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무상급식의 조건은 ‘고기가 없는(meat-free)’ 것
 
Newsletter Issue 99

26 Nov, 2021  1421 Subscribers
 
 
 

오랜만에 집에 돌아오니 창가에 식물 하나가 축 처져 있었다. 하필 양옆에 놓인 두 녀석이 고개를 뻣뻣이 들고 보란 듯이 온몸으로 볕을 빨아먹고 있었다. 두 놈 사이로 안 그래도 풀 죽은 녀석이 더 안쓰러워 보였다. 다행히 죽은 것 같진 않아서 바로 물을 주었다. 그게 오전이었다.

바쁜 하루였다. 매번 그렇듯 엉뚱한 데 시간을 더 써서 그렇다. 고쳐지질 않는다. 그러다 밤이 됐다. 집에 돌아와 창문을 보니 맥 빠졌던 녀석은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줄기를 꼿꼿이 세우고 있다. 그 자태가 멋지고 대견스러워 한참을 바라보고 있다. 저 작은 몸에서 어떻게 저런 활력이 샘솟는지 감탄스럽다. 수돗물 몇 컵 주었을 뿐인데.

비워둔 방에 그 친구가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덕분인지 내 맘 어딘가 닫아두었던 활력이 움튼다. 주어진 생명력을 걱정에 소진하고 있지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시간과 젊음이 있다는 게 새삼스럽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도큐 season & work
 
 
 

1. Food by ClubComb
무상급식의 조건은 ‘고기가 없는(meat-free)’ 것 [Norway/Oslo]
2.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Good Times by CHIC
3. Movie by 단편극장
GDANSK -에이비의 오츠 스튜디오’ 네 번째(마지막) 리뷰-
4. Novel by 단편서점
킬러, 조 기자(1부, 7/9회)
5. Event by season & work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무상급식의 조건은 ‘고기가 없는(meat-free)’ 것 [Norway/Oslo]
바로 comber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시의 시의회는 2022년도의 예산안을 통해 고등학교에서 무상급식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공립학교에는 일정금액이 지급된다. 배당된 지원금은 아침식사 또는 점심식사, 아니면 양쪽 모두에 쓸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건국, 교육국과 협의하여 선택할 수 있다. 다만 지급되는 조건은 메뉴가 ‘고기가 없는(meat-free)’ 것이어야 한다.

노르웨이 학생들은 마트팟케(Matpakke)라 불리는 간단한 점심(주로 샌드위치)를 지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찬은 살라미 치즈 등 가공식품이 많기 때문에 급식제도 도입으로 과일과 야채 섭취량이 늘어난다. 또 고기 먹는 양을 조금이라도 줄이면 환경, 기후변화 대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메뉴는 학교마다 다르기 때문에 마트팟케가 없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노르웨이에 사는 10명 중 1명의 아이가 빈곤 저소득층’이라는 상황이다. 오슬로시는 밥을 굶는 아이가 줄어 드는 것은 빈부격차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빈곤 저소득층 아이가 학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이 아이들의 취업률의 증가로 연결된다고 보고 있다. 현재 오슬로의 전 중학교에는 주 3일 한정으로 과일이 무료 배포되고 있다. 2023년부터는 중학교도 무상급식 제도의 대상이 된다. 머지않아 모든 초중고에서의 도입을 목표로, 신선한 야채나 과일을 먹으며 크는 아이가 늘어날 전망이다.

오슬로시 공식 웹사이트: 학교와 교육

+Det norske Arbeiderparti
노르웨이 노동당 공식 웹사이트: 학교급식과 ‘학교과일’
콤버노트
기간은 짧았지만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이 떠올랐다. 점심에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파는 건 조각피자와 쿠키, 스낵, 탄산음료가 전부였던 걸로 기억한다. 집에서 의식적으로 샐러드나 과일을 챙겨가지 않으면 야채를 사실상 먹을 기회가 없었다. 서구권 문화에서는 이런 조치들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한국과 같이 나물과 김치가 기본 반찬인 곳은 사실 이러한 조치가 큰 매력이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독자 중에서 기타 유럽국가 또는 타 대륙에서 학교를 다니며 급식을 먹은 경험이 있다면 이를 공유해주셔도 좋을 것 같다.

 

Good Times
by CHIC
그루브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지는 베이스 기타와 찰랑찰랑한 일렉기타. 스트링사운드로 포인트를 주며 빵빵한 코러스 보컬과 클랩(Clap) 사운드는 디스코 음악의 즐거움을 물씬 느끼게 해준다. 디스코 사운드는 Funk에서 파생되었고, Funk가 가진 재즈 스타일을 덜어내서 좀더 가볍고 복잡하지 않으며 춤추기 좋은 신나는 음악을 지향했다. Chic음악이 딱 그렇다.

가사는 제목 그대로 호시절에 대한 이야기다. 지금이 바로 호시절.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는데, 뭐해 멍청아 빨리 춤춰!

CHIC의 중심부엔 나일 로저스 라는 기타리스트가 있다. 여러분은 Daft Punk2013년 싱글 트랙 <Get Lucky>에서 만났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줄곧 방구석에서 컴퓨터로 일렉트로닉 음악을 해오던 Daft Punk가 밴드의 형태로 음악을 내다니! 당시엔 꽤나 센세이션한 사건이었다. <Get Lucky>에는 소위 쨉쨉이기타라고 부르는 Funk 기타 사운드를 채용했고, Daft Punk가 원래 해오던 대로 옛 Funk 기타 사운드를 가져왔지만 이번에는 샘플링으로 가져온 게 아닌 세션맨을 가져와버렸다. 그게 나일 로저스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Chic1972년 기타리스트 Nile Rodgers 와 베이시스트 Bernard Edwards 가 결성한 밴드다. 당시 근본은 재즈 소울이었고, ‘은 주류 음악이었다. 그에 비해 Chic가 지향하는 디스코 뮤직은 아주 경박한 음악으로 평가받았다. 79Disco Demolition Night이라는 거대한 혐오의 물결도 있었고, 80년대부터 자연스럽게 Chic는 해체되었다.

나일 로저스와 버나드 에드워드는 Chic작업을 멈추면서 다양한 음악 활동을 했다. 그들은 세션맨이지만 프로듀싱 능력도 뛰어났는데, Sister Sledge 라는 디스코 밴드를 기획하기도 하고, 다이에나 로스 데이빗 보위 마돈나 등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작업하기도 했다.

Chic는 아직도 활동하고 있다. 다만 이름을 Nile Rodgers & Chic로 원래 밴드와는 구분을 짓는다. 그 이유는 로저스 아저씨 빼고 원년 멤버들이 싸그리 없기 때문. 2015<I'll Be There>라는 싱글을 발표하면서 컴백의 신호탄을 쐈으나, 절친했던 데이빗 보위의 죽음과 프린스의 죽음으로 미뤄지다가 2018년에 앨범 [It’s About Time] 으로 9번째 공식 앨범을 냈다

한때 나일 로저스 팬의 마음을 휘저었던 싱글 트랙 <I'll Be There>. Chic의 지금까지의 앨범들을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 좋았다. Daft PunkRandom Access Memories가 보이는 것도 간지다.


season & work

 

GDANSK
에이비의 오츠 스튜디오’ 네 번째(마지막) 리뷰 

감독  Neill Blomkamp
개봉  2017
길이  2분
관람  유튜브
에이비의 감상 노트
중세 시대, 신성 로마 제국이 인구 희박지인 동유럽으로 이주하는 붐이 일어났었다. 이를 역사에서는 동방식민운동이라 기록하고 있다. 그 식민 운동의 중심에는 튜튼 기사단이 있었다. 역사에서는 십자군 전쟁에 참여한 신성한 독일 기사단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기사단이다. 분명 신성한 신의 가르침을 전달하는 기사단인데, 지금 농부의 눈 앞에는 기사단 옷을 입은 잔인하기 그지 없는 거인이 다가오고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역사를 배우다 보면 과장된 표현을 담은 기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단군 신화에서 곰이 마늘과 쑥을 먹고 인간이 되었다는 기록은 웅족과 호족들의 사이에 단군의 세력이 나타나고 웅족은 이를 받아들이고 호족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족에서 국가를 형성하는 단계에서 야인 취급 받게 되는 것과 같이 후대에 알리기 위해 이야기화 되면서 뭔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된다. 왜 그럴까? 내 생각에는 사람은 감정적이고 주관적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에서 중립적으로 자세를 취하기는 정말 어렵다. (만약 가능하다면 성인군자!) 때문에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던가. 정말로 그것이 신성한 행진이었는지, 아니면 고귀한 행진을 빌미로 추악한 악행과 탐욕을 저지른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괜히 한 나라가 침략을 당하면 역사고가 제일 먼저 훼손 되는 것이 아니다.

이 짧은 단편은 그런 부분을 강렬하게 꼬집고 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그 진실은. 사실일까?
혹시 당신이 믿고 있는 것은 거짓된 이야기가 아닐까?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폴란드의 컨셉 아티스트이자 게임 ‘Iron Harvest 1920+’의 기획자로 유명한 야쿱 로잘스키(Jakub Rozalski)의 컨셉 아트에서 따와 제작한 정말 짧디 짧은 단편이다. 해당 영상이 게임에 사용되는 시네마틱인지 따로 제작되는 영화인지는 아직까지도 구체적으로 발표가 되지 않았지만, 야쿱 로잘스키의 트위터를 통해 게임 시네마틱에 가깝게 제작되고 있다고 알 수 있다. (2017년부터 2021년 까지.. 언제까지 기다리라고! 그만 게임이든 영화든 정식 발표를 해라!!)

여기까지 나의 오츠 스튜디오(Oatz Studios)에 대한 부족하지만 짧은 한 달간의 리뷰를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닐 블롬캠프(Neill Blomkamp)의 성향상 대부분의 작품들이 굉장히 오걸트적으로 기괴하고 기분을 불쾌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지만, 이렇게 본인만의 장르를 개척해나가는 모습만큼은 멋진 사람을 구독자 여러분께 이렇게 알려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그의 행보가 기대되는 것만큼은 사실이기에 우리 모두 기대해봅시다앗!

에이비

 

킬러, 조 기자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1부: 7/9회

주간지가 도착했다. <주간고려>. 나는 고려일보에서 주간지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다. 이 부서에 발령된 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됐다.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내 불만은 다른 곳에 있었다. 나는 군 생활을 정훈장교로 했다. 그래서 지금 신문사에 입사할 때 이 경력을 살려서 나는 정치부에 지원했는데, 지금 쓰는 기사들은 ‘인천 어린이집 대마초 사건’, ‘코스피 3,000 천장 무너져’, ‘개미들은 어디로...?’, ‘장마철, 효과적인 음식물 보관법은?’, ‘초등학생 장래희망 1위, 유튜버! 이들의 일상은?’ 들이다. 이게 내 불만이었다.

아무튼, 주간지가 도착했다는 건, 토요일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토요일이라는 건 내 휴가가 내일까지라는 뜻이다. 나는 착잡한 마음에 캡슐커피로 에스프레소를 뽑아 식탁에 앉아서 오늘 도착한 ‘주간고려’를 펼쳤다. 쉬는 동안 뉴스를 챙겨보지 않아서, 지금부터라도 다시 뉴스의 흐름을 파악해야 했다. 또, 내가 쓴 기사의 결과물도 궁금했다.
[어린이집에서 대마초를...? 검찰, 20대 여교사에게 징역 10년 구형]
 내가 쓴 제목이 아니다. 

[인천 어린이집 대마초 사건, 법원의 판결과 진실]
 이게 내가 부장에게 제출한 기사 제목이었다. 그럴 수 있다. 부장이나 데스크에서 페이지 편집이나 시선을 끌기 위해 종종 자기네 멋대로 바꾸는 경우가 있다. 기사도 가위질하는데, 제목 정도야... 그리고 기사를 살폈다.

 「...검찰은 교육의 장에서 대마초를 밀수 및 보관, 섭취와 흡연이라는 범죄를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교육을 받는 원아들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끼친 어린이집 교사, 이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 조용희 기자」

기사는 이렇게 끝이 났다. 나는 페이지를 넘겼다. 광고 페이지였다. 다음 주에 발매된다는 새 스마트폰이 페이지 전체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쓴 기사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이다음이 진짜였다. 나는 재판이 있던 월요일에 재판이 끝나고 이 씨의 변호사를 만나서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전날인 일요일에는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을 만났다. 그는 내게 사건이 진범을 가리기 위해, 경찰이 이 씨를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일종의 양심고백을 했다.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첫 연재: <카페, 커피그림> wrriten by 최현승
다시보기

+작가소개: 작은 조약돌과 같은 글을 꿈꾸는 최현승입니다.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LIVE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01 - 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 6.28(월)
"4차 산업혁명이 온다는데 온 거야 만거야"

02 - 김얀 작가 / 7.1(목)
"사회초년생! 오늘부터 '돈'독하게 모아보자!"

03 - 김찬호 교수 / 7.5(월)
"나는 왜 돈이 없다고 생각할까?"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01 - 유형곤(우리동네세탁소) / 7.8(목)

02 - 조수형(싸군마켓) / 7.12(월)
"파도가 칠 때는 업종변경을, 유통의 힘"

03 - 홍미선(땡스롤리) / 7.15(목)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면"

04 - 코보리모토무&최영미(시:시밥) / 7.19(월)
"두 사업자가 만나면"

05 - 장건희(육곳간) / 7.22(목)
"이 시국에 정육점에서 소세지집까지 사업 확장"

*해당 날짜에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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