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엔 청송으로의 짧은 여행을 즐겼습니다.

  10년 가까이 배우러 다니는 한식 클래스 스승님과 함께한 청송 고택 스테이. 가는 길에 영주에서 식사를 하고 무섬마을에 잠시 들렀어요. 마을 앞에 흐르는 내성천의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요. “샴페인 한 병 들고 올걸...” 애주가인 우리 모두는 아쉬워하며 쳐다만 봤습니다. 다음에 오면 꼭 얕은 내성천에 발을 담고 샴페인을 마시기로 했어요.

  평일에 찾아간 청송의 마을은 조용했습니다. 저녁노을이 펼쳐지는 시간엔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산책했는데요, 걷는 동안 잡념이 사라지더라고요. 저녁엔 각자 가져온 안주와 각종 술을 꺼내서 늦게까지 수다 시간을 보낸 후 개구리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엔 주왕산으로 출발했습니다. 꽃이 핀 나무들도 구경하고 행복했습니다. 남편한테 사진을 보내줬더니 대구 출신인 나도 아직 못 가본 산이라며 무척 부러워하더라고요. 언제 한번 주중에 휴가 내고 같이 가기로 약속했지요.

 1박2일에 짧은 여행이었지만 저도 내성천 물처럼 맑아진 것 같아요.


하루밖에 안 지난 청송 고택 여행을 다시 계획하며

히데코 올림 



* 연희동 요리교실은 봄 학기를 마무리하고 5월 한 달간 방학을 보내고 있습니다. 6월부터 시작하는 여름학기를 준비하며 대표적인 강의를 소개하는 중인데요, 지난 주 <지중해 요리반>에 이어 이번엔 <일본 요리반>입니다!


  한국의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는 <일본 요리반>은 손쉽게 상을 차릴 수 있도록 구성합니다. 다시물 내기, 밥 짓기, 조림, 구이, 무침, 절임 등 일본 요리에 기본이 되는 조리법도 알려드려요. 초보자도 부담 없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에요!

새로운 수강생 분들의 기대✍️

😁<일본 요리반>을 통해 다양한 재료 손질과 조리법을 배우고 싶어요! 일본 문화도 함께 경험하고 싶습니다! 😄일본에서 1년, 하와이에서 1년 거주한 경험이 있습니다. 콘텐츠 기획하는 일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과 책을 통해 선생님의 요리교실을 알게 되었어요! 히데코 선생님께 일본 요리를 배우고 싶어요! 🤗 기사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주부라 늘 해먹는 세끼 밥 외에 다양한 요리를 배우고 싶어요!

(히데코 요리교실의 수강생분이 찍어주신 사진입니다)
<히데코 요리교실 대기자 등록 안내>
쿠킹클래스 대기자 등록을 하시면
가을학기 등록 시 잔여석을 파악하여
순서대로 문자 연락 드립니다.
*여름학기 대기자 우선 연락 중

3. 중국에서 한국으로 온 강소청 작가


  서울대 박사과정에서 졸업 논문을 집필 중인 강소청 작가는 중국에서 온 유학생입니다. 몇 년 전 서울대 미대 도예학과 작품전을 보러 갔을 때 알게 되었어요. 작품전은 관람뿐만 아니라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죠. 어떤 그릇을 구입할까 이것저것 살펴보고 있을 때 “달항아리를 사시면 큰 접시 하나를 할인해드릴게요!”라는 말이 들렸습니다. 강소청 작가였어요. 약간 한국어가 어색한 느낌이라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를 물으며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본고장인 중국 경덕진도자대학교에서 도예를 공부했는데 더 깊은 연구를 위해 한국인 스승을 따라 서울대학교에 왔다고 했습니다.
  전시회에서 처음 만나 아주 크지는 않지만 하늘색 빛이 도는 신기한 달항아리를 구매했어요. 유약 성분이 더 많은 유리 같은 느낌의 하늘색 그릇들을 하나둘 더 모았고요. 연희동 요리교실에 방문한 소청씨가 그릇에 제 요리를 담아보는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강소청 작가의 작품으로 세팅한
'히데코의 연희동 요리교실' 테이블 풍경과
처음 만난 날 구입한 달항아리. (사진 제공 - 히데코)
  안녕하세요, 도자기를 만드는 강소청입니다. 중국 경덕진도자대학교(景德鎮陶瓷大學)를 졸업했습니다. 서울대학교 도예전공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박사과정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청자유약의 새로운 표현과 현대적 가능성을 모색해 나가고 있습니다. 두꺼운 청자유약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색조언어와 그 깊이감에 깊이 감명받았습니다. 그래서 청자유약의 물성을 활용해 작업을 하고, 다양한 청자유약에서 드러나는 발색, 질감, 농도, 기포 등 효과들을 통해 많은 상상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어떻게 한국으로 도자기를 배우러 오게 되셨나요?"


  도자기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경덕진미술대학교에서 제일 인기 있는 과가 도예과라서 지원했었습니다. 그래서 1, 2학년은 방황하며 보냈는데, 3학년 때 한국인 교수님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도자기를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뒤늦게 밤을 새우면서 4학년 졸업전 준비를 했는데, 한 작품만 제출하면 되지만 다섯 작품 만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부족한 작업이지만, 그 작품들로 비엔날레에 참가해서 입선했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원하는 것도 알게 되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았는데, 딱 맞는 전공 과정이 없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중국 도자대학은 3가지 세부 전공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전통 도자기, 산업도자기, 실험적 예술로서의 도자기, 이렇게 3 전공입니다. 저는 현대적인 미감을 지닌 도자기를 만들고 싶은데, 세 가지 전공과정을 마친 작가들의 작품은 제가 추구하는 작품 이미지와 차이가 많았습니다. ('푸르름의 깊이를 입히다' - 인터뷰 발췌)


"타지 생활하면서 작업하시는 게 쉽지는 않으실 거 같아요. 계속하는 힘을 어디서 얻으시나요?" 


  긍정적인 마음과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은 예상할 수 없고 변동이 많습니다. 작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작업을 하다보면 작업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만나는 어려움이나 과제가 생기는데, 순간 순간 하나씩 차분히 해결해나가는 데에 즐거움을 느낍니다.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시장에서 여러 재료를 찾아 요리를 만들어보곤 해요. 시장을 가득 채운 다양한 생물의 발색, 질감이나 상태를 보면 발상이 떠오르고 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시장에 계신 아주머님들과 이 재료를 가지고 음식을 어떻게 맛있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일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그럴 때면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잊곤 합니다. 기본 재료들의 재조합 및 조리를 통해 새롭고 풍부한 맛과 모습을 구현해내는 일은 매순간 기대됩니다. 어떤 점에서는 도자유약을 제조할 때의 기분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청백여담(青白餘談) 시리즈 작품 사진. (사진 제공 : 강소청 작가)

"<청백여담> 시리즈를 오래 작업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청백여담(青白餘談)'이란 주제를 가지고 몇 년간 작업을 해왔습니다. 청백여담 시리즈는 청자유약의 푸른 빛깔과 백자의 하얀 태토를 대비시킨 작업입니다. 또 백자에 청자유약의 두께 차이를 이용한 농담 효과를 표현한 작업이기도 합니다. 청자유는 두께에 따라 푸름의 정도가 좀더 짙어지기도 하고 옅어지기도 하는 데, 저는 그런 청자유 농담을 활용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요리교실에서 사용한 강소청 작가의 큰 접시. (사진 제공 : 히데코)

"작가님의 작업엔 큰 그릇, 넓은 접시가 많습니다. 좋아하는 그릇의 크기나 용도가 있나요?"


  작업을 할 때, 담을 만한 음식 종류를 크게 고려하지는 않습니다. 제 그릇이 좋다면서 오랫동안 후원을 자청해 주시는 요리연구가님이 계셔서 한국의 음식 문화를 많이 알게 되었지만, 막상 작업을 할 때는 그런 것들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접시를 만들 때는 하늘이나 바다처럼 푸른색이 아주 넓게넓게 펼쳐지는 상상을 하면서 만들고, 오목한 그릇을 만들 때는 푸르름이 깊고 짙게 드리워지는 상상을 하면서 만듭니다. ('푸르름의 깊이를 입히다' - 인터뷰 발췌)


"올해 계획 중인 작업을 소개해주세요."


  최근 작업은 청백여담 시리즈와 달리 유약 그 자체의 재료학적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기물에 덧입히는 부차적인 재료로서의 유약이 아닌, 유약 물성 자체가 효과적으로 드러나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개발한 청자유약은 1280도 고온에서 유리질이 되면서 그 질감과 발색이 더 풍부하고 극대화되어 나타납니다.
  이러한 시도는 새롭기도 하지만 역사가 오래기도 합니다. 송나라 때는 청백자가 옥의 대용으로 개발되었고, 이집트에는 이집션 페이스트라는 나트륨유리가 있습니다. 이집션 페이스트의 경우 900도 정도에서 녹는데, 제가 만드는 유약은 1280도에서 녹아 강도와 발색이 더 발전된 유리질 재료가 될 것 같습니다.
🍶 히데코가 만난 작가
3. 중국에서 온 강소청 작가 👆



5월 한달 간 '집'이라는 주제로 히데코레터 구독자의 글이 연재됩니다.


구독자 소개

잠시 프라하에 살았습니다.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합니다.

관심사가 비슷하면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밖의 풍경까지 내 집인 이유

  '우리 집이 살기 좋은 곳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은 책을 읽다가 인상적인 문장을 발견할 때의 기분과 비슷하지 않을까. 집 안 공간만으로도 좋지만 주변 풍경 덕분에 집이 더 마음에 들었다. 문단과 행간 사이에서 눈에 띄는 한 문장이 한 줄만으로도 인상적인데 문맥 안에서 그 가치가 더 피어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프라하의 내 집은 혼자 살기에 더없이 좋았다. 높은 천장은 시원한 느낌을 줬고, 창문을 열어두면 조용한 골목 안 분위기가 그대로 들어왔다. 침실과 거실 겸 부엌이 구분되어 있어 안락하고 쾌적했다. 집에서 시간을 보낼 땐 넓은 책상에서 마음껏 책을 읽고 공부를 했다. 낮부터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며 영화를 보기도 했다. 레시피를 기억해두었다가 나를 위한 상차림을 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집 밖도 큰 만족을 주었다. 근처 가까운 곳에 시립 도서관이 있었다. 나 같은 외국인에게도 무료로 개방되는 도서관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걸어갈 만한 거리에 공원이 있었다. 거주민들이 산책하는 곳을 걸을 때면 나도 현지인이 된 것 마냥 편안했다. 아주 가까이, 골목 모퉁이에 근사한 카페가 있었다. 집에서 마셔도 될 커피를 굳이 카페까지 가서 마셨던 건 커피가 맛있기도 했지만 카페 안 소소한 소음이 정겨웠기 때문이다. 집 안에 있을 때도 좋았지만 프라하의 집이 더 가치 있던 것은 이런 주변의 풍경이 더해졌을 때였다.

Národní technická knihovna / Letenská pláň / Kavárna Místo. 오랜만에 체코어로 지명을 써 넣으니 더 생생해지는 그 시절.

  봄이 한창인 어느 날 우연히 찾은 곳은 프라하 성이 마주보이는 공원이었다. 잔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유모차를 끌며 산책하는 사람들, 반려견과 함께 나온 사람들 등 저마다 봄을 만끽하고 있었다. 나도 한참을 앉아 있었다. 계절이 바뀐 것을 실감했고 앞으로 몇 번 더 이곳에서 봄을 맞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집으로 돌아갈 땐 지나치기만 했던 집 근처 꽃가게에서 몇 송이의 꽃을 샀다. 봄을 내 집에 들이는 방법이었다. 밖에서 받았던 기운을 안고 들어온 것이다. 

 집이라는 공간은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확장된다. 밖으로 나갈 땐 내부로부터 채워진 의욕을 가지고 나간다면 다시 집으로 향할 때는 외부로부터 받았던 자극을 안고 들어선다. 의욕으로 하루를 살다가 자극으로 일상을 가꾼다. 집 안과 밖은 그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거주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삶을 제공해준다.


 단 한 줄도 충분하지만 문맥 안에 있을 때 더 가치 있는 책 속 문장처럼 프라하의 집은 독립된 공간으로도 훌륭하지만 주변 풍경 덕분에 더 근사했다. 프라하 그곳에 내가 살았다.




히데코 프렌즈 : 집, 취향의 공간 
2. 밖의 풍경까지 내 집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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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21일 토요일에 히데코 요리교실에서 작은 마켓을 오픈합니다! 가벼운 와인과 식사를 준비했어요! 그동안 책이나 레터에서 소개해 드린 작가분들 제품들도 보실 수 있어요! 좋은 날씨, 여름 학기 전에 좋은 시간 함께 나눠요! 오시는 시간과 인원을 알려주시면 됩니다!
요즘의 고민이나 어제의 불편한 마음을
히데코에게 들려주세요!
그에 맞는 레시피를 알려드릴게요!
음식을 함께 먹으며 마음을 전하는 일,
히데코가 도와드려요!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는 "레시피의 힘"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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