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에 오랜만에 이천의 도예마을을 찾아갔습니다. 신동범 작가님과의 인스타 라방을 하는 계획이 제자와 함께 간 소풍이 된 셈이지요. 라방 중계에 필요한 조명기구를 들고 차에 탄 후 1시간만에 도착했어요. 매번 들르는 쌀밥정식집에서 밥을 먹었지요. 갈 때마다 하나둘씩 생기는 새로운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신 후 신동범 작가님의 숍에 갔습니다. 도예가를 만나러 갈 때면 “많이 있는데 뭐 또 사겠어” 싶다가도 작품이나 그릇을 보면 또 사게 됩니다. 이것이 직업병인지, 원래 좋아해서 그러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신동범 작가님이 일본 유학 시절에 제작했다는 작은 백자 소반을 돌아오는 길에 데리고 왔습니다. 네, 맞아요. 지금 연희동에 그 백자가 있습니다. 봄에 어떤 음식을 올리면 좋을까...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어요.


꽃봉오리가 보이기 시작한 연희동에서 히데코 올림 


  좋은지 나쁜지 모르겠지만 저는 한국에서 “애주가 요리 선생”으로 알려져 있어요. "알코올중독 요리 선생”은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혼술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의외로 외로움을 많이 타서인지 혼자서는 안주도 맛이 없고 무엇보다 술자리에 대화가 없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워요.


  최근 시작한 술안주반! 어차피 히데코 요리교실은 시식 때 늘 와인이 있어서 굳이 “술안주반”이라는 수업을 만들어야 하나 싶었어요. 고민 끝에 와인 소믈리에 선생님이나 주류 업체와의 컬래버레이션 가능성도 있고 여러 가지 형태로 술과 음식을 즐길 수 있을 거 같아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술꾼 수강생들이 떠올랐어요. 이런 수업이 있으면 좋아할 것 같았어요. (제 예상이 틀림없이 맞았습니다🍷 🥂)


  안주 수업은 계속 새로운 레시피가 탄생합니다. 그 점을 알게 된 제자들은 벌써 몇년 째 같은 수업만 등록합니다. 새로운 와인을 알게 되면 그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을 생각해내거나, 음식에 어울리는 술을 떠올리는 것이 무척 즐겁습니다!


그날의 메뉴 🍽️🍲

카레 풍미 튀김 채소와 오일 사딘>이탈리아 프로세코

마요네즈를 곁들이는 중파 찜>스페인 화이트

대게살 차완무시(일본식 계란찜)>미국 리스링

한우 타타키 생강 무침>스페인 레드

현미 볶음밥과 사프란 봄동 찜>프랑스 레드

(히데코 요리교실의 수강생분들이 찍어주신 사진들입니다)
<히데코 요리교실 대기자 등록 안내>
쿠킹클래스를 위해 대기자 등록을 하시면
4월에 재등록 시 잔여석을 파악하여 순서대로 문자 연락 드립니다.
*2~4월 봄학기 마감
  지난 3월 1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신동범세라믹스튜디오에서 작가를 만났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신동범 작가는 일본에서 각각 유학을 했던 경험이 있지요. 직접 만나 라이브 방송을 하면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사진 : 신동범세라믹스튜디오 인스타그램 / 라이브 방송) 

최근 백자의 매력에 점점 빠지고 있어요. 어떤 음식을 담아도 단아하고 우아한 느낌의 백자가 주는 매력이 좋더라고요. 특히 순잔으로 찻잔으로 혹은 물잔으로 사용해도 좋은 신도범세라믹스튜디오의 육각면 잔이 있는데, 앙증맞은 사이즈도 좋지만 잔을 마셔도. 스스로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어요

- 글 : 히데코의 사적인 안주교실

히데코

저는 기본적으로 그릇을 쓸 때, 누군가가 좋다고 해서 사용하기보다는 그 그릇을 만든 사람을 먼저 만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지고 있던 접시가 있었는데 어떤 분이 만드신지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작가님의 작품인 것을 알았죠. 만나뵌 후 작가님이 좋은 분이신 것을 알게 되고 그릇이 더 좋아진 거 같아요.


신동범 작가

제가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닌데 (웃음)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하네요. 저는 일본으로 유학을 10년 동안 다녀왔어요. 생활 식기 작업을 하고 있지만 제가 하고 싶은 다른 작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갤러리 쪽과 전시도 계획하고 있고요, 작품과 생활 식기 모두 제 생각과 디자인 콘셉트가 반영되어 있는데 굳이 구분하자면 장식이냐, 실생활에 쓰이느냐로 구분되는 거 같아요.


히데코

도예과로 진로를 정하시게 된 배경이 있을까요?


신동범 작가

미대에 입학하고 보니 공예 수업이 있었습니다. 과제로 컵을 20~30개씩 만들어서 내곤 했어요. 힘들었죠. 2개 만들기도 힘든데 한 번에 몇십 개씩 만들어야 하니깐요. 10개 겨우 채우고 또 20개 채우고 하다 보니 손에 느껴지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물레 뱅글뱅글 돌아가는, 손에 닿는 느낌. 실패도 많이 했죠. 찢어지기도 하고 올리다가 컵이 주저앉기도 하고. 그렇게 재미를 느끼다 보니 어느새 졸업할 때가 되었고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도자기 전공을 선택했고 계속해왔던 것이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게 된 거 같아요.


히데코 

도자기 외에 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고민이나 마음은 없으셨나요?! 보통 20대에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아 고민이 많을 시절일 텐데요. 


신동범 작가

군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새벽형은 아니고요, 저녁 이후부터 집중이 잘됩니다. 저는 작업하기 전에 청소도 하고, 강아지도 한 번씩 만져가면서 긴장을 풀어주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창작자들이 저마다 집중하는 시간대가 있는데 저는 어둡고 고요하고 혼자 있을 때 집중이 잘됩니다. 제가 기능적으로 뛰어난 사람은 아니라서 작업 들어가기 전에 긴장을 많이 해요. 예열하는 시간도 필요하고요.


히데코

예열하는 시간이라, 뭔지 알 거 같아요. 저는 요리를 할 때는 다른 준비가 필요 없어요. 앞치마 메고, 소매 걷으면 바로 요리에 돌입할 수 있어요. 반면 글을 쓸 때는 그렇지 않습니다. 글 쓰려고 앉으면 커피가 없고요, 커피를 준비하다 보면 뭔가가 또 먹고 싶습니다(웃음). 그런 것을 준비하다 보면 글을 쓰기로 한 때부터 1시간은 훌쩍 지나있더라고요.


여기 작업실에도 작가님의 작품과 생활 식기가 많은데요, 작업하면서 뭔가 다른 점이 있나요?! 긴장의 강도를 예로 든다면, 작품 만드실 때 더 긴장한다든지...

신동범 작가

생활 식기 만들 때 더 많이 긴장합니다.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이, 만들기 -  깎기 -  초벌구이 - 유약 바르기 -   굽기 등 여러 단계가 있어요. 그 사이사이에 ‘실패’라는 보이지 않는 단계도 있습니다. 생활 식기는 분명한 주문자가 있기 때문에 실패를 거치면 다시 빨리 만들어내야 하는 거죠. 그래서 더 긴장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작품은 달라요.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품과 분명한 사용 목적이 있는 공예품, 이 두 가지를 다 하는 작가들이 있다면 저도 그중 한 사람인데, 생활 식기와 작품을 넘나들며 만들다 보니 긴장하는 강도가 다르다고 느낍니다. 작품을 만들 때는 조금 더 자유롭습니다.


물레작업을 할 때 저만 아는 아름다운 선이 있습니다. 상상했던 디자인에서 0.1% 모자라지만 거기에서 또 보이는 아름다움이 있죠. 물레작업을 대학생이 된 이후에 시작했다는 것이 불리한 점이라고 느낍니다. 꾸준히 노력하는 수밖에요. 제가 스케치한 디자인을 끝까지 따라해보려 하는 그 노력 속에서 나오는, 약간 삐뚤지만 그 지점에서 나오는 아름다움이 분명 있어요. 극복하다 나오는 선들, 실패하다가 다시 시도하면서 나오는 좋은 선들. 그런 것들이 있어서 좋아요. 저만 아는 디테일이겠죠.

히데코

지금까지 생활 식기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다면 작품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신동범 작가

백자를 모티브로 하는 작가들은 우리나라에 굉장히 많을 텐데요, 저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옛날 조선백자가 많은 곳에 찾아가서 많이 봅니다. 옛날 선조들이 남긴 백자들을 보면서 영감을 얻습니다. 저는 면치기 방식으로 백자의 아름다움을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손으로 만지면 까칠까칠한 무광의 느낌을 선호합니다.


히데코

지금 이 두 작품을 비교하면 각진 선이 다른 점 같아요. 

신동범 작가

네, 선의 차이인데 조선백자를 보면 여러 선이 있어요. 이 두 작품 같은 경우는 백자 달 항아리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고요, 달 항아리를 만드는 방법은 2개를 위, 아래로 만들어 이어 붙이는 것인데요, 이어 붙일 때 생긴 선을 제가 재해석해서 이렇게 각이 있도록 면치기 작업을 했습니다.

조선시대에 큰 달 항아리를 만들 때, 그때 당시에 흙의 질이 좋지 않아서 위, 아래를 따로 만들어 붙였습니다. 어느 정도 건조가 된 다음에 위, 아래의 것을 이어붙여요. 그런 다음 물레에 올려 돌려가며 위아래 굽을 깎고 불에 구우면 상하좌우 비대칭이 생겨요. 상하좌우 비대칭을 먼저 알아본 나라들이 일본과 유럽인데요, 그 비대칭의 불완전한 아름다움이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도 되고 복이 들어온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저는 그 라인을 강조한 거예요. 접합해서 붙였기 때문에 이 라인을 강조한 거죠. 나중에 박물관에 가서 보시면 가운데 2개 접합한 흔적이 보이실 겁니다. 이건 지울 수가 없어요. 달 항아리는 백이면 백 모두 다르게 만들어낼 것입니다. 면치기 때문이기도 할 텐데요, 면을 치는 방식이 다 달라 작가별로 개성 있는 작품이 나오게 됩니다.

히데코

설명을 들으니 작품이 더 가치있어 보입니다. 저는 이 작품이 특히 맘에 들어요. 일본 유학 중에 만드셨다고 들었습니다. 꼭 갖고 싶어요!


신동범 작가

3개 구워냈는데 그거 하나 완성된 것이지요. 좋아해주시니 기쁩니다. 


히데코 프렌즈 소개

5년째 연희동에서 La voisine(라 부아진)플라워스튜디오 운영합니다. 

개인, 기업체 식물, 플라워 컨설팅 및 제작을 합니다.  

식물과 꽃이 특별하고 유행이 되기보단 일상의 일부가 되기를 희망하는 다소 까칠한 운영자입니다.



커피 한잔할래요?


  얼마 전 스타벅스가 9년 만에 커피값을 인상한다는 기사를 봤다. 회사를 다닐 때와 달리 지금은 집이나 스튜디오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기구를 구비해 두었고 하루에 두어 잔은 누군가의 선물로 받아 마시다 보니 ‘내돈내산'은 자주 있는 편이 아니라 가격을 인상한다는 뉴스가 크게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게다가 나는 수십 개의 카페 중 거의 두 세 곳만 이용하고 있다. 입맛이 까다롭지도 커피 맛을 엄청나게 예민하게 구별하지도 못하는 그냥 그런 평범한 입맛이지만 작은 가게 안에 가득한, 주인장과 손님이 채운 커피 향과 분위기, 그리고 오롯이 커피와 음악을 느끼기 위해 서로 배려하는 고요한 손님들이 있는 커피집을 선호한다. 좋은 원두나 핫플레이스 여부는 내게 중요하지 않다. 누구와 그 시간을 함께했는지, 한 잔의 커피타임이 주는 여유가 내겐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연희동 M카페는 나의 최애 카페이다. 기나긴 세월 다니면서 누가 사장님인지도 모르고 다녔다. 낡은 건물의 2층 M카페는 올라가는 계단마저 올드하다. 발 사이즈가 300mm쯤 된다면 좁고 묘하게 고르지 못한 계단을 아마 살짝 까치발을 해서 올라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 고도의 전략(?)으로 꾸미지 않은 듯 꾸민 카페를 만날 수 있다. 커피 제조 우선주의가 두드러진 카페는 전체 면적 중 60%가 사무실과 커피 제조공간으로 채워져 있다. 카페에 들어서면 직원도 손님도 별 말이 없다. 음악도 안 들리는 거 같다. 방해받을 정도의 큰 소음도 없으니 큰 음악 소리로 공간을 덮을 필요도 없을 거 같다. 사진 찍는 소리도 없다(너무 좋다). 큰 웃음 소리나 수다스러움도 없이 그 순간 거기 있는 모든 사람이 찐 휴식을 보내고 있다고 느껴진다. 커피 맛은 진하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깊지만 독하지 않고 쌉싸름한 맛이 찰지다. 개인적으로 산미가 있는 커피보다 정직하고 단순한 구수한 맛을 좋아하다 보니 맛으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나의 최애 카페가 된 것이다.


  M카페의 사장님과의 인연은 의외였다. 알고 보니 우리 스튜디오를 종종 이용하시는 고객이었다. 그날도 먼저 온 고객의 꽃을 준비하던 중 누군가가 들어섰는데 먼저 온 고객과 아는 사이였다. 두 분이 오가는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나중에 등장한 손님의 직업이 정수기와 관련된 것 같았다. 며칠 후 정수기 관련 업종에 종사한다고 생각한 손님이 또 오셨다. 나름 친근감을 표하기 위해 짐작한 바대로 아는 척을 했는데 그 고객님께서 ‘풋’ 하고 웃으시면서 “저 이 아래 M카페 사장입니다”라고 하신 것이다.


  아뿔싸……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냥 평상시처럼 아무 말도 안 했으면 이런 망신은 없었을 텐데. 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M카페 사장님은 그러실 수 있다고 이해해주셨다. 사과와 이해를 주고받으며 얼굴을 텄다. (물론 그 이후 그런 일이 있었다고 그 사장님과 엄청 아는 척하는 사이가 된 거는 아니다.)


  M카페의 사장님을 보면 딱 그 집 커피와 닮았다. 살짝 낡고 몸에 잘 맞게 늘어난 스웨터에 꾸밈없는 정직한 표정, 오랫동안 같은 맛으로 돈을 많이 벌었든 적게 벌었든 고집스럽게 커피를 만들어간 사장님의 모습을 보며 이 정도면 장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장인이 별거인가? 화려한 포장으로 꾸며지기보다 내 일에 대한 애정과 노력, 세월이 장인을 만드는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역시 장인 에게는 발치까지 가는 것도 어렵다!

* 커피나무

꼭두서니과 상록교목이다. 원산지가 열대 아시아와 아프리카이며 높은 광도와 연중 최저 15도 이상을 유지해 주어야 한다. 봄, 여름, 가을에는 토양 표면이 말랐을 때 충분히 관수하고 겨울에는 화분 흙이 대부분 말랐을 때 충분히 관수해야 한다. 실내에서 키우다 보면 깍지벌레나 응애의 공격을 받기도 하고 생장속도는 빠르나 채광이 강하지 않으면 웃자라는 경우가 많다.한국의 기후에서 자연 열매 커피콩을 수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커피는 남이 수확한 걸로 마시고 우리는 예쁘고 건강하게 키우는데 목표를 두자. (사진 : La voisine 플라워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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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데코의 레시피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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