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질 않는다. 피곤하다.
 
Newsletter Issue 102

17 Dec, 2021  1438 Subscribers
 
 
 

분명 피곤한데 잠이 오질 않는다. 배도 고픈 듯 한데 먹고 싶진 않다. 샤워도 했고 로션도 발랐다. 손톱 발톱도 아직 짧다. 맥주도 두 캔 마셨다. 더 마실까 하다 이 이상은 그냥 마시는 느낌이다. 술이 아깝다. 건조대에 걸린 옷도 가져와 다 개고 새 빨래도 널었다. 일이라도 더 할까 하다 이런 생각으로 아까 1시간은 더 했다. 일 할 정도로 정신도 맑지도 않다. 베란다 창문에 대롱 걸린 매번 이름을 까먹는 식물에 물도 줬다. 침대에 가서 잠만 자면 된다.

잠이 오질 않는다. 설거지도 했다. 미뤄뒀던 식재료도 썰어 소분해서 냉장고에 넣어뒀다. 쓰레기통을 비울 일이 남았는데 아직 조금 공간이 남았고 밖은 춥다. 책도 읽어봤다. 열 페이지 정도 읽으니 잉크와 여백을 구분하는 느낌이다. 앉아있자니 더디지도 빠르지도 않은 정확한 시간 속에 남겨진 느낌이다. 운동도 했다. 이렇게 보니 하루는 꽤 긴 시간이다. 많은 걸 했다. 그러니까 이제 침대에 가서 잠만 자면 된다.

알람을 맞춰보자. 몇시에 일어나고 싶은지 모르겠다. 관두자. 

잠이 오질 않는다. 피곤하다.

+지난 #101 뉴스레터 콘텐츠 중 <단편극장> 영화 제목이 '아버지의 방'이 아닌, #100 뉴스레터에서 소개해드렸던 '겨울잠'으로 수정되지 않은 채 발송 됐습니다. 'Contents' 목록에서는 '아버지의 방'으로 옳게 적혀 있었죠. 혼란을 드렸습니다. 미안해요. 더 꼼꼼히 작업하도록 하겠습니다.

+<단편서점>에서 연재 중인 '킬러, 조 기자' 1부가 초기 기획했던 9회에서 16회 분으로 분량이 늘어났습니다. 1부 전체 분량은 그대로지만 뉴스레터에 알맞게 회당 분량을 조절하다보니 회차가 늘어나게 됐다고 합니다. 작가 말에 의하면 총 3부작으로 연재 된다고 합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도큐 season & work
 
 
 

1.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Look Who’s Lonely Now by Randy Crawford
2. Movie by 단편극장
마이네임이즈
3. Novel by 단편서점
킬러, 조 기자(1부, 10/16회)
4. Event by season & work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Look Who’s Lonely Now
by Randy Crawford
시작부터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색소폰 소리에 발목이 잡혔다. 베이스와 드럼이 꽤 강조되어 있어서 리드미컬하게 들리고, 건반소리와 기타소리가 살랑살랑 하는게 너무 기분 좋은 곡이다. 가면 갈수록 색소폰은 정신이 나갈 것 같으니 재밌게 들어보시길.

가사 내용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헤어진 연인에게 일침을 놓는 노래다. 산뜻한 분위기로 이런 가사라니. ‘이제 누가 외로운지 봐라라니! 허허 아리랑 고개에도 10리도 못 가서 발병 나는 전설이 있는디. 이별은 역시 저주스러운 것인가. 아름다운 이별은 없는 건가요

역힙꼰 믹스 듣다가 너무 좋아서 가져와봤다. 한영애의 <푸른 칵테일의 향기>. 2001년 발표한 곡이고, 꽤 세련된 블랙뮤직 지향의 팝이다. 한영애의 소울풀 하면서도 뽕짝이 섞인 목소리가 일품. 악기 구성이 내가 좋아하는 구성이다. 랜디 누나 옆에 놔도 꿀리지 않은 듯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Veronica "Randy" Crawford 52년생. 재즈, R&B, 펑크, 소울 장르에서 보컬로 활동했다. 랜디누나는 사실 79년에 객원 보컬로 참여한 곡이 가장 유명하다. 바로 The Crusaders<Street Life>. 잘 연결은 되지 않지만 dj doc<Street Life>에서 샘플링한 그 노래가 맞다. (여담으로 20대 때 밴드를 하던 시절 <Street Life>를 연습 했었는데, 코드가 너무 복잡하고 헷갈려서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자꾸 틀린다고 기타치는 엉아한테 많이 혼났었다. 힝구.)

이런 우연이 있나. 랜디누나는 저번주에 소개한 Odyssey와 비슷하게 영국에서 더 큰 인기를 받은 가수다. 물론 미국에서도 빌보드에 몇 차례 올랐던 인기가 많은 가수였지만 미국 출신에 미국에서 활동하는 가수가 82년 영국에서 최고의 영국 여자 가수 상(?)을 받는다. 이번에 소개하는 곡이 수록된 앨범 [Windsong]82년도에 발표한 걸로 봐서는 고개가 절로 끄덕끄덕이다.

아 조금 덧붙여서 색소폰 연주자를 좀 찾아봤는데, 이 아저씨도 대단한 아저씨였다. David Sanborn이라는 아저씨인데  7-80년대에 재즈 색소폰 씬에서 최정상에 있었던 연주자였다. 특히 본인의 밴드로 낸 앨범 중에 재즈 차트에서 1등 먹은 앨범이 4장이나 있다. 데이빗 아저씨가 세션으로 참여한 앨범은 500개가 넘고, 대충 훑어봐도 유명한 형아 누나들이랑 작업을 많이 했다

랜디 누나의 올타임 히트곡 <Street Life>. 영화 ‘Jackie Brown’ 수록곡 버전이 짧고 좋다. 크루세이더스 엉아들 거는 10분이 넘으니 시간 나면 들으시길.

데이비드 샌본인지 산본역인지 머시기인지는 모르겠고~ 색소폰이면 조선에선 케니 쥐 아저씨가 1등이제~ 99년도 MBC음악캠프 라이브 버전대한민국 7대 미스터리다… (아침마당 리처드 기어등등..)

season & work

 

마이네임이즈

감독  한정길
출연  오진주, 임지연
개봉  2017
길이  13분
관람  왓챠
에이비의 감상 노트
예전에 내 동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동생이 내가 쓴 글을 안 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당당하게 썼었다.) 동생은 미술을 공부하고 싶어 프랑스 유학을 준비 했었지만, 끝내 마음을 접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씁쓸한 이야기였다. 지금 겨우 마음을 잡고 공무원 시험 공부에 한창인 동생인데, 만약에 프랑스 미술학교에서 합격 소식이 들려온다면? 그 편지를 누구보다 형인 내가 먼저 받았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소연은 다음 주에 있을 발레 콩쿨을 위해 연습을 한다.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서 연습실에서도 못하고 주차장, 공원 등에서 필사적으로 연습을 한다. 그런 소연을 바라보는 언니는 소연이 한심하다. 어려운 형편인데 소연이 얼른 정신차리고 취업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소연은 그런 언니의 눈치를 보면서도 발레 연습에 열심이다. 그러던 어느 날, 토슈즈를 구하기 위해서 발레 선생님에게 전화를 하다가 보스턴 발레 아카데미에서 무용 영상을 보내달라는 편지를 언니가 숨기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1년에 발레리나를 꿈꾸고 발레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 중에서 몇 명이 데뷔를 하고, 몇 명이 우리의 기억에 남는 발레리나가 될까? 나도 영화를 만들고 나름 영화감독이라고 칭하고 있지만(스스로), 정말 생각만 해도 눈앞이 캄캄해지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런 막막한 현실을 깰 수 있는 것이 보스턴 발레 아카데미에서 보낸 편지와 같은 것 아닐까? 냉정한 현실에서 찾은 희망과 꿈은 그 어떤 고난이 예상되는 길임에도 그것을 극복하고 헤쳐나가는 힘을 줄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만약 소연의 언니와 같은 동생의 편지를 받게 된다면, 지금 당장 공무원 시험을 때려치우고 프랑스로 날아가라고 할 것 같다. 막연한 꿈이 현실이 되었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지 않는가?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한정길 감독은 학창시절부터 2014년 제 14회 대한민국청소년영화제에서 장려상, 2017년 제2회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 대왕고래상 수상한 감독이다. 심지어 이 작품을 포함해서 2017년에 총 3편의 작품을 냈는데(<고래사냥>, <안식처>) 모든 작품을 각종 영화제에 초청 받거나 수상을 했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될 수 밖에! 2017년부터 매년 작품들을 가지고 오셨는데, 2021년에만 조용한 것을 보니 곧 장편을 위한 기(?)를 모으고 있는게 아닐까?! 

에이비

 

킬러, 조 기자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1부: 10/16회

오후에는 정치부 김준호 선배를 따라 국회로 외근 나갔다.
“너, 국회 얼마 만에 가는 거지?”
국회로 가던 길에, 운전하던 김 선배가 물었다.
“저요? 한... 일 년 정도요?”
“그럼 감 다 잃었겠네. 한 일주일 정도는 뭘 하려고 하지 말고, 나 따라다니면서 공부한다고 생각해. 업무가 늘어나서 증원된 인원이 아니니까 부담 갖지 말고.”
김 선배도 내가 갑자기 정치부로 온 이유를 아는 듯했다. 아니, 모를 수가 없다. 나는 선배에게 알겠다고 했다. 내 대답을 끝으로 차 안에서 한동안 아무 대화가 없이 꽤 긴 시간이 흘렀다. 다시 대화가 시작된 건 마포대교 위에서였다. 평소에는 잘 막히지도 않던 길이었는데, 갑자기 정체됐다.
“힘들지?”
김 선배의 시선은 앞차에 꽂혀있었다. 나는 선배의 말에 주어가 없는 게 짜증 났다.
“어떤 게요?”
나도 똑같이 앞차를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아니, 들어보니까 할아버지 일도 있고... 너 취재하던 거에서도 빠지라고 그랬다며, 부장이.”
“뭐, 그렇죠.”
나는 전혀 ‘그렇지’않은 표정과 말투로 말했다.
“원래 그런 곳이니까... 힘없는 우리가 참아야지 어쩌겠냐?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나이가 마흔이 안 된 사람이 인생 다 산 것 같은 말투로 말하는 것도 짜증 났다. 그런데...
“참, 너 국회 가는 거 오늘 들었지? 그럼 국회 출입증은?”
아차!
선배는 나를 국회의사당역에 내려다 주면서, “부장한테는 내가 같이 있었다고 말할 테니까 오늘은 그냥 쉬어.”라고 말했다, 나는 선배에게 허리를 몇 번이나 90도로 접으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선배는 멋있게 차창을 올리고 엑셀을 밟았다. 저렇게 착한 사람을 내가 왜 싫어했을까?

내가 집 앞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3시가 조금 안 됐다. 문을 열자, 잘 개켜진 이불 덕에 깔끔한 침대가 나를 맞이했다. 2년 6개월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군 생활을 하면서 내 몸에 밴 습관이다. 아니,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몇 개월도 안 되는 후보생 생활도 더해지겠지만... 아무튼, 나는 깔끔한 침대 아래로 손을 넣었다. 비단의 차갑고 매끄러운 촉감이 느껴졌다. 나는 비단을 움켜쥐고 꺼냈다. 할아버지가 내게 남겨준 권총과 탄창 두 개, 만년필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나는 다시 상자를 닫고, 보자기를 싸맸다. 그리고 상자를 들고 다시 집을 나섰다.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첫 연재: <카페, 커피그림> wrriten by 최현승
다시보기

+작가소개: 작은 조약돌과 같은 글을 꿈꾸는 최현승입니다.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LIVE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01 - 이선호 과학커뮤니케이터 / 6.28(월)
"4차 산업혁명이 온다는데 온 거야 만거야"

02 - 김얀 작가 / 7.1(목)
"사회초년생! 오늘부터 '돈'독하게 모아보자!"

03 - 김찬호 교수 / 7.5(월)
"나는 왜 돈이 없다고 생각할까?"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01 - 유형곤(우리동네세탁소) / 7.8(목)

02 - 조수형(싸군마켓) / 7.12(월)
"파도가 칠 때는 업종변경을, 유통의 힘"

03 - 홍미선(땡스롤리) / 7.15(목)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면"

04 - 코보리모토무&최영미(시:시밥) / 7.19(월)
"두 사업자가 만나면"

05 - 장건희(육곳간) / 7.22(목)
"이 시국에 정육점에서 소세지집까지 사업 확장"

*해당 날짜에 업로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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