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한 해 동안 24권의 책으로 독자 여러분을 만났어요. 여러분의 2022년은 어떠셨나요?
복기하고 싶은 과거도 있고, 얼른 지나가길 바랐던 일도 있을 거예요. 간직할 것은 간직하고 흘려보낼 것은 잘 흘려보내며 즐거운 연말을 누리시길 바랄게요. 오늘 레터는 1년간 함께 달려온 <오!레터>의 연말 결산과 오월의봄 구성원이 2022년을 정리하며 털어버리는 시간을 가집니다! 다음 레터는 진정한 주인공인 구독자 여러분의 이야기도 함께 담아보려고 해요. 글을 다 읽고 나면 하단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적어주실 수 있는 폼이 마련되어 있으니,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아직 2022년 안 끝났어요! 한 번 더 돌아옵니다! 참, 미리 메리 🎄
오!레터 연말 결산
제일 많이 오픈된 메일은?

가장 오픈율이 낮은 메일은?

22화, 이제는 낯설지 않을 거예요!

(미처 못 보신 분들은 제목을 Click Click 해주세요!)


지금까지 보내주신 피드백의 수는?: 164개

독자 피드백 중 가장 많은 글자 수는?: 899자

(글자 수와 관계 없이 모든 피드백이 소중합니다)

독자 피드백 중 가장 많이 쓰인 말은?

✱1위: 오월의봄 사랑해요(저희도요)

✱2위: 그럴리가요('아쉬운 점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3위: 음(새로운 코너 추천 질문에. 죄송합니다)

✱공동 3위: 글쎄요(위와 같은 이유)

'<오!레터>에서 보고 싶은 것'에 대한 답변

✱<오보에 : 오!레터의 보석같은 에세이> 에세이에 대한 코너를 추천해봅니다 ㅎㅎ 요즘 누구나 에세이를 쓰는 시대라, 브런치나 블로그의 조각글을 추천해주는 코너도 좋을 것 같아요!

✱책 만드는 과정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실 텐데 책 관련 자료의 수집 과정 같은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북클럽 이야기 이번에 나왔는데, 북클럽 하게 되면 어떤 독자들이 있는지 서로 소개해도 좋겠어요. 책 친구를 이렇게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책을 편집하고 디자인하는 과정의 고민들이 듣고 싶어요.

✱뭐든 좋아요~ / 믿고 읽을게요. / 지금 보내주시는 코너만으로도 이미 너무 좋고 충분합니다!


오월의봄에게 독자분들이 전해주신 말말말 

✱거의 유일하게 정독하는 북레터입니다. 오래오래 보내주세요 :)

✱늘 응원해요. 책의 두근거림을 잊지 않게 해주는 곳이 오월의봄이에요.

✱오월의봄 친구들과 책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꼭 얘기 나오는 출판사입니다! ㅎㅎㅎ

✱오월의봄 사랑합니다… 특히 2021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매번 신간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아니 이렇게 빨리 신간이 또 나왔는데, 매 책이 이렇게 시기적절하고 인상적이라고”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놀라워하고 있어요… 무서울 정도로…!!!!! 부디 지치지 않을 만큼 일하시고 오래오래 책을 내주시길요!!!

✱오월의봄에서 나오는 책뿐 아니라 출판사 문화, 구성원 등도 다양하게 알고 싶어요. 제 주변 지인들은 오월의 봄이라는 출판사 자체에 매우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ㅋㅋㅋㅋㅋ

✱너무 좋았어요. 꾹꾹 눌러담아 읽겠습니다. 직장에서 지하철 시위가 있는 날, 사람들이 늦을 때마다 듣는 한숨이 그냥 늦어서 힘든 것까지이기만을 홀로 바란 적이 많거든요. <나, 함께 산다>를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세상에 관심이 덜한 제게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어서 감사드려요. 앞으로도 제가 모르는 밝고 어두운 세상의 이야기를 전달해주세요 :)

✸오월의봄'es SAY 
🏕️캠퍼의 2022

📻 올해의 팟캐스트: <생방송 여자가 좋다>

퀴어 문화 기획자이자 드랙 퍼포머 금개와 아장맨이 함께 진행하는 이른바 “여자 사랑 교양 방송”. 올해 이사를 하며 길어진 출퇴근 시간을 웃음으로 채워준 귀한 방송이었어요. “우리만의 농담을 발명하자”는 금개님의 트위터 소개 문구는 이 방송으로도 구현되는 듯합니다.


🎼 올해의 노래 : 늑대가 나타났다 (이랑, 2021)

정밀아님의 <광장>에 이어 또 한번 가슴에 불을 지펴주는 이 노래…… 아마 많은 분이 올해의 노래로 꼽을 것 같아요. 행안부 검열로 민중가요로서의 어떤 서사까지 완성되어버린 이 곡을 올해의 노래로 꼽지 않을 수 없네요.


💬 올해의 말 : “덜 읽게 되면 싫어하게 돼요.”

“덜 읽게 되면 싫어하게 돼요. 자기가 안 읽으니까 안 읽는 것들을 나쁘게 평가하는 …… 왜냐하면 내가 모르니까 모르는 걸 정당화하려면 싫어해야 돼요. 내 취향이 아니고 세상의 취향이어야 돼요. …… 그 모습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 거예요. 그럼 계속 읽어야 되는데, 읽으면 좋은 게 나와요.”

이건 제가 직접 들은 말은 아니고, 팟캐스트를 통해 들었던 말입니다. (올해는 팟캐스트를 정말 많이 들은 것 같네요.) 올해 《이제 그것을 보았어(난다)와 《언더스토리》(민음사)라는 두 권의 책을 낸 편집자이자 문학평론가인 박혜진님이 <책읽아웃>에 출연해 했던 말이에요. 개인적으로 머릿속에서 번개가 쳤던 순간이라 옮겨봅니다.


🕊️ 올해의 연결: 새 밥 주기

먹지 않는 아몬드가 찬장 안에서 굴러다니는 걸 보다가 문득, 새들에게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검색해보니 열매와 곡물을 정말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새 밥을 주기 시작했더니 아침이면 동네 직박구리와 박새들이 찾아오는 호사를 누리게 됐습니다.

모래의 2022

😭 올해의 낭비: 인디자인 구독료
'인디자인을 익혀두면 간단한 이미지 정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큰 오산이었습니다. 제가 만드는 것들은 왜 이리 하찮아 보이는지… 하하. 오월의봄 SNS를 보시다가 뭔가 수상한데? 싶으시다면 아마 제가 만든 이미지일 겁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연간 결제로 해서 매달 손 쓸 틈 없이 2만 원 이상이 쑥쑥 나가고 있는데, 해지 혹은 미감 실력 향상에 팁을 주실 분들은 도와주세요!

🍞 올해의 냠냠: 피스타치오 스프레드
지난 마니또로 인해 제 삶 전반이 풍족해졌다면 믿으시려나요? 가내수공업자님께서 선물해주신 '폴리콤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는 정말 극락의 맛이었습니다. 누텔O, 비켜!

🏛️ 올해의 미술관: 해든뮤지엄
친구와 즉흥적으로 떠난 강화도, 친구의 열혈 검색 덕분에 이곳에 가게 되었어요. 2013년에는 <올해의 건축 베스트7>에 올랐다고 해요. 여긴 야외 공간이 best of best인데요. 이름하여, '시크릿 가든'이 있습니다. 건물의 겉면이 거울로 이루어져 있어 저 멀리까지 아름다운 자연이 그림처럼 담겨요. 그 속에 내 모습도….

올해의 시도: 풋살
1월부터 친구들과 팀을 꾸려 풋살을 하게 되었어요. 와아, 1월에는 1분만 뛰어도 목에서 피 맛이 났는데 12월이 된 지금 10분은 뛴답니다! 뛰고 있으면 내 몸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돼요. 정강이는 어딘지, 발목은 어딘지, 뒷목은 어디인지(아프거든요). 그런데 이 느낌이 그렇게 좋습니다. 소리를 빽빽 질러가며 경기를 뛰고, 바닥에 벌러덩 누워 바싹한 잔디를 느끼고 있노라면 스코어는 중요하지 않고 내가 나를 위해 무언가 하고 있다는 느낌, 누군가와 만나고 있다는 느낌만으로 충만해져요. 처음엔 공을 잘못 차기만 해도 "앗, 죄송해요!x999"라고 했는데, 이제는 "쏘리~" 합니다. 실수하는 건 미안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 친구들 덕분에요. 이제 겨울이니 각자의 최선이 입김을 통해 나오는 모습을 보겠군요!

🌊 올해의 판소리: <노인과 바다>, 이자람
올해의 판소리라고 적었지만, 제 인생의 유일무이한 판소리 공연 관람이었어요. 저는 이날 제가 한국말을 이해한다는 사실에 깊이 감격하였습니다. 소리꾼 이자람님은 판소리가 무엇보다 관객이 함께 만드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얼씨구" "좋다" 무엇이든 추임새가 나오는 대로 넣어도 괜찮고, 그저 편안히 즐기다 가도 된다고요. 판소리가 이런 거였어? 장군님이 이끄시는 대로 그저 따라가기만 한다면 어느새 당신은 멕시코만 망망대해 위에서 사투를 벌이는 노인 산티아고 곁에 서 있게 됩니다. 《오늘도 자람(창비)이라는 저서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어요. 「나의 이름은 한국 판소리 역사에 아주 중요하게 남을 것이니 당신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 한번이라도 내 작품을 직접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 "나 이자람 공연 봤어! 나 이자람 살아 있을 때 객석에서 같이 추임새했어!"하고 자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자람 장군님과 저를 믿고(?) 살아 계시는 동안 이 공연을 꼭 시도해보세요. "엄마, 나 이자람 공연 봤어!"

🕺서패동JYP의 2022


⛰️ 올해의 산책: 심학산 둘레길

올봄 어느 날, 심학산엘 갔더랬습니다. 자주 가는 곳입니다. 자주 가는 곳인데 둘레길은 몇 년 전 딱 한 번밖에 완주하지 못했습니다. 두어 번 더 시도하기는 했는데, 갈 때마다 길을 헤맸고, 힘이 들기도 해서 그 뒤론 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날따라 봄바람이 불었고, 문득 둘레길을 완주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가니 조금 지쳤습니다. 이 길이 맞나? 제대로 가고 있나? 돌아갈까? 뒤를 돌아보니 너무 멀리 왔습니다. 앞으로 계속 가야만 출구가 나옵니다. 한 번 들어서면 뒤돌아 갈 수 없다는 걸,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걸 그때 알았습니다. 그 뒤로 그 길을 자주 걷습니다. (유행어 ‘중꺾마’를 한번 써보고 싶어서 넣어봤는데, 중요한 건 되돌아가도 되고, 다른 길로 가도 된다는 것입니다.)

 

🍶 올해의 술집: 소설가

그날은 모 후배가 등단했다며 ‘소설가’로 오라고 한 날이었습니다. ‘소설가’는 합정역 부근에 있는 술집 이름입니다. 소설가가 된 후배랑 소설가에서 술을 마신 것이지요. 친한 후배가 운영하는 술집이고, 자주 갈 줄 알았는데 2년 만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술집 주인도, 그 자리에 모인 두 명의 후배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랬던지라 오랫동안 술을 마셨습니다. 글을 쓰는 마음, 술집을 운영하는 즐거움과 슬픔, 우리가 아는 사람들의 행복과 불행이 안줏거리였습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데 내 마음은 꺾인 지 오래. 그래도 소설 한 편 쓰고 싶은 마음이 든 특별한 밤이었습니다.

 

💿 올해의 음반: Art Of The Trio Vol.3 (Brad Mehldau, 1998)

요새 누가 선물로 음반을 주나요? 제가 그 선물을 최근 받고야 말았습니다. 며칠 전 동료가 음반 하나를 냅다 건네주었습니다. 음악 듣는 걸 좋아한다고 소문낸 보람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역시 꺾이지 않는 마음이죠. 음반을 감싼 비닐을 뜯고, 설레는 마음으로 음반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걸 참 좋아합니다. 요즘 아침저녁으로 이 재즈 피아노 트리오 음반을 틀어놓습니다. 선물을 받아서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 음반, 정말 좋은 곡들로 가득합니다. 이런 걸 명반이라고 하죠. 그래서 올해의 음반으로 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편독자의 2022

💝 올해의 선물: 나무 서랍 겸 책 거치대
여행 다녀온 친구가 선물해준 새집 모양의 귀여운 나무 서랍 겸 책 거치대. 삼각형 모양의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도 재미있고, 무엇보다 향긋한 향나무 냄새가 심신을 평화롭게 해줍니다.  

🏘️ 올해의 사람들: 《집으로 가는, 길》 필자팀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들
진정한 협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매 순간 생생히 느끼게 해준 사람들. 덕분에 빠듯한 출간 일정 속에서도 내내 좋은 에너지가 넘쳐났어요. 

🥣 올해의 반찬: 정체불명의 산나물
엄마와 이모가 지리산에서 공수해 무쳐준 놀랍도록 연하고 고소한 산나물. 안타깝게도 이름을 모르지만, 무쳐 먹어도 맛있고 나물밥을 해서 참기름에 간장을 둘러 먹어도 맛있습니다. 반드시 이름을 알아내 더 사먹고 싶어요.

🌿 올해의 녹음綠陰: 광릉숲 국립수목원
광릉숲 국립수목원의 푸른 녹음이 생각나요. 덕분에 초여름을 기분 좋게 시작했던 것도요. 수목원 내부는 물론, 수목원에 이르는 길 양옆에 빼곡한 풀과 나무들, 지루하지 않게 조성된 나무 데크 산책길만으로도 힐링되었던 곳입니다. 

🚶‍♂️올해의 순간: 삼회리 북한강변 산책

《집으로 가는, 길》 마감 후 고즈넉한 삼회리(청평) 북한강변을 산책하던 순간. 아름다운 벚꽃길을 자랑하는 스팟이 전국에 참 많은데, 삼회리는 단연 그중 한 곳이에요. 물과 산을 동시에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고즈넉한 북한강변의 모습

🎨가내수공업자의 2022


🙏 올해의 소원 성취: 방탈출 at 던전!
지난달 말에 저의 오랜 소원이었던 방탈출을 했습니다. 그동안 아무도 같이해주려 하지 않아서 묵혀두었던 체험이었는데요. 드디어 친구들이 저의 성화에 응답해 홍대 ‘던전(!!)’에서 소원성취하였답니다. ‘던전’ 입구에서 부끄러워했던 칭구드라 고마워~


🎮 올해의 게임: 디아블로2 레저 섹션
대학 생활의 기쁨이었던 ‘디아블로2’의 리마스터판 ‘디아블로2 레저 렉션’이 2021년 가을에 출시되어 올해도 꼬리뼈의 통증을 견디며 게임을 했습니다. 20년 전에 엄마에게도 가르쳐드린 게임인데요. 엄마는 여전히 ‘디아블로2’를 고집하시다가 레저렉션의 화려한 그래픽을 40인치 모니터로 감상하시더니 고집을 꺾으시고 레저렉션으로 턴하셨지요. 배틀넷도 원활해서 종종 엄마와 아이템을 교환하며 내년에 출시되는 ‘디아블로4’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블리자드여, 제발 ‘디아블로2’만큼만 만들어다오. (디아블로3은 노잼)


🌶️ 올해의 신세계: 김장
친구와 난생처음 김장을 했습니다. 절인 배추를 주문해 놓고 여기저기에 김장한다며 설레발을 떨었더니 베테랑 김장러들은 무심하게 각자의 비법을 한 마디씩 보태시더군요. 20킬로의 김장을 끝내고 200포기쯤 한 듯 뒤풀이가 길었지만 익은 후 먹어본 김치는 딱 제 스타일이었습니다. 김치부심이 샘솟는 저를 보며 엄마들이 김치, 된장, 고추장, 매실청에 그토록 집착하시는 이유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기껏 빵, 과자를 쟁여놓는 것에 비하면 그것은 유니크 아이템 쟁이기였다는 사실을……


🌈 올해의 이별
세브리캉. 천하제일 귀엽고 착한 내새끼 보고 싶다.

세브리캉 (2012.3.31~2022.4.4)
🥟만두맨의 2022

👩‍👧올해의 만두 
별명이 만두맨인 만큼 올해의 만두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떤 만두를 꼽을까 고민하다, 올해 설에 먹었던 만두를 떠올렸습니다. 제 원가족은 모두 만두를 참 좋아하는데, 아마도 핏줄의 힘일 거예요. 서울 토박이인 엄마와 이북 남자와 결혼해 살았던 할머니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니까요. 우리집 만두는 이렇게 만들어 먹어요. 돼지고기와 소고기 간 것에 물기를 짜낸 두부를 넣고, 숙주, 배추, 양배추는 데친 후 채를 쳐서 이 역시 물기를 짜서 만두소에 더합니다. 대파와 양파도 곱게 다져 (잔뜩) 넣습니다. 거기에 소금과 깨소금을 넣고 챔(참)기름을 인정사정 없이 콸콸 부어넣습니다. 그걸 수없이 치대서 만두소를 만들어 둡니다. 그리고 만두는 언제나 먹기 바로 직전에 빚습니다. 빚자마자 끓는 물에 만두를 삶아낸 후 삶은 물을 곁들여 초간장을 쳐서 먹습니다. 만들면서 먹어대는 즉석요리입니다. 한쪽에선 빚어대고 한쪽에선 삶아대고 한쪽에선 먹어댑니다. 만두소를 해둔 후에는 매번 “이걸 어떻게 다 먹지” 하다가도, 동치미나 양배추 김치와 함께 먹다 보면 그 많던 만두가 어느새 사라지고 없습니다. 이 만두를 꼽은 건, 아마도 곧 헤어지게 될 엄마에게서 제가 물려받은 가장 소중한 유산 중 하나이기 때문이에요. 이 만두의 맛은 그와 함께한 세월에 기댄 것으로, 그 만두를 오래도록 먹어오고 함께 만들어온 자에게만 물려지는 것이니까요. 혀에서 혀로 이어지는 맛이라는 건 참 신기하죠. 올해 설에 엄마의 지휘하에 만들었던 그 만두는 엄마와 헤어지고 난 후에도 엄마를 기억하는 저만의 방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사회건강연구소 기획, 김미영·김향수 지음

청년=젊음=건강? 우리 사회가 젊음과 건강을 어떻게 겹쳐 이해하고 있는지, 이로 인해 젊지만 아픈 청년에게 드러내는 사회의 모습은 무엇인지 7명의 '골골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톺아봅니다. 만성 비염이나 허리 디스크, 건선 등 중한 정도가 덜하다고 여겨지는 병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는 청년들은 '건강한 몸이라는 기준에서 탈락한 비효율적인 몸'과 '중증 환자도 아닌 젊은 꾀병 청년' 사이에서 갈피를 잡기 어렵습니다. 

우리 사회의 '정상성' 기준에 관한 고찰, '우리는 누구나 언제나 아플 수 있다'라는 명제에서 '완치'를 목적으로 두었을 때 생겨나는 문제점, 워라밸이나 돌봄의 관계, 보건의료 체계, 사회복지 제도의 맥락을 모두 아울러 살펴볼 수 있습니다. 
추천사를 써주신 노동건강연대의 김명희 운영위원장님의 말씀처럼 "개인적 문제를 공적 이슈로, 공적 이슈를 개인적 의미로" 번역하는 작업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에요. 
경상국립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기획, 김명희·김석웅·김종곤·김형주·유해정·유제헌·이재인·진영은 지음

"국가가 규정하고 인정해온 협소한 ‘피해자’ 범주를 벗어나 생애사적 사건으로서 5·18이 이를 경험한 시민들의 생애사적 지평에서 어떻게 고통과 침묵의 언어로 재생산되고 나아가 이전과 다른 삶의 방식을 살아가게 했는지를 탐문한다." (서문에서)

이 책의 제목이 '다시' 쓰기인 이유는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사건사적으로만 접근했던 방식과 다르게 인권의 관점으로 접근하기 때문이에요. 이전에는 5·18의 피해자가 사망자·행방불명자·부상자·유가족 등에 국한되었다면, 이 책의 연구자들은 인권법적·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피해자 유형'을 새로 씁니다. 재난 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되거나 충격이 큰 외상 사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일선대응인부터 세부적으로 나뉜 목격자, 5·18항쟁 이후 역사적 진실을 대면하며 광주항쟁을 추체험한 사람들까지 아울러 피해자로 규정해요. 

어떤 관점으로 피해자를 설정해야 하는지, 그들에게 어떤 사회적인 치유가 필요한지 잘 짚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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