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이민자들에게만 허락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Newsletter Issue 93

15 Oct, 2021  1364 Subscribers
 
 
 

온 몸에 퍼진 정신의 피로함에 육체도 그만 역할을 놓아버리고 만다. 집에 돌아오는 길 오늘 하루의 기회비용을 되찾아 보려는 생각에 남아있는 생명력을 더듬지만 이미 제 몫을 다한 몸은 관두라 한다. 차에서 내리자 성큼 차가워진 기온에 놀라서 고개를 드니 하늘은 청아하다. 고갈된 정신과 육신의 상태가 돼서야 속된 맘이 그치고 그 청아함을 느낄 수 있다니 역설적이다. 이것이 젊음의 이면인가 싶다. 젊음의 에너지는 필요보다 넘쳐서 무언가를 좇고 갈망시키고 현재를 수단화시키고 만다.

왼뺨에 솟은 여드름이 과열된 에너지의 불순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욕심을 부려 몸과 마음을 다스리지 못할 때 어김없이 외피를 뚫고 나온다. 노인의 피부에 여드름이 없는 건 아직 내가 모를 다스림의 터득 덕분일지도 모른다는 문과적 상상력 발휘해보기도 한다. 이과생들 참아주길 바란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마무리 하면 좋을지 몰라 음악이라도 틀어논다. 꼭 이럴 때면 허세롭게 재즈 선율이 좋다. 끝날 듯 안 끝날 듯 이어지는 선율의 밀당이 어떻게 마무리 하면 좋을지 모르는 하루와 닮아있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도큐 season & work
 
 
 

1. Food by ClubComb
이민자들에게만 허락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USA/LA]
2.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Morning Glow by 住憲五(Kurozumi Kengo)
3. Movie by 단편극장
하코다테에서 안녕
4. Novel by 단편서점
킬러, 조 기자(1부, 1/9회)
5. Event by season & work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이민자들에게만 허락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USA/LA]
바로 comber
미국의 일반적인 일식집에서 튀김요리(일명 ‘덴뿌라’)를 주문하면 브로콜리나 오렌지색 고구마가 새우와 함께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인뿐 아니라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대대로 고향의 맛을 재현하고 싶어도, 이처럼 북미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에 한해서 대체적인 식문화를 형성해 왔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아이덴티티파밍(Identity Farming)'이라 불리는 무브먼트다.

이 무브먼트는 자신의 인종·민족적 배경에 초점을 맞추어 선조 세대에게 익숙했던 야채나 농법을 보존해, 각각의 정체성을 재인식하려는 이념을 기반으로 한다. 이를 앞장서서 이끄는 그룹은 백인 식문화에 동화되어 가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젊은 세대의 새로운 아시아계 농가다. 지역 이민 커뮤니티와 아시아계 셰프들의 협력도 함께 하여, 아시아계 농가의 수는 해마다 증가 경향에 있다. 2017년, 미국 농무부가 실시한 농업국세조사에서는 아시아계 농업사업주는 전미의 0.7%에 지나지 않고 경지면적도 백인의 대규모 농장에 미치지 못하지만 수입은 전미 평균을 웃도는 경우가 있음이 보고된 바 있다.

<아시아 퍼시픽 아일랜더 포워드 무브먼트(Asia Pacific Islander Forward Movement)>는 미국 LA 지역내 다양한 동남동아시아계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이들은 독자적인 ‘푸드 루트(Food Roots)’ 프로그램을 통해 아시아채소 시장정착을 담당하는 농민 네트워크 구축을 도모해 왔다. 또한, 경제적이고 지속 가능한 아시아 이민자들의 식생활을 지원해 왔다. 팬데믹 시대인 오늘날에는 고령자나 저소득 세대와 농가 양쪽 모두의 지원을 목표로 하는 야채 긴급 공급 서비스도 시작했다. 아시아채소를 일회성 붐으로 만들지 않는 풀뿌리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콤버노트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헤로니모>를 만든 전후석 감독을 만나는 계기 등으로 다시금 ‘디아스포라’ 담론에 푹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난 단비 같은 사례다. 우리가 생각하는 ‘역사’는 여전히 ‘정치/외교/경제의 역사’에 한정돼 있다. 그래서 역사는 늘 어렵고 일상에서 동떨어져 보인다. ‘생활사’라고 하는 역사 이해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데 식문화만큼 좋은 소재가 없다. 2019년 신한희망재단에서 3.1운동 100주년 기념으로 선보인 팝업식당 ‘독닙료리집’ 같은 사례도 아래에 함께 소개한다.


 

Morning Glow
by 住憲五(Kurozumi Kengo)
양의 아주 아주 주관적인 감상
제법 가을이라고 아주 선명하고 쨍한 시야가 기분 좋은 나날이다. 모든 게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다니 요즘 세상에 드문 일이다. 다만 일교차가 무섭다. 갑자기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다. 모쪼록 다들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 (날씨 어플에 영하의 날씨도 찍히던데 이거 실화입니까?)

차가운 아침을 조금 따듯하게 맞을 만한 노래를 가져왔다. 제목부터 아침노을. 따듯한 재질의 기타 루프가 반겨주고 반면에 강한 텐션의 베이스 연주가 너무 쳐지지 않게 분위기를 잡아준다. 벨사운드로 잡은 건반 소리도 기분 좋다. 특히 기타 연주가 좋은데 마이클 오닐이라는 기타리스트가 연주했다. 조지 밴슨과의 작업물이 많고, 알제로 아저씨 노래에도 연주 한 적이 있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켄고는 예전에도 한 번 <Juggler>라는 곡으로 소개한 적이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곡은 89년에 발매한 5집 앨범 [Pillow Talk]의 수록된 곡이다. 맬로우한 분위기의 소프트락 재즈 발라드로 가득하다. 89년에 발매한 앨범인데 불구하고 CD포멧으로 발매되었고, LP판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2017년에 LP로 리이슈 되어 LP판으로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켄고의 앨범은 버블의 끝판왕이다. 워낙 AOR 장르가 일본에서 유행하기도 했고, 미국 본토의 AOR 을 동경할 수밖에 없는 음반시장에서 켄고는 본인이 작곡한 곡들을 들고 미국으로 떠난다. 앨범의 타이틀인 八月のAngel’ 을 제외한 모든 곡을 켄고가 작곡했고 ‘David Garfield’라는 사람이 모든 곡을 편곡했다. 거기에 모든 연주자들도 미국 본토의 연주자들이었다. 이 앨범은 맬로우한 AOR 성향의 소프트록 위주의 곡들이 많으니 앨범 째로 한 번 들어보시길


season & work

 

하코다테에서 안녕

감독  김종관
출연  안소희, 정준원
개봉  2019
길이  6분
관람  유튜브
에이비의 감상 노트
새벽까지 편집 작업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 사람이 눈으로 소화하는 미디어 데이터가 얼마나 많을까? 거의 유튜브,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서 쉬지 않고 넘쳐 들어오는 데이터로 인해서 우리의 눈과 뇌는 야근에 야근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만들고 있는 작업물을 보았다. 꽉 차있는 타임라인. 갑자기 모든 자막, 효과, 트랜지션 등을 지우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냥 원초적인 것으로 돌아가고 싶은 그런 느낌.

눈이 동화처럼 내리는 일본 하코다테에서 두 남녀가 여행을 떠난다. 여자는 서로 다른 세계에 있는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헤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남자는 그것이 당신이 행복한 길이라면 그렇게 하겠다 한다. 그렇게 마치 시작하는 사람들처럼 풋풋하게, 하얀 눈 밭에 새로운 발자국을 찍듯 이어지지만 눈은 그 자국 위로 무겁게 내린다. 눈이 부신 풍경 속에서 마음은 부드러워졌다가 이내 먹먹해진다.

이 영화를 보면 처음에는 당황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영화와 다르게 두 남녀의 목소리에 하코다테의 풍경들만 나오기 때문이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나는 이것이 이 영화의 최고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상상할 수 있다는 것. 영화를 보면서 수 많은 정보들을 눈으로 빠르게 파악하고 머릿속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편안하게 저 풍경을 보면서 그 상황을 상상할 수 있다. 꼭 저 영화 속의 장면에 맞출 필요도 없다. 영화의 장면은 참고만 하는 것이고 눈을 감고 내 안의 추억들이 소환할 수도 있다. 그렇게 이 영화의 대사를 통해서 이 영화는 온전히 여러분의 영화가 된다.

 그러니까 오래 기억해. 하코다테, 우리가 같이 있던 세계, 여기 거리, 그 길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이 단편 영화는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가 제작하고 일본정부관광국이 후원한 마음 맞춤 일본 여행캠페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폴라로이드 작동법> , <더 테이블> 공간이란 개념에 일가견이 있는 김종관 감독 스타일의 여행 홍보라고 할까?

그리고 여자 주인공의 목소리는 우리가 아는 그 원더걸스의 안소희가 맞다. 걸그룹 활동 이후 연기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작품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 된다.

에이비

 

킬러, 조 기자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1부: 1/9회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문자 보면 전화 좀.]

문자를 받은 건 오랜만에 여유로운 평일의 오후였다. 그때 엄마가 내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신호음만 듣고도 엄마가 무슨 일로 전화했는지 직감했다. 하지만,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할아버지와 그다지 친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화를 받으면 장례식장에 일찍 불려가 잡일을 떠맡게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전화 신호가 끊기고 1분도 되지 않아, 엄마의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를 읽고도 괜히 5분 정도 텀을 두었다가 회사 계단으로 가서 엄마에게 전화했다.

 “응, 응. 바빠. 오늘 법원에 취재 갔다가 피해자 인터뷰하고, 변호사 만났다가... 저녁 늦게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거짓말이었다. 재판 취재는 어제였고, 인터뷰는 어제 저녁에 끝냈다. 스마트폰 너머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에는 슬픔보다는 귀찮음이 묻어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할아버지와 우리 가족은 거의 남과 다름이 없었다. 그런 남의 장례식에 불려가 며느리랍시고 갑작스럽게 이런저런 잡일을 하게 되었으니... 그렇다고 우리와 할아버지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할아버지는 늘 바빴다. 그래서 정을 붙일 시간도, 추억을 쌓을 시간도 없었다. 거기다가 내 초등학교 입학식 날 아버지께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면서 더욱더 남과 다름이 없어졌다. 나와 어머니에게는 말 그대로 사이가 좋을 것도, 나쁜 것도 없는 남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자마자 달력을 확인했다. 오늘은 화요일이었다. 사내 인트라넷에서 경조 휴가 규정을 찾았다. 친조부모의 상은 3일, 외조부모의 상은 1일의 휴가. 달력을 다시 봤다. 2021년이 맞았다. 언론사라고 해서 다른 회사만 조질 것이 아니었다. 당장 이 회사부터 취재해서 조져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아무튼, 내 경우는 3일의 휴가가 생긴다. 그러면 화, 수, 목. 이렇게 3일에 금요일에 연차를 붙이면 주말까지 총 6일의 휴가가 생긴다. 사실, 엄격히 따지자면 오늘은 이미 반이나 지나갔고, 하루 정도는 장례식장에 있어야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최현승
첫 연재: <카페, 커피그림> wrriten by 최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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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작은 조약돌과 같은 글을 꿈꾸는 최현승입니다.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LIVE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01 - 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 6.28(월)
"4차 산업혁명이 온다는데 온 거야 만거야"

02 - 김얀 작가 / 7.1(목)
"사회초년생! 오늘부터 '돈'독하게 모아보자!"

03 - 김찬호 교수 / 7.5(월)
"나는 왜 돈이 없다고 생각할까?"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01 - 유형곤(우리동네세탁소) / 7.8(목)

02 - 조수형(싸군마켓) / 7.12(월)
"파도가 칠 때는 업종변경을, 유통의 힘"

03 - 홍미선(땡스롤리) / 7.15(목)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면"

04 - 코보리모토무&최영미(시:시밥) / 7.19(월)
"두 사업자가 만나면"

05 - 장건희(육곳간) / 7.22(목)
"이 시국에 정육점에서 소세지집까지 사업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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