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강도 높은 ‘록다운’이 오래가서 나타난 새로운 술 문화
 
Newsletter Issue 96

5 Nov, 2021  1400 Subscribers
 
 
 

이따금 문학을 탐하는 일은 마음과 정신의 가난함에서 비롯한 염치 때문이다. 노년에도 가끔 목놓아 엄마라고 부르고 싶어질 때가 있다는 작가의 말에 엄마라는 호칭과 존재가 새삼스레 두터워진다.

요즘 엄마를 보면 살이 찌든 근육이 붙든 몸이 커지는 게 싫다. 엄마가 작아진다. 내 몸이 부푼다고 엄마의 몸이 실제로 작아지겠냐마는 멍청한 내 뇌는 인식이 과학을 앞선다. 엄마는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 그런 엄마가 시나브로 작아지더니 이제는 조금씩 할머니의 잔상이 진해져 간다.

서울에 정붙이고 살 수 있는 것도 돌아갈 곳이 있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 달에 몇 번 엄마 집으로 내려가 서울에서 남루해진 심신에 윤기를 바르는 것이다. 엄마 집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안도감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 서울살이가 어느정도는 필요조건이지 않을까 제멋대로 타지 살이를 합리화한다.

엄마의 몸이 땅바닥과 가까워져 간다. 내게서도 멀어지는 것만 같아 마음이 오그라든다. 사회와 씨름하며 부딪혀도 견딜만한 나름 건장한 나이가 됐어도 엄마는 “그러다 영양실조 걸리겠다, 밥 제대로 골고루 먹어라”며 전화를 끊는다. 엄마 노릇은 참 한결같다. 언젠가 엄마의 엄마 노릇이 절절한 그리움이 되는 날, 나는 밥을 두 공기 퍼서 반찬은 골고루 먹을 것이다. 그게 자식 노릇이다. 중력이 자꾸만 엄마를 데려간다.

P.S. 엄마한테 전화를 해야겠다. "바쁘니까 나중에 전화해". ㅇㅋ, 굳.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도큐 season & work
 
 
 

1. Food by ClubComb
강도 높은 ‘록다운’이 오래가서 나타난 새로운 술 문화 [Australia/Sydney]
2.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Love Duet by Akiko Mizuhara
3. Movie by 단편극장
라카 -에이비의 오츠 스튜디오첫 번째 리뷰-
4. Novel by 단편서점
킬러, 조 기자(1부, 4/9회)
5. Event by season & work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스웨덴에서도 100% 국산 ‘이것’이 화제 [Sweden/Stockholm]
바로 comber
코로나19로 시작된 두 번째 ‘록다운(도시봉쇄)’이 3개월을 넘기면서 일상화된 ‘집(에서) 술(마시기)’을 조금 줄여보자고 하여, 무알코올 음료수요가 늘고 있다. 평소 주류를 팔지 않는 슈퍼마켓에도 스피릿 스타일의 화려한 무알코올 상품들이 매대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맛도 라벨도 진짜 증류주와 비슷하면서도 숙취가 없다. 친구나 동료와 Zoom 회식에서도 많이 소비되고 있다.

2021년 5월 호주 최초의 무알코올 전문점 <샌스 드링크스(SANS DRINKS)>가 탄생했다. 창업자 아일린 팰콘(Irene Falcone) 씨가 2년 전 술을 끊었을 때 무알코올 술을 찾았지만 인공감미료나 착색료를 사용하지 않은 등의 상품 선택지가 별로 없었던 것이 창업의 계기라고 한다. 그녀가 주목하는 것도 무알코올 스피릿이다. 럼이나 진 등 인기 증류주를 모방한 보틀이나 탄산으로 희석한 목테일 상품의 매출은 계속 오르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멜버른 제조회사 <라이어스(LYRE'S)>가 자랑하는 무알코올 럼 'WHITE CANE SPIRIT'(44.99 호주 달러/700ml)를 추천한다. 감귤류의 달콤함을 재현했을 뿐만 아니라, 코코넛의 향이 함께 맴도는 복잡하고도 향기로운 맛이다. 칼로리도 저칼로리로 유지하고 있어 건강지향이 강한 도시인의 요구에 딱 알맞은 상품이다.

◎SANS DRINKS
28 Lawrence St, Freshwater, NSW 2096
☎+61-(0)40-727-0395
10:00~17:00(토 9:00~、일 ~15:00、월/화 12:00~)
연중무휴
콤버노트
이제는 ‘록다운’이 익숙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호주의 록다운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2021년 11월 초까지 자국민의 입국조차 허용하지 않았던 강력한 수준의 국경봉쇄가 약 600일 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그런 호주였기 때문인지 훨씬 더 앞서나가는 사례가 빨리 나타난 게 아닐까. 팬데믹 현상으로부터 사회와 시장이 어떻게 연동되어 변화해 가는지 제대로 보고 배우고 있다.

 

Love Duet
by Akiko Mizuhara
양의 아주 아주 주관적인 감상
최근 이상하게 매너리즘에 빠졌다. 여기저기 널려져 있는 레코드 판들이 점점 쌓여가고 있다는 것이 방증. 특히나 최근에 새로운 장비(라고 쓰고 장난감이라고읽는)를 추가해서 재밌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지만 레코드를 돌리지 않고 있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나에게 단순성의 힘이 꽤나 중요했다는 것. 턴테이블이 두 개씩이나 있고 레코드판도 점점 늘어나고 복잡해져서 영 손이 안 간다. (정리를 좀 해 제발..) 최근 들어서 종종 아니 유튜브로 음악을 들으면 됐지 뭐 이렇게 돈 지x을 하냐!’는 생각이 들긴 했다. (근데 곧 이 장난감들을 담을 가구를 만들 예정이다. X랄은 끝나지 않았다.) 레코드판이 주는 복잡성이 좋아서 이렇게 붙잡고 있었거늘…. 나란 닝겐….

좋아라 하는 책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권태란 자신의 모습에 질려 있는 것이다.’ 나의 정리 안 하는 습관에 질려버린 주제에 감히 레코드판에 권태를 느끼다니. 그런 의미로 오늘은 라방을 켜고 감시하는 눈들을 원동력 삼아 레코드 대 정리 쑈를 해야겠다. 파놉티콘의 힘.

+<Love duet> by Michael Franks
원곡은 Michael Franks의 곡이다. 좀 더 담담하고 차분한 기분이다. Renee Diggs 와 제목처럼 듀엣으로 불렀다. 개인적으로 인트로 색소폰 오부리는 아키코의 Love Duet 버전이 압승이라고 본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미즈하라 아키코 본명 서지숙으로 한국인이다. 유명한 희극인 서영춘의 조카로 어렸을 때부터 연예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59년생으로 어렸을 때부터 본인의 음악적 재능도 꽤 출중했다. 4살 때는 고전무용으로 TV에 출연하고 10살 때는 합창단에서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고.

그 후 72년도에 일본으로 넘어가 본격적으로 음악 공부를 한다. 졸업 후 연예계 활동을 하다가 82[Love Message]로 가수 데뷔를 한다. 이번에 소개한 <Love Duet>이 수록된 앨범으로 다수의 커버곡이 실렸지만 일본의 호화 세션으로 구성되어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 후 84년도에 2[So Crystal] 발표 후에 일본 활동은 그만두었다.

85년 한국 활동을 시작하면서 97년도까지 앨범작업이 있었으며 그 이후에는 현재까지 종종 방송출연도 하며 가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Love Message]는 한국 버전도 발매 했으며 한국버전은 당시 보수적인 문화 때문인지 건전가요를 포함해서 영어로 불렀던 커버곡들이 번안곡이 되어있기도 하고 서지숙 팬이라면 들을만 하지만 대중이 듣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Marvin Gaye 'What's Going On' 을 커버한 곡. 연주가 원곡 못지않게 좋다

아키코의 2집 앨범 [So Crystal] 거의 모든 곡이 좋다고 볼 수 있다

season & work

 

RAKKA
에이비의 오츠 스튜디오첫 번째 리뷰 

감독  Neill Blomkamp
출연  Sigourney Weaver, Wanangwa Khumbanyiwa
개봉  2021
길이  21분
관람  유튜브
에이비의 감상 노트
좋아하는 감독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으면 쉽게 답을 할 수 없다. 굳이 특수효과를 쓰지 않아도 스타일리쉬하고 넘치는 상상력을 보여주는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 감독, ‘이것이 영화다!’라고 진정한 이 시대의 장인 정신을 보여주는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 엄청난 각본과 철학적인 사상을 소리, 언어로 센세이션하게 담아내는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감독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어필하며 손을 높이 치켜든다.

하지만 누구를 닮고 싶냐는 질문에는 단 한 명의 감독만 떠오른다. 바로 <디스트릭트9(District9)>, <채피(Chappie)>를 만든 SF 거장 닐 블롬캠프(Neill Blomkamp) 감독이다

2006년 사람들을 놀라게 한 엄청난 퀄리티(당시 수준에서)SF영화 <Alive in Jobug>라는 단편 영화가 유튜브에 업로드 되었다. 해당 영화는 외계인이 나오지만 전혀 SF스럽지 않고 오히려 현실적이었는데, 그 이유는 당시 남아공 난민 사태를 외계인으로 표현하였기 때문이다. SF소재로 현실의 사건을 사람들에게 거부감 없이 이야기한 이 단편은 2009<디스트릭트9>이라는 장편으로 확장되게 되었다. (당시 한국 오피스에서는 낯선 소재라서 처참한 성적이었지만, 미국, 유럽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 내가 소개할 <라카(RAKKA)>도 마찬가지의 분위기이다. 파충류의 형태를 띈 외계인들의 침공, 함락당한 지구. 외계인들은 인간들을 실험하면서 인류는 멸종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러던 중 인간개조 실험에서 살아남은 개체가 나타나고 인류는 마지막으로 희망을 품기 시작한다.

해석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나는 남아공 출신인 닐 블롬캠프의 배경으로 보았을 때, 닐 블롬캠프의 스타일로 아프리카 내전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파충류 형태의 외계인을 미국 등과 같은 침략자들, 저항하고 있는 인류를 아프리카 자국민들이라고 보여진다. 이러한 혼란 상태를 만족하는 사람, 이 상황을 이용해 살아남는 사람 등등 역시 현실적인 상황을 비유하는 요소들이 많은데 무엇보다 나를 사로 잡은 것은 외계인들이 지구 대기의 구성 성분을 바꿔서 자신들이 살아가기 좋은 환경으로 바꾼다라는 설정이었다. 이는 강대국들이 아프리카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신들의 방식을 강요하는 모습들을 비꼰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영화의 마지막에 보여준 인류의 희망, 이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까? 왠지 이 이야기의 마지막은 현실에서의 결과에 따라 바뀔 것 같아 영화가 끝나고도 계속해서 가슴 졸이게 된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닐 블롬캠프는 오츠 스튜디오(Oats Studio)’ 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런 엄청난 초고퀄리티의 SF단편을 유튜브에 무료로 공개하고 인기가 좋으면 장편으로 확장시키는 방법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타입이다. (사람들은 이런 고퀄의 SF 단편들을 이렇게 공개해도 되냐고, 닐 블롬캠프가 억만장자가 아닌가? 하고 추측하곤 한다)

최근에 넷플릭스에 오츠 스튜디오의 단편들이 공개가 되었는데, 유튜브 채널을 통해 넷플릭스와 똑같이 단편들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무료로 볼 수 있어서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지만, 넷플릭스라는 엄청난 OTT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츠 스튜디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11월 동안 오츠 스튜디오의 단편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한다. 혹시 아나? 내 글을 통해 여러분들이 오츠 스튜디오의 작품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 관심들이 모여서 또 다른 닐 블롬캠프의 장편을 볼 수 있게 될지?!


에이비

 

킬러, 조 기자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1부: 4/9회

 “엄마, 어디 있었어? 나 혼자 얼마나 민망했는지 알아? 어휴, 담배 냄새.”
 “담배 냄새 많이 나?” 엄마는 상복에 코를 대고 킁킁 맡더니 “페브리즈 좀 뿌릴까?”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전자 담배 사줬잖아. 아무튼, 지금 그게 중요해?”
 그때, 술이 거나하게 취한 조문객 한 명이 ‘여기 참이슬 후레시 3병이요.’라고 외쳤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여기가 술집이야?’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큰어머니가 엄마에게 “동서, 저기 술 좀 가져다줘.”라고 했다. 더 웃긴 건 엄마가 그대로 했다. 깜짝 놀랐다.
 “엄마, 뭐 잘못 먹었어? 사람이 안 하던 짓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죽어. 장례식장 온 김에 엄마 초상 치루려고?”
 억지 미소가 입에 어색하게 남아있는 엄마에게 물었다.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냐.” 라고 하더니 손가락으로 동전 모양을 만들어 보여줬다. 유산이다.
 “그래서 10년 넘게 얼굴도 안 보고 지내다가 갑자기 며느리 노릇 한다고 한 거였구나? 그거 얼마나 된다고 그래?”
 엄마는 조용히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쳤다.
 “5억? 여기 삼촌이 몇 명인데.”
 엄마는 고개를 다시 저었다.
 “...뭐, 뭐야. 그럼 50억?”
 엄마는 또다시 고개를 저었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키고 엄마에게 다시 물었다.
 “그... 그럼?”
 “빌딩 5채. 그것도 강남에만...”

 “삼촌, 숙모. 저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졸린 얼굴을 한 삼촌과 숙모들에게 인사했다. 벌써 시간이 새벽 2시였다.
 “그래, 고생했어. 아까 저녁에 잠깐 얼굴 비친 거로도 충분한데... 고마워.”
 그러게요. 숙모. 할아버지께 빌딩 5개가 있는 줄 몰랐으면 진작 갔죠.
 “아니에요. 오히려 발인까지 있지 못해서 제가 더 죄스럽죠. 할아버지... 우리 할아버지 잘 보내주세요.”
 새벽 2시라 그런지, 내 말에 삼촌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참, 영희야. 할아버지께서 이거 너 주라고 하셨는데.”
 말을 마친 갑자기 삼촌이 상주 휴게실에 들어갔다. 다시 나온 삼촌의 손에는 비단 보자기에 싸인 상자가 들려있었다.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첫 연재: <카페, 커피그림> wrriten by 최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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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작은 조약돌과 같은 글을 꿈꾸는 최현승입니다.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LIVE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01 - 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 6.28(월)
"4차 산업혁명이 온다는데 온 거야 만거야"

02 - 김얀 작가 / 7.1(목)
"사회초년생! 오늘부터 '돈'독하게 모아보자!"

03 - 김찬호 교수 / 7.5(월)
"나는 왜 돈이 없다고 생각할까?"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01 - 유형곤(우리동네세탁소) / 7.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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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칠 때는 업종변경을, 유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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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업자가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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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정육점에서 소세지집까지 사업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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