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현대인들이 레스토랑에 기대하는 것을 모두 구현하면
 
Newsletter Issue 97

12 Nov, 2021  1407 Subscribers
 
 
 

요약은 원본이 있어야 가능하다. 원본은 대체로 방대하지만 관조하면 세밀한 짜임과 그 속에 얽힌 깊이가 있다. 그 넓음과 깊이를 소화했을 때 비로소 요약과 편집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효율에 밀려 원본 작업이나 이해 없이 요약부터 하곤 한다. 요행이다. 주로 중수들이 요행의 매력에 빠진다. 원래 초보와 고수는 사고가 안 난다. 중수가 문제다.

요즘 내가 중수인 것 같다. 요행말고 요약하자. 그런데 무엇이 원본일까.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하는데…. 아, 그래서 중수인가.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도큐 season & work
 
 
 

1. Food by ClubComb
현대인들이 레스토랑에 기대하는 것을 모두 구현하면 [France/Paris]
2.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Everybody Needs Love by Stephen Bishop
3. Movie by 단편극장
FIREBASE -에이비의 오츠 스튜디오’ 두 번째 리뷰-
4. Novel by 단편서점
킬러, 조 기자(1부, 5/9회)
5. Event by season & work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현대인들이 레스토랑에 기대하는 것을 모두 구현하면 [France/Paris]
바로 comber
‘거장 셰프’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가 2021년 9월, 채소를 주제로 한 식당식 레스토랑 <사피드(Sapid)>를 열었다. 뒤카스는 현대인들이 레스토랑에 대해 맛, 적정가격, 지구환경에 대한 배려와 책임, 신속한 제공을 요구한다고 고찰했다. 예전부터 고기를 메뉴에서 빼고 지속가능한 생선, 시리얼, 야채를 콘셉트로 하여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만들었는데, <사피드>는 이를 더욱 진화시킨 ‘완전판’이라고 볼 수 있다.

친한 생산자가 파리 근교에서 만드는 야채를 주축으로 콩이나 곡물을 조합해 향신료나 허브 등을 많이 사용한다. 기존 프랑스 요리와는 차별화 된 놀라운 풍미를 경험할 수 있다. 가지부침에 식물성 우유와 바질, 호두를 곁들이거나, 당근 에튀베(étuver, 프랑스식 야채찜)에 허브 향신료 풍미의 렌즈콩을 곁들인 것 등이 대표 메뉴다. 세 접시에 약 30유로(약 4만 원)이라는 가격도 파리에서는 꽤 양심적인 수준이다.

매장에서의 주문은 키오스크로 이루어진다. 완성된 요리는 손님이 카운터까지 직접 가지러 가고 반환도 하는 시스템으로 인건비를 줄인다. 생산자의 매력을 소구하기 위해 식재료의 매장 판매도 실시한다. 시대적 요구에 늘 민감한 뒤카스다운 새로운 스타일의 레스토랑이다.


◎Sapid
54 rue de Paradis 75010 Paris
☎+33.(0)6.31.90.87.73
11:30~14:30、19:00~21:30
토, 일 휴무
온라인 주문으로 배달, 테이크아웃 모두 가능
콤버노트
<사피드>는 단순히 밥 먹는 ‘식당’을 넘어,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공간 그 자체라는 느낌을 받았다.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유형의 결과물로 구현한다는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레스토랑은 ‘종합예술’이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꼭 레스토랑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사람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토대로 시대정신을 반영한 기획을 실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verybody Needs Love
by Stephen Bishop
양의 아주 아주 주관적인 감상
아주 넓게 보아서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을 하느라 꽤 여러가지의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 경험 중 촬영현장에 대한 경험은 매번 재밌다. 특히나 아주 공을 들여 만드는 콘텐츠 일수록 재밌는 일이 발생한다. (재미라고 쓰고 염통 쫄깃해지는 일이라는;) 많은 카메라 앞에서 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 못이겨 계속 NG를 내는 사람은 좀 밉지만 말이다.

나는 특히나 듣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편이라 소리와 관련된 헤프닝이 재밌다. 아주 작은 소리에도 민감한 통제된 상황. 이 때 모두가 숨죽여 집중을 하는 그 시간이 좋다. 촬영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별 고민없이 문을 열고 닫지만 그 작은 소리도 영상 작업 사운드에는 불청객이 되어 들어온다. 감독 입에선 여지없이 컷 사인이 나온다. (아 엄마! 바람이 닫은 거라고요!)

나는 감독은 아니지만 음악을 들을 때 온갖 소리에 집중한다. 어떤 악기가 어떻게 연주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한 노래에 정성을 들였는지 조금은 그 모습을 그리면서 음악을 듣는다. 드럼을 치는 누군가가 베이스를 치는 누군가가 얼마나 즐거웠을지. 특히나 이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을 편성하고 곡 전체를 만지는 작곡 편곡가들은 또 얼마나 즐거웠는지 궁금하다.

이번 곡은 펑키한 스타일의 셔플기타가 특징이다. 스테판의 다른 맬로우한 곡들과는 다르게 아주 신나는 곡. 비숍의 곡은 항상 편곡이 훌륭하다. 악기 구성이 많아도, 많지 않아도 아주 풍성한 소리가 난다. 그런 점이 비숍의 곡을 유명하게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FEVERS는 해변가요제에서 인기상을 탄 <그대로 그렇게>라는 곡을 통해 1978년에 공식 데뷔했다. FEVERS라는 밴드이름은 영문 표기를 지양 했던 7-80년대의 문화 때문에 한글 ‘열기들’을 꼭 같이 표기 하게 되었고, 외래어 표기(휘버스)까지 추가되어 곳곳에 이름이 세개가 적히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FEVERS의 <젊음의 노래>라는 곡을 소개 해본다. 이번에 소개하는 비숍의 곡과 비슷하게 꽤 펑키하면서도 프로그레시브한 면이 강하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비숍은 51 년생 캘리출신 싱어송라이터다. 캘리출신 답게 West-coast sound나 아주 말랑말랑한 러브송을 잘 만들어내는 가수. 흔히 말하는 전형적인 AOR성향의 곡을 많이 낸 가수다. 소프트락이나 발라드 분위기가 짙은 곡이 많아서 듣기 편안하고 아주 많은 인기를 받았다.

1집 [Careless](1976), 2집 [Bish](1978) 둘 다 흥행에 성공하고 3집 [Red Cab To Manhattan](1980)에서 그의 음악적 성향을 엿볼 수 있는데, 맨하탄은 이 앨범을 작업한 뉴욕. 레드 캡은 런던의 상징 같은 것. 영국 런던에서 맨하튼으로 뭐가 왔을까? 스테판도 비틀즈 때문에 음악을 시작한 케이스. (아니 다 무슨 비틀즈 때문에 음악을 했대;) 그중 폴 메카트니의 광팬이어서 그의 러브송 분위기를 특징으로 삼아 3 집 앨범을 작업했다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 집 2 집에 비해 성적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4집 [Sleeping with Girls]가 특이하게 홍콩에서만 발매해서 희소성 덕분에 가격이 비싸다. 특이한 건 이 4집 앨범의 라이센스를 한국의 빅핑크 음반사에서 사서 2010년에 CD로 리이슈 작업을 했다. 그 덕에 저렴한 가격에 음반을 구해서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비숍의 1집 <Careless> 에서 유명한 곡.
3집 <Red Cab To Manhattan> 에서 유명한 곡.

season & work

 

FIREBASE
에이비의 오츠 스튜디오’ 두 번째 리뷰 

감독  Neill Blomkamp
출연  Tyler Johnston, Steve Boyle, Nick Land
개봉  2017
길이  27분
관람  유튜브
에이비의 감상 노트
나는 인류가 2차 세계대전 뒤로 한가지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또 전쟁이 발생되면 모두 죽겠구나!’ 라는 깨달음. 그래서 그런지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터미네이터(The Terminator)>처럼 3차 세계대전이 인류의 종말로 표현되는 영화, 소설 등의 작품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걸프 전쟁, 아프카니스탄 전쟁 등 전쟁은 끊임 없이 발생되고 있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 냉전 시대 뒤로 이러한 전쟁들의 성향이 조금 바뀌었다. 전쟁은 서로가 어떠한 이득, 복수 등의 이유로 서로 다투는 것인데, 어느 시점부터 강대국들이 본인들의 에너지를 발산시키기 위해 헬스장에서 무게 치는 것 마냥 벌이는 잔혹한 행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건 전쟁이 아니라 침략이고 학살이다. 그리고 오늘은 베트남 전쟁, 아니 베트남 학살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969년 베트남. 괴물들을 죽이면서 강의 신이라는 남자를 찾고 있는 하인츠 병장. 하인츠 병장은 전쟁 내내 상처를 입지 않은 신이 보호해 주고 있는 병사로 유명하다. 어느날 CIA 요원 파머가 찾아와서 강의 신이라고 불리는 남자에 대한 정보가 있다고 하인츠 병장을 어느 특수 부대로 데리고 간다. 그 곳에서 만난 강의 신과의 전투에서 살아 남은 처참한 모습의 생존자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는데…(스포 때문에 여기까지!)

이 베트남 학살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여럿 있지만, 이 영화의 강의 신이라는 존재만큼 베트남 사람들의 슬픔과 분노를 잘 표현한 것이 있었나 싶다. 베트남을 침공한 침략자들은 그저 강의 신을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것이라고 표현한다. 마치 본인들이 베트남 사람들에 대해 이해할 수 없고 무지하다고 광고를 하는 것처럼. 또한 윌리엄 서머싯의 <달과 6펜스> 소설처럼 표면적으로는 하인츠 병장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지만 영화의 찐 주인공은 강의 신이고 그 존재를 찾아가는 연출이 너무나 좋았다. ‘강의 신이라는 존재를 더 입체적이고 크게 느껴지게 할 수 있었다고 할까?

영화는 어쩔 수 없이 잔혹한 연출과 표현이 있어서 비위가 약하신 분들에게는 크게 권장하고 싶지는 않다. (나 또한 이러한 잔혹성이 강한 영화는 비위가 약해 보지 못한다) 하지만, 여러분이 눈을 찔끔거리면서 영화를 보더라도 한 번쯤 봤으면 하는 이야기의 영화이다.(나는 쓰레기통을 붙잡고 봤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오츠 스튜디오(Oatz Studio)가 애초에 장편으로 기획하기 위한 단편을 공개하는 채널이지만, 이 영화는 정말 노골적으로 장편화를 노렸었다. 유튜브에 영상을 공개하면서 클라우드 펀딩을 동시에 진행하였으니! 아쉽게도 목표 금액을 도달하지 못해 장편 기획은 없던 일이 되었지만(해당 펀딩 금액들을 돌려주면서 거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닐 블롬캠프가 보낸 장문의 메일이 왔다는 말이 있다), 넷플릭스에 해당 에피소드가 공개되면서 다시 장편화 이야기가 스물스물 올라오고 있다. 이번에는 꼭 펀딩에 성공해서 장편화가 되길!(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단 말이야!)

*10 22 <레이가 사고 싶어> 소개는 블로그 만아 님의 글을 무단으로 사용한 저의 불찰이 있었습니다부주의한 저의 잘못으로 불쾌하였을 만아 님과 구독자 여러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아래 해당 블로그의 원문 링크를 함께 첨부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에이비

 

킬러, 조 기자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1부: 5/9회

 “참, 영희야. 할아버지께서 이거 너 주라고 하셨는데.”
 말을 마친 갑자기 삼촌이 상주 휴게실에 들어갔다. 다시 나온 삼촌의 손에는 비단 보자기에 싸인 상자가 들려있었다. 
난 직감했다. 저건 금.. 아니면 돈..? 아니, 할아버지의 사랑이다.
 “아니, 이게... 어휴 괜찮은데.”
 나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아냐, 이거 할아버지께서 임종 직전에 너한테 꼭 직접 주라고 하셨어. 책상 몇 번째 서랍에 있다는 거 설명까지 하시면서...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네게 주고 싶은 거겠지. 혹시나 네가 장례식에 오지 않을까, 하고 챙겨오길 잘했네.”
 그러게요. 저도 오길 참 잘한 거 같아요.

 나는 할아버지의 선물을 받아들고 장례식장을 떠나려는데 엄마가 쫓아왔다. 엄마는 아직 상복 차림이었다.
 “그거 뭐야. 다 들었어.”
 “엄마, 할아버지가 특별히 나한테 준 유품인데, 설마 이거까지 탐내는 거 아니지?”
 엄마는 정곡을 찔린 듯, 헛기침했다.
 “너, 너. 장례식은 아직 남았는데 왜 혼자 먼저 가?”
 “나 원래 와서 인사만 하고 가려고 했거든? 그런데 엄마가 빌딩 얘기해서 특별히 지금까지 있어 준 거야. 비켜, 나 어제도 야근해서 잠도 거의 못 잤단 말이야.”
 “너, 너 회사 동료들도 올 거 아냐? 조문객 맞이해야지?”
 “부장한테 우리 가족사 안 좋으니까 오지 말라고 했어. 부조도 안 해도 된다니까 엄청 좋아하던데?”
 엄마는 할 말이 없어졌는지,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나를 잡아둘 명분을 찾는 듯했지만, 못 찾았겠지. 나는 엄마를 옆으로 밀치고 자동차에 탔다. 그리고 조수석에 할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을 놓았다.

 눈을 뜨니 한낮이었다. 시간을 보니 오후 4시였다.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제일 먼저 들여다봤다. 회사 단톡방에 읽지 않은 메시지가 200개 넘게 쌓여있었다. 단톡방에 들어가 보니 다들 열심히 살고 있었다. 내 소식을 알게 된 동료들 몇 명이 개별적으로 ‘소식 들었어. 많이 힘들겠다. 힘내’와 같이, 위로하는 메시지들을 보냈다. 나는 슬픔에 잠겨있는 척, 메시지가 큰 힘이 된 척, 답장을 보냈다. 잃지 않은 메시지에는 엄마가 보낸 것도 있었다. 메시지 내용은 ‘잘 들어갔니?’ 가 아니었다. 할아버지의 유품이 뭐냐는 거였다. 맞다. 그게 있었지?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첫 연재: <카페, 커피그림> wrriten by 최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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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작은 조약돌과 같은 글을 꿈꾸는 최현승입니다.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LIVE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01 - 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 6.28(월)
"4차 산업혁명이 온다는데 온 거야 만거야"

02 - 김얀 작가 / 7.1(목)
"사회초년생! 오늘부터 '돈'독하게 모아보자!"

03 - 김찬호 교수 / 7.5(월)
"나는 왜 돈이 없다고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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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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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칠 때는 업종변경을, 유통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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