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등록한다. 테니스, 피아노.
 
Newsletter Issue 103

24 Dec, 2021  1444 Subscribers
 
 
 

이따금 자연에서 사는 삶을 엿보곤 한다. 미성숙한 나는 젊음의 유혹과 가능성에 초연할 수 없기에 불안해지고 이내 자연이 주는 충만한 무언가를 탐해보는 것이다. 하루가 가는 데 꼬박 하루가 걸린다는 실감, 시계 없는 저녁과 밤의 구분. 이런 것들을 유혹이 차폐된 그곳에선 경험할 거라 희망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도시에 살고 있다. 삶 터를 옮길 생각도 없다. 다만 도시의 화려함 속, 분명히 숨 쉬는 자연을 발견하는 오감과 여유를 지니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시간과 날씨는 자연에만 오고 가지 않는다. 도시도 자연의 일부다.

내가 발붙인 이 곳과 더 많은 면을 맞댈 수 있도록 눈과 피부를 열어야겠다. 그래서 등록한다. 테니스, 피아노.

뜬금 없지만 계속 생각나는 시 한 편을 공유한다.

나는 별이다
-헤르만 헤세-

나는 저 하늘에 홀로 떠있는 별이다
세상을 그리워하고 바라보고
그 세상의 일부가 되고 싶어 하지만
내 스스로의 열정 안에서 불타버릴 뿐이다

나는 밤마다 노도치는 바다다
예전의 죄에 새로운 죄를 쌓아올리는
밤만 되면 울부 짖는 바다다

+<단편서점>에서 연재 중인 '킬러, 조 기자' 1부가 초기 기획했던 9회에서 16회 분으로 분량이 늘어났습니다. 1부 전체 분량은 그대로지만 뉴스레터에 알맞게 회당 분량을 조절하다보니 회차가 늘어나게 됐다고 합니다. 작가 말에 의하면 총 3부작으로 연재 된다고 합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도큐 season & work
 
 
 

1.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December 24 by 倉橋ルイ子(Ruiko Kurahashi)
2. Movie by 단편극장
そうして私たちはプールに金魚を(그래서 우리는 수영장에 금붕어를)
3. Novel by 단편서점
킬러, 조 기자(1부, 11/16회)
4. Event by season & work
창업자 인터뷰, <상인의 시간>
청년 경제 강연, <나는 왜 돈이 없을까>
 
 

December 24
by 倉橋ルイ子(Ruiko Kurahashi)
최근 성북문화재단의 이라는 사람의 차에 탈 일이 있었다. 그 차에 우연히 크리스마스 특집 팟캐스트가 흐르고 있었는데, ‘아 맞다 다음주가 벌써 크리스마스구나!’ 하고 무릎 탁 이마 탁 치는데? 제목이 <불교가 좋은 이유>. 분위기 갑분 목탁 두들기면서 어지럽다… (아 물론 택은 솔로다.)

그렇다. 왔다. 드디어 올해도 크리스마스가 와버렸다. 누군가에게는 목탁으로 맞고 기절하고 싶은 날이겠지만, 수십년간 크리스마스는 연인, 가족과 함께 나누는 사랑 넘치는 날로 합의가 되어있다. 누가 했는지 모를 이 거대한 합의를 무시하기가 참 어렵다. 킹자친구와 뭐라도 해야 되는 날. 선물도 교환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데2트 해야 하는 날이다. 마케팅이 이렇게나 무서운 거구나... 그냥 예수님 오신 날인데

아무튼 사랑으로 맺어진 이 무시무시한 합의를 제끼고 분위기 파악 못하는 가수들이 슬픈 크리스마스 노래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노래가 그 중 하나다. 그럼에도 아주 훌륭한 색소폰 연주를 담고 있고, 마치 <Just The Two Of Us> 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건반 소리도 기가막히다. 거기에 약간 중성적인 보컬을 얹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슬픈 가사를 얹으면? 키햐~

사족으로, 올 여름에 이 노래를 듣고 너무 좋아서 올 겨울에 꼭 뉴스레터에 올려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오늘이 딱 1224일이다. 이 묘한 쾌감덜덜… 

김윤아 누나의 슬픈 크리스마스 곡. <Blue Christmas> 예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 있는 것 같은데, 김윤아 솔로 프로젝트 1[Shadow Of Your Smile] 에 수록된 곡이다. 남동생 김윤일이랑 같이 부른 노래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루이코 누나는 59년 홋카이도 출신이다. 특이하게 본인의 이름을 루이카라고 소개하던 시절도 있는데, 세이코 메이코 등등 코자 돌림(?)이 유명했던 터라 개명에는 실패한듯. 사실 루이코 누나는 예명을 쓰고 활동했는데, 쿠라하시는 유명한 소설가의 성을 따온 것이고, ‘루이는 프랑스의 남성 이름을 (그래서 루이만 가타카나로 적혀있다.) 거기에 子()를 붙인 것 뿐이다.

84년에 발표한 미니앨범 [Never Fall in Love]에 수록된 <December 24>는 테츠지 하야시 선생님이 작곡한 곡이다. 노래가 왜 이렇게 좋은가 했다. 색소폰엔 Jake H. Concepcion 이라는 필리핀 출신의 유명한 색소폰 연주자가 참여했다.

그 시절 일본에서 크리스마스노래라고 하면, 야마시타 타츠로의 <Christmas Eve>가 아주 유명하고 상징적이다. 커머셜과 음악성 둘 다 잡은 초 히트 크리스마스 노래
이 노래를 제낄.. 수는 없었지만 테츠지 선생님이 작곡한 꽤 훌륭한 크리스마스 노래라고 생각한다. 슬픈 발라드라서 타츠로 형을 이길 수 없었던 것 뿐이야…!!

84년 발표한 다른 미니앨범 [Hello Again]에 수록된 재지한 곡. <Long Good Bye>. 이 누나  좀 슬픈 노래를 좋아하시네;

season & work

 

そうして私たちはプールに金魚を(그래서 우리는 수영장에 금붕어를)

감독  Makoto Nagahisa
출연  Marin Nishimoto, Rina Matsuyama, Reina Kikuchi, Hina Yukawa
개봉  2016
길이  28분
관람  Vimeo(영어자막)
에이비의 감상 노트
뜬금없이 군산에 23일 정도 갔다 왔다. 여행은 아니었다.(개인적으로 여행을 즐기는 타입은 아니다) 며칠 정도는 그냥 혼자 있고 싶었다. 핸드폰은 비행기 모드로 해놓고 어디 박혀 있고 싶은데, 서울에서 굳이 숙박을 구해가면서 이런 짓을 하는 건 낭비라고  생각했다.(, 작업실이 버젓이 있으니까) 그래서 숙박 어플을 뒤적거리다가 추천 장소 상위에 뜬 장소가 군산이었다. 이유는 없다. 그냥 좋을 것 같아서.

사이타마현의 사야마시에 있는 한 중학교 수영장에서 금붕어 400마리가 발견되었다. 발견된 금붕어 400마리가 금붕어 건지기 게임에 쓰이는 흔한 종이라 경찰은 누군가 밤에 학교에 침입해서 여름 축제에 팔리지 않은 금붕어를 처리하고 간 것 같다고 말한다. 고된 추적 끝에 경찰은 범인으로 여중생 4명을 검거한다. 범인으로 검거된 여중생 4명이 진술한 내용은 간단했다.

예쁠 것 같아서…”

내 친구들은 내가 남들과 다른 특이한, 혹은 특별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도 그들의 시점에서 바라본 것일 뿐, 나의 세계에서는 나도 내 친구들만큼 평범하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 친구들이 특별하게 생각하는 촬영과 편집, 프로그램 기획 회의 등도 나에게는 지루하거나, 따분한 일상 중에 하나이다. 이렇게 인생은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따라서 평범함과 특별함을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그런 평범하고 따분한 일상에서 다들 머리로만 특별함과 꿈을 찾는다. 하지만 이 당돌한 여중생 4명은 머리로만 그치지 않았다.

금붕어를 훔쳐 수영장에 풀어 놓는다는 발상. 나도 그런 발상이 필요해서, 그런 행동이 필요해서, 그런 일상을 보는 눈이 필요해서 군산에 갔다 왔다. 내 주변에 있는 특별한 것들을 내가 놓치고 있지 않은가 싶어서. 아니,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을 특별하게 볼 수 있는 눈을 키우기 위해서. 원효 대사의 해골 바가지 가르침은 이렇게 현대에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2017 Sundance Film Festival에서 수상을 한 작품으로 이 영화가 일본 2012년 사이타마현, 사야마시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 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고, 어쩌면 신문 구석에 한 줄로 적혀져 사람들에게 쉽게 잊혀질 작은 사건을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어 낸 감독의 역량에 두 번 충격을 받았다. 특히 아이스크림, 동아리, 축제, 볼링, 자전거 등을 소녀들의 시점에서 여러 다양한 연출을 하여서 한시도 지루하지가 않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거창하고 특별하지는 않지만, 표현이 강렬해서 주제가 크게 다가오는 그런 타입의 영화이다.

마고토 나가히사(Makoto Nagahisa) 감독은 <NOWNESS>라는 예술 그룹의 한 맴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다양한 감독들이 다양한 장르들을 시도하는 그룹이라 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영상미들이 너무 좋으니 강추!)


에이비

 

킬러, 조 기자
prologue: '킬러 조의 탄생'
1부: 11/16회

지난 토요일 저녁, 나는 할아버지의 유품 상자를 내 자동차, 피아트의 조수석에 놓고 집을 나섰다. 목적지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관수동 59-7, 907호’. 유품 상자에 담긴 쪽지에 적혀있던 주소였다. 이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니, ‘서울극장’이 떴다.

나는 서울극장에 들어가서 엘리베이터에 탔다. 그리고 9층을 누르려는데... 손이 길을 잃었다. 9층 버튼이 없었다.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나와서 인포메이션으로 갔다. 그곳에 있는 층별 안내도를 살폈지만, 역시 9층은 없었다. 서울극장은 8층까지만 있었다. 나는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하며 건물을 나서려 했다. 그때...
“찾으시는 곳이 있나요?”
인포메이션 옆에 계시던 한 남성이 내게 말했다. 나이는 40대쯤 되어 보였고, 유니폼 같은 조끼를 입고 있었는데, 명찰도 달려있었다.
“여기 9층은 없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물었다.
“어떻게 오셨죠?”
남자가 되물었다.
“아니, 그게... 누가 여기 9층으로 오라고 해서.”
내가 제대로 대답을 못 하고 우물쭈물하자, 남자는 자기를 따라오라고 했다.

남자와 함께 탄 엘리베이터는 8층에서 멈췄다. 8층에는 상영관인 H관과 화장실, 그리고 기관실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남자는 곧장 기관실로 갔다. 그리고 문을 열기 전에, 잠시 멈추고 뒤로 돌아서, 내게 얼른 오라고 했다. 나는 상자를 품에 꼬옥 안고 남자를 따라갔다.
문에는 기관실이라고 적혀있었지만 정작, 기관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짐 같은 것도 없는 걸 보니 창고로도 사용하지 않는 듯했다.
“아까 몇 호라고 했죠?”
 남자가 물었다. 남자는 언제 갔는지, 긴 방 깊숙이 들어가 있어서 목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내가 ‘907호’라고 대답하자, 남자는 따라오라는 말을 한 다음, 벽으로 사라졌다. 나는 깜짝 놀라서 남자가 사라진 곳으로 달려갔다.
 “뭐해요? 올라와요.”
남자가 사라졌다고 생각한 벽에는 계단이 숨겨져 있었다. 어느새 나는 첩보영화나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숨겨진 공간을 탐험한다는 흥분에 휩싸였다. 그래서인지, 어느새 아무런 의심 없이 처음 보는 남자를 계속 따라갔다.
“자, 여기에요.”

+글소개: 29살 조 기자의 성장형 액-숀 활극.


최현승
첫 연재: <카페, 커피그림> wrriten by 최현승
다시보기

+작가소개: 작은 조약돌과 같은 글을 꿈꾸는 최현승입니다.
+글소개: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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