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빛깔로 따뜻한 세력을 이룬다.
 
Newsletter Issue 101

10 Dec, 2021  1439 Subscribers
 
 
 

파란 밤하늘 바닥 위로 겨울이 가득 차 있었다. 은하수는 별의 세력과 함께 푸른 빛으로 산을 품었다. 그 빛은 능선 마디를 두고 옅고 짙기를 반복했다. 앓던 상념이 분산돼 빛속으로 흡수되는 듯 했다. 편안해졌다. 아는 별자리가 한두 개 뿐인 게 멋쩍어졌다.

간직하고 싶어 핸드폰 렌즈를 하늘에 붙였다. 빛을 흡수해야 모습을 드러내는 피사체와 달리 오히려 별은 빛을 차단해야 자태를 드러냈다. 별은 빛 그 자체였다. 잠시 후 빛이 떨어졌다. 시야에 걸친 전봇대의 전깃줄이 타버린 건가 싶을 정도로 번개 같은 별똥별이었다. 여느 때라면 하지 않을 소원 같은 것도 빌었다. 그 정도로 대단한 별똥별이었지만 별 입장에서는 생명의 화려한 소멸이었다. 고생하셨소.

겨울 밤의 따뜻함은 별빛에 달려있다. 올려다 보지만 압도하지 않고 감싸 안는 힘이 별에게는 있다. 차가운 빛깔로 따뜻한 세력을 이룬다. 하늘 가득 메운 별을 보면 감탄하고 멍하니 바라보거나 소원을 비는 이유인가 보다. 겨울 하루가 유난히 춥게 느껴질 때 하늘을 올려다 봐야겠다. 발 붙인 곳에 별빛이 없는 까닭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도큐 season & work
 
 
 

1.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Inside Out by Odyssey
2. Movie by 단편극장
아버지의 방
3. Novel by 단편서점
킬러, 조 기자(1부, 9/9회)
4. Event by season & work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Inside Out
by Odyssey
Inside out? 도대체 뭘 뒤집는 다는 건지?! 분명히 남녀 사이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심지어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를 원하는 이야기인데 뭘 뒤집어 뒤집긴!?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는 분위기가 가사에 묻어나는데?! (나만 쓰레기야?!)

뭐 아무튼 그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가 결론이다. (뭘 기대했냐;) 중의적인 표현인지 아무튼 알 수 없고, inside out은 뒤집어졌다는 뜻 말고도 속속들이라는 뜻도 있단다. ‘(I wanna be) inside out’ 이라는 가사가 있는데, 널 속속들이 알고 싶어 뭐 이런 뜻이려나…? (더 야한 것 같은데요…?)

디스코는 당시 좀 퇴폐적인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가사는 그렇다고 치자. 연주가 정말 미쳤다. 도입부에 신스 사운드가 미쳤고, 퍼커션과 드럼도 미쳤다. (클랩까지 갓벽;) 근데 더 미친건 베이스다. 정말 이 노래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100번은 더 들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베이스 연주 때문이었다. 가사보다 더 끈적끈적한 연주에 아주 녹아버렷…! 스트링 사운드는 덤이다. 그냥 즐겨

<Inside Out>1982년에 발표했다. 이 노래는 1980년에 밴드Slave의 노래 <Watching You>를 리메이크한 노래다. <Inside Out>의 프로듀서 Jimmy Douglass<Watching You>를 녹음할 때 엔지니어였고, Slave의 멤버였던 Steve Arrington두 곡 모두 드럼을 연주했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오디세이는 스티븐 콜라조의 어머니 릴리언 로페즈와 그녀의 언니들 루이스 로페즈, 카멘 로페즈 이렇게 세 자매로 구성된 그룹이었다. 하지만 둘째 언니 카멘이 가정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서 그룹에서 탈퇴를 하게 된다. 이후 오디세이의 히트곡 <Native New Yorker>가 한창 인기를 끌 때 토니 레이놀즈가 영입된다.

레이놀즈는 금방 또 탈퇴하게 되고, 그 자리는 윌리엄 '빌' 맥이컨으로 대체되었다. 오디세이의 우두머리인 릴리언의 아들 스티븐 콜라조가 키보드 연주자, 보컬리스트, 프로듀서 역할로 합류하는 게 또 재밌는 부분이다.

오디세이는 미국에서는 크게 인기를 끌진 못했지만 이상하게 영국에서 성공했는데, 1977년부터 1982년까지 총 5개의 노래가 톱 10에 히트를 쳤다. 그 중 하나인 <Use It Up and Wear It Out> 2주 동안 1위에 올랐다. 후속 싱글인 <If You're Lookin' for a Way Out> 6위에 올랐고 차트에서 총 15주간 머물렀다. 미국 그룹이 미국에선 1등을 한번도 못해보고 영국에서 1등을 먹어버렸다

영국에서 1등 먹은 <Use It Up and Wear It Out> 들어 보시죠
<Inside Out>은 싱글 앨범 버전이 한 10배 좋다. 진짜 함 잡솨봐!


season & work

 

겨울잠

감독  장나리
개봉  2015
길이  8분
관람  왓챠
에이비의 감상 노트
영화를 보기 전, 제목만 보면 힘든 우리네 아버지들의 삶을 위로해주고 여러 세대들에게 아버지들의 고충을 공감 시켜주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주 폭력적이고 어두운 이야기였다. 마주보기 싫고 불편하지만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이고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오늘은 부족하지만 조심스럽게 불편한 아버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나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다. 사실 좋지 않은 게 아니라 최근에 연을 끊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내 어린 시절부터의 결과이고 나의 모든 트라우마들은 가족, 특히 아버지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가족적인 드라마나 영화의 경우 잘 공감하지 못하고 조금 기피하는 성향이 있다. (돌이켜보면 뉴스레터를 쓰면서 가족적인 영화는 다룬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에게 아버지는 잊고 싶은 존재이자 내가 정말로 닮기 싫은 사람 중 한 명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은 어린시절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했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박스 상자에 넣고 가둬버렸다. 하지만 친구의 결혼식에서 신부의 아버지가 신부와 나란히 입장하는 모습을 보자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혼란스러워 한다.

영화는 가정 폭력을 당한 한 여자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녀의 감정이 어떠한지 너무 잘 표현하고 있다. 만약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공감의 울렁거림을, 이런 경험이 없는 분들은 불쾌함의 울렁거림을 느낄 것이다.

끝내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그런 아버지 덕분에 바르게 잘 컸다.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라는 일념 하나로 유년시절을 보냈으니 그런 트라우마들이 오늘 날의 나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나도 내가 닮기 싫어하는 사람의 자식이기에, 나도 모르게 내가 싫어한 아버지의 모습이 나오지는 않을까? 아버지의 그 습()들이 나도 모르게 나에게 세습되지 않았을까? 그런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날들이 많았다. 영화 속 주인공이 밤을 지새우는 이유 또한 같을 것이다.

지금 혹시 이 글을 읽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잘못된 것이 아니에요. 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그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본 작품은 장나리 감독의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졸업 작품으로 2015년에 제작한 것인데,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크로아티아의 <2017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학생 경쟁 부분 스페셜 멘션’(특별상 같은 느낌!)을 수상하였다. 이미 2014년에 해당 영화제에 <홈 스위트 홈>이란 작품으로 초청 된 적이 있어서 이미 해외에서는 괴물 신예가 나타났다고 크게 주목하고 있다.

2017년까지 활발하게 활동하시다가 긴 공백기를 가진 뒤, 2020년에 <아홉 살의 사루비아>라는 단편을 공개하면서 다시 활동 재개를 알리셨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감독님 중에 한 분이니 이분의 작품들을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에이비

 

킬러, 조 기자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1부: 9/9회

 이 선배가 말했다.
 “국회... 그러면 인천 대마초 사건은 어쩌고?”
 “그거, 내가 맡게 됐어.”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거 처음부터 내가 다 했는데.”
 “왜 나한테 화를 내? 너 입사할 때 원래 정치부 지원했던 애 아냐? 하고 싶은 거 하게 해준다는데...”
 말을 마친 선배는 절반 넘게 남은 담배를 쓰레기통에 비벼 껐다. 그리고 바로 건물로 다시 들어갔다. 나도 급하게 담배를 끈 다음, 선배를 따라갔다.
 “뭐 있지? 내가 이럴 줄 알았어.”
 “그래, 뭐 있다, 있어. 이런 게 한두 번이냐? 잔말 말고 오후 외근 준비해. 그동안 인천 그.. 히로뽕인가? 아무튼, 그거 취재했던 자료 내가 보내고.”
 “대마초야. 그리고 자료들은 클라우드에 모두 올려놨어요.”
 “내 말은 거기에 안 올린 거. 진.짜 자료. 내가 남 뒤치다꺼리 하루 이틀 하나. 이게 어디서 선배를 속이려고.”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러자 앞서가던 선배가 뒤로 돌아서 내가 다가왔다.
 “잔말 말고 보내. 그러면 내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줄게. 점심시간 전까지야.” 

 나는 내가 하던 인천 대마초 사건 취재를 뒤이어 담당하게 된 이 선배와 단둘이 점심을 먹었다. 메뉴는 순댓국이었다.
 “진짜 범인, 원장 아들이야?”
 이 선배가 밥을 먹다 말고 물었다. 내가 오전에 선배에게 취재자료들을 보냈지만, 거기에 정말 핵심내용들은 없었다.
 “아닌데요.”
 내가 말했다. 
 “지랄.”
 선배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내 대답이 어색했다,
 “맞아요.”
 내가 사실대로 말했다. 그러자 선배는 “그럼 그렇지.”라고 말했다.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첫 연재: <카페, 커피그림> wrriten by 최현승
다시보기

+작가소개: 작은 조약돌과 같은 글을 꿈꾸는 최현승입니다.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LIVE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01 - 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 6.28(월)
"4차 산업혁명이 온다는데 온 거야 만거야"

02 - 김얀 작가 / 7.1(목)
"사회초년생! 오늘부터 '돈'독하게 모아보자!"

03 - 김찬호 교수 / 7.5(월)
"나는 왜 돈이 없다고 생각할까?"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01 - 유형곤(우리동네세탁소) / 7.8(목)

02 - 조수형(싸군마켓) / 7.12(월)
"파도가 칠 때는 업종변경을, 유통의 힘"

03 - 홍미선(땡스롤리) / 7.15(목)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면"

04 - 코보리모토무&최영미(시:시밥) / 7.1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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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 장건희(육곳간) / 7.22(목)
"이 시국에 정육점에서 소세지집까지 사업 확장"

*해당 날짜에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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