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스웨덴에서도 100% 국산 ‘이것’이 화제
 
Newsletter Issue 95

29 Oct, 2021  1384 Subscribers
 
 
 

이게 맞는 길인가 싶을 정도로 포장과 비포장이 반복되는 시골길의 끝에는 된장을 담은 장독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간밤의 싸늘함을 머금은 이슬은 오전 햇살이 내리자 이내 시원한 바람이 됐고, 단풍나무는 계절의 농담에 당혹스러운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듯 단풍잎을 점박이로 물들이고 있었다. 강원도 홍천군 한 작은 농장에 맞이하는 아침의 전경이었다.

계절이 당혹스러운 건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무 수확 및 전통 방식 단무지 담그기 체험’을 하는 참여자 10명이 도착했는데 옷차림이 제각각이었다. 참여자들은 첫 일과로 도보 10분 정도 거리의 무밭에서 무를 한 트럭 실어 왔다. 실어 온 무 네 알을 끈으로 한 덩이로 묶어 건조대에 거는 것으로 오전 작업은 마무리됐다. 무는 나무 건조대에 빽빽하게 매달려 가을바람에 흔들거렸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신기했다. 무 말리기가 끝나자 비닐에 무를 넣어 옹기에 담고 그 위로 양념을 채워줬다. 두 달 동안 저온 숙성실에서 발효되면 전통방식의 단무지가 완성된다고 한다. 이럴 때면 스스로가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농장을 떠날 때 그곳에서 된장과 간장을 사 왔다. 간장은 ‘2021 참발효어워즈’에서 블라인드테스트로 대상 수상을 한 녀석이라고 한다. 안 살 수가 없었다. 된장이야말로 20년 동안 농장의 자랑이니 맛이 궁금했다. 주말에 오랜만에 두부와 애호박을 듬뿍 넣어서 된장찌개 끓여 먹어야겠다. 이후 엄마에게 반 나눠드려 엄마가 끓인 된장찌개도 얻어먹어야겠다. 간장은 엄마라도 나눠줄 수 없을 것 같다. 오늘 하루 상쾌하면서도 마음은 구수하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도큐 season & work
 
 
 

1. Food by ClubComb
스웨덴에서도 100% 국산 ‘이것’이 화제 [Sweden/Stockholm]
2.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薔薇のグラス by RAJIE
3. Movie by 단편극장
당신의 좌석은 어디인가요?
4. Novel by 단편서점
킬러, 조 기자(1부, 3/9회)
5. Event by season & work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스웨덴에서도 100% 국산 ‘이것’이 화제 [Sweden/Stockholm]
바로 comber
최근 잇달아 등장하는 대체육 상품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것들이 있다. 이런 것 중 하나로 스웨덴 최초로 국산 콩과 식물로 만든 대체육 ‘스벤스코드 라드 페쉬(Svenskod lad färs=스웨덴산 소보로)’가 주목받고 있다.

<액스파운데이션(Axfoundation)>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구 개발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다. 프로그램 중 하나인 ‘미래의 음식’에서는, 고기를 대신하는 단백질의 섭취를, 수자원 등 지구의 자원을 망가뜨리지 않고 지속가능한 농산물 재배를 실현하는 가능성들이 논의되었다.

‘스웨덴에서 가장 많이 먹는 다짐육을 대신할 선택지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대체다짐육의 소재가 되는 단백질을 찾아, 연구와 개발을 거듭했다. ‘북유럽 콩’이라고도 불리는 ‘스위트 루피너스’ 외, ‘회색 완두콩’, ‘솔라콩’ 3종이 도출되었다.

이들 콩은 단백질이 충분하지만 다짐육 가공품에 필요한 연결속성을 대체할 요소가 부족했다. 연구결과 유채기름을 압착한 뒤 남는 페이스트 형태의 기름찌꺼기를 더함으로써 토막난 소보로뿐 아니라 다짐육 가공품에 필요한 성분을 낼 수 있었다.

스웨덴 국산 콩으로 만드는 대체 다짐육은 연구 프로그램에서 독립하여 <페시오드 라르나(Färsod larna=소보로 재배가)>가 완성 상품을 판매 개시했다. 현재는 스웨덴 국내 대형마트 가운데 하나인 헴슈프(Hemköp)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또 학교나 호텔, 레스토랑 등을 비롯하여 다짐육의 레시피도 발표하는 등, 미래식을 향해서 확실한 반응이 관측되고 있다.
콤버노트
당연하지 않은 것이 당연한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느낀다. 이제 고기를 먹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한돈’이니 ‘이베리코’니 구분하던 문화가 사라지고 콩의 품종이름에 맞추어 ‘고기’를 주문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아직 일상화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 상상하는 것을 앞당겨 경험하는 체험존 같은 걸 기획해 본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영화 장르 중 ‘페이크 다큐’가 있듯, 체험행사의 장르로 ‘페이크 퓨처(Fake Future)’ 같은 것이 이 식문화에도 자리 잡는 재미 같은 걸 상상해 본다.

 

薔薇のグラス(바라노 구라스/장미 유리잔)
by RAJIE
양의 아주 아주 주관적인 감상
최근 COP시간에 들은 이야기 중 재밌었던 부분이 있어 메모를 해 두었다. ‘공간이 나에게 주는 힘은 무엇인가.’ 좁게는 내 집, 넓게는 동네, 조금 더 넓게는 도시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 자세하게 이야기 나누고 싶었지만 시간 관계상 짧게 스쳐가는 말로 지나갔다.

나는 지금 사는 동네가 너무 좋다. 조용한 것이 이 동네 장점의 거의 전부지만,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여기저기 전전하며 살아본 결과 평생 여기에 살아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동네가 차분하고 고즈넉하다. 이 동네가 나에게 주는 힘은 잔잔함이다. 잔잔하다는 건 아무리 큰 돌을 던져서 물이 일렁거려도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 변하지 않는 것이 매번 유리한 건 아니지만 나는 지금 이 안정감 잔잔함이 좋다. 참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사람이다.

클래식기타 사운드로 오리지널리티를 살린 보사노바 곡이다. 아주 말랑말랑하고 RAJIE의 음색이 아주 잘 어울리는 재지한 곡. 스트링 사운드가 쌓이고, 한 소절 두 소절 담담히 편안한 보컬이 흐르다가 풀 세션이 다 등장하는 포인트는 그야말로 압권. 살짝 따스한 요즘 가을 날씨에 너무너무 잘 어울리는 바이브다

동네 하면 역시 코리안 시티팝의 대부 김현철의 동네가 생각난다이 곡은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났다. 89년작품동네가 여러분에게 주는 힘은 뭔 지 나름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RAJIE는 본명 혼다 리코 (本田 淳子) 73년 여고생으로 구성된 밴드로 데뷔했다. 이 후 77년이 되어서 본격적으로 솔로 활동을 한다. 총 다섯 장의 앨범을 내고 결혼 때문에 잠시 활동을 중단했다가 80년대에 두 장의 앨범을 더 내고 RAJIE의 활동은 멈춘다.

이후에는 혼다 리코라는 이름으로 피쳐링이나 백업 보컬로 활동을 미약하게 하긴 했다. 꽤 훌륭하고 편안한 음색의 보컬이고, 음악적으로도 세련되고 멋진 연주가 많았는데 작업량이 다른 아티스트에 비해 좀 적은 편.

Omega tribe의 곡이지만 피쳐링으로 참여한 RAJIE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스기야마와 듀엣이 참 잘 어울린다. 잔잔한 발라드 곡.

+<ROSY BLUE> by RAJIE
조금은 기분이 좋아지는 산뜻한 곡.

+<The Tokyo Taste> by RAJIE
RAJIE는 예전에 한번 소개한 적이 있다. Yoshitaka Minami와 함께 부른 <The Tokyo Taste>.

season & work

 

당신의 좌석은 어디인가요?

감독  임현진
출연  안승균, 곽민규, 하승연
개봉  2021
길이  12분
관람  왓챠
에이비의 감상 노트
아직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지만, 11월에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기로 결정되면서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 시국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이 엄청난 바이러스 때문에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한 답답함 보다 보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더 크게 느꼈다. (제작은 어떻게 내 재량으로 연출을 함으로써 조절이 가능하니까!) 지금이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 플러스 등 OTT 플랫폼의 시대(?)’라고 하여도, 나는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는 것이 진짜 참된 맛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관에서는 재밌게 봤는데, 집에서 휴대폰, 컴퓨터 화면으로 보면 재미가 떨어지는 경험을 한두 번 즈음 해봤을 것이다. 영화관은 그런 마법이 있는 장소이다.

이 영화는 8명의 인물이 각자의 영화관 최애 자리를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실제 영화 산업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도 있고, 그냥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도 있다. 그렇게 저마다의 이유와 분석들을 내세우며 영화관 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점차 우리 삶에 영화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되새기게 된다.

모두 다 힘든 시기였지만, 특히 영화는 코로나 시기가 거의 암흑기의 순간이었다. 이런 시기에도 영화라는 것이 우리들 곁에 존재한 이유는 이 영화에 나온 사람들 같이 어려운 시기에도 영화를 위해 힘내준 있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다시 한번 영화관의 그 설렘이 가득한 소음, 팝콘 냄새, 영화관 시트의 안정감, 영화가 시작하기 전의 잠깐의 긴장감 있는 정막을 지켜준 그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11월에 영화관을 찾을 생각에 신이 난다.

참고로 내가 좋아하는 자리는 F11 열이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앞 전에 소개한 <레이가 사고 싶어>와 같이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에서 2021년에 진행한 일자리 연계형 온라인, 뉴미디어 영상 콘텐츠 사업으로 제작된 영화이다. (영화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개인적으로 이번 프로젝트 사업에서 가장 마음에 든 작품 중에 하나여서 꼭 한번 소개하고 싶었는데 마침 타이밍이 완벽했다. 이 영화도 전과 같이 1031일까지만 왓챠에서 공개가 될 예정인데 11월에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기 전에 이 영화를 보고 영화관에 간다면, 당신이 어떤 영화를 보든지 간에 이 영화가 최고의 애피타이저가 되지 않을까?! 당장이라도 그 설렘이 몇 배는 더 증가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지금 몹시 그런 상태니깐!!)

에이비

 

킬러, 조 기자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1부: 3/9회

 “그때 월남에 가셨던 거 아니었어?”
 “아냐, 사우디였지. 오일머니 몰라?”
 “무슨 소리야. 서독에 갔다 오시면서 큰형님 대학교 입학선물로 몽블랑 만년필 사 오셨잖아.”
 10여 년이 지났어도 삼촌들은 날아 가버린 머리털 빼고는 변한 게 하나 없었다. 여전히 같은 말로 할아버지를 추억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지만, 이 장면이 낯이 익었다. 아버지께서 살아계셨을 때는 엄마와 나도 명절이면 할아버지 댁에 갔다. 그때도 이런 대화를 나눴던 게 떠올랐다. 그때 할아버지는 삼촌들이 ‘내 말이 맞죠, 아버지?’라고 묻는 말에 그저 웃기만 했다. 결국, 할아버지께서 언제 어디서 무얼 하셨는지 알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웃기만 했으니까.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보는 친척이라는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어, 어 그래. 그...”
 “아니 왜, 정수 딸내미 아냐? 그래 잘 왔다.”
 “맞네, 정수 얼굴 판박이네. 이름이 희수였지?”
 “초등학교 선생님 됐다면서? 임용고시가 어렵다고 하던데, 대단해.”
 “남편도 같은 선생님이라며? 시집도 잘 가고. 이제 애만 낳으면 되겠네.”
 “신랑은 왜 같이 안 왔어?”
 숙모들은 내가 말할 틈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어디서 들었는지, 나도 알지 못한 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아닌데요. 다... 저 신문사에서 기자하고 있고, 결혼은 아직 안 했어요. 그리고 이름도 희수가 아니라 용희에요. 조용희.”
 내 말을 들은 숙모들은 모두 민망한 듯이, 갑자기 일을 찾아 사라졌다. 내 주변이 조용해졌다. 어릴 적부터 놀림 받았던 내 이름이 이런 필요성을 가지고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밤이 되니 퇴근하고 조문 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제야 어디 숨어있던 엄마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냈다.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첫 연재: <카페, 커피그림> wrriten by 최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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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작은 조약돌과 같은 글을 꿈꾸는 최현승입니다.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LIVE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01 - 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 6.28(월)
"4차 산업혁명이 온다는데 온 거야 만거야"

02 - 김얀 작가 / 7.1(목)
"사회초년생! 오늘부터 '돈'독하게 모아보자!"

03 - 김찬호 교수 / 7.5(월)
"나는 왜 돈이 없다고 생각할까?"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01 - 유형곤(우리동네세탁소) / 7.8(목)

02 - 조수형(싸군마켓) / 7.12(월)
"파도가 칠 때는 업종변경을, 유통의 힘"

03 - 홍미선(땡스롤리) / 7.15(목)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면"

04 - 코보리모토무&최영미(시:시밥) / 7.19(월)
"두 사업자가 만나면"

05 - 장건희(육곳간) / 7.22(목)
"이 시국에 정육점에서 소세지집까지 사업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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