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여성의 활약이 눈부신 음식축제 <테이스트오브파리 2021>
 
Newsletter Issue 94

22 Oct, 2021  1371 Subscribers
 
 
 

엄마는 새집의 보일러 작동법을 모르겠단다. 미용실에서는 미지근한 바람이 앞머리를 쳐댄다. 차에 탔더니 엉덩이로 싸늘한 시트가 느껴진다. 고양이는 차가운 거실 창을 관통해 내리쬐는 정오 햇살에 두 발 팽개치고 누워 목덜미를 핥아댄다. 여기저기서 때 이른 겨울이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내 거리는 얼어붙고 금관악기의 포근한 음색이 울려 퍼질 것이다. 훤히 드러난 누군가의 목이 쌀쌀해 보일 것이다. 올해도 계절은 어김없이 제 역할 다 해내고 있지만 현실에 무뎌진 내 오감은 계절을 흠뻑 맞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주말이면 등산이라도 가서 의도적으로 오감을 개방시키고 싶지만 지난주도 결국 안 갔는지 못 갔는지 등산은 하지 않았다.

오뎅 국물. 내게 오뎅 국물은 겨울의 상징 같은 것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무한 리필은 오뎅 국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뎅 국물에 인색한 주인은 없다. 식어버린 길가에서 인심까지 느낄 수 있는 여러모로 따뜻한 먹거리다.

올겨울 오뎅 국물을 마실 땐 목도리도 풀고 스마트폰도 집어넣고 이어폰도 빼야겠다. 주머니에 천 원짜리 몇 장 넣고 다니는 것도 잊지 말자. 뇌는 캄캄한 어둠속에서 오감으로 세상을 인식한다는 되새기자. 마스크 착용 지침으로 후각을 앗아간 코로나가 다시 한번 미워지지만 이것도 핑계라는  인지하는 스스로가 안타깝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도큐 season & work
 
 
 

1. Food by ClubComb
여성의 활약이 눈부신 음식축제 <테이스트오브파리 2021> [France/Paris]
2.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SOMEDAY (いつか) by EPO
3. Movie by 단편극장
레이가 사고 싶어
4. Novel by 단편서점
킬러, 조 기자(1부, 2/9회)
5. Event by season & work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여성의 활약이 눈부신 음식축제 <테이스트오브파리 2021> [France/Paris]
바로 comber
2015년부터 이어져온 파리의 음식축제 <테이스트오브파리(Taste of Paris)> 미슐랭 3스타급 셰프부터 신진 기예 요리사 등 50여 명이 모이는 푸드페스티벌이다. 업계 ‘거물’들의 요리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거나 주목할 만한 셰프들의 요리를 비교하며 먹어볼 절호의 기회다. 또한 100여 개 정도의 생산자들이 부스를 차리고 소비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2021년 대회장은 2024년 파리 올림픽 경기장이기도 한 ‘샹 드 마르스’ 공원에 건립된 그랑 팔레 에페메르이다.

대회 슬로건은 ‘여성이 춤을 리드한다!’다. 프로그램 담당자는 “미식업계에서 여성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파리의 음식 세계를 이끌어갈 아만딘 셰뇨(Pouliche), 아드린 그라탈(YamTcha), 마농 푸를리(Le Mermoz), 베아트리스 곤잘레스(Neva), 니나 메타예(Délicatisserie) 등 여성을 적극적으로 섭외했습니다.”

참가자의 한 사람, 아망딘 셰뇨는 이렇게 지적하기도 했다. “주방에 여성이 많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습니다. 여성 뿐만 아니라 흑인, 아시아인, LGBT 요리사는 여전히 소수자로, 업계 전체를 둘러봐도 다양성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앞으로 환경이 빨리 변화해 나가길 간절히 바랍니다.”

최근 #Me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프랑스 요리계. 여성 셰프의 지위 향상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확실히 확산되고 있다.

◎Taste of Paris
개최기간:2021년9월16일~19일
장소:그랑 팔레 에페메르 (Grand Palais Éphémère)
입장료:20유로(약 2만 7천 원)
콤버노트
요리라는 결과물에 대해 성별이라는 변수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늘 흥미를 갖고 관찰해 왔다. 여성의 요리라고 하면 ‘(어머니/할머니의) 손맛’ 같은 스키마는 있는데, ‘셰프’라고 했을 때 사실 한 번에 떠오르는 인상이 현재는 없다. 한 여성계에서 ‘급식실 아줌마’도 수백 인분의 요리를 해내며 중노동을 하는데, 왜 셰프는 중노동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될 수 없는 걸까? 하며 의문을 제기한 일을 본 기억이 난다. 하루 빨리 여성셰프가 활약해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구축해내길 바란다.

 

SOMEDAY (いつか)
by EPO
양의 아주 아주 주관적인 감상
저마다 살아가는 이유야 있겠구나 싶지만 종종 길을 잃고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을 만나기 마련이다. 나도 그렇고 이 글을 읽을 누군가도 가끔은 그런 구렁텅이에 빠졌을 때가 있을 텐데 저마다 또 그 구렁텅이에서 기어 나오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라.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단순한 문장을 만나면서 구렁텅이에서 나왔던 것 같다. 아주 나약한 말로 누가 도와주겠지’ ‘누가 나 대신해주겠지라는 둥 무책임한 말로 들릴 수도 있겠다. 근데 좀 무책임하면 어떤가. 누가 좀 대신해줄 수도 있는 거 아니냐.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상태가 인간이 살아가는 기본 구조라는 아주 쉬운 명제를 알아 차렸을 때 구렁텅이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곡에서 만난 가사는 이렇다.

SOMEDAY 一人じゃなくなり (SOMEDAY 혼자가 아닌 게 되고)
SOMEDAY 何かが見つかる (SOMEDAY 뭔가를 보게 된다)

89년 작품이라 제법 90년대 현대적 감성이 느껴진다. 잘 짜여진 연출이나 세련된 악기 편성이 그러한데, 특히 재밌는 포인트는 6-70년대 영화의 음성이 인트로에 쓰였다는 것. 복고의 감성은 30년전인 그때도 유효했는 갑다. 원곡인 야마시타 타츠로 버전의 가슴 벅차는 분위기는 그대로 살리면서 브라스가 새롭게 편성된 것도 너무 좋다. 두 버전 모두 건반소리가 기가 막히는데 자세히 귀 기울여 들으면 가슴 벅참이 배로 증가한다. 닭똥 같은 눈물 또록. 어라 어째서.. 나 눈물이…? 

박성신은 1987년 제11 MBC 대학가요제에서 <회상>이라는 곡으로 입상하여 첫 데뷔했다. <한번만 더>89년 작품으로 아주 세련된 악기 편성과 멜로디로 그리고 가사로 유명하다. 특히나 베이스라인은 기가 막힌 수준. 우리는 나얼이 커버한 <한번만 더>에 더 익숙하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EPO의 본명은 사토 에이코. 결혼 후에는 남편의 성을 따라 미야 에이코가 되었다. 데뷔부터 화려한데, 야마시타 타츠로가 이끄는 슈가 베이브라는 밴드의 <DOWN TOWN’>을 커버하는 곡으로 데뷔한다. 이 이후에도 야마시타 타츠로의 곡을 커버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에 소개한 <SOME DAY(いつか)>가 대표적인 예다.

정규앨범 25. 싱글앨범 42. [THE BALLADS] / [CM TRACKS] / [POP TRACKS] / [SINGLE TRACKS] 등 정규 앨범에 들어가지 않은 곡들과 베스트 앨범들을 모아서 13. 어마어마한 활동량을 자랑한다. 그만큼 대중에게도 작곡가에게도 인기있는 보컬이었다. <Plastic Love>로 유명한 타케우치 마리야, ‘로 유명한 오오누키 타에코, 와 함께 RCA레이블의 대표 여가수로 알려져 있다.

보컬로만 능력이 있었던 건 아니다. 작곡 편곡에도 재능이 있어 본인의 앨범에 꼭 편곡 참여를 하는 가수였다.

+<SOME DAY(いつか)> by tatsuro yamasita
원곡인 야마시타 타츠로의 <SOME DAY(いつか)>

+<アスファルト・ひとり…> by EPO
데뷔앨범 <DOWN TOWN> B 2번째 . ‘アスファルトひとり…’ EPO가 직접 편곡했다.

season & work

 

레이가 사고 싶어

감독  권희수, 이병기, 임정이
출연  이병기, 임정이, 이리움
개봉  2021
길이  9분
관람  왓챠
에이비의 감상 노트
이 세상 모든 유부남들이 그렇겠지만, 나는 물건을 살 때 아내의 허락을 구한다. 내가 경제관념이 많이 부족한 것도 있고, 무엇보다 카메라나 촬영 관련 장비들을 이것저것 몇 개 맞추면 200만 원, 300만 원이 일회용 나무젓가락만큼이나 쉽게 소비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무언가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오랜 시간, 공들여서 굉장히 많은 빌드업(?)을 아내에게 쌓기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 나와 같이 빌드업을 쌓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영화는 어느 여름날 직업이 영화감독인 병기라는 남자가 아내에게 새 자동차로 레이를 사고 싶다며 설득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병기의 수입이 좋지 않기에 아내가 어떻게 차를 마련할 것이냐고 묻자, 병기는 비트코인을 투자해서 돈을 벌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병기는 투자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수익률이 오르자 레이를 곧 살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품는다. 단순히 차가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에도 크게 희망을 보기 시작하는 병기. 하지만 곧 수익률은 바닥을 치고 어느 순간부터 병기는 아내에게 비트코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

비트코인이나 주식이나 최근에 엄청나게 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들 일확천금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우리네들의 꿈은 소박하다. 병기가 경차인 레이를 사고 싶어 하는 것처럼 소박하다. 그냥 막연하게 그 정도만 돼도 참 좋겠다라는 생각. 하지만 그 정도의 꿈조차도 현실에선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아니 허락조차 해주지 않는다. 참 인생이 기구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하지만 그렇게 허락도 해주지 않는, 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 세상을 우리는 호탕하게 살아가야 한다. 여전히 우리는 건재하고, 레이가 없다 하더라도 우리는 여름이라는 것만으로도 살아갈 의미가 있는 거니까.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에서 2021년에 진행한 일자리 연계형 온라인, 뉴미디어 영상콘텐츠 사업에서 우수작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재미와 작품성 모두 다 잡은 영화로 관객들에게 큰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전반적으로 흑백으로 처리한 연출도 병기가 살고 있는 팍팍한 현실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아서 너무 좋았고, 아내를 홍콩 사람으로 설정한 부분도 같은 대사라도 더 크게 와닿게 하는 부분들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이 분들의 다음 차기작이 기대가 안될 수가 없다!

1031일까지만 왓챠 숏숏 영화코너로 영화가 공개 된다고 하니 얼른 달려가서 보시길 바란다!
에이비

 

킬러, 조 기자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1부: 2/9회

 “어, 그래. 뭐 급한 거 있으면 그것만 간단하게 인수인계만 해놓고.”
 슬픈 표정과 ‘할아버지의 죽음’이라는 마법의 단어가 합쳐지니 평소에는 지랄맞던 부장도 완벽하게 무장해제가 됐다.
 “저, 그리고 부장님. 혹시 금요일에 연차를 사용해도 될까요? 집안 선산이 전라남도 해남에 있어서요. 땅끝마을 해남이요.”
 나는 ‘땅.끝.마.을.’ 네 글자를 꼭꼭 씹어서 말했다. 부장은 뭔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약간 구기고 짧은 신음을 냈다.
 “그래? 참, 조 기자, 이번 주말 호 기사는?”
 역시 호락호락한 인간은 아니었다.
 “저번 주말에 취재 나가서 초안 다 작성해놨어요. 클라우드에 올려놨습니다.”
 “그, 인천 어린이집 대마초 사건 재판이랑 속기록은?”
 “어제 재판 참석했고, 속기록은 변호사 통해 받아서 클라우드에 올려놨습니다.”
 “피해자 인터뷰는?”
 “어제저녁에 만나서 했고, 인터뷰 내용도 모두 워드로 정리해고요, 이것 역시 클라우드에 올려놨습니다.”
 “인터뷰 사진은?”
 “그것도 클라우드에... 저, 올릴 때마다 항상 단톡방에서 말씀드렸는데요.”
 부장은 헛기침 몇 번 하더니, 떨떠름한 표정으로 알겠다고 했다.

집에서 낮잠 한숨 자고 나서 저녁 늦게 장례식장에 갔다. 장례식장 입구에는 최근 2~3일 내에 돌아가신 분들의 영정사진과 이름, 가족과 호실이 적혀있었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이마, 80이란 나이에도 빽빽한 머리숱, 흰 머리와 달리 검은 눈썹, 작지만 자세히 보면 찾을 수 있는 쌍꺼풀, 콧구멍이 보이지 않는 오뚝한 코, 하얀 피부 위에 그려진 팔자주름. 내 얼굴에서도 찾을 수 있는 몇몇 특징이 그대로 담겨있는 노인의 얼굴. 나는 할아버지의 이름도, 얼굴도 모두 잊은 줄 알았다. 그런데, 여러 영정사진 속에서 단번에 조민철 씨가 내 할아버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첫 연재: <카페, 커피그림> wrriten by 최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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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작은 조약돌과 같은 글을 꿈꾸는 최현승입니다.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LIVE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01 - 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 6.28(월)
"4차 산업혁명이 온다는데 온 거야 만거야"

02 - 김얀 작가 / 7.1(목)
"사회초년생! 오늘부터 '돈'독하게 모아보자!"

03 - 김찬호 교수 / 7.5(월)
"나는 왜 돈이 없다고 생각할까?"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01 - 유형곤(우리동네세탁소) / 7.8(목)

02 - 조수형(싸군마켓) / 7.12(월)
"파도가 칠 때는 업종변경을, 유통의 힘"

03 - 홍미선(땡스롤리) / 7.15(목)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면"

04 - 코보리모토무&최영미(시:시밥) / 7.19(월)
"두 사업자가 만나면"

05 - 장건희(육곳간) / 7.22(목)
"이 시국에 정육점에서 소세지집까지 사업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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