리듬이 빠른 생활에선 그럴 여유가 없고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가버린다. 몸은 긴장한다. 언젠가 꺼내어 쓰기 위해 보존해 두어야 할 힘을 미리 가져다 쓰는 셈 아닐까. 시간을 잊으면 시간은 내 것이 된다. 일상에서라면 아무 생각 없이 주위를 어둡게 하여 정보를 줄이고, 자연에서라면 있는 그대로 그곳에서 오롯하게 시간을 보내며 감각을 쉬게 한 채 자연의 소리에 몸을 맡겨보는 것. 스위치를 넣은 듯 회복되지는 않더라도 소리 안으로 나를 밀어넣어본다. 이 글을 마친 후에. 막연한 불안을 진정시키는 나의 방법이다.

내가 좋아하는 연희동 친구 히데코의 집으로 가는 골목. 소리의 아기자기함이 가득한 길이다. 오르막을 오르며 멀리서 들려오는 하지만 알아들을 수 없는 낮게 깔린 대기의 소리에 내가 높은 곳에 있음을 알며 아래에선 느끼지 못한 열린 소리 풍경에 몸이 가벼워지도 한다. 연희동 친구네로 가는 작은 행복이랄까. (사진 : 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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