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책 촬영차 냉동실 자리를 만들기 위해 꺼낸 한우 우족이 녹아버렸어요. 촬영 후유증 때문인지 아직도 마음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지만 빨리 처리해야지 싶어 부지런히 아침 일찍부터 육수를 내기로 했습니다. 큰 냄비 2개를 꺼내서 하나는 프랑스 요리인 비프 부이용, 또 하나는 한식 곰탕을 끓이기로 했죠. 비프 부이용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깨끗이 손질한 우족이나 소뼈를 240도 예열한 오븐에서 1시간 이상 구운 뒤, 양파, 당근, 셀러리, 대파 등 채소를 냄비에서 볶은 후 구운 뼈와 함께 2시간 이상 끓입니다. 뼈를 한 번 구웠기 때문에 냄비에서 고소한 향이 나와요. 그 향을 맡으면서 몸이 회복되고 있음을 느꼈답니다. 맛있는 육수 냄새를 맡을 수 있구나 하고요.


  유일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월요일, 아침부터 몸은 좀 힘들지만 기분은 좋았어요. 두 가지 육수를 끓이며 내 몸속에서 슬슬 에너지가 솟아 나올 것 같았습니다. 치과에 가려고 나온 김에 혼자 신촌 나들이도 했어요. 날씨가 쇼핑하고 싶더라고요. 결국 고른 것은 속옷 몇 개였지만 그래도 봄 기분이 났습니다. 수요일부터는 몇 달 만에 운동도 다시 시작했어요. 여러분도 봄기운과 함께 다시 재미난 일들 찾으시길 바라요!!


맑은 연희동 하늘 밑에서. 히데코 올림

  “그럼 마지막 회는 어느 나라로 갈까요?”

  3월 수업 <암스테르담의 카페 브런치> 이후 메뉴는 무엇이 좋을지 세계 조식 연구반 수강생들에게 물었습니다. “남미요~”라는 마치 짠 듯한 모두의 대답! 우리는 쉽게 남미라고 하지만 사실 큰 대륙에 여러 나라가 있죠. 그래서 어떤 메뉴로 할지 '남미'라는 말을 듣자마자 고민이 많았답니다.


  남미에는 15세기 중반부터 시작한 대항해 시대의 영향으로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의 음식이 남아 있지요. 그중 하나가 “엠파나다”. 밀가루와 버터 반죽으로 파이 생지를 만들어 만두피처럼 동그랗게 빚고 고기나 채소, 해산물로 만든 소를 싸서 오븐에서 굽는 페이스트리입니다. 예전에 스페인 요리 클래스에서 몇 번 만들어본 음식이지만 이번 조식반에서는 칠레와 아르헨티나식으로 레시피를 정리했어요. 매콤한 아르헨티나의 치미추리소스에 찍어 먹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좋아하는 멕시코의 타코도 “모닝 타코”로 조금 색다르게 3가지로 만들었는데요, 역시나 커피보다는 와인이나 맥주! 조식이지만 어때요, 늘 주류가 곁들어진 히데코의 조식 수업! 올해 겨울학기에 다시 만나요!

(히데코 요리교실의 수강생분들이 찍어주신 사진들입니다)

🍽️✏️수업후기

오늘 챙겨주신 '🌮타코 데 프루타'의 🍓산딸기를 방금 막 혼자서 맛있게 냠냠하고서 설거지를 하는데 갑자기 머리를 핑! 맞은 듯 무언가 떠올랐어요. '맞아. 엄마가 항상 산딸기가 나오면 제일 먼저 많이많이 먹어라 하면서 듬뿍 사다 주셨는데...' 바로 옆 동에 사시는 부모님이 무엇을 어떻게 좋아하시는지 잘 기록해둬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거예요. '놓치면 안 되겠구나, 이 모든 당연시되는 것들.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 부모님과 함께한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순간들을 기록해야겠다...✍️' 며칠 전에 부모님께 신나게 맛 보여드렸던 부예바스의 프로방스 향이 너무 진했던 덕분일까요. 선생님 요리교실을 다니면서 제 마음도 한층 더 풍요로워지고 점점 더 제대로 된 사람이 돼가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선생님💕
<히데코 요리교실 대기자 등록 안내>
쿠킹클래스를 위해 대기자 등록을 하시면
4월에 재등록 시 잔여석을 파악하여 순서대로 문자 연락 드립니다.
*2~4월 봄학기 마감

#2. 모와니 글라스, 양유완 작가


  2019년, 연희동 요리교실에서 공예가와 컬래버 수업을 진행했을 때 양유완 작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시원한 느낌의 그릇을 찾던 중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최근에도 양유완 작가의 그릇을 가져와 촬영을 했어요. 

2019년, 양유완 작가의 작품이 근사하게 펼쳐진
'히데코의 연희동 요리교실' 테이블 풍경.


유리 작업을 하는 동안 투명한 유리 표면이 빛을 머금는 순간을 만나요. 그때 선명한 유리의 질감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유리의 그림자는 다른 표현이 생각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황홀하답니다.또, 똑같은 디자인의 작업물일지라도 날씨와 환경, 기분과 무드에 따라 전혀 달리 느껴지고 보이는 것이 유리 작업을 하면서 느낀 제 작업물의 특징이자 매력이예요. 그런 순간들을 만날 때 유리 공예가로써 행복감을 느낀답니다.

-글 : [INTERVIEW] 유리공예가의 생활 예술품 #3
전통의 아름다움에 대한 재해석, 서울번드

히데코

작가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양유완 작가

안녕하세요, 유리공예가 양유완입니다. 1250℃에서 액화 상태가 된 유리를 파이프 끝에 말아 입으로 불어서 부풀리는 블로잉기법으로 작업합니다. 정형적인 형태에서 탈피하여, 전통과 현대, 투명과 불투명, 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생각하며 저만의 시각으로 새로운 형태를 창조하는 작업을 합니다.


히데코

어떻게 유리공예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양유완 작가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디자인하고 싶었습니다. 산업 디자인을 전공하던 중 조명으로 포트폴리오를 제작하다가 유리라는 소재에 대해 배우게 되었고, 유리가 가지고 있는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 기분을 느끼며 작업에 집중합니다.


히데코

작업하실 때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나요.


양유완 작가

저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누군가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스토리는 제가 느끼지 못한 감정을 불러오기도 하고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간접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하다 보니 작업하면서 어떤 일이든 혼자 이루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저의 원칙입니다. 늘 주변의 많은 지인들을 통해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항상 함께라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합니다. 


히데코

작업을 계속하게 하는 힘은 어디서 얻나요?


양유완 작가

모든 것은 정신과 마음의 문제 같아요. 몸이 지치면 마음도 힘들죠. 그래서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긍정의 힘이 저를 작업으로 이끌어줍니다. 늘 매순간 즐기려 합니다. 사소하지만 기분에 맞는 음악과 공간의 텐션을 조절해주는 방향 제품으로 하루를 빼곡히 채우며 마인드컨트롤을 합니다. 제가 늘 되뇌이는 문장 중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있어요. 웃으며 농담처럼 내뱉을 때가 있습니다. 번아웃이라고 느껴지거나 뭔가 슬럼프에 빠진 것 같을 땐 하루이틀 모든 짐을 내려놓고 물 흘러가듯 내버려둡니다. “중요한 순간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한때 유명했던 광고 슬로건처럼 스트레스가 쌓이면 모든 생각과 행동을 멈춘 뒤 저를 꺼둔다 생각하고 시간을 보내요. 잠시 쉬어가도 좋으니까요. 시간은 늘 부족하고 아깝고 소중하지만 가끔은 그 시간을 등져야 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보내고 나면 중요한 것만 남더라고요.
유리는 1초만 늦거나 빨라도 터지거나 균열이 생깁니다. 그래서 1250℃의 가마에서 유리를 파이프에 감아 올릴 때부터 작품을 완성할 때까지 몇 시간이고 쉴 수 없어요.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이 세상에 저와 유리, 둘만 남는 뜨거운 순간입니다.

- 글 : 매거진 행복이가득한집 2017.11

히데코

올해 계획 중인 작업을 소개해주세요.


양유완 작가

올해는 해외로 저의 작업을 많이 소개하고 싶어요. 비단 리빙웨어로만 그치는 것이 아닌 평면 작업과 설치미술 혹은 조형 작업에 조금 집중해볼까 합니다.
🍶 히데코가 만난 작가
2. 모와니 글라스, 양유완 작가 👆

제프입니다.

사운드스케이프(음풍경)를 연구하면서
자연에서 채집한 소리를 활용한 창작 활동을 하며, 
도쿄, 서울, 쾰른을 거점으로 음향 콘텐츠를 제작하는
KNOISELY를 운영합니다. 
자연의 소리의 가치를 알리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림에 소리를 디자인하다

  요즘 매우 즐기는 일이 있다. 작품이 준비된 공간에 소리를 디자인하여 그림 감상을 돕는 일이다. 몰입을 위한 공간 안, 이젤에 놓인 그림. 주의를 끄는 다른 것은 없다. 작품과 시선과 마음만이 존재할 뿐이다. 실제 르네상스 시대 이전에는 홀로 그림을 감상하거나 소수만이 모여 그림을 즐겼다고 한다. 나는 단 한 사람만을 위한 공간에서 그림을 마주했을 때 작품 속으로 몰입되는 이 '소리 공간'만의 경험을 줄 수는 없을지 고민했다. 어쩌면 해설자가 없는 상황이 보고 듣는 이에게 불편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약간의 불편함이 영감의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다듬으며 의도를 소리에 담기 시작한다.

  나에게 주어진 이번 그림은 Marc Chagall의 mirror in a bouquet이다. 파리 Opéra Garnier 천장에 그려진 그림의 석판화이다. 

오페라 가르니에(L'Opera Garnier) 그려진, 마르크 샤갈의 유일한 천장화 <꿈의 꽃다발>. 석판화를 국내에서 있는 곳은 서울 성수동의 meetme. 

  고민은 이어진다. 샤갈을 알고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 그려질 당시에 대해 알아본다. 질문들이 생긴다. 오페라 극장 천장에는 이미 신고전주의 작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앙드레 말로는 샤갈과 함께 새로운 그림을 기획했을까. 1964년 작업을 마무리한 샤갈은 어떤 감정을 느꼈기에 작품을 헌정하는 연설에서 프랑스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을까. 작품이 대중에게 오픈되는 날, 홀에 모인 사람들은 샤갈이 그려낸 위대한 14명의 음악가의 아름다운 대작들로 수놓인 천장화를 보며 무엇을 연상했을까. 샤갈이 그린 각 오페라의 장면을 위한 소리들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그림에 묘사된 모티프들이 어우러진 하나의 새로운 음악이 필요할까. 그림 속 주인공들의 어디에 집중해야 할까.

  나는 샤갈이 그림을 통해 언제나 기억되기를 바랐을 각 음악가의 작품을 드러내기로 하고 이제 그림 속 작품들의 묘사를 표현하는 음악의 프레이즈를 찾아낸다. 그리고 각각의 곡이 이어지도록 한다. 그림과 소리와 공간 그리고 샤갈의 마음과 듣는 이가 모두 하나로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사진  : 제프

  1964년 실제로 그림이 개막되던 날,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Jupiter Symphony가 연주되었고 이윽고 천장의 중심에 있는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밝혀지면서 샤갈의 천장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곳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작품을 올려다보며 로미오와 줄리엣을 발견하곤 베를리오즈를 떠올렸을 것이고, 카르멘을 찾아내고서는 비제를 생각해냈을 것이다. 이렇게 14명의 작곡가와 이들의 작품 주인공을 떠올리면서 사람들은 분명 각 음악의 선율과 오페라 가수들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듣고 싶어지지 않았을까. 샤갈의 석판화를 보는 이들도 당시 홀에 있었던 사람들처럼 각 음악을 듣고 싶지 않을까. 그림의 제목처럼 샤갈의 그림을 마주한 모두에게 꽃다발처럼 느껴질 그림과 음악 말이다.

소리 공간을 위한 곡 순서는 아래와 같다.
Berlioz, “Roméo et Juliette”
Debussy, “Pelléas et Mélisande"
Rameau, "Les Fleurs  Féte persane"
Stravinsky, “The Firebird”
Bizet, “Carmen”
Gluck, “Orpheus and Eurydice”
Verdi, ”La Traviata”
Wagner, “Tristan and Isolde”
Mozart, “The Magic Flute”
Tchaikovsky, “Swan Lake”
Moussorgski, “Boris Godounov”
Adam, “Giselle”
Ravel, “Daphnis et Chloé”
Beethoven, “Fidelio”

  이제 나도 감상하는 입장이 되어본다. 이 음악들이 일러주는 감정을 그림 위 주인공들에 비추어 본다. 그림이 표현하는 시상을 통해 내 안의 울림을 느낀다. 1964년 Opéra Garnier의 천장이 환하게 드러난 순간을 마주한 사람들의 마음이 되어본다. 샤갈이 프랑스에 바친 작품 mirror in a bouquet. 마치 천장을 올려다보는 듯, 우린 그를 우러러 느끼며 그를 향하는 음악에 자신을 태워 그날 그곳으로 소리 여행을 떠나보낸다. 꿈과 같은 작곡가들의 음악이 한아름 품에 안겨짐을 느낀다. 그리고 mirror in a bouquet의 음악적 표현 속에 비추어진 꽃처럼 아름다운 나를 알아간다.

  세상의 모든 작곡가의 꿈과 작품이 더욱 빛나기를 바랐던 샤갈의 마음으로, 소리와 함께 다가가는 꽃다발 속의 거울 mirror in a bouquet처럼 말이다.

마르크 샤갈의 유일한 천장화 <꿈의 꽃다발>. 그림에서도 소리가 연상되어, 음율이 그림의 감상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고 믿는다. '소리'라는 감각의 가치를 더욱 알아가시기를 바란다. (사진 설명 : 제프)  

🎵제프 : 일상에서 접하는 다양한 소리에 대한 시선
3. 그림에 소리를 디자인하다 👆
요즘의 고민이나 어제의 불편한 마음을
히데코에게 들려주세요!
그에 맞는 레시피를 알려드릴게요!
음식을 함께 먹으며 마음을 전하는 일,
히데코가 도와드려요!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는 "레시피의 힘" 기대해주세요!
히데코레터를 함께 보고 싶은 친구에게 추천해주세요!
(아래 버튼 클릭 후 링크를 공유해주시면 됩니다)
stibee

좋은 뉴스레터를 만들고 전하는 일,
스티비가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