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신기한 것은 요리 수업을 비워둔 10일 동안 걸렸다는 사실이죠. 오래전에 해외로 나갈 계획을 세워두고 일정을 비워둔 참이었어요. 해외에 다녀오면 일정 기간 동안 격리도 해야 해서 일찌감치 계획은 취소했지요. 대신 국내 여기저기, 그간 미뤄두었던 곳을 다니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오미크론에 딱 걸린 것입니다.


  증상이 없거나 감기 같다는 소문은 제겐 거짓말이었어요. 정말 차례대로 오미크론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가장 무서웠던 것은 미각과 후각의 상실. 수업도 없고 누구도 만나지 못했던 1주일 내내 “맛을 못 보면 요리 선생을 그만두어야 하나, 그럼 난 뭘 할 수 있을까.. 정말 전업작가가 되어야 하나...” 혼자 사색과 고민의 시간을 가졌답니다. 먼저 걸린 요리 친구의 말이 10일 후면 괜찮아진다더니 다행히 서서히 미각과 후각이 돌아오고 있어요. 큰아들부터 남편까지 같이 걸려 오랜만에 같이 내내 붙어 지냈네요. 요리 선생다운 건지 후각과 미각이 없는데도 먹고 마시고 싶은 마음은 없어지지 않더라고요. 후각과 미각이 살아나고 있으니 요리 선생을 계속 할 수 있으려나 봅니다🙂


  ’롱 코비드’라는 말도 있답니다. 손 잘 씻고 비타민C도 평소에 충분히 드시고요, 어떻게든 몸 잘 챙기시길 바라요!


여러분이 건강하시길 바라며 히데코 드림

  이번 주 월요일은 춘분(春分)이었습니다. 동네엔 어느새 목련, 매화, 개나리가 피고 있어요. 다음 주면 4월인데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아 세탁소에 겨울 코트를 못 맡기고 있네요.


  <지중해 요리 클래스>를 통해 잠시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어떤 수업을 할까 하다 마음이 시키는 대로 이탈리아를 떠올린 것이죠! 시칠리아의 튀긴 빵, 캄파니아 지방의 아쿠아파차 스타일의 파스타, 돼지고기 다짐육에 허브인 마조란을 다져 넣어 만드는 이탈리아 미트볼 ‘폴페테’, 그리고 요즘 제철인 주꾸미로 만든 샐러드를 곁들였어요. 시식할 때 “아아.. 유럽!! 이태리 가고 싶다!!”라고 다들 합창을 했다죠!

(히데코 요리교실의 수강생분들이 찍어주신 사진들입니다)
<히데코 요리교실 대기자 등록 안내>
쿠킹클래스를 위해 대기자 등록을 하시면
4월에 재등록 시 잔여석을 파악하여 순서대로 문자 연락 드립니다.
*2~4월 봄학기 마감

카눌레를 가르쳐준 친구


  삼십 대를 눈앞에 둔 어느 날, 십 년 가까운 외국 생활을 정리하고 일본으로 돌아가게 됐다. 지방 도시에 있는 부모님 댁에 다녀온 뒤, 도쿄에 볼일이 있어 친구 에리코의 부모님 댁에 신세를 졌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자유롭거나 휴대전화를 다 가지고 있지 않았던 시절, 에리카와 함께 거실 구석의 팩스에 사귀던 남자친구의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떠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 다른 대륙에 있다보니 그의 연락이 기다려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에리코는 그런 내 기분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면서 거의 매일 밤 나와 같이 팩스를 바라봐주었다.


  친구 에리코와는 서울에서 알게 됐다. 버블시대인 1980년대를 도쿄에서 보내며 미나미 아오야마의 프렌치 레스토랑과 긴자의 이탈리안 리스토란테를 다니던 나와 에리코에게 신촌의 고바우 목살구이를 안주로 소주잔을 거푸 비우고 2차는 홍대 살사클럽에서 땀 흘리며 춤추는 일상은 일본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일본의 1960년대 학생운동도 이랬을까?” 하면서 길가에 떨어진 다 쓴 화염병을 기념으로 줍기도 했던 우리였다.


  “Do you marry me?” 마침내 PJ에게서 그렇게 쓰인 팩스가 날아왔을 때, 에리코와 둘이 끌어안고 팔짝팔짝 뛰고 어찌나 야단했는지. 에리코의 조언에 힘입어 나는 쿨 해보이도록 “Yes”가 아닌 “OK”라고 적어 회신을 보냈다.


  답장을 보낸 지 일주일. 출장지 미국에서 서울로 곧장 가지 않고 나리타 경유편으로 나를 만나러 온 PJ는 도쿄 한조몬에 있는 다이아몬드 호텔에 묵었다. 친구가 청혼하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에리코는 그때서야 처음 보게 되는 것이었다. “여기 카눌레, 정말 맛있어” 라며 한 빵집으로 들어섰다. 다이아몬드 호텔 로비에서 연결된 곳이었던가? 바로 옆 건물 1층이었나? 당시의 형형하던 일본 빵집들에 비해 적절히 어둑했던 가게 분위기가 지금도 기억에 자리잡고 있다. 에리코를 따라 빵집에 발을 들인 순간, 먹음직스러운 페스트리와 크루아상 옆에 쌓여 있는 진갈색 스위츠가 눈에 들어왔다. 꼭지 눌린 고깔모자를 닮은 과자였다. 카눌레는 프랑스어로 ‘홈이 파이다’라는 뜻인데, 모양 그대로 붙인 이름인 듯했다. 바짝 구워 딱딱한 겉을 베어물면 맛있게 쌉싸름하고, 속은 말랑말랑하면서 달콤했다.


  “박 상이랑 이 빵집에서 아침 먹어도 좋겠다. 커피도 맛있고. 카눌레랑!”


  청혼의 승낙이라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단을 할 때 옆에 있어준 에리코는 그 후 도쿄대 대학원에서 한국 소록도의 한센병 환자에 관한 연구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하버드대 연구생이 되었다. 결혼 후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 댁에 갈 때면 도쿄대 캠퍼스에서 만나곤 했는데, 25년이 지난 지금, 내가 아는 에리코의 소식이라곤 워싱턴대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뿐이다. 지금은 서울에서도 어느 빵집에서나 볼 수 있는 보통의 디저트이지만, 카눌레를 볼 때마다 팩스를 보며 함께 기뻐했던 소중한 친구 에리코가 떠오른다. 



히데코가 PJ에게 쏜 카눌레 한 발!
심장을 저격한 사랑을 이렇게 극적으로 표현하다니!
1차원과 3차원을 넘나드는 막내아들의 해석이 놀랍다!
히데코레터가 발행된 초기에 소개된,
'Do you marry me?!'라고 팩스로 청혼한 스토리는
구독자들 사이에서 꽤 화제가 되었다. (스토리 보기 클릭)

제프입니다.

사운드스케이프(음풍경)를 연구하면서 자연에서 채집한 소리를 활용한 창작 활동을 하며, 
도쿄, 서울, 쾰른을 거점으로 음향 콘텐츠를 제작하는 KNOISELY를 운영합니다. 
자연의 소리의 가치를 알리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해변을 채운 파도가 좋은 이유
그리고 바다가 물러간 자리가 주는 감동


  자연은 내가 그곳에서 오롯이 보낸 시간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정직하게 보상을 해준다. 자연은 지나치는 곳이 아니라 머무르는 곳이니까. 자연도 내가 그러기를 원할 테니까. 물론 바라는 바가 있는데 집착이 심할 땐 반드시 그 소리는 아니더라도 다른 보상을 해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듣고 싶은 소리가 간절한 경우엔 사심을 비운 척하고 점지한 그곳 그 지점으로 향한다. 몸이 편하면 쉬운 소리가 들리고 몸이 힘들면 소중한 소리가 들린다. 두려움이 앞설 땐 예상치 못한 감동이 있기도 한다. 지도에 핀을 꽂아둔 곳들을 하나씩 보며 마음이 향하고 감정이 동하는 곳으로 향한다.


  바다와 작은 섬, 그리고 둘을 잇는 바닷속 길과 갯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한국 갯벌들의 소리를 듣고 싶어졌다. 늘 그렇듯 방법은 지금 바로 향하는 것뿐. 원하는 건 분명하지만 자연은 한낱 인간의 욕망을 일일이 헤아려주지는 않는다. 서해로 향한다. 오후 무렵에 출발하여 노을이 걸칠 즈음에 도착한다. 태양은 주홍색으로 물들어가며 바다에 기다란 꼬리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하늘을 수놓은 알아볼 수 없는 그림 같은 구름, 하늘을 올려다보며 저녁 파도가 몰려옴을 느끼고, 멍하니 내 안의 생각들을 긁어내기 시작한다. 사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외감에 휩싸이면, 자연스레 작은 존재임을 실감하며 특별한 의도 없이 비워져감을 느낀다. 이곳에 온 목적조차... 잊는다. 이게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생각이자 하려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저 멀리서 서서히 다가오는 파도가 점점 더 다가오며 소리가 점점 더 커짐을 느끼고, 나의 앞에서 부서지거나 모래에 흡수되어 거품이 보글거리는 것을 본다. 다시 바다로 돌아가려는 파도를 배려하며 밑으로 스며드는 소리들이 있다. 하늘의 은은한 그라데이션처럼 부드럽게 변화하는 파도들과 하늘과 빛의 조화는, 언제 내 마음에 파고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나를 섬세하게 자연의 음악 속으로 밀어 넣는다.


  만조를 지나 간조를 향한다.


  해변으로 나온 사람들이 오가며 남긴 정겨움이 채 사라지기 전에 파도 소리가 점점 멀어져간다. 남겨질 듯 말듯한 바다의 남겨진 파편들이 잔잔하게 아니 애잔하게조차 느껴질 정도로, 나에게 들어주기를 바라는 듯 가느다란 음성을 낸다. 사라져가는 바다를 향해 따라간다. 그리고 자정이 넘어간 시각.


  달빛에도 별빛에도 의지할 수 없게 된 순간, 바다가 잠시 자리를 내어준 갯벌에는 종일 이 순간을 기다린 생물들의 소리가 기다리고 있다. 시각이 어둠에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하듯, 한참을 지나 이들의 나지막한 이야기들이 서서히 들리기 시작한다. 보이는 것이 사라지고 귀에 모든 것을 집중한 순간, 비로소 듣고자 마음먹은 갯벌의 생명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바다가 떠난 자리에서 힘주어 내는 작은 합창들.


  사라진 빛의 수만큼 긴 팔 내밀어 어루만져주는 갯벌의 고요한 음악을 들으며, 그곳으로 돌아올 바다에게 내가 얻은 위로를 돌려보내어본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외감에 휩싸이면 자연스레 작은 존재임을 실감하며 특별한 의도 없이 비워져감을 느낀다. 은은한 그라데이션처럼 부드럽게 변화하는 파도들과 하늘과 빛의 조화는, 언제 내 마음에 파고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나를 섬세하게 자연의 음악 속으로 밀어 넣는다.
달빛에도 별빛에도 의지할 수 없게 된 순간, 바다가 잠시 자리를 내어준 갯벌에는 종일 이 순간을 기다린 생물들의 소리가 기다리고 있다. 보이는 것이 사라지고 귀에 모든 것을 집중한 순간, 비로소 듣고자 마음먹은 갯벌의 생명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바다가 떠난 자리에서 힘주어 내는 작은 합창들.
요즘의 고민이나 어제의 불편한 마음을 히데코에게 들려주세요!
그에 맞는 레시피를 알려드릴게요!
음식을 함께 먹으며 마음을 전하는 일, 히데코가 도와드려요!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는 "레시피의 힘" 기대해주세요!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올 때마다 그 책의 출간일이 생일처럼 느껴집니다. 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도 우연이 아니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듯 책 한 권도 그런 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하니 함께 작업하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매년 생일을 축하하듯, 저도 저의 책들이 세상에 나온 것을 기념하고 싶어졌어요! 많은 노력을 쏟은 그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기도 하고요!

1월에 이어 3월에도 한 권의 책이 생일을 맞았네요! 

<히데코의 사계절 술안주 春 와인편>
2017년, 계절에 맞는 주류와 음식 페어링을 담은 책을 내기로 하고 1년 동안 작업했어요. ‘맛있는 책방’의 장은실 대표의 기획이었습니다. <히데코의 사계절 술안주 春 와인편>은 그 작업의 마지막 편이었지요. 장은실 대표와는 10년 전에 만났습니다. 아직 20대였던 그의 눈빛에서 왠지 모를 열정과 힘을 느꼈답니다. 언니도 엄마도 아닌 나이 차였지만 음식을 매개로 아주 ‘맛있는’ 관계를 맺어갔어요. 독립출판사를 만들었다는 소식에 새로운 사무실로 축하하러 갔던 저한테 “선생님! 한 계절에 책 한 권. 한 권에 레시피 40개. 사계절이 지나면 160개나 됩니다!! 우리 할 수 있어요!! 언제 계약하지요?!”라고 패기있게 인사를 건네던 그. 사실 요리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거의 1년이나 걸렸기 때문에 장은실 대표의 제안을 들었을 땐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추진력으로 1년 사이에 160개의 레시피 시리즈를 완성했지요. 장은실 대표님 덕분에 요리책 제작의 즐거움을 배웠고 그 후로 저는 계속 요리책을 만들고 있네요! 고맙습니다, 장은실 대표님!
맛있는 책방 / 2018년 3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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