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히데코 요리교실의 여름학기 등록을 시작했습니다. 요리교실을 운영할 땐 여러 가지 일이 필요한데요, 수업을 준비하고 요리를 가르치는 것과 함께 수강 등록은 제가 직접 진행해야 하는 일 중 하나입니다. 다음 학기의 프로그램과 시간표를 짠 후 수강생들이 있는 각 클래스 단톡방에 시간표를 공유할 때 저는 늘 두근두근 합니다. 몇 년째 계속 등록하는 분들, 몇 년 만에 다시 수강하는 분들을 만날 땐 힘이 나지요. 또는 그냥 소식없이 떠나시거나, “이번에는 시간이 안 맞아서 다음 학기 재등록 때 꼭 연락 주세요~”라고 잠시 쉬는 분들이 계실 땐 아쉬운 마음이고요. 그리고 재수강자 선등록을 마친 후 잔여석이 있어 대기자에게 연락할 땐 매우 설렌답니다.


  요리교실을 시작하고부터 하나둘 쌓아온 요리교실 네트워크는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제게 큰 자산입니다. 클래스를 직접 듣지 않더라도 요리교실을 통해서 맺어진 인연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는 앞으로도 저의 즐거운 과제입니다. 워크숍, 벼룩시장, 수강생을 위한 특강 등을 계획 중인데요, 방학인 5월에도 히데코레터를 통해 소식 전할게요.


수강생에게 감사를 전하며, 히데코 올림

  꽤 오랫동안 다니고 있는 수강생들로부터 “소스를 연구하는 수업 어떨까요?”라고 제안을 받아 1년 전부터 시작한 <소스 연구반>. 이 수업은 저도 처음 시도한 터라 준비부터 우왕좌왕이었습니다. 수강생들도 만족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미안하단 생각에, 코로나로 몇 번이나 연기되는 동안 클래스의 진행 방법, 소스의 분류, 수강생들이 원하는 것 등 여러 가지를 고민했습니다. ‘소스’에만 초점을 맞추어 레시피를 정리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더라고요.


  봄 학기의 마지막 소스 연구 클래스에서는 봄에 수확되는 연한 허브와 한국의 봄나물로 이탈리아 등 지중해식 소스를 정리해보았습니다. 허브의 종류에 따라 마늘이나 올리브오일, 견과류 등의 부재료를 어떻게 조합하고 또 어떤 맛이 되는지, 수강생들이 조금이라도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요리교실을 계속하다 보니 나라마다 다른 소스나 드레싱, 양념장의 레시피가 점점 늘어나 한 번 정리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참이었어요. 앞으로는 더욱더 체계적으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을 계속해야겠어요.


  방학인 5월, 한 달 동안 여름학기를 향해 또 다른 소스 연구에 몰두하겠습니다!

(히데코 요리교실의 수강생분들이 찍어주신 사진들입니다)
<히데코 요리교실 대기자 등록 안내>
쿠킹클래스를 위해 대기자 등록을 하시면
4월에 재등록 시 잔여석을 파악하여 순서대로 문자 연락 드립니다.
*2~4월 봄학기 마감

어디서나 샤락샤락샤락


  바르셀로나에서 사비나를 알게 되었다. 사비나는 결혼을 해서 그런지 스페인 가정 요리을 잘 만들었다. 그녀가 만들어준, 감자가 듬뿍 든 토르티야는 내가 지금도 곧잘 만들뿐더러 요리교실의 간판 메뉴이기도 하다. 사비나는 무엇이든 맛있게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었다. 주최하는 파티의 요리에는 세련미가 넘쳤다. 

 

  바르셀로나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저녁 준비를 하는 시간에 부엌에 서 있으면 창문 너머로 여기저기서 ‘샤락샤락샤락' 하는 리드미컬한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 들었을 때, 포크나 스푼으로 접시나 볼 안에 있는 무언가를 섞는 소리라는 것은 예상했다. 그 소리가 들린 후에는 어김없이 가열한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무언가를 볶거나 굽는 고소한 냄새가 났다. “스페인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반찬을 먹는 걸까...” ‘샤락샤락샤락' 하는 소리가 토르티야에 쓸 달걀을 푸는 소리였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어느 날, 사비나가 우리집에 놀러 온다고 하기에 토르티야를 만들어주기로 했다. 아버지의 방식대로 젓가락으로 달걀을 풀고 감자를 얇게 썰어 삶은 후 프라이팬에 양파와 함께 볶았다. 요리 과정을 지켜보던 사비나는 발을 동동 굴렀다. “히데코, 그게 아니야, 달걀은 포크로 풀어야지. 봐, 결이 부드러워지지? 그리고 감자는 삶으면 안돼! 같은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듬뿍 넣어서 튀기듯이 익혀야 돼!”라고 훈수를 두었지만 어쩔 수 없이 감자가 아까워서 다시 만들지 않았다. 그날 우리는 나의 실패작, 일본풍의 담백한 토르티야에 레드와인을 곁들여 먹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났다. 나는 몇백 개의 토르티야를 만들었던가. 스페인 요리를 가르치는 입장이 된 지금, 나의 토르티야는 완벽하다고 느낀다. 아마 지금의 내가 만든 것을 본다면 사비나도 인정할 것이다. 스페인 길모퉁이에 있는 타파스 바 쇼케이스에 진열해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 

 

  아버지께도 포크로 달걀 푸는 비법을 알려드렸는데, 물론 그런 것쯤이야 이미 전부터 알고 계셨다. 

- 마음산책 <셰프의 딸> "어디서나 샤르락샤르락" 본문 일부입니다.
히데코레터에 싣도록 허락해주신 마음산책 출판사에 감사 드립니다.
스페인의 상징인 오렌지를 먹는 토르티야 팩맨.

지난주의 '수업후기'를 보고

히데코레터 구독자님이 사연을 보내주셨습니다!


🍽️✏️수업후기 : 산딸기에 담긴 사랑
오늘 챙겨주신 '🌮타코 데 프루타'의 🍓산딸기를 방금 막 혼자서 맛있게 냠냠하고서 설거지를 하는데 갑자기 머리를 핑! 맞은 듯 무언가 떠올랐어요. '맞아. 엄마가 항상 산딸기가 나오면 제일 먼저 많이많이 먹어라 하면서 듬뿍 사다 주셨는데...' 바로 옆 동에 사시는 부모님이 무엇을 어떻게 좋아하시는지 잘 기록해둬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거예요. '놓치면 안 되겠구나, 이 모든 당연시되는 것들.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 부모님과 함께한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을 기록해야겠다...✍️' 며칠 전에 부모님께 신나게 맛 보여드렸던 부예바스의 프로방스 향이 한껏 진했던 덕분일까요. 선생님 요리교실을 다니면서 제 마음도 한층 더 풍요로워지고 점점 더 제대로 된 사람이 돼가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선생님💕
<세계의 조식> 수강생이 찍어준 사진입니다
엄마와의 다정한 기록

'바로 옆 동에 사시는 부모님'이란 얘기에 반가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친정집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 지 2년이 되어가네요. 퇴근하고 친정집에 들러 저녁을 먹고 갈 때면 엄마는 바지런히 반찬을 한 아름 챙겨주셨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사진을 찍어두고 있어요. 고기반찬 다음엔 젓갈, 장아찌를 챙겨주셨다면 다음엔 겉절이, 선물 받으셨다는 김, 홍삼도 나눠주시고, 과일 몇 개도 챙겨주시네요. 직접 캐시 송이버섯은 한참을 아껴먹었습니다 달큼한 찌개, 든든한 국 등 정말 엄마의 마음이 담기지 않은 반찬이 없네요. 반찬통도 제각각, 그것을 열고 닫을 때면 엄마의 손맛이 느껴집니다. 늘 고마운 마음이라 차려먹을 때도 꼭 사진을 찍어둡니다.

이렇게 엄마와의 다정한 기록이 쌓여갑니다. 제겐 든든한 보약입니다.

(1) 자가격리 중 엄마가 갖다주신 구호물품이 고마워 준비한 꽃 몇 송이. 엄마와 저만의 비대면 전달식은 먼 훗날 추억이 되겠지요. (2) 아마도 처음 찍은 반찬들 사진인 듯합니다. 꾸준한 기록은 단단한 기억이 됩니다. 

요즘의 고민이나 어제의 불편한 마음을
히데코에게 들려주세요!
그에 맞는 레시피를 알려드릴게요!
음식을 함께 먹으며 마음을 전하는 일,
히데코가 도와드려요!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는 "레시피의 힘"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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