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을 슬기롭게 보내는 법

길고 긴 장마 기간입니다. 이번 장마가 역대 최장기간이 될 수 있다고 하네요. 코로나19로 안 그래도 지루했던 집순이 생활이 더 길게 느껴집니다. 이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저는 집에서 일을 하나씩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가장 큰 공간을 차지했던 소파를 버렸습니다. 좁은 원룸에서도 소파만은 포기하지 못했던 저였는데,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집을 더 좁게 만드는 소파가 보기 싫어지더군요. 3인 소파를 버리고 나니 우리 집이 이렇게 휑했나 싶더라고요. 그리고는 빈 공간들에 다시 제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하나씩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대신 걸터앉을 수 있는 책장을 샀습니다. 책장에는 제가 좋아하는 책들(물론 브리크를 포함해^^)을 꽂아두었죠. 또 집안에서도 여름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식물들을 하나씩 들였습니다. 창문을 살짝 열어두고 좋아하는 향을 피워 놓고 나면, 습한 공기는 온데간데 없고 상큼한 여름 향기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러 집들을 만나며 느낀 것이 있습니다. 집주인의 취향이 뚜렷할 때 더 재미있는 공간과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과 필요한 공간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집들이 건축가에게도 건축주에게도 더욱 만족스러운 결과를 안겨주더라고요.

저는 이번 여름은 건축주가 된 것처럼 제 방을 계속해서 꾸며나갈 생각입니다. 긴 장마 동안 내가 원하는 집은 어떤 집이었는지 저만의 기준을 계속 세워볼까 합니다. 언젠간 나와 닮은 집의 주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꿈꾸면서요. :-) 

김현경 에디터 드림


연암빌딩 | 에이라운드 건축 
서울은 좀처럼 나이를 먹지 않는 도시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개발을 내세워 노후된 건물을 쉽게 퇴출시키고 또 쉬이 새 건물을 들입니다. 오래된 동네와 건물을 빨리 치워버려야 할 미화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도시와 공간에 다층적인 기억을 쌓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마포구 망원동에 들어선 상가주택인 연암빌딩은 대지와 옛 건물이 가졌던 기억과 시간을 켜켜히 쌓아 만든 건물입니다. 길 가던 동네 이웃들이 옛 집 목련나무 그늘에서 쉬던 것을 생각해 붉은 벽돌로 테라스를 쌓고 화단을 만들었습니다. 1층은 전시공간 겸 카페로 개방했고요.

지난 2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종 상을 휩쓸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그 무렵 40년된 노후주택 서촌의 옥인연립 한 켠에서는 <기생충> 영화이야기를 하며 '짜파구리'를 함께 먹는 소모임이 시작됐습니다. 바로 영화 전문 기자인 남편과 음식 전문 기자인 아내가 자신들의 집에서 여는 소모임 '시네밋터블'입니다.
4명만 초대하는 작은 모임이지만, 지금까지 매 주말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생충>에 이어 <아가씨>, <벌새>까지 작품성 있는 영화와 감독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음식을 나눠먹습니다. 작지만 꾸준한 이 모임이 가능한 이유를 들으러 부부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부암동 두 집 | 아키후드 건축사사무소
둘로 나누되 분리되지 않은 애매한 경계를 가진 집이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이 집은 함께 살기로 한 부모와 아들 부부를 위해 효율적인 분리와 연결을 모색한 것이 특징입니다. 집을 두 개의 층으로 나눴지만 중정과 테라스를 겹치면서 묘하게 연결되는 틈새가 생겼습니다. 덕분에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주변의 풍광은 물론, 햇빛과 정원도 각자 마음껏 누리게 됐습니다. 공간을 풀어낸 아이디어가 빛나는 '부암동 두 집'을 한번 둘러보세요.

당산동 협소주택 '이이공' | 틔움 건축
온갖 건물들로 둘러싸인 서울 영등포구 당산로에 바닥면적 8평짜리 협소주택이 등장했습니다. 수십 년간 벽으로 연결돼 있던 두 옆 집을 분리하고, 그 틈 사이에 집을 새로 지었습니다. 좁지만 효율적인 기능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건축가는 이 집에 꼭 맞는 크기를 찾았습니다. 덕분에 좁지만 안전한 돌음계단, 창문 턱 벤치, 다목적 거실이 생겨났습니다.
오래된 노후주택이 50대 부부가 도심에서 살아갈 안락하고 따뜻한 집 '이이공 利怡共'으로 재탄생한 과정을 만나보세요!

서울의 좋은 건축물을 발굴해 건축의 가치와 의미를 널리 알리기 위한 '서울, 건축산책’ 공모전이 참가자를 찾습니다.
서울시건축사회가 주관하는 이 공모전은 ‘2020 서울시 건축문화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설계를 담당한 건축사와 집주인이 함께 응모하는 '우리동네 좋은집 찾기’과 중·고등학생이 찍은 건축물 사진 공모전으로 나뉩니다.
수상자에게는 다양한 부상과 혜택이 주어지며 작품집 제작과 전시회 참여도 가능하다네요. 접수는 오는 8월12일(수)까지며 당선작은 9월3일(목) 공모전 공식 홈페이지 서울건축산책.kr를 통해 발표됩니다.
이제 <브리크brique> 콘텐츠를 블로그와 브런치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독자들과 보다 가까이 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블로그에는 지난 3년여간 쌓아왔던 450여 건의 집 사례 중 독자들이 다시 보고 싶은 집들과 해당 집을 설계한 건축가를 소개합니다. 브런치는 <브리크brique> 에디터들이 발로 뛰며 취재한 사람 사는 이야기와 그들의 시각이 담긴 레터가 실릴 예정입니다. 접속하셔서 '구독' 꾸~욱 눌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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